# Prologue
2008년 11월13일, 3년간의 노력을 모두 쏟아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을 치르기 전에는 정말 끝나기만 하면 뭐든지 다 해보리라고 마음먹었지만,
실제로 시험이 끝나고 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계획이 일본여행이었다.
우리고등학교는 3학년의 졸업과정인 군사훈련 일정 때문에 14일에 방학을 하기에,
이 기간을 이용해서 계획을 실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남동생을 데리고 일본을 여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3학년 때 월급을 모아 나와 동생의 여행비용을 마련했다.
조금 부족한 부분은 아버지께 빌려서 충당하고,
비행기 표와 숙소를 예약하고서 여행 계획을 작성했다.
원래 17일에 출발하려고 했으나, 전역하신 담임선생님의 결혼식이 16일에 있어서
우리 과 동기들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고 그 다음날 일본에 가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동기들과 즐겁게 재회하고서 선생님의 결혼식에 참석한 후
나는 이모 집으로 가서 근처에 살고 있는, 친구와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서 회포를 풀다보니,
그만 늦은 시간까지 놀게 되었다.
서둘러 이모 집 으로 돌아와서 짐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 1st. DAY
2008년 11월 23일 오전 03시 51분. 눈을 떠 보니 이모가 일어나 계셨다.
밤새 온 문자에 답을 해 주고는, 일어나서 이모가 해 주신 밥을 먹었다.
사촌동생도 우리 배웅을 가겠다고 졸린 눈을 비비며 밥을 먹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서둘러 씻고 준비를 마친 후, 이모부 차를 타고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58분 만에 도착하는 바람에 여유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환전하러 은행에 가고, 병무청에도 갔다 왔다.
전날 환율이 혹시라도 내릴까 해서 환전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환율은 올라버렸다.
어쩔 수 없이 환전을 마친 후 e-Ticket으로 티케팅을 하고, 이모부와 사촌동생의 배웅을
뒤로한 채 탑승수속을 하러 들어갔다. 낯익은 면세점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가야 할 GATE를
찾아보았다. 이번에 새로 신설된 110~130 GATE라서, 지하의 모노레일로 이동했다.
도착해서는 전화카드를 구입하고, 115번 GATE로 가서 사진도 찍고 하다가 비행기에 탑승했다.
티케팅 때도 그렇고, 탑승 때도 그렇고, 볼 때마다 자꾸 형제가 아니라
부자지간 같다고 말을 해 와서, 당황스러웠다.
짧은 비행시간을 보낸 후, 도쿄의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도쿄 도심으로 이동하기 위해 JR(Japan Railway)표를 사러갔다. 점원과 한참 이야기 한 후에,
저렴한 京成本線(게이세이) 특급표를 구매했다.
오전 10시 46분에 출발하여 11시 50분에 日暮里(닛포리) 역에 도착하고,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新大久保(신오쿠보)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민박 아저씨께 전화를 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찾느라 조금 해매고,
카드 사용법을 몰라 헤매다가 그냥 100엔 주화를 넣고 아저씨와 만날 수 있었다.
아저씨는 작은 방이 두 개 딸린 넓은 곳으로 옮겨주신다며 제일 높은 층으로 안내하고는 ,
알아듣기 힘든 말로 옆방에 누군가 같이 있을 거라고 했다.
4박 5일 숙박비용으로 1,5000엔을 드리고, 짐을 대충 풀고서 외출준비를 했다.
사무실에 들러 렌탈 폰을 받고서 시내로 향했다.
밥을 먹지 않은 상태라서 그런지 동생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좀 더 걷다가, 주변에 있는 가게로 들어가서 돈가스 덮밥과 새우치즈 덮밥을 먹었다.
동생은 젓가락으로만 밥을 먹는 것이 어색했던지 밥을 조금 남겼다.
식사 후에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고서 渋谷(시부야)로 향했다.
그렇지만 길이 너무 복잡해서 잘 찾지 못하고 新宿(신주쿠)로 돌아왔다.
동생과 함께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가, 신주쿠 도청전망대로 향했다.
첫 날부터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동생도 나도 지쳐버려서 서둘러
新大久保(신오쿠보)로 돌아와서 장을 보고는 숙소로 들어갔다.
