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늦은 새벽.....늦게까지 컴퓨터를 하고 있던 도율은 마지막으로 메일을 확인하려 로그인을 한다.
스팸편지함을 비우고 받은 편지함을 클릭하던 도율의 표정이 순식간에 의문투성이가 된다.
자신의 메일주소로 부터 온 메일..
'딸칵..'
마우스로 클릭해 내용을 보던 도율은 피식..하고 허무한 웃음을 짓더니 컴퓨터 전원을 끈다.
#
"..허우..숨차.."
야구부 연습이 끝나고 인보는 평소때처럼 사물함을 연다.
자신의 교복과 함께 있는 의문의 쪽지..이 사물함의 열쇠를 가진 사람은 자신밖에 없는데..
불안한 표정으로 쪽지를 본 인보 역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그 쪽지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
'탕!!!!!!!! 탕!!!!!!!!! 탕!!!!!!!!!!'
세 발의 총성이 연이어 터지고 만족한 웃음을 지은 가혜는 연습장을 나간다.
"..지갑이 어딨더라.."
지갑을 찾으려 가방을 뒤지던 가혜는 붉은계열의 편지를 발견하고는 역시 그 내용을 확인한다.
편지를 다 읽은 가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왠지모를 찝찝함에 그 편지를 찢어 휴지통에 버린다.
#
검도 연습을 시작하러 도장에 도착한 대일은 자신의 도복에 뭔가 묶여져 있음을 발견한다.
"씨발..누구야? 내 도복에 손댄게"
대일은 미간을 찡그리며 그 정체불명의 구겨진 종이를 펴본다.
흥미롭게 읽어가던 대일은 약간의 비웃음을 흘리면서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편지를 계속 읽는다.
그러다 마지막엔 정색을 하고는 그 편지를 탈의실안에 아무렇게나 던지고 도복을 갈아입는다.
#
"이시온!! 누가 실험실에서 자래!!"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연신 하품을 해대며 죄송하다는 인사를 꾸벅꾸벅 해대는 시온..
그녀 역시 샬레 위에 놓여진 흰종이를 발견하게 된다.
"이게..뭐지?"
뚫어져라 쳐다보던 시온은 그냥 버리려다 종이에서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남을 느낀다.
뭔가 생각난듯 알콜램프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살짝 종이를 여러번 스치니 편지의 내용이 나온다.
시온 역시 이 이상한 내용의 편지때문에 시간을 뺏긴것에 대해 억울한지 그냥 무시해버리고 만다.
[그렇게...다섯의 운명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1]
"야!!!!! 불났어!!!!!! 신관 공사하는 데서 불났데!!!!!!"
"뭐? 진짜야?"
학생들은 우루루 창가로 모여 신관에 난 불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다행히 신관과 학생들이 지내는 구관의 거리가 꽤 돼서 한 명의 희생자도 나지 않았다.
"시온아...시온아? 너 왜그래.."
신관에서 난 불에 초점을 맞춘채 유난히 시선을 떼지 못하는 시온..
"나...나...화장실좀 갖다올께.."
'터벅 터벅..'
믿겨지지 않는 표정으로 화장실을 가는 시온이 자신과 동일한 발소리가 들리는 느낌에
고개를 들어보니 같은 표정의 가혜가 화장실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불은...왜 난건데?"
"누가 뒤에서 담배피다 그랬나봐..근데 정작 그 새끼는 안 다쳐서 죽은 사람은 없덴다"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불이 난 신관을 바라보는 또 다른 한 사람...강도율...
그리고 도율과 같은반인 , 야구부라서 수업을 잘 받진 않지만 오늘따라 수업에 나와
그 광경을 역시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인보..
"허...개 짜증나네.."
옥상에서서 팔짱을 끼고 역시 신관 건물을 바라보는 대일..
냉담했던 그의 눈빛 마저도 초점을 쉽게 맞추지 못하고 흔들린다..
그리고 그 날 오후 6시 옥상으로 올라가기 전 가장 마지막 계단에서 하나 둘 인기척이 난다.
"..도율아.."
"김인보..?"
둘은 어색한 웃음을 짓다가 동시에 계단에 걸터앉았다.
곧 이어 가혜와 시온이 같이 계단으로 올라온다.
"..혹시.."
서로를 발견한 네 명은 어색하게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렇게 30초쯤 지났을까..계단을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대일이 나타난다.
"하나..둘..셋..넷..다섯..딱 모인거네?"
약간의 흥미로운 표정을 짓던 도율이 모두를 컴퓨터실로 데리고 간다.
컴퓨터 전원을 키고 도율이 받은 메일을 연다.
모두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딸칵..'
제목 : game
보낸날짜 : 2004년 10월 5일 화요일, 낮 2시 24분 08초 +0900 (KST)
보낸이 : 死念 <00000000@XXXmail.net>
받는이 : <00000000@XXXmail.net>
당신이 이 글을 보는 순간 게임은 시작됐다.
만약, 당신이 게임을 시작하지 않으려 한다면 주변의 사람의 신변보장은 할 수 없다.
당신을 제외한 네 명의 지원군을 주겠다.
허나, 혼자 푸는 문제가 아닌만큼 신중을 기해서 풀도록해라.
게임의 문항 수는 알 수 없다.
아니, 당신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그게 몇 문제가 될 지는 알 수도 있다.
첫번째 문제는 다섯명이 모두 모이게 되면 조만간 보내도록 하겠다.
다섯명이 모두 모이는 시기는 이 편지를 받은 다음날 오후 6시,
장소는 그 시각에 당신이 있는 건물에서 가장 높은 , 하늘과 통하는 통로에서 보도록한다.
만약 이 글을 장난으로 생각해서 무시한다면 그 다음날 일은 벌어진다.
경고수준으로 희생자는 0명으로 놓기로 하겠다.
허나 그 일을 지켜보는 사람은 2000여명이 될 것 이며 그 일은 아주 미미한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며 혼자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 될 것이다.
이 일을 보고 그 날 6시에 같은 장소에서도 다섯명이 모이지 않는다면,
추후의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역시 장담할 수 없다.
희생자가 당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 글을 본 순간, 이미 게임은 피할 수 없다.
절대 게임을 피할 생각을 하지 말길..
그저께 발견한 글의 내용을 다시 확인한 다섯에 입에서는 한숨이 나온다.
정체불명의 어디서부터 온 지도 알 수 없는 편지...얼토당토 않는 명령조의 게임을 시작하라는 말..
"사실..내가 어제 이걸 계속 추적해 봤는데 계속 우리집 IP주소만 뜨더라"
답답한 표정으로 도율이 말한다.
"왜..하필이면 우리 다섯일까?"
고개를 숙인채로 가혜가 말했다.
"씨발..이런걸 믿냐?"
컴퓨터실 문을 탁 차고 약간은 당황한 표정의 대일이 나가버린다.
인보가 그를 쫓아가고 1층 현관까지 달려나온 대일을 겨우 잡는다.
"일단 무슨 얘기인지는 듣고가야 될꺼아냐"
"넌 이런걸 믿냐? 우연의 일치라고!! 씨발..혹시 몰라? 그 불 낸놈이 장난친건지"
"그래도 일단 들어와봐.."
"싫어. 네 명이서 문젠지 뭔지 잘 풀어봐"
차가운 표정으로 대일이 현관으로 막 발을 디디려는 순간..
인보가 그를 마지막으로 잡을 생각으로 그의 팔을 끌어당긴다.
대일이 화가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뭐라 하려는 순간..
'쾅!!!!!!!!!!!!'
대일과 인보는 사색이 되어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다.
