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명품 아닌게 없다.
아버지는 아직도 열살짜리 엘란트라 고물차를 타는데 쥐뿔도 아닌게 까만색 중형차를 몰고 여자애들을 요일 별로 바꿔가며 태우고 싸돌아 다닌다.
그놈 직업이 모냐고?
백수지 모긴 모겠수. ㅡ,.ㅡ;
바로 이넘이 오늘 이야기 할 썩을 놈, 내지는 쪼께 불쌍한 넘 되겠다.
내가 이십대 중반을 막 넘어서던 시절
이넘은 그이름도 찬란한 삼수생이었다. 삼수생이면 공부만 해야 할 시절이건만, 그럴 수가 없었다. 공부 외의 사무가 너무나 많았다.
머리스탈에 의상에 몸매가꾸기에 날마다 줄줄이 엮여있는 데이트 스케쥴, 등등 시간 버리고 몸 버리고 돈 버리는 일로 어찌나 바쁜지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어느날 부턴가 그놈이 매일 몸매를 가꾸러 가는 헬스클럽에 나도 함께 동행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참 건강해졌지만, 그때 만해도 미라되기 직전일 정도로 빼빼 말랐던 시절이다. 날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볼이 홀쪽 들어갔니, 갈빗살로 기타를 쳐도 되게 생겼니 하며 투덜거리자, 놈은 헬쓰클럽에 함께 나가자고 꼬드겼다. 운동을 하다보면 살도 오르고 갈비도 통통해진다는 거였다.
맨처음엔 구들구들한 알통맨들 사이에서 어색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마음에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을 시작했더랬다.
그런데, 그 같잖은 수줍음이 가시면서 이내 운동복에 불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름이라 덥기도 더웠지만 결정적으로 폼이 안났다.
젠장... 러닝머신에 올라가 가끔씩 거울을 보면 치타처럼 날렵한 느낌은 없고 흡사 곰이 사람가죽을 뒤집어쓰고 달리는 것 같더란 말이지...
사실, 나도 놈처럼 폼생폼사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다.
운동을 얼마큼 제대로하느냐 이건 전혀 신경이 쓰이지않는데 폼이 안 나는 운동복은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맘먹고 백화점에 나갔다.
난 쇼핑이라면 밥 먹으러 줄 서는 일만큼이나 질색을 한다.
친구들 중에 꼭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바지 하나 산다고 백화점 일층부터 칠층까지 끼고 도는 놈.
혹은 결국 그걸 살 생각이면서도 솔기, 지퍼, 단추, 단추구멍박음질... 오만군데 이 잡듯이 뜯어보고 온갖 트집을 잡아 툴툴거리는 넘.
그런 넘과 함께 쇼핑을 가게 되면 정말이지 이가 갈리다 못해 증오에 가까운 심정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그런 짜증나는 인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머릿속에 그려놓은 그림이 있었다.
지금 기억이 가물 거리는데 영화 록키에서 실베스터 상대역으로 나왔던 흑인선수의 트렁크 반바지..흐흐. 멋지지 않은가..*,.*"
어떻게든 그인간이 되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운동복 코너마다 들어가 십수벌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지...대체 디자이너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고루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질 못하느냐고오~ ㅜ,.ㅜ;
운동복이라는 이름이 붙은 옷이 반드시 면으로 된 헐렁한 수도승의 옷 처럼 생겨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오~~~
내 몸은 빠쎠너블한 운동복을 원하는데...
(하긴, 그때만 해도 헬쓰복이 대중화 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이긴 했다.)
어찌어찌 하다가 가까스로 마음에 드는 재색 러닝셔츠 한장을 사긴 했는데 정작 중요한 바지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혀가 석자는 빠져서 러닝셔츠만 사들고 털래털래 백화점 문을 나서는데..
"띠용"
세.세상에나..
백화점 앞 노점 가판대에서
내가 그리도 찾았던 그 트렁크가 눈에 띄었던 것이였다.
감색바탕에 잿빛 스트라이프 무늬가 들어간 그 멋진 반바지의 단에는 켈빈 클라인이라는 은빛로고가 떡 박혀 있었다.
별 망설임없이 하나를 사들고와서 러닝셔츠와 맞춰입고 거울 앞에 서 보았다.
