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하늘을 보다가 문득...
2023년 3월 17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스무엿샛날
어제 오전에 나무를 자르는 엔진톱 작업을 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씨가 맑아 하늘은 너무나
파랗게 보였다. 그 파란 하늘에는 비행기가 지나간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떠오른 생각,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언제였더라? 기억에도 가물가물하다.
생각해보니 정말 오래됐다. 그러니까 아들 녀석이
대학에 입학하던 해였으니까 2000년 1월이던가?
대학 합격 기념으로 셋이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녀석은 입학전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아내와 둘이서 다녀오라며 사양했다. 하는 수 없이
수험생 아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한 아내를 위해
그러기로 했다. 둘이서 비행기를 타고 3박 4일간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오느라 비행기를 타봤으나,
그 이후 지금껏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다.
광고회사 시절에는 비행기를 꽤 여러번 자주 탔다.
미국도 가봤고, 일본도 여러번 갔으며, 동남아의
홍콩, 태국, 대만, 싱가폴도 다녀오느라 국제선을
타고 다녔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러고보니 남들은
흔히들 다녀오는 해외여행을 아내에게 시켜주지도
못한 못난 남편이구나 싶다. 아마 도시에서 계속해
살았으면 한두 번은 다녀왔을지도 모르겠다. 아내
나이에 해외여행을 한번도 못가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는 않을 텐데 참으로 무심한, 한심한 남편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아내에게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산골살이를 한답시고 고생만 시켰으니 원...
비행기 탔던 기억을 하다가 여권 생각이 떠올라서
집에 들어와 찾아보니 여권 갱신기한이 몇 년이나
지나 말소가 되어버렸다. 언제쯤 해외여행을 가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서둘러 군청에 가서 여권을
만들어 놓아야겠다. 하늘을 올려다본 것 덕분에
오랜 기억, 오랜 추억도 소환하고 말소가 되어버린
여권도 재발급을 해야하게 되었으니 가끔씩이라도
하늘을 올려다봐야겠다.
일기를 쓰다보니 또 하나 떠오른 생각,
요즘 흔히들 자식에 대하여 하는 말이 떠오른다.
'아들 낳으면 기차 타고,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 는
그 말이... 우리는 딸이 없고 아들 녀석 하나만 달랑
있으니 평생 여행 갈 때 기차만 타야하는 것일까?
아니겠지, 아닐거야!
"이봐라! 아들 녀석아!
딸 없는 니엄마, 비행기 좀 태워줘라!
아비는 비행기 많이 타봐서 괜찮다.
허나 아비도 태워준다카모 고맙고..."
요즘 일상이 되어버린 엔진톱 작업, 도끼질 작업은
어제도 이어졌다. 둘째네가 원주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고 아내와 둘이 단지에 남았다. 핑계김에 그냥
쉬라고 했지만 일을 놔두고 쉴 촌부가 아니잖은가?
오전에 두어 시간, 오후에도 두어 시간을 쉬엄쉬엄
엔진톱으로 모닝가든에서 꺼내놓은 나무를 잘랐다.
재밌다. 장작이 쌓여가는 걸 보면 힘든 줄도 모른다.
어쩌면 욕심을 쌓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뭇꾼
촌부의 일상인지라 작업을 하는 동안은 마음속에
짊어지고 있던 온갖 잡념이 말끔히 전부 사라진다.
육체적인 노동으로 정신적인 수행을 하여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또한 작은
깨달음이겠지 싶다. 원주에 나갔던 이서방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작업장에 나와 도와주었다. 치통으로
힘들어 하는 것 같아 극구 말렸지만 괜찮다며 꽤나
많은 나무를 꺼내놓았다. 이렇게 서로 아끼고 도와
가며 살아가는 우리의 산골살이는 정이 넘친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죠.
수행이 어디 따로 있을까요?
일상이 바로 수행이라 여깁니다.
감사합니다.^^
매일매일 작업을 하면서도
운동과 더불어 내일을 준비하시는군요.
예전에 해외에 정말로 많이 나갔었는데
굳이 해외를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기회가 되면 동남아 일대는 다녀오셔도 될듯합니다.
6~7월경에 몽골의 오지여행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꿩 먹고 알 먹고,
일거양득이 아닌가 합니다.
저야 코래드 시절 해외도 나가봤고,
국내는 서귀포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군단위는 거의 다 가봤죠. 해태제과 시절에... 그런데 집사람이 많이 걸리는군요.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딸 없으신
촌부님의 귀여운
투정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근정님!
좀 그렇죠?ㅎㅎㅎ
아들 녀석이 촌부 일기를 봐야하는데...ㅋㅋㅋ
감사합니다.^^
하늘과 땅의 청량감이
이곳까지 전해지는군요.
오늘도 개운한 저녁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