꽤 묵직한 화분이 1초전만해도 대일이 서 있던 곳에 정확히 떨어져있다.
"한대일..나도 믿기 싫어..하지만 지금 3,4,5층 문은 잠궈져있고 2층은 아까 본 세명밖에 없어.."
작게 욕지거리를 지꺼리던 대일은 결국 인보와 함께 다시 2층 컴퓨터실로 돌아간다.
"왔네.."
도율을 제외한 네 명은 컴퓨터를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았고,
도율은 선 채로 그 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너도 앉어..왜 서있어?"
"나? 내가 리더할려고"
"리더?"
"그래 리더..책임자가 없는 모임은 없잖아 여기서는 내가 책임자 할께"
"누가 시켜준데?"
"그래? 그럼 나 말고 하고싶은사람?"
네 명은 서로 눈치만보다 결국 손을 들지 않았고, 도율은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곧 도율은 표정을 다듬고 말을 이어간다.
"우선..이 미스테리틱하고 말도 안되는 게임..우리 다섯은 몇 문제일지도 모르는 문제들을
풀어야 되고..전혀 정체파악이 안되는 출제자는 그걸 풀지 못할경우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희생을 미끼로 잡고 있는거야"
"어이 리더..그건 우리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야"
"기다려봐 기다려봐..아무튼 그래서 이 게임이 어디서부터 시작된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우리 다섯이 힘을 합쳐서 문제를 잘 풀어내야 된다는 거지..아..그리고 추가요구가 있어
우리 다섯을 제외한 사람들이 이 일을 알아도 역시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거지"
"조건 한 번 더럽게 까다롭네.."
"아무튼간..이 순간에도 그 놈..아니지 아니지..여자인지 남자인지 사람인지 사람들인지
파악 안 되는 그 집단..? 아무튼 그들은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지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면서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는거...
난 이게 문제를 푸는것보다 더 중요한거 같은데.."
"우와..머리 한 번 더럽게 좋다.."
자꾸 욕을 섞어 말 하는 대일에게 인보는 눈치를 준다.
가혜나 시온의 표정은 진지했고 도율은 상관하지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간에 하필이면 우리 다섯이 아니라 난 우리 다섯이 선택된 이유가 있다고봐.."
"내가 보기엔.."
다섯이 모인 이후로 한 번도 말을 꺼내지 않았던 시온이 입을 열자, 이목이 집중된다.
"난 사실 니들 네 명 다 알아..알고 있었어..그래서 이렇게 왜 모였는지 알 것도 같은데.."
"말해봐 시온아"
"우선 강도율..너는 역시 머리가 좋아서 그런 거 같애..특히 컴퓨터 쪽에서..
그리고 김인보 너는 야구부잖아..뭔가 정확하게 맞추는 그런거랑 관련있을거 같구..
가혜는 공기소총을 배우니까 그거랑 관련된거..그리고 한대일 너는 검도랑 관련있을거 같애.."
"아..그럼 시온이 너는 그건거같다..너 맨날 과학실에서 살잖아..
약도 막 연구해보고..그거랑 관련 있는거 같은데..?"
다섯명이 동시에 이해가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서로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게 일단 연락처 주고받고..나한테 연락올때까지
평소처럼 생활하는거야..알았지?"
한명 두명씩 컴퓨터실을 나갔고 도율은 컴퓨터실 뒷 정리를 하고 나갔다.
그것이...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2]
[문제도착, 끝나고 2층컴퓨터실로..-도율]
드디어...게임은 시작됐다.
제목 : game
보낸날짜 : 2004년 10월 6일 수요일, 낮 12시 28분 36초 +0900 (KST)
보낸이 : 死念 <00000000@XXXmail.net>
받는이 : <00000000@XXXmail.net>
1. 알렉산드리아(파로스) 등대 , 성 소피아 사원 , 스톤 헨지
-문제 1 : 이 구조물들의 건축의 원리를 설명하시오.
2.
13인의 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적당하오)
제 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 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문제 2 : 위의 시를 해석하시오
3. 위 두 문제에 대한 공통힌트
: lpsrvvleoh
주어진 시간은 정확히 6시간, 그 안에 지금 있는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우체통에
검정색펜으로 답을 적은 쪽지를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흰봉투에 넣어 그 안에 넣도록 하라
도율이 스크롤바를 내려 모두와 함께 문제를 확인했다.
"야 리더..이건 니가푸는게 낳겠다. 우리가 봐서 뭘 알겠냐?"
"그러다가 답 틀리면 어떻해..일단 보기라도 다들 적어가봐.."
역시 장난스러운 게임이 아니었다.
도율 자신도 자신의 머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건 불가능했다.
심지어 주변인을 희생하는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기대를 거는 네 명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수는 없었다.
"솔직히 미친짓이야..이걸 여섯시간 내에 풀어낸다는건.."
"이러지말고...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보자 검색도 해보구"
다섯명은 컴퓨터에 단어, 혹은 문장을 쳐 가기 시작했다.
"근데..이 시가 뭔지는 알 수 있어"
도율이 말했다.
"이거..이상의 오감도잖아.."
"그게 뭔데?"
나머지 네 명이 설명해 달라는듯 눈빛을 보냈다.
"이거..이상의 오감도라고 1930년대에 조선중앙일보에서 연재를 시작했다가
목표횟수의 반정도밖에 채우지못하고 중단된 작품이야"
"보기에도 좀 난해해 보인다.."
"근데 이 시가 발표된지 몇십년이 넘도록 해석에 대한 여러 추측만 나와있고
작가가 시를 쓸때 마음..이정도만 알려졌을뿐이지 국내의 학자중에서
이 시를 완벽하게 해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뭐야...근데 이걸 해석하라구?"
"내 말이 그 말이야..처음부터 불가능한걸 내 준거라구.."
그렇게 검색을 시작한지 약 30분쯤 지났을까...대일이 뭔가 발견한듯 말을 꺼냈다.
"뭐야 이거...알렉산드리아등대...성 소피아 사원...스톤 헨지..세계 7대 불가사의 라는데?"
"세계 7대 불가사의면...뭐 피사의 사탑이나 피라미드나 만리장성 같은거?"
"맞아..하나 더 하자면 콜로세움까지...근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건 가혜가 말한
3가지하고 내가 알고있는 콜로세움..이거밖에는 없어..시간 좀 벌려고 일부러
잘 못들어본걸 써놓은거야.."
"근데 세계 7대 불가사의면 세계 학자들이 점부 다 덤벼도 도저히 못 알아낸거 아니야?"
"진짜네..이 자식 이거 완전 미친거 아니야? 우리보다 몇 배는 더 똑똑한 놈들도
못 푼 문제를 겨우 고등학생이 풀라고 낸거야 지금?"
"그리고 힌트라는 이 단어...lpsrvvleoh 이건 사전에는 전혀 없는 단어야.."
"어떻하라는 거야 도대체...일단 문제에 대한 추측들이라도 좀 모아보자.."
다섯은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고 도중에 학교문이 닫혀 근처 PC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채 2시간도 안 남았을때 시온이 PC방 복도로 네 명을 불러냈다.
"이 영어단어..lpsrvvleoh 암호같다고 생각안돼?"
"암호..?"
"그래...이게 생활영어 이런데서 쓰일리는 없구...암호같은 느낌 안나?"
"암호라 그래도..우리가 풀 수 있어야지.."
"이건 아주 단순히 내 추측인데...시저의 암호를 사용한게 아닐까?"
"야...머리 좋은것들 둘이 해봐...난 뭔지도 못 알아들을 소리 듣고 있으니까
머리아파 미치겠다.."