앞 뒤, 옆, 아무리 보아도 완벽함 그 자체였다. 당장 총 하나만 사서 차면 지구를 지키러 갈수 있을듯 싶은 다이내믹 하고도 엘레강스 하고도 섹시하고도 뺘셔너블한 코디였다. 아흐흐흐~
오후 늦게 넘과 함께 헬스클럽으로 가는 발걸음은 근두운을 타고 날아가는 것처럼 가볍고 상쾌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예상대로, 아니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시선들이 마구 쏟아졌다.
놈 역시 입을 딱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나는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무수한 시선을 유유히 받아내면서 러닝머신 위로 올라갔다. 운동을 하는 내내 할 수있는 한 최대로 멋진폼을 구사하느라 온몸이 뻐근하고 다리에 쥐가 다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스타라면 적어도 그 정도의 희생은 팬서비스 차원에서 보여줘야하는 것이라 여기며 다리에 이는 경련을 꿋꿋하게 이겨냈다.
또한,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어찌나 멋있던지 나중엔 힘든 줄도 모르고 마냥 뛰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나를 지켜보던 놈은
묵묵히 내 옆자리로 올라와 런닝을 하기 시작했다.
놈의 표정은 러닝이 계속되면서 점점 묘해져갔다.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던 표정에서 사뭇 즐거운 표정으로...
음 저놈이 마침내 이 행님의 근사한 모습에 감동받은 모양이군... 라고 내 멋대로 생각하며 두 시간에 걸친 운동을 끝냈다.
샤워를 끝낸 후, 집으로 돌아오는 상쾌한 저녁길. 놈에게 넌즈시 물어보았다.
"어때.내가 운동복 하난 진짜 잘골랐쥐?"
놈은 입속으로 키들키들거리더니 마침내는 길바닥에 주저 앉아 눈물 콧물 흘려가며 미친 인간처럼 와하하하 웃어댔다.
음마? 이 잡것이 시방 먼 미친 짓을 하는 거여?
놈이 점점 큰소리로 웃어대는 것과는 반비례해 나는 점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야, 이 써글넘아, 왜 웃냔 말이여!"
놈은 그래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저 미친 쥐고기를 뜯어먹은 괭이처럼 으아으아... 소리를 내가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 이상한 중얼거림을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한마디는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행님, 그거 운동복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커플 사각빤쑤여."
"끄윽.."
그날이후 난 3개월 치를 미리끊은 회비를 포기하고서 헬스장을 다른곳으로 바꿀수밖에 없었다. ㅡ,.ㅡ;
첫댓글 휴우...쓰다봉께 또 길다..ㅡ,.ㅡ;
글도 재미나게 쓰시네요 저도 휴~ 읽는다고 좋은 하루되세요
앗.! 이 쓰잘떼기 엄눈글을 다 일것따구여.? 크하핫.!
그거 그거... 내 친구도 그거 커플로 입고 동남아 신혼여행 갔다왔다는 슬픈 전설이 있는데...
솔직히 말햣.! 괜히 친구한테 덮어씌우는것 아냣.??
ㅎㅎㅎ 왜이리 웃긴것이에요~!!!! 그자리에 있엇으면 얼마나 잼있엇울까?
딱 두시간 뿐이였슴다..ㅜ,.ㅜ;
진짜 길다~~~~ 바부탱이네.... 빤쮸를 입고 운동을 ㅎㅎㅎㅎ 내가 그걸 봤어야 하는데......
아항~ 반포는 운동할때 미니에 뾰쪽구두 신고 하는구낭..ㅡ,.ㅡ;
ㅋㅋㅋ 과자먹으믄서 글읽으니 길어도 안지루하고 잼나게 잘읽었음. 켈빈클라인 은빛로고부분에선 과자다 튀어나올뻔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각빤쭈가 이뿌긴하지..ㅋㅋㅋ 거기다 야광하트 되진골로하징..이왕이믄. ㅋㄷㅋㄷ
서영이 과자 뺏어먹는고얏.??
섹쉬한 남자 ㅋㅋㅋㅋ
흐음...섹쉬해 질려면 엉덩이를 좀더 키워야겠꾼..ㅡ,.ㅡ;;
ㅋㅋㅋㅋ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