곧바로 샤워를 한 후에 공중전화에 가서 집에 전화하고는,
다시 렌탈 폰으로 전화를 달라고 했다.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고,
밥 짓는 법을 듣고는 민박아저씨께 받아온 쌀과 김치를 이용해서저녁을 차렸다.
한국에서 가져온 참치를 반찬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서, 다시 전화를 하러 나갔다.
부모님과 통화하고, 친구에게 안부전화를 한 후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누군가 들어왔다. 아저씨가 말했던 옆방 사람인 듯 했다.
누나 두 명이 그 방을 썼는데, 동생을 챙기느라 인사하고 어울릴 틈이 없었다.
게다가 동생이 먼저 자버리는 바람에 혼자 내버려 두고 나가서 놀 수도 없었다.
옆방은 전기장판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 방은 찾을 수가 없어서
동생에게 이불을 두 겹 덮어주었다. 확실히 혼자 여행하던 때랑은 다르다.
같이 여행하는 사람을 더 챙겨주고, 더 배려해야 한다. 게다가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불안하기도하고, 집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앞으로 남은 3일,
짧고도 긴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 또, 동생에게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고 싶다.
이번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다음날 계획과 여행 준비를 마치고,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2nd. DAY
새벽에 두어 번 일어났다. 이불 한 겹을 덮고 잤더니 상당히 추웠다.
두꺼운 이불을 한 겹 더 덮고서 다시 잠들었다.
오전 8시에 기상해서 다시 참치랑 아침을 먹고,
동생과 씻고서 밖으로 향했다.
新大久保(신오쿠보)역에서 어제 조사했던 동도쿄 구내 패스를 구입하고
新橋(신바시)역으로 향했다. 新橋(신바시)역에 도착하니,
2년 전과는 달리 매우 번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철로 이동하는 중에 부모님께 연락이 왔었지만,
일본의 지하철에서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서 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드렸다.
이후 ゆりかもめ(유리카모메)를 타고
お台場海浜公園(오다이바 카이힌코엔)역으로 향했다.
ゆりかもめ(유리카모메)를 타고서 Rainbow Bridge를 건너고,
역에 도착해서 공원으로 향하는데, 동생 표정이 밝지 않아서 물어봤더니
두통이 조금 있다고 말했다.
핀잔을 좀 주고는 공원으로 가서 카메라 장비를 장착한 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경을 이용해서 재미있는 사진들을 찍으며 놀다보니,
동생의 표정도 한 층 밝아졌다.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는데,
동생은 타국에서 한국인을 만난 것이 무척이나 신기한 듯 했다.
도쿄 덱으로 관람차를 타러 이동하던 중에 도요타 쇼룸을 지나쳤는데,
IQ라는 인공지능 차가 전시되어 있었다.
시승코너도 있었는데 유료라서 그냥 곧바로 관람차로 이동했다.
전면이 유리로 된 관람차와 보통관람차 둘 중에 무엇을 타야할 지 고민하다가 ,
동생이 무서워하길래 보통 관람차를 선택했다.
관람차 내 방송에서는 이 관람차가 기네스북에 오른 관람차라며 광고를 했다.
관람차 안에서, 동생은 바짝 긴장한 표정을 하고서 흔들린다며 움직이지 말라고 부탁했다.
나는 조금씩 관람차를 흔들며 동생의 사진을 찍고, 주변의 경치를 감상했다.
높은 곳에서 보이는 お台場(오다이바)의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탑승 후, 다시 유리카모메를 타고 上野(우에노)로 가서, 浅草(아사쿠사)로 향했다.
雷門(카미나리몬)을 발견하고서 浅草(아사쿠사)에 입장했는데,
2년전에는 내가 너무 이른 시간에 가서 볼 수 없었던,
축제분위기의 浅草(아사쿠사)가 눈앞에 펼쳐저 있었다.
동생과 나는 일단 점심을 먹으로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새우버거 세트 두 개를 시키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동생은 한국의 새우버거와 다르게 진짜 새우가 들어있다며 신기해 했다.
식사후에, 浅草寺(센소지)로 가서 타코야끼를 먹었다. 확실히 본토의 것은 달랐다.
맛있게 먹고 나니까 비가 많이 내려서, 동생과 모자를 쓰고는 도쿄돔으로 향했다.