"잠깐만 한대일...이건 암살당한 고대 로마 제국의 시저황제가 사용한 암혼데..
왜 의견이 엇갈리긴 하지만 '브루투스 너마저' 그 말 남기고 죽은사람.."
"알 것 같기도 하다.."
시온의 설명에 도율은 알만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가혜와 대일과 인보는
도저히 무슨말을 하는지 모른다는 표정으로 다시 시온을 쳐다봤다.
"이건 기초적이면서 유명하고도 오래된 암호야..
봐...예를 들어서 kill이라는 단어가 있으면 이걸 세칸씩 뒤로 당겨서 암호를 만드는거야.."
시온은 A4용지에 알파벳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ABCDEFGHIJKLMNOPQRSTUVWXYZ...그러니까 시저의 방법대로 암호를 만들려면
k에서 뒤로 세 칸 땡겨서 N..i에서 세칸 땡겨서 L..l에서 땡겨서 O..결과적으로는
NLOO가 되는거야.."
"그럼 이 방법으로 저 요상스러운거 한 번 풀어보면 되겠네"
"그래서 방금 풀어봤는데 impossible이 나와.."
"임파서블? 미션 임파서블? 불가능하다는 뜻 아니야?"
"맞아...불가능..누구는 말로 장난친다고 I'm possible 이러기도 하지만.."
"뭐야...확실하지는 않지만 힌트가 불가능이구..1,2번 문제도 현재 상태로는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결국 불가능이라는거 아니야?"
"맞아...문제는 처음부터 풀 수 없는 거였어.."
"그럼 뭐야...우리한테 기회도 안 주고 다 죽이겠다는 소리야?"
"야...나 집에 전화하고 올래..."
"아니야...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구...일단 이 단어를 적어서 놈들이 시키는대로
우체통에 넣어놓고 어떻게 가져가나 보면 되지.."
"그럼 우체부 아저씨가 그놈들이야?"
"아저씨가 나타나면 잡아서 물어봐야지 뭐.."
"일단 여기서 나가자.."
PC방에서 나가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우체통을 찾았을때는 시간은 30분 조금넘게 남아있었다.
우체통에 맞은편 통유리로 된 카페에 다섯명은 들어가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야...여섯시 30분 다되가...우체부 아저씨도 이렇게 일찍은 안와.."
"뭔가 이상해...잠깐만 여기있어.."
도율은 카페를 나갔고 결국 약속한 여섯시간을 꽤 넘기고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까 그 PC방으로 와..메일왔어.. -도율]
[3]
제목 : game
보낸날짜 : 2004년 11월 31일 수요일, 밤 6시 28분 36초 +0900 (KST)
보낸이 : 死念 <00000000@XXXmail.net>
받는이 : <00000000@XXXmail.net>
문제는 풀지 못했겠지?
풀지 못한 대가로 처음 약속한 것을 행해야 하지만 타협을 하도록 하지.
임무를 완수하면 너희들에게 이 게임을 끝낼 기회를 주겠다.
하지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경우에는 같은 결과가 벌어질것이다.
내가 적어놓은 주소로 가면 하숙생을 2명 구하는 집이 있다.
그 곳에 너희와 비슷한 나이의 한 남자아이가 있는데 그 남자아이가
지니고 있는 푸른빛깔의 돌로된 반지를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수단과 방법은 상관없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갈 두 명은 알아서 정하도록 하라
일주일 뒤에 다시 메일을 보내겠다.
"씨발...우리가 반지원정대냐?"
대일은 계속 뭐라뭐라 불만을 표시했고 네 명의 표정도 경직되어 있었다.
"..누가 들어갈꺼야? 두 명.."
"아무래도 머리좋은 것들 둘이 들어가는게 낳겠다.."
인보의 말에 가혜와 대일도 동의를 했고 마침 기숙사 생활을 하는 시온과 도율로 결정됐다.
"아..그리고 우리셋은 운동 전공이기 때문에 그 일때문에 신경 쓰다보면
연습 못해서 성적 부진이 될 수도 있거든.."
시온은 쉽게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도율은 뭔가 의문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이상해...나랑 시온이를 제외하고 모두 운동을 전공한다는거...
그리고 우리 둘만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는거..이것도 계획적인 건가..?
"강도율!! 빨리 안오고 뭐해?"
"어? 어..알았어.."
도율은 다시 그들에게로 뛰어갔다.
#
[또 다른 게임의 시작..PART2 is LOVE game..]
"저기요...낮에 전화드린..."
"아..들어와요"
그로부터 몇 일 후...도율과 시온은 기숙사의 짐을 정리해서 그 집으로 들어갔다.
"시온아..너 먼저 짐 정리하고 있어..나 PC방 한 번만 더 갖다올께"
"어..알았어"
도율이 나간후 짐정리를 마친 시온은 집안을 둘러보다 대문을 열고 정원으로 향했다.
"우와...집 되게 좋다..."
정원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누구세요?"
시온이 뒤를 돌아봤고 자기 나이 또래의 남자애가 보였다.
아마 메일에서 설명된 그 남자인것 같았다.
"아...저는..."
"정인아!!!!!!!!!!!"
시온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갑자기 그 남자는 숨막힐듯 시온을 꽉 끌어안았고
계속 정인이라는 이름만 불러댔다.
"왜 이제왔어...왜..."
"아니..저...저는..."
"잘 지낸거지 정인아? 어..?"
뭐라고 할 말이 없어 시온은 그 남자를 계속 뿌리치고 있는데 아까 봤던 노인이 나왔다.
"도련님..왜 이러십니까 도련님.."
그 노인이 안간힘을 써서 시온과 그 남자는 겨우 떨어지게 되었다.
"할아버지..정인이가 돌아왔어.."
"도련님..많이 닮긴했지만 이분은 정인 아가씨가 아닙니다..이 분은 오늘 하숙 들어오신.."
"아니야..정인아..너 맞지?"
노인이 계속 말렸지만 그 남자는 시온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고는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러다 본인 스스로도 아니라는걸 알았는지 서서히 손에서 힘을 풀어갔다.
"정인아...정인아..."
"저...초면에 실례를 범했습니다..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아..아니요...괜찮습니다.."
"도련님...들어가시죠..."
그 남자와 노인은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시온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남자아이...남자아이가 가진 푸른 빛깔의 돌반지...아마 저 사람을 말하는거겠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아이가 보고싶어하는 사람과 시온은 닮아있다..
과연 이 사실이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지..아니면 불리해질지..
"그래..이상해..오늘따라 다들 연습에 집중이 안되나봐.."
"그래? 알았어..일단 뭐 변동사항 있음 바로 연락할께.."
"..어..끊어.."
도율은 가혜와 통화를 하며 오는 길이었다.
다들 이 쪽의 일이 신경쓰여서인지 오늘따라 부쩍 연습이 되질 않았다고 한다.
신경탓인가..? 도율 자신도 이 게임에 대해 뭔가 끊임없이 의문이 들고 있었다.
'뭐지..? 뭐가 이렇게 걸리는거지..?'
게임을 풀어나가면서 게임의 출제자를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떠올리며
도율은 더더욱 혼돈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4]
이른아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옷을 챙겨입고 나갈 준비를했다.
이번엔 소리내지 말아야지...조심스럽게 거의 2층 계단을 다 빠져나간 상태였다.
쾅!!!!!!!!!!!
그럼 그렇지...또 실험도구가 엎질러졌다.
왜 맨날 아침마다 이러지..? 고질병인가..
"시온아...또 실험실가?"
