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 황현산 역 (38)
네번째 노래 5
(5) 내 방의 벽에 도대체 어떤 망령이 제 딱딱한 실루엣의 몽환적 투영을 유례없이 강력하게 그리는 것이냐? 내가 이 착란의 소리 없는 질문을 가슴에 품을 때, 이와 같이 문체의 간결함이 이루어짐은 형식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서다. 네가 누구든, 너를 지켜라. 내 너에게 무시무시한 고발의 투석기를 몰아갈테니. 그 두 눈은 네 것이 아니다 ---- 어디서 그걸 탈취했느냐? 어느날, 나는 내 앞으로 지나가는 금발의 여인을 보았는데, 네 눈과 똑같은 눈을 가졌더구나. 그 여자에게서 너는 두 눈을 빼앗았다. 네 아름다움을 믿게 하려는 속셈이 보인다마는, 아무도 속지 않으며, 나라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더 속지는 않는다. 타자의 살을 먹기 좋아하고 추격의 유용성을 옹호하는 자들이며, 아칸소주의 파노코코* 잎을 스치는 해골들처럼 아름다운 맹금류 한 무리 전체가 순종하고 공인된 하인들처럼 네 이마를 둘러싸고 파닥거린다. 그런데 이마인가? 그렇다고 믿기에는 여러 번 머뭇거리지 않기 어렵다. 그 이마란 것이 매우 낮은지라. 있는지 없는지 싶은 그 존재에 대한 수직으로 매우 빈약한 그 중거를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너에게 이마가 없기에, 너는 몽환적인 충의 흐릿하게 비친 상징처럼 벽에다 네 요추의 열띤 흔들림을 데려올 것이다. 도대체 누가 네 머리가죽을 벗겼느냐? 그게 한 인간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 네가 그를 수무 해 동안, 한 감옥에 가두었더니, 그가 달아나 제 앙심에 알맞은 복수를 준비한지라, 그는 제가 할 일을 한 것이며, 나는 그를 칭찬하긴 했으나. 다만, 오직 다만 한 가지, 그는 충분히 가혹하지 않았다. 이제 너는 적어도(이 점에 주목하자) 머리칼의 명백한 결여로, 포로로 잡힌 아메리칸인디언을 닮았다. 동물들에게서 제거된 뇌수조차도 결국은 다시 돋아난다는 것을 생리학자들이 발견하였으니 네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은, 내가 방금 깨달은 사소한 것에 따르면 거대한 쾌락이 없는 것은 아닌 단순한 사실 확인에 머물러, 가장 대담한 추론으로 네 치유에 대한 소망의 경계까지는 못 미치고, 그와 반대로, 매우 의심스러운 그 중립성을 가동하여, 어디까지나 네 머리를 덮고 있는 피부의 일시적 상실밖에는 네게 가능한 것이 없음을 한결 거대한 불행의 전조처럼 여기는(또는 최소한 희망하는) 데에 근거를 둔다. *파노코코는 흑단의 일종으로 미국 중남부 서부의 아칸소주가 아니라 남미의 가이아나에서 서식한다.
나는 네가 내 말을 이해했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네가 우연의 허락을 얻어, 터무니없지만 때로는 이치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 어떤 기적에 의해, 네 적의 세심한 감시가 제 승리의 감동스러운 기념물로 간직해온 그 귀중한 두피를 되찾는다면, 부분적이거나 전체적인 체온 저하에 대한 너의 정당한, 그러나 약간 과장된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만큼 당연히 너의 소유일 뿐만 아니라 네 머리에 줄곧 얹어두는 것이 너에게 허락될 (네가 그걸 부정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터) 쓰레기에 의해서, 기초적인 예의의 단순한 규칙들을 어긴다는 항상 불쾌한 위험을 무릎쓰지 않고도, 네 뇌수의 다양한 부분을, 특히 겨울철에, 대기와의 접촉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하고 유일하기도 한 기회를. 비록 갑작스럽긴 하지만 운좋게 나타날 기회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 확률법칙을 수학적 관점에서만 검토했어도(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이 법칙은 유추에 의해 지성의 다른 분야에도 쉽사리 옮겨 적용할 수 있다). 거의 절대적으로 가능하다는 점도 아울러 이해했기를 희망한다. 네가 내 말을 주의깊게 들었다는 게 진실이 아니냐? 네가 내 말을 더욱 깊이 새겨듣더라도, 네 슬픔이 그 붉은 콧구멍 내부에서 떨어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주 불편부당하고, 응당 너를 증오해야 하는 만큼 증오하지도 않는 만큼(내 말이 틀렸으면 그렇다고 말을 해라). 내 뜻이야 어떻든, 우월한 힘에 밀린 것처럼, 너는 내 연설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너만큼 사악하지 않다. 왜 너의 재능이 내 재능 앞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겠느냐----- 사실, 나는 너만큼 사악하지 않다! 네가 방금 이 산허리에 세워진 도시에 시선을 한 번 던졌다. 그런데 지금 내가 무얼 보고 있는가? ---- 주민들은 모두 죽어버렸구나! 나는 다른 사람만큼 자존심을 지녔으며, 아마도 더 지닌다는 것은 그만큼 더 악덕이다. 좋다, 들어보라 ---- 들어보라,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흐르는 해저 조류 속에서 상어의 모습으로 반세기를 살아왔던 기억을 떠올리는 한 사내의 고백이 너에게 아주 생생하게 흥미로워 주의를 기울릴 만하다면 말이다. 