비를 맞으며 겨우겨우 도착했지만, 날씨로 인해서 롤러코스터를 운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오는데,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후배(41기 하민우)의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저녁을 사주겠다기에, 서둘러 장을 보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전날 봤던 누나와 다른 누나가 와 있기에 인사하고,
얘기 좀 하다가 주인아저씨께서 오셔서 동생과 나갈 준비를 한 후
약속장소인 신주쿠로 향했다.
신주쿠에서 역 출구를 한참동안 헤맨 후에야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LUMINE라는 건물의 8층에 있는 식당가로 가서,
누나가 스시를 사주신 다기에 얼른 감사하다고 말하고 식당을 찾아갔다.
스시 전문점에서 먹어본 것은 처음인데다가
본토에서 먹어본 것은 더더욱 처음이라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가격이 좀 비싸서 걱정했는데, 일본에서는 이 정도가 보통이라며 걱정 말라고 하셨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사 주셨는데, 와플 위에 얹어주는 형태의 것이었다.
나는 Strawberry-banana랑 데부라는 아이스크림을 시켰는데,
갑자기 점원들이 내가 시킨 아이스크림의 주제가를 불러 주어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즐거웠다. 다 먹고서 다시 역으로 가니까 누나가 부모님께 전해드리라며
도쿄바나나라는 과자점에서 선물을 사 주셨다.
사실은 전날 上野(우에노)역에서 이 과자점을 발견하고는 꼭 사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얻게 되어서 조금 놀랐다.
숙소로 돌아온 후에 전화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는, 짐정리를 마쳤다.
동생은 PMP를 보고, 나는 옆방 누나랑 이야기를 나눴다.
그 누나는 충북대 역사학과이고, 잠시 학교를 쉬면서 유렵여행을 갔다가
경유지인 일본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라고 했다.
한참 놀고 있는데, 학교 동기들이 올라와서, 우리 방에서 놀았다.
이런 타국에서 친구들을 만난 것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재미있게 놀러 다니는 것 같았다.
동생이 피곤해 하기에 동기들을 돌려보내고는,
동생 이부자리를 만들어 주고 씻고서 일지를 작성했다.
옆방누나에게 동생을 잠깐 맡기고서 밖에 나가 전화를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의 더 나은 여행을 위해 계획을 짜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 3rd. DAY
오늘은 비교적 일찍 일어났다. 서둘러 물을 끓이고, 라면을 먹었다.
남은 참치와 밥도 다 처리하기 위해 같이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씻고,
외출준비를 한 뒤 밖으로 나갔다.
충북대 누나는 아직 시차적응이 안 된다며 내리 자고 있었다.
新大久保(신오쿠보)역에서 요금을 확인한 뒤, 東京(도쿄)역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우리가 탄 열차가 大崎(오오사키)역까지만 가는 것이어서,
다시 도쿄행으로 갈아타야 했다. 東京(도쿄)역에 도착한 후 다시 舞浜(마이하마)역으로 이동,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동생이 이번 여행일정 중에 가장 원하던 도쿄 디즈니랜드인데도,
왜인지 표정이 밝지 않아서 걱정되었다. 일단 표를 끊고는 기념품점부터 들어갔다.
귀엽고 예쁜 물건들이 많았지만, 꾹 참고 나중에 사기로 마음먹었다.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가, Thunder Mountain이라는 놀이기구를
Fast Pass로 예약하고, Toon Town으로 가서 Godget's Go Coaster라는
놀이기구를 먼저 탔다.
약 한 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탈 수 있었다.
그리고는 잠시 여유가 생겨서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진 그릇들과 아기자기한 식기가 더욱 식욕을 느끼게 했다.
맛있게 먹고 난 후엔,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람구경도 하고,
또 동생이 일본어 한 마디를 가르쳐 달라기에 가르쳐줬더니 직접 일본인들에게
길을 물어서 화장실을 다녀오는 기특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시 놀이기구를 탑승하러 옆 건물에 갔더니,
우주선을 탑승하는 시뮬레이션 기구가 있기에 동생과 함께 탔다.
그러나 기구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대화가 모두 일본어인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뒤늦게 동생에게 일일이 해석해주며 탔다.