도율이는 눈도 채 뜨지 못한채 방문으로 고개만 내밀고는 말했다.
"어..매일매일 해야지.."
그냥 도율이한테 씩 웃어주고는 서둘러서 집을 나와버렸다.
평소에도 실험실에 많이 갔지만 요즘은 더더욱 실험실에 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불편하다...그가...김태원이..
"학교...안 가요?"
계단위에 쪼그려 앉아있는건 김태원..어린나이지만 이집의 주인이었다.
어제 황당했던 첫만남덕분에 조심스레 말을 걸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듯이 대답했다.
"나 몸이 안 좋아서...자퇴했어.."
몸이 안 좋다는 말과는 달리 전혀 이상없이 튼튼해 보이기만 했다.
그냥 그러려니 그의 말을 흘려듣고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뭔가가 나를 붙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그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앉은채로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놀아줘..나 심심하다.."
"학교...가야 되는데요.."
"싫어...가지말고 나랑 놀아..이거 안 놔줄꺼야.."
그러더니 두손으로 있는 힘껏 내 손목을 죄여왔다.
"아!!...아파요...이것좀 놓고 얘기해요.."
내가 정말 아프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손목을 풀어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서니 내 키를 훨씬 윗돌았다.
이렇게 다 큰 남자가 놀아달라니..아무리 철이없어도 말이지...
"그럼...나 학교 갖다올동안..."
얼마 전 우연히 학교 앞 문방구를 지나다가 초등학교때 했던 스킬 자수를 발견했다.
오랜만에 너무 반가운 기분에 사뒀다가 아직 손도 못 대본 것이었는데,
그 남자를 보자 왜 그게 생각났는지는 모르겠다..
"오케이...이렇게 하면 되는거지?"
그는 금새 내가하는대로 따라하고는 혼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떡여주고 빨리오라는 도율이 말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기분탓인가..괜히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 같은느낌..
"근데...도대체 푸른색 돌반지가 왜 필요하다는 거야?"
"내 말이 그말이다...어제 들어갔으니까 찾진 못했을꺼구..그 남자랑 좀 친해져봐.."
옥상에서 다섯명이 모였다.
나와 도율이를 제외한 세 명은 이 상황이 답답한 듯 보였다.
"차라리 다섯명이서 같이 문제 푸는게 낳지...니네 둘한테만 맡겨두니까
마음이 편한게 아니라 오히려 신경쓰여 죽겠다.."
그 때 느껴지는 진동에 나는 핸드폰을 봤고 포토메일이 와 있었다.
열어본 포토메일에는 처음 보는 낯선 번호가 찍혀있었다.
제목: 나 잘했지?
둘리 형태 하고 꼬리 만들었어
처음인데 나 잘하지?
아마도 그..인 것 같았다...어떻게 핸드폰 번호를 알았지..?
내가 그에게 다시 답을 보내려고 하는데 수업종이 쳐서 바로 교실로 들어갔다.
"왔어? 봐봐...나 많이했지?"
내가 방에 들어가니 그는 내 침대에서 쪼그려앉아 계속 스킬자수를 하는 중이었다.
둘리 눈코입하며 거의 꽉 채워진걸로 봐서 하루종일 이것만 한 듯 싶었다.
그는 갑자기 하던 것을 멈추더니 실이며 바늘이며 몽땅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왜 정리해요? 나 신경쓰지 말고 계속해요.."
"이건 너 없을때 하는거구..지금은 놀아줄사람 왔잖아"
그는 무표정하게 내 옆으로 와서는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저기요...잠깐만요...교복은 좀 갈아입고...저...저기요?"
막무가내로 나를 끌고가서 도착한곳은 1층..그의 방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화사한 분위기...혼자 있어도 전혀 쓸쓸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는 나를 침대에 앉혔고 옆에 자기도 걸터앉았다.
"너..내 동생 닮았다.."
그러고는 어제처럼 다시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정인이...우리 정인이.."
어느새 그의 얼굴이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고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뭐...하고 놀고 싶은데요?"
"고개 돌리지 말구..."
그리고서는 어제처럼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꼼짝 못하게 잡는 것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듯 하더니 다시 장난끼있는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어제 같이 온 똑똑하게 생긴애도 부를래?"
그 날 이후로 나는 그와 부쩍 친해지게 됐다.
집에오면 실험결과 정리할 새도 없이 그와 놀았고, 처음에는 단순히 반지를 찾을 마음으로
그와 친해지려 했던 것이 이제는 정말 정이 들어 버렸다...
"시온아.."
"..어..?"
"너 정들었지..그 형이랑.."
"................"
"이렇게 잔인한말 해서 미안한데...우리한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맞아, 우린 이 집에 들어온 목표가 있었지..
"......................"
"니가 못하겠으면...나라도 할께...그러니까.."
"아니야...내가할께..."
"정말..괜찮겠어..?"
"괜찮아...내가 할께.."
도율이는 어깨를 툭 쳐주더니 내 방문을 나섰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이 집에 들어온이유..
하지만.. 그는 어떨지 모르지만 어느새 그를 좋아하게됐다..
내가 과연...이 게임을 끝낼수 있을까..?
[5]
"잠깐만 잠깐만..눈 뜨지 말아봐.."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길..오자마자 그가 내 눈을 가리고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다.
"자...다 왔어..이제 눈 떠도돼"
눈을 뜨자마자 보인건...도대체 몇시간 동안 했을까..도미노였다.
몇일전에 같이 쇼핑하러 나갔다가 갑자기 사고싶다 해서 이상하게 여겼었는데..
"너무 놀라지말고..."
그는 맨 앞의 도미노를 툭 건들였고 나는 도미노가 쓰러지는걸 바라보며 나도모르게
한쪽 손으로 입을 막은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어느새 그는 도미노가 아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감동먹였나..?"
나는 그를 향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선물이야..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뇌물이야..너 좋아서 주는 뇌물"
그는 나를 내려다 보면서 살짝 미소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여전히 그 표정 그대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당신한테 뭐라고 대답해야 되죠...?
"왜 말을 안해...부담스러워?"
"아니에요...그런 거..."
내가 그와 친해진 목적은 단지 게임을 풀기 위해서였는데...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근데 왜그래..나 이거 되게 힘들게 준비한건데.."
정말 그는 풀이 죽은 모양이었다.
나는 일단 모든 생각을 접고 그를 향해서 환하게 웃었다.
"너무 감동받아서..할 말이 생각 안난거에요.."
그제서야 그도 다시 미소를 띈 얼굴이 됐다.
난 여기를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다..심장이 터질꺼 같으니까..
죄책감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아무감정없이 그를 대한건 아니지만 오해로 상처받을 그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난 원래 사람 오래두고 좋아하는 편인데..지금은 아닌거 같애"
그는 쑥쓰러운지 발끝을 바라보다 나를 살짝 쳐다보다 얘기를 꺼냈다.
"왜..쉽게 좋아하면 쉽게 실증난다고들 하잖아..근데..그런 생각이 딱 들더라..
너라면 점점 오랫동안..좋아지지 않을까.."
그는 직선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쑥쓰러운듯 돌려말하다가
다시 그 동그란 눈으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너는...이라고 묻고있는 것 같았다..
"나..미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갑자기 니가 왜 미워.."
웬 쌩뚱맞은 농담을 하냐는 듯이 그는 특유의 장난끼 있는 미소를 보였다.
더 이상 이대로 있으면 눈물이 떨어질 것도 같아서 그냥 그의 허리를 꽉 감싸 안아버렸다.
그는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손을 어디다 둬야될지 당황하다가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 힘든 일 있구나...요즘 조교 선생님이 혼내?
