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과 망막박리
비문증과 망막박리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질환이다. 안질환은 방치하면 다른 질환을 유발하거나, 심한 경우 실명을 초래할 정도로 위험성이 큰 만큼 초기 발견과 대응이 중요하다.
01. 눈을 움직일 때 날파리 같은 물체가 보이는데 비문증인가요?
비문증은 ‘날파리증’이라고도 하며, 눈앞에 먼지나 머리카락, 벌레 같은 물체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을 의미합니다.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점이나 물체로 보일 수 있고, 그 위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눈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비문증은 엄밀히 말하면 눈이 느끼는 증상의 하나로, 이 자체가 질병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비문증은 노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45세 이상에서는 상당히 흔한 증상이고, 다른 안과적 질환이나 근시가 있는 경우 젊은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02. 비문증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눈은 비유하자면 공 모양의 조직이고, 그 안의 많은 부분을 채우는 것이 ‘유리체’라고 하는 투명한 젤리 같은 조직입니다. 유리체는 망막 등 안구 내 여러 조직과 유착되어 있다가 노화, 근시 등의 생리적 이유 및 다양한 안과적 질환에 의해 망막에서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후유리체박리’라고 합니다. 후유리체박리가 발생하면, 투명한 조직인 유리체에 다양한 형태의 혼탁이 생기고, 망막에 그 그림자가 비치면서 마치 눈앞에 무언가 떠다니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비문증입니다.
03. 비문증은 자연 치유가 가능한가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대부분의 비문증은 노화와 관련된 증상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적응해서 증상이 덜 느껴지는 경우가 흔하므로, 단순 비문증이라면 치료 없이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단순 노화 관련 증상이 아니라 망막의 일부가 찢어지면서 열공이나 출혈이 발생해 생긴 비문증 증상이라면 망막박리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레이저 치료 등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물체의 개수가 늘어나거나 일부가 가려지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면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04. 비문증이 망막박리의 원인이 되기도 하나요?
‘망막박리’란 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떨어지는 질환으로, 박리가 일어나는 원인에 따라 열공성, 견인성, 삼출성 등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비문증은 증상이지 질환 자체가 아니기에, 비문증이 망막박리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급성으로 나타난 비문증을 호소하는 후유리체박리 환자에게서 망막열공(망막에 구멍이 생긴 상태)의 빈도가 8~15%로 보고되고 연구에 따라 46%까지 보고되는 등 빈도가 다양합니다. 망막열공이 발생하면 열공을 통해 액화된 유리체 젤이 망막하공간으로 이동하여 열공성 망막박리가 발생하게 됩니다. 즉 비문증의 원인이 노화나 근시 등 일반적 원인이 아니라 망막열공이라면, 열공성 망막박리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05. 시력 교정 수술을 하면 비문증이 더 심해질 수 있나요?
근시가 심한 경우 젊은 나이에도 비문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라섹이나 렌즈 삽입술을 시행하는 것이 비문증을 악화시킨다기보다, 이런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근시가 심하다는 것을 시사하므로 비문증과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겠습니다.
비문증이나 망막박리 과거력이 있다고 해서 시력 교정 수술을 절대로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가능 여부는 망막의 상태 및 기존에 받은 치료의 종류에 따라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비문증이 발생했을 때 동반될 수 있는 망막질환에 대한 확인과 치료가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
06. 망막박리나 망막열공을 진단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망막박리나 망막열공을 진단하는 방법은 동공을 확대하는 산동제를 점안한 후에 검안경으로 망막을 직접 살펴보는 안저 검사입니다. 이 외에 안저 촬영 등의 검사를 추가로 할 수 있습니다. 만일 비문증이 갑작스럽게 악화되거나 시야가 가려져 보이는 증상이 생긴다면 반드시 안과를 방문하여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07. 망막박리로 시력을 잃을 수도 있나요?
열공성 망막박리는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근시, 특히 고도근시에서 망막박리가 생길 가능성은 정상 눈과 비교할 경우 더 높습니다. 근시에서 후유리체박리가 더 일찍 생기고, 후유리체박리가 생기는 과정에서 망막열공의 발생빈도도 높아집니다. 또한 근시에서는 안구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정상 눈보다 주변부 망막이 얇아지므로 이로 인해 망막열공과 망막박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경우 망막박리의 발생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으나, 눈에 외상을 입을 경우 망막박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에 고도근시가 있거나 망막박리의 과거력이 있다면 비문증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아주대학교병원, 안과 정유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