마지막으로 Fast Pass를 끊어둔 Thunder Mountain을 타러 갔는데,
디즈니랜드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놀이기구였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디즈니랜드의 최고 명물 퍼레이드를 볼 수 있었다.
정말 최고라는 명성에 걸맞게, 너무나 멋졌다.
퍼레이드를 구경한 후엔 동생과 군것질 거리를 사먹으며 돌아다녔는데,
정말이지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고르기 힘들었다.
기념품 가게에 가서,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귀마개를 사고 디즈니랜드를 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新木場(신키바)역으로 가서 다시 東京テレポート(도쿄텔레포트)역으로 갔다.
원래는 그곳에서 大江戸温泉物語(오오에도 온천 모노가타리)까지 걸어갈 계획이었는데,
그곳에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어서 조금 기다리다가 이동했다.
18시부터 900엔이 절약되는데 시간이 약 10분정도 남아서 동생과 근처 공원에서 사진 찍고
놀다가 들어갔다. 오오에도 온천은 유카타라는, 전통의상이 여러 종류가 있어서
고객이 골라서 입을 수 있는데 동생은 7번을, 나는 8번을 골라서 갈아입고는 입장했다.
2년 전과 비교해서 아주 약간 바뀐 것 빼고는, 거의 그대로였다.
제일먼저 온천욕을 하러 들어가서 지친 몸의 피로를 풀었다.
그 안에서 버스 기다리면서 만난 한국인 아저씨를 다시 뵙게 돼서 대화를 나눴다.
대구에서 사시는 분이고, 신혼여행으로 일본에 방분했다고 하시면서
내가 동생과 둘만 왔다고 하니까 놀라시면서 칭찬 해 주셨다.
온천욕을 마친 후에 동생과 다시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아서 그냥 돈가스 덮밥을 먹고서 동생과 족탕 구경을 갔다 왔다.
날도 춥고, 발도 아파서 얼른 안으로 돌아온 후 우유 두 병을 사고는 동생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밖으로 나오면서 계산을 하고, 텔레콤 센터로 갔는데 가지고 있는 동전이 딱 어린이표 두 장
살 돈이어서 눈 딱 감고 어린이표를 사서 입장했다.
일본의 지하철이나 전철역에서는 어린이 표를 집어넣으면 ‘삐약 삐약’소리가 나서
모두가 알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없을 때 얼른 들어갔다.
나올 때는 단단히 준비하고 동생과 동시에 넣어서 소리가 안 났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쉬고 있는데, 동기들이 올라와서 자기들 방에서 놀자고 하기에,
동생을 누나들한테 부탁하고는 친구들을 따라갔다.
때마침 그날이 고등학교 입교 후
1000일되는 날이라서 천일 행사를 준비했다고 했다. 즐겁게 얘기를 나누다가,
동생 이부자리를 만들어주고는 다시 내려갔다. 한참을 놀다가 올라와서 씻고서,
누나가 컴퓨터를 하고 있기에 기다렸는데 비켜줄 조짐이 전혀 없기에 그냥 자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이제 내일의 일정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정말 후회 없이 즐기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4th. DAY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밤에 못한 컴퓨터를 했다. 원래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조사했는데,
아무래도 환율 문제 때문에 일본에서 사는 것이 어려울 듯 했다.
한참 조사하고 있는데, 새로 들어온 누나가 씻으러 가다가
왜 이리 일찍 일어났냐고 묻고는 씻으러 갔다.
누나가 나온 후엔 나도 동생과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침을 밖에서 먹기로 하고 바로 原宿(하라주쿠)로 향했다.
TV로 자주 보았던 젊음의 거리 原宿(하라주쿠)는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한산했다.
동생과 돈가스 전문점인 ‘마이센’을 찾으러 한참을 걸었는데,
개점시간까지 너무 많이 남아서 할 수 없이 다시 原宿(하라주쿠)로 돌아와
吉野家(요시노야)에서 소고기 덮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데도 시간이 너무 일러서 原宿(하라주쿠)의 점포들이 문을 열지 않아
原宿(하라주쿠)의 명물인 크레이프를 사주지 못했다.
그래서 곧장 다음 목적지인 秋葉原(아키하바라)로 이동했다.