아님 내가 너무 놀아달라 그래서 더 이상 놀게 없어서 그래..?
그의 장난스런 말에도 탁 막힌듯한 기분은 가라앉을줄을 몰랐다.
너무 기쁜데..한편으로는 너무 슬프다..
"아니에요..그냥 오늘 우울한거 뿐이에요.."
그는 피식 웃더니 더 꽉 나를 끌어안았다.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2층계단에서 내려오고 있던
도율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 멀뚱멀뚱 도율이를 쳐다보다 어색하게 웃었고
도율이는 약간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결국...그렇게 됐구나...너랑 그 형...'
도율은 자신의 방 문을 닫은 뒤 힘 없이 침대에 걸터 앉았다.
"내가...더 먼저였는데...내가..더..."
시온에게 이 집에 들어온 목적을 다시 한 번 말해준건 목표물이 중요해서 라기 보다는
그와 더 이상 정이들지 않게..사랑에 빠지지않게 하려 했던 것이었다..
도율은 한숨을 쉬며 CD플레이어를 켰고 그가 즐겨 듣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는 클라이 막스를 달리고 있었다..
[늘 지키고 있어도 비켜갈 인연인건..]
도율의 한숨이 이내 씁쓸한 비소로 바뀐다...슬픈 미소..
"이제 겨우 한발짝 디뎠는데...왜 열발짝도 더가는거냐..넌..왜.."
너무 조심스러워서 한 걸음 디디기도 어려웠던 도율의 마음..
당장이라도 내려가 쭉 좋아했었다고..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쭉 너만 봐왔다고 소리라도 치고 싶다..
'잊으려고 노력해봐도...잊을 수 없다는걸 더 알아갈 뿐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노래 가사가 그의 마음에 끊임없이 치 닫는다..
[6]
"반지는...어떻게 됐어?"
"아직..이야.."
"이제 일주일 남았어..반정도..그 안에 꼭 찾아야돼.."
"......................"
"내가 할께...그냥 내가할래...아무래도 너 못할꺼 같애.."
도율이의 말에 확실히 대답하지 못하고 그냥 방으로 올라왔다.
그에게는 반지얘기는 커녕 다른것도 물어본적이 없는데...
마음이 가라앉았지만 어느새 발걸음은 그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똑똑..]
"자요?"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그는 옆으로 누운채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듯 했다.
문을 닫고 가만히 침대 바깥쪽에 걸터앉아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포개자 심장이 자기 혼자 막 뛰었다.
"남의 자는 모습 보는게 취민가.."
"..어엇.."
그는 포개져있던 내손을 잡아 나를 침대쪽으로 힘껏 끌어당겼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던 나는
그대로 그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 버렸다.
"딱 한시간만 자고..일어나서 놀자"
그는 실눈을 떠서 희미하게 웃어보이다가 다시 잠이 든 듯 했다.
그의 셔츠는 두번째 단추까지 풀려있었는데 그 덕분에 나는 뭔가를 발견했다.
은색줄에 달려있는 것...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가운데로 옮겼고..
그것이 푸른 빛깔을 띈 작은 돌반지라는걸 알게 되었다.
'...갈 때가 됐어...'
나는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조심스럽게 연결부분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목걸이를 풀러서 내 바지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내 허리에 둘러져있던 그의 손도 푸르고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본 뒤 방에서 나왔다.
"어...방금 우체통에 집어넣었어...그래...끊어..."
더 이상 그의 집으로 가지 않았다.
남은 짐은 도율이한테 부탁할 생각으로 그의 집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시온아.."
그 곳에는..그가 서 있었다.
"뭐...한거니?"
"........................."
"말해봐...속일생각 하지말고, 다 보고 따라온거니까.."
나는 굳어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더 이상 할 말도 없었고..입이 떼지질 않는다는게 이런느낌인가 싶었다.
"이시온!!!!!"
그의 표정은 화가난듯 보였고 소리가 조금 커지더니 나를 골목으로 끌고갔다.
잡힌 팔목이 너무 아팠지만 점점 목이 메여오고 눈물이 차 올랐다.
"말을해봐!! 울지말고!!!!"
"..경찰에 신고하려면 해요...돈....돈도 다 물어줄께요.."
"왜 그런거냐니깐!!!!!!!!"
"콩밥 먹어도.."
"너...정체가 뭐야? 내 집엔 왜 들어온거야? 왜 들어왔냐구!!!!!!!!!!!"
그의 눈빛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소리내어 우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주변인물은 그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말하면..희생자가 생긴다..
어디선가 나를 관찰하고 있을 빌어먹을 이 게임의 출제자....
"그게...어떤 반지인줄은 알고 훔친거니...?"
그는 이내 힘이 다 빠진듯 나를 바라보고는 뒤를 돌아 그의 집으로 걸어갔다.
핸드폰 액정을 보니 도율이한테 문자가 와 있었다.
[중도계약 파기라고 한 달 채워야된데..]
나는 택시를 탔고 다시 그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느꼈을 배신감이 고스란히 아픔으로 와닫고 있었다..
"한 달...조용히 채우고 나가...경찰엔 신고 안 했고 할아버지한테도 말씀 안 드렸어..
그러니깐...그 전처럼 살다가 가..."
"............................"
"참...니가 그렇게도 갖고 싶어하던 그 반지...진짜 아니야..애석하게도 진짜는 따로 있어"
그는 몸을 돌려 나와 어깨가 부딫히지 않게 나를 지나쳤다.
울먹거리며 돌아선 곳엔 도율이가 서 있었다.
도율이는 내 등을 탁탁 쳐 주고는 같이 2층으로 올라갔다.
"시온아...이런 얘기 해서 미안한데..고생..많았어"
나는 도율이를 향해 희미하게 웃어보일뿐..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조금만 참아..일주일 밖에 안 남았어.."
그 일주일이 나에게는 지옥같은 시간 이었다.
그는 나와 눈도 마주치려 들지 않았고 우리 둘은 그렇게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나는 그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실험실에만 매달렸다.
"신세...많이 지고 갑니다.."
도율이는 꾸벅 인사를 했고 그는 여전히 차갑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잠깐만...전화 좀 받고..."
도율이가 전화를 받으러 간 사이...일주일만에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직도..말 못하겠니?"
차마 그의 눈은 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갑자기 전화를 끝낸 도율이가 와서 말했다.
"그 반지 훔친거..시온이 뜻 아니에요.."
"도율아.."
내가 그를 바라보며 눈치를 줬지만 도율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 말..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잘 들어요..
우린 협박 받고 있어요..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그 사람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 주변의 누가 다칠지 몰라요..게임의 출제자는 주도면밀해서 충분히 해하고도 남을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당신 반지를 가져오라고 해서 우리 다섯명을 대신해서 시온이가 그 일을 한거구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건 이 게임은 우리 다섯명만 알아야 되기 때문이죠.."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도율이를 쳐다보다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왜 그걸 나한테 말해주는거지..?"
"내 추리가 맞았어요..확신이 생겼거든요.."
나와 그는 무슨 말을 하냐는듯이 도율이를 쳐다봤지만 도율이는 짐을 올린다고 뒤를 돌아섰다.
'잘 해결하고와..'
나한테 귓속말을 하고는 얼른 현관을 나서버렸다.
그도..나도...선뜻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미안해..오해해서...근데 그게 아주아주...중요한 반지라..."
"아니에요...내가 더 미안하죠.."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고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갈께요...가끔 연락해요.."
나는 아직도 울렁거리는 가슴을 안고 뒤를 돌았다.