쓰라린 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가 너에게 불러일으키는 혐오감을 내비치려는 그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저지르지 말고 들어보라, 내가 네 발끝에 미덕의 가면을 벗어던져, 있는 그대로의 나를 네 눈에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니, 나는 그런 가면을 한 번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그렇긴 하지만 , 이 말로 변명이 된다면). 처음 만난 순간부터, 네가 내 용모를 찬찬히 살펴본다면, 너는 내가 패덕이라는 점에서 너의 무시무시한 적수가 아니라, 너를 존경하는 제자인 것을 알아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와 악덕의 종려수관을 다투지 않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이 그러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그 사람은 먼저 나와 겨루어야 할 터인데, 그게 쉽지 않고---- 들어보라, 네가 안개의 허약한 응결이 아니라면(너는 어딘가에 네 몸을 감추니, 나는 그 몸을 만날 수 없다). 어느 날 아침, 장미색 연꽃을 꺾으려고 호수에 몸을 기울인 어린 소녀를 보았는데, 그애가 조숙한 경험으로 말을 확고하게 딛고 물에 몸을 숙였을 때, 그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정말이지 내 편에서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에, 그애는 바위 근처에서 조수가 일으키는 소용돌이처럼 비틀거렸고, 그애의 다리가 휘청거렸으니, 보기에 경이로운 사건이자 내가 너와 이야기하는 것만큼의 진실성으로 이룩된 현상으로, 그애는 호수의 바닥에까지 떨어졌다. 기묘한 결말로 그애는 더이상 어떤 수련도 꺾지 않았다. 그애는 물 밑에서 무엇을 할까?---- 나는 알아보지 않았다. 해빙의 기치 아래 정렬되는 그애의 의지는 부패와 악착스러운 싸움을 벌이리라! 그러나 너, 내 스승, 네 시선을 맞고, 이 도시 저 도시의 주민들이, 코끼리의 발꿈치에 부서지는 개미 둥지처럼, 일시에 파멸한다. 나는 그 증명의 한 예를 방금 목격하지 않았던가? 보라---- 산은 더이상 즐거워하지 않는다---- 산은 늙은이처럼 고립되었다. 집들은 존재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더는 존재하지 않는자들에 대해서는 네가 똑같이 말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낮은 목소리로 단언하더라도, 이것은 역설이 아니다. 벌써, 시체들이 발산하는 냄새가 나에게까지 왔다. 너는 맡지 못하느냐? 저 맹금들을 보라. 거창한 식사를 시작하려고 우리가 멀리 떠나기를 기다린다. 그 끊임없는 구름떼가 지평선 네 구석에서 몰려온다. 아아! 놈들은 벌써 와 있다. 그 맹렬한 날개가, 범죄를 서두르라고 너를 재촉하기라도 하듯이, 네 위에 나선형 건축물을 그리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너의 후각은 가장 미미한 악취도 맡지 못하는가? 사기꾼이란 게 별다른 것이 아니다--- 너의 후각신경이 마침내 방향 입자를 지각하고 혼들린다. 방향입자들은 빈 도시에서 올라온다. 너에게 알려줄 필요도 없다만 ---- 너의 다리를 안고 싶지만, 내 팔은 투명한 안개만 그러잡는다. 찾을 수 없는, 그러나 내 눈이 얼핏 보았던, 그 육체를 찾자. 나로서는 그것에 진지한 감탄의 표지를 가장 많이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유령은 나를 조롱한다. 놈은 저 자신의 육체를 찾도록 나를 돕는다. 내가 놈에게 제자리에 있으라고 신호를 하면 놈도 내게 똑같은 신호를 보내고 ----- 비밀이 밝혀졌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건대, 내가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큰 세목과 가장 작은 세목이, 이런 세목들은, 예를 들어 금방 여인에게서 갈취한 두 눈처럼, 다시 마음 속에 떠올릴 가치가 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나 다름없고!---- 그러니까 나도 내 머리가죽이 벗겨졌음을 떠올리지 않았던가? 그가 나 같은 존재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우정을 나에게 당당하게 거부했기 때문에, 인간 존재가 느끼는 고통의 모습을 목격하려고, 내가 그를 감옥에 가두었던 것이 고작 오 년간이지만(하마터면 정확한 연수를 잊을 뻔했다). 내 시선이 허공에 도는 행성들에게까지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모르는 체했기에, 내가 기억능력을 지니지 못했다고 그가 주장하더라도, 틀린 것은 아니리라. 네가 해야 할 남은 일은 돌맹이의 도움을 얻어, 이 거울을 산산조각으로 깨뜨리는 것 ---- 일시적 기억상실의 악몽이 내 상상력 속에 거처를 마련하는 일은 처음이 아니어서, 그때마다 확고한 광학법칙에 의해, 나 자신의 상을 잘못 보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