도착해서 급히 화장실을 찾다가, ヨドバシカメラ(요도바시카메라)라는
거대한 점포를 발견하고 얼른 들어갔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구경을 했는데, 정말 없는 것이 없는 곳이었다.
사고 싶었던 물건은 역시나 환율 때문에 국내 가격보다 높아서 포기했다.
나는 동기들에게 ‘얼리어답터’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만큼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아서,
秋葉原(아키하바라)의 상점은 정말 천국이었다.
특히 이 ヨドバシカメラ(요도바시카메라)는 너무나 훌륭했다.
한참 걷다보니 금세 배고파져서 동생과 돈가스 전문점을 찾아다녔다.
그렇지만 사람이 많고, 가게도 찾기 힘들어서 근처의 회덮밥 집으로 들어갔다.
내 착각으로 주문에 실패해서, 연어 알만 엄청 먹고는 모스버거라는 햄버거 가게로 가서
배를 채웠다. 다시 기분이 좋아져서 동생과 기념품을 사러 갔다가,
우리들의 기념품도 필요할 것 같아서, 서점에 만화책을 사러 갔다.
동생이 일본어 공부를 해서 더욱 요긴할 것 같아서 여러 종류로 샀다.
그렇게 쇼핑을 마치고 동생이 도쿄돔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다기에 마지막으로
도쿄돔으로 향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롤러코스터를 운행하고 있었다.
도쿄돔 롤러코스터는 최대경사 80°,최대시속 130km, 최대높이가 80m에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빠른 롤러코스터로, 건물 사이로 다니는 트랙이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생도 나도 한 번 타고는 완전히 반해버려서 다시 타고 싶은 맘을 꾹 누르고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 도중에, 크레이프 가게를 발견해서 동생에게 사주었다.
맛이 궁금해서 한 입 베어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조금 쉬고 짐을 정리하고는 동생과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동기들이 추천해준 돈가스 가게를 찾아서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가벼운 차림으로 카메라를 챙겨서 나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나는 동기가 부탁했던 일본화투를 찾아다니면서 마지막 날 밤을 보냈다.
도중에 오락실을 발견해서 동생과 구경도 하고, 직접 해 보기도 했다.
가격이 우리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신기한 오락기도 많고
재밌는 것도 많아서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동생은 PMP를 보고 나는 전화를 하러 나갔다.
전화카드의 남은 금액을 전부 소진하고는 돌아와서 씻고 컴퓨터를 했다.
충북대 누나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아서 결국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다.
이렇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기도, 시원하기도 했다.
동생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더 많이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텐데, 동생이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추억을 심어주었는지 회상해 보고, 조금이나마 즐거웠기를 바랐다.
다음날은 더 일찍 일어나야 해서, 정리를 마친 후에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 LAST DAY
오늘은 마지막 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준비해서 짐을 챙기고, 옆방 누나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숙소를 나왔다.
방을 정리하는 도중에, 이상한 코드가 있길래 혹시나 하고 당겨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전기장판이 나왔다.
동생에게 우리가 이런 걸 밑에 깔아두고 4일을 춥게 지냈다고 하소연 했더니
동생은 첫날 그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뭔지 몰라서 그냥 말하지 않고 있었단다.
황당하고 재미있어서 그냥 동생과 즐거운 추억거리로 간직하기로 하고서 길을 나섰다.
민박 아저씨께 열쇠와 렌탈 폰을 반납하고, 동생과 나리타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도중에 上野(우에노)역에서 도쿄바나나에 들러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사고,
京成本線(게이세이) 특급을 타고 나리타로 향했다.
열차에 타니까 왠지 첫날의 느낌이 떠올라서 동생과 이번 여행 소감도 말해보고,
아쉬운 마음도 이야기 했다.
처음엔 나리타공항 제 2터미널에 내렸다가, 아무리 찾아도 우리 비행기 편이 없기에
1터미널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고, 먼저 티케팅을 하러 갔다.
직원이 도와주면서 잠깐 대화했는데, 2년 전엔 이런 기계가 없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반년 전에 생긴 기계라고 말해주었다.
티케팅을 마치고 동생과 패스트푸드점으로 가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새우버거 세트. 2년 전에도 지금도 역시나 일본 햄버거는 새우버거가 최고인 것 같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는 동생과 GATE로 향했다.