두 발짝쯤 갔을까...그가 내 어깨를 돌려 나를 꽉 안았다.
"가지마.."
"................"
"도율이 얘기 듣기 전에도..니가 전혀 미워지지가 않더라..나 미친거 같다 아무래도.."
나는 그를 올려다봤고 그는 진심어린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일 같은거 전부 다 잊고...다시 시작하자.."
"........................."
"게임 같은거...나랑 같이 손잡고 하자...너랑 나랑 잘 하고 놀던거잖아.."
나는 울먹거리면서 다시 그의 품에 안겼고 또 다시 눈이 마주쳐버린 도율이를 향해서
눈물이 맺혔지만 기쁜 웃음을 보였다.
도율이는 실으려던 내 짐을 놓고는 황급히 대문을 닫고 빠져나갔다.
[7]
그렇게 그 전처럼 그와 지내던 몇일 후..도율이한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시온아 나.."
오랜만이여서 그러나..? 도율이 목소리가 조금 어색해 하는 듯 들린다.
"어..잘 지냈어? 별 일 없구?"
"사실..별 일 있어서 전화한거야.."
도율이의 심각한 목소리에 나도 덩달아 심각해지려는 찰나..
막 자다가 일어난 그가 반쯤 뜬 눈으로 웃으면서 내 옆에 앉았다.
"무슨..일인데? 많이 큰 일이야?"
"그게..출제자에 대한 실마리가 대강 잡혀가.."
"뭐? 진짜야?"
내가 워낙 큰 목소리로 말 한지라 내 무릎에 누우려던 그가
나를 놀랍게 쳐다보다 다시 내 무릎에 누웠다.
"아..정확히 말하면 출제 의도라고 해야되나.."
"뭔데? 빨리 말해봐.."
"단순히..내 추측이긴 한데..우리가 풀은 처음 게임 있잖아..impossible 이랑
태원이형 반지는 아무래도 원래 목적하고 관계가 없지 않나 싶어.."
"왜? 갑자기?"
"이 얘기부터 해 줄껄 그랬나보다..몇 일 뒤에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개최하는
청소년 올림픽 게임이 열려..그 종목에 야구랑 검도랑 공기소총도 포함 되어 있는데.."
내가 계속 통화만 하자 심심했는지 그가 내 허리를 막 간지르는 바람에 나는 겨우 웃음을 참고 있었다.
나는 제발 그만 하라고 한 손 으로 그를 제지해 봤지만 역시나 막무가내 였다.
"요즘들어..다들 성적부진을 겪고 있나봐..코치님들을 찾아가봐도 슬럼프가 오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고 했는데 말이지...그래서.."
"흡....끄으윽...."
"시온아..뭔 일 있어? 옆에 누구 있어?
나는 그를 향해 제발 그만하라는 표정을 지어보였고 그는 약간 삐졌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누웠다.
"아니야 아니야..기침 나올려 그래서..계속해.."
"그래서 내 생각은..우리를 혼란스럽게 할려고 진짜문제인척 연막작전을 친 다음에
원래 목표는 우리를 제외한 3명이 아니었을까..하는데.."
"연막..이라구? 근데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일까..?"
그는 다시 꿈틀꿈틀 대다 몸을 확 일으켜서 전화기에 얼굴을 바짝 댔다.
그리고는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지 내 어깨에 바짝 기대 전화기를 툭툭 쳐댔다.
그리고는 입 모양으로 '누구야?' '빨리 끊어' 이런 신호를 보냈다.
"아마..우리가 생각한것 보다 더 규모가 크지 않을까..싶은데.."
"그럼 우리..만나서 얘기할까? 다같이 안 만난지도 꽤 됐잖아.."
내 말에 그는 손가락으로 'X'자를 표시하면서 입으로 '만나지마'를 연발했다.
"내일 학교에서 만나서 애들 합숙소나 찾아가자"
"어..그래 그럼 내일봐.."
"누구야? 무슨일인데? 왜 만나?"
그는 얼굴에 꼭 질.투 라고 써논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하나씩 물어봐요..도율인데 게임 일 때문에 만나자구.."
"도율이? 집으로 오라 그러지.."
"안돼요..애들 만나러 가야 되는데 애들 대회가 코앞이라 시간 못빼요"
"뭐야..그럼 내일 집에 늦게 들어와?"
나는 말 없이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장난스런 한숨을 내쉬며 쇼파에 기댔다.
참 질투도 많고 애정표현도 많은 사람이다..보통 남자라면 자존심 때문에 잘 드러내지 못할껄
그는 서슴없이 잘 말하고는 한다. 꾹꾹 감추는 나와는 다르게 시원스레 모든걸 털어놓는 사람이다.
"형은...잘 있구?"
"어..잘 있지뭐.."
같은 학교라도 도율이는 컴퓨터실..나는 실험실에만 메달리던 차라 기숙사로 간 후로는
크게 마주칠일이 없어 도율이와는 오랜만에 보는 셈이었다.
그동안 또 공부에 시달렸는지 얼굴살이 쏙 빠져 있었다.
"근데 애들 성적 부진인건 어떻게 알았어?"
"사실...대일이랑 좀 자주 연락을 하는 편이라..가혜는 자존심 때문에 크게 그런말 안하는데
대일이는 자기 실력 다 맛갔다..뭐 드디어 슬럼프긴 한데 이상하다..이런 말 막 털어놓거든.."
"근데 좀 이상하긴 하다..어떻게 그렇게 한꺼번에 슬럼프가 오는거지?"
"이상한건 그거 말고 또 있는데..지금 그걸 밝히러 가는 길이야"
"........?..........."
도율이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합숙소 앞 카페로 들어갔고 인보,가혜,대일이가 와 있었다.
"다들 잘 지냈어?"
서로 안부인사를 몇 마디 주고받은뒤에 도율이가 본격적으로 말을 꺼냈다.
"저...그 반지 말이야..왜 나랑 시온이가 맡았던거.."
"맞아..그거 어떻게 됐어?"
"결국..실패했어..그래서 우리도 지금 2주째 그 쪽에서 아무연락이 없길래 초조한 중이구.."
실패..? 물론 가짜이긴 했지만 분명히 나는 우체통에 반지를 넣었고 도율이한테도 말 했는데..
나는 도율이 눈치를 살폈고 모르는 사이에 도율이는 살짝 눈짓을 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모른척을 해달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상황이 너무 난감해...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
"우리도 마찬가지야..이상하게 이 게임 시작한 이후로 점점 몸도 이상해지는거 같기도 하고.."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아이들하고 대화를 시작했고
도율이는 뭔가 확신을 가져가는 듯한 표정이었다..
[8]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아..맞다..나 좀 있으면 연습 시작하는데..이만 들어갈께"
"그래..다시 연락해줄께"
도율이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왜그래? 뭐 알꺼 같애?"
"이제..두시간쯤 후에 메일이 올꺼야.."
"뭔데 그래..궁금해 죽겠다."
"아직은 아니야..대회 끝나고 밝힐께"
도율이는 오랜만에 집에가보자며 같이 집으로 들어왔다.
"아니요..다 끝났어요..전혀 이상 없어요.."
현관문을 열었는데도 그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듯 했다.
"네..김시온양과는 잘 지내고있습니다.."
나와 도율이는 거실로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섰다.
"그럼..계약은 이걸로 끝난거죠?"
계약..? 계약이라는 말에 동시에 나와 도율이의 눈이 마주쳤다.
이건 또 무슨얘기야..
"알겠습니다..약속하신 돈은 계좌로 내일당장 입급해주세요"
그는 전화를 끊었고 쇼파에 머리를 기대는 듯 하더니 거실 탁자에 올려진
내 사진이 담긴 액자를 꺼내들었다.
"미안하다...이제 조금만.."
그가 말을 채 잇기도전에 도율이가 재빨리 거실로 들어서버렸다.
"무슨..말이에요 형?"
"..언제부터 있었어? 다 들었어? 시온이는?"
"시온이랑 아까부터 하는 말 다 들었어요 무슨뜻이에요 그거..?"
나는 힘없이 거실로 걸어들어갔고 그는 나한테 시선을 돌리다 말을 이어갔다.
"그 게임...관련되있어 나도.."
"나랑..시온이랑 말한 게임이요..?"
"그래..그거..누가 그러더라구..시온이만 한달동안 잘 붙잡아주고 다른데 신경안쓰게
만들어주면..지켜보고 있다가 일이 잘되면 나하고 할아버지 앞으로 돈을 좀 주겠데..
가뜩이나 집 상황도 어려운데.."
도율이는 더 이상 뒷 말은 듣지않고 바로 주먹을 날렸고 일어서있던 그는 쇼파로 다시 쓰러졌다.
"시온이가..어땠는지 알아? 그것도 모르고 진심이었어..얼마나 좋아했는지 알아?"
도율이는 그를 노려보다 내 손목을 잡아 2층으로 데려갔다.
"가방싸..얼른.."
처음보는 무서운 도율이의 모습이었다..나는 서둘러 가방을 쌌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도율이는 내가 다 싼 가방을 한 손에 들고 한 손엔 다시 내 손목을 잡은채 1층으로 내려갔다.
"다시는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그땐 내가 어떻게 할 지 모르니까.."
그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현관을 나섰다.
그의 눈은 분명히 눈물기가 맺혀있었다..지금 나처럼..
"조금만 자..시온아..피곤하잖아.."
나는 도율이를 향해서 희미하게 웃어보이다가 도율이 어깨에 기댔다.
갑자기 꾹꾹 참아왔던 눈물들이 터져나왔다.
"울고 싶으면 울어.."
기사아저씨가 이상하게 보건 말건 나는 택시에서 크게 소리내면서 울어댔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나니 다시 기숙사에 도착해있었다.
"일단..다시 기숙사 들어간다고 신청하구..오늘은 하루만 내방에서 자고 가"
"그래도 돼?"
"잘만 숨으면 안들켜..괜찮아"
나는 도율이와 함께 남자기숙사로 들어가게됐다.
처음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4층 복도로 들어가자 남자애들이 바글바글 거렸다.
"오~여자 데리고 오냐?"
"강도율!! 속 보인다!!!!!!"
"임마!! 오늘이 D-day냐? 용감한 새끼!!"
저마다 한마디씩 짖궃게 말을 해댔고 도율이는 겨우 참는듯 보였다.
나도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발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야..누구야?"
도율이 친한친구인듯 보이는 남자애가 앞을 가로막고 물어봤다.
"친구야..소꿉친군데 오늘 잘 데가 없어서 여관보내기도 좀 그래서.."
"너..설마.."
"진짜..다들 왜 그렇게 보는지 모르겠네..아니야 그런거!!"
도율이는 들으라는 듯이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왔다.
"야...괜히 나땜에 너만 곤란해...그냥 다른데 갈께.."
"갈때가 어딨다그래, 빨리 들어와..빨리.."
차마 도율이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고 마땅히 잘 데도 없어서 들어갔다.
"내 예상대로야..메일왔어"
제목 : game
보낸날짜 : 2004년 11월 06일 화요일, 밤 7시 18분 43초 +0900 (KST)
보낸이 : 死念 <00000000@XXXmail.net>
받는이 : <00000000@XXXmail.net>
두번째 임무까지 실패했다.
이제 너희들에게 기회는 없어야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의 기회를 더주겠다.
내일 점심 12시 대구의 가장 큰 쇼핑몰 어딘가에 설치된 폭탄이 터진다.
그걸 찾아내서 파란버튼만 누른다면 폭탄은 소거된다.
하지만 실패할경우 그 곳에 모든 사람은 죽고 게임은 다시 시작된다.
행운이 있기를..
"내일 정각 12시? 대구가 여기서 몇 시간 걸리지?"
"그런거 알아볼 필요 없어...이건 다 가짜야..괜히 시선돌릴려고 그러는거야"
"도율아..너 진짜 뭐 짐작가는거 있으면 얼른 말해봐.."
"아니야..어차피 내일이면 알게돼...그건 그렇고 이런 생각 안들어?
점점 자기가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임무에 실패할 경우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말같은건 없었잖아.."
"아...그러고보니 그렇네..원래 문제를 풀지 못하면 주변사람이 다친다고 했는데..
이건 문제도 아니고 임무였고 주변사람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다치게 되는거네?"
"역시..처음부터 목표는 게임이 아니었어.."
"그럼 내일 여기 안 가고 그냥 대회갈꺼야? 그래도 괜찮아?"
"장담할 수는 없지만..그리고 지금 간다고 해도 시간도 없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우리는 바닥에서 둘 다 잠들어 버렸고 일어났을때
시계는 8시를 넘기고 있었다.
"대회...8시부터 시작 아니었어?"
"어..큰일났네..우선 택시부르고..최대한 빨리 하자"
준비를 먼저 끝낸 도율이가 계단으로 서둘러서 내려갔고
나는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 현관을 빠져나왔다.
문을 나서서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시온아.."
"무슨일이에요? 어제..다 끝난걸로 알고있는데.."
"미안해...근데 진심이었어..처음에는 의도적이었는데..진심으로 너 사랑해.."
"괜찮아요..우리 어차피 서로 목적있어서 그랬던 사이니까..그리고..진심이란말도
못 믿겠어요..그동안 했던 행동들이 뭐가 진심이고 뭐가 거짓이었는지.."
"처음 접근한건 의도적이었어..학교가는길에 너 붙잡은 것도..하지만 그 이외엔
정말 내 마음에서 나와서 한거야.."
"미안해요..먼저 갈께요.."
그가 붙잡기 전에 택시가 있는곳으로 막 달려왔다.
도율이는 바빠서인지 내 기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그렇게 예선장에 도착했다.
[9]
"벌써 공기소총 경기는 끝났고..야구는 진행중이고 지금 들어가면 대일이 경기 볼 수 있을꺼야.."
도율이랑 나는 서둘러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목걸이 덕분에 대일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대일이 왜 그래..계속 밀려.."
"이거..16강 전인데..여기서 떨어지면 예선탈락이나 마찬가지야.."
대일이는 몇 번이나 휘청거렸다.
원래 체력 하나 좋기로 소문난 대일이였는데..상대는 그다지 세 보이지도 않았다.
"시온아..가혜 이리로 오라고 전화좀해줘.."
결국 경기는 대일이의 패로 끝났고 가혜도 16강전 탈락을 했다고 한다.
역시 뭔가 이상했다..둘 다 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일 정도로 주목받았었는데...
아무리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해도 이렇게 확 실력이 줄을 리는 없었다.
"일단..병원부터 가자.."
"병원? 병원은 갑자기 왜?"
"알 꺼 같애..둘이 피 뽑아도 괜찮지?"
계속되는 도율이의 이상한 말에 우리 셋은 어리둥절 했고 결국 병원으로 갔다.
검사결과는 내일 나온다고 했다.
"야구..우승했데.."
가혜가 문자를 보더니 말해줬다.
도율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가혜와 대일이를 들여보냈다.
그리고는 나와 같이 경찰서로 갔다.