면세점을 이곳저곳구경하면서 신기한 물건들도 보고, 남은 동전들은 긁어모아서
아이스크림도 사먹었다. 잡지 한 권을 사서, GATE 대기실에서 동생과 마지막
기념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탑승시간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타고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두 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인천국제공항 본관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충북대 누나를 다시 만났다.
알고 보니 그 누나도 같은 시간 같은 비행기 편으로 귀국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우리가 괜히 더 빨리 이동했던 것이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와 동생은 부모님의 품에 안기기 위해 버스를 타러갔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간단히 저녁을 먹는데, 오랜만에 먹는 한식이 너무나 맛있었다.
이동하는 도중에 먹을 간식거리를 사고, 버스에 탑승하고 나니
그동안의 긴장이 쫙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집으로 가는구나, 여행은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그리 오래 생각하지 못하고 동생과 나는 차안에서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익숙한 진주의 모습이 보였다.
밤 12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어서 동생과 나는 얼른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께서 그 시간까지 우리를 기다려 주시고 계셨다.
짐을 풀고, 개운하게 씻고 나서 동생은 그동안의 일들을 이야기 하느라
상기된 표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나도 그동안의 여행 기록을 정리하고
동생의 이야기를 듣느라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나와 동생의 4박5일 일본여행은 끝이 났다.
# Epilogue
사실 나는 이번 일본여행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친한 친구와 둘이 여행사를 통해 일본일주를 다녀왔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일본어를 독학하여 혼자서 나고야와 도쿄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했었다.
이미 두 번이나 다녀온 일본을 또 다시, 그것도 도쿄만 세 번 째로 여행한 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한 국가인 일본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중국과 일본, 호주를 여행한 경험이 있지만 동생은 중국을 한 번 다녀온 경험밖에 없다.
그런 동생이 해외여행을 통해서 선진국의 문화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도쿄라고 생각했다.
여행 전에, 최종일정을 짜는데 아버지께서 저렴함 가격에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홍콩을 다녀오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신 적이 있다.
며칠을 고민해본 결과 역시 도쿄 쪽이 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도쿄를 여행하고 오면 어디를 가도 당당하게 자신이 보고 온
선진국의 모습을 말할 수 있지만, 홍콩이나 중국은 도쿄에 비해 그럴만한 요소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서, 동생의 기를 펴주고 싶었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형과 일본여행을 다녀온 학생이 되었으면 했다.
또, 말해주고 싶고 알았으면 하는 많은 것들을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다.
내가 두 차례의 여행을 통해서 느낀 일본을 동생도 느꼈으면 했다.
그렇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동생은 아직 너무 어렸다.
겨우 초등학교 6학년의 체력으로는 충분히 즐기고 느끼기에 역부족이었다.
한 가지 기뻤던 점은, 여행을 다녀온 후 동생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일본의 심장을 보고 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일본 이야기만 나오면 언제 어디서든지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이제 당분간 일본에 갈 일은 없을 듯하다.
적어도 자비를 털어서 여행을 다녀오는 일은 분명히 없을 것이다.
다음 여행지로는 체코의 프라하, 러시아의 모스크바, 영국의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예상하고 있다.
금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큰 여행이 될 테지만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많은 교훈을 주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에,
나는 여행을 그만둘 수가 없다.
다음번엔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 흰 종이를 가득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첫댓글 원빈이가 중3때 처음 일본여행 한게 계기가 되여 일본어를 독학하게 되였고 연이여 고1,고3때 일본여행을 하였습니다.
그로인해 공군사관학교1학년때 일본방위대학 위탁선발에 지원하게되였고, 선발되여서 꼭 가고싶어 하던 일본방위대에서 2년동안 공부할수있었습니다.
무었이든지 준비하고 경험하게 된다면 기회가 왔을때 잡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빈이는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원빈이가 정말 훌륭하네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저런 아드님을 둔 원빈아버님이 정말 부럽습니다~
제가 교육 쫌 받아야겠습니다~^^
원빈이는 매우 훌륭한 공군의 보배이지요....
멋지네요~
부럼부럼~~
공군의자랑,훌륭하십니다..*^^*..
그냥 있어도 배부른 아들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