"청소년 올림픽대회 부정행위 신고하러 왔습니다.."
다음 날..검사결과를 보니 약물이 검출됐다.
정신이 흐려져서 집중이 되지 않고 몸이 점점 무기력 해지는 약물이었다.
아주 미량이라 처음에는 괜찮지만 체내에 축적이 되면 결국 경기승패를 크게 좌우했던 것이었다.
"그럼...이걸 누가 넣은거야?"
"조금만 있으면 들어와.."
정말 얼마 안 있어서 누군가가 수갑을 차고 고개를 숙인채로 들어왔고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역시..예상대로야.."
"역시 강도율이네? 만만히 봐서는 안되겠어."
"..인보야.."
모자를 쓴채로 한껏 비웃음을 띈 얼굴...인보였다.
어떻게 이러지? 우린 한 팀이었는데..
"안 걸릴줄 알았나보네? 아직 완전 범죄하긴 틀렸어"
도율이는 궁금해 죽겠는 나를 근처 카페로 데려갔다.
"뭐가 어떻게 된거야 도율아...넌 또 어떻게 안 거구.."
"처음 문제 풀때 우체통에는 아무것도 집어넣지 않았어..흰 봉투만 집어넣었어.
뭐..원래 풀지못하는 문제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려고 했는데 그 때부터 가혜랑
대일이가 훈련이 꼬이기 시작했고 인보랑은 별 연락을 하지 않았었어"
"..........."
"그러다가..우연히 가혜랑 나랑 대일이랑 모여서 게임 얘기를 했는데 잘못해서
선생님한테 그게 들린거야..선생님한테는 얼버무렸지만 우린 완전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일도 없더라구..그래서 일부러 사람 좀 많은데서 인보까지 포함해서 그 얘기를 했는데
너는 못 봤겠지만 메일이 온거야..게임 얘기 아무데서나 하지 말라구.."
"진짜? 그랬었어?"
"어..그리고 반지얘기도 인보를 안 만나고 반지를 부치니까 아무런 메일도 안 오더라구..
그저께 만났을때 실패했다고 얘기하니까 몇 시간뒤에 딱 메일이 왔잖아.."
"그럼..가혜하고 대일이는 무슨관계야?"
"인보가 TH팀 소속이고 가혜하고 대일이는 PO팀이잖아..둘 다 청소년 실력 양상하는 곳인데..
서로 라이벌 의식이 엄청 강하고 정말 반칙이라도 써서 상대팀 선수 우승못하게 만들어..
그렇게 연결지으니까 이번에 공기소총하고 검도 부문에서 가혜하고 대일이가 엄청나게
소문이 났었거든..심지어는 TH팀 우승 불가능이라고 확정된 기사까지 날 정도로.."
"그래서..방해할려고 그랬던건가 보네..그럼 처음부터 게임은 연막이었다는 말이 맞는거네..
근데 거기에 우리 둘이 왜 낀거지..? 뭐..게임이야 관심을 다른데로 돌리려고 할수도 있지만.."
"그건...나도 확실히 말 못해주겠어..아예 우리까지 제거를 할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우리도 연막이었는지..아무튼 지금쯤엔 유치장에 있을꺼다"
그렇게 사건은 해결되었고, 도율이 먼저 기숙사에 들어갔고 나도 막 문을 열던 참이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가 손수건으로 입을 막았고 어지러움증을 느끼면서 나는 기절했다.
"이봐!! 일어나!!!!!!!!"
찬물이 확 뿌려지는 느낌에 나는 눈을 떴고 곧 손발이 묶여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두컴컴하고 습기가 느껴지는걸로 봐서는 창고인 것 같았다.
"누구세요? 내가 왜 여깄어요?"
"왜 있기는..너무 위험한짓을 했으니까 왔지.."
"그게 무슨뜻이에요?"
"너...누가 학교 실험실에서 실험하라고 했지 약 성분 조사하라고 했나?"
"약 성분같은건 분석하면 연구자료 된다고 선생님이 하라고 하셨어요"
"그러면 곱게 다른 회사 약이나 실험할것이지..왜 우리회사 약을 실험하는 건데?"
"이제 알겠네...TH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죠? 사기꾼들.."
내가 이번학기 들어서 TH회사의 유명한 두통약인 '에스투원'이라는걸 분석했는데
뜻밖에도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마약 성분이 미량이지만 검출되었고 온갖 신경을
억제해 단기간의 두통은 멈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몸에 좋지않은 영향을 끼치는 물질들이
다량 검출된것이다.
"이미 때는 늦었어..그 자료는 이미 연구소로 보내졌어"
"아니..틀렸어, 이미 우리손에 넘어왔을꺼야..이제 너만 없어지면 돼"
에스투원은 현재 시판된지 3년밖에 안 된 것이고 사람들의 반응이 워낙 호평이다 보니
다른 제약회사에서는 더 좋은 제품을 내놓으려고만 했지 분석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약의 0.00001%의 예외자인 나는 그약이 몸에 맞질 않아 실험을했고
몸에 장기간 축적되면 심각한 병을 불러오는 물질임을 알아냈던 것이었다.
"이것때문에 나도 게임을 한거네? 그럼 도율이는?"
"강도율..걱정하지마 지금쯤이면 컴퓨터 실기대회는 시작 했을꺼구 게임에 신경을 쏟은
강도율도 저조한 성적이 나오겠지..그러면 우승은 우리가 차지하는거구 엄청난 상금도
우리것이 되는거지"
그 남자는 비열한 웃음을 띄면서 말했다.
도율이 역시도 이 회사와 라이벌 관계여서 그랬던 것이다..
"내가..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면 의심할텐데?"
"괜찮아...자살이나 사고사로 위장하면 되지..넌 죽을 준비만 하면돼"
소름돋는 그에 말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순식간에 온 몸에 휩싸였다.
"깔끔하게 한 방으로 끝내주지.."
그는 총을 꺼내더니 나를 향해 조준을 하기 시작했다.
사지가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는 뒤로 꺾이는 그의 검지손가락을 보고 눈을 감아버렸다.
'.........탕!!!!!!!!!!!!!!.........'
이윽고...총알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10]
눈을 떠보니 익숙한 모양의 천장이 보였다.
천천히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는데...그가 앉아있었다.
그것도 경찰 제복을 입고..
"나..어떻게 된거에요? 왜 여기 있어요?"
"이제..정말 다 끝났어 시온아..."
그는 내 손을 꽉 잡고 따뜻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나..경찰이야..어렸을때 부모님 돌아가시구 쭉 할아버지랑 살아왔어..
학교는 자퇴한게 아니라..다닐 나이가 아니었어..처음부터 TH그룹 수상한거 알고
수사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그 쪽에서 너랑 도율이를 들여보낼 테니깐
너를 한 달만 잡아달라고..먼저 접근해 오더라구.."
"........................."
"그래서..니들 평소에 하는 얘기랑 학교에 일이랑 다 조사하면서 증거를 잡으려고 했어..
근데 도율이도 눈치챘는지 증거를 확보할려고 대회까지 기다리더라구..그래서 결국
범인은 잡혔고..지금 TH 그룹은 대대적인 감사 들어갔어.."
"그럼...말하지 그랬어요..경찰인거..그랬으면 내가 집도 안나가고.."
"혹시나..하는 생각에..너희 다섯중에 김인보 같은 사람이 있을 꺼 같애서..내가 드러내고
도움을 준다고 하면 경찰이 나선걸 알게되잖아..그리고 그 날 너는 일부러 내보낸거야.."
"일부로요?"
"그 날 몇시간 전에 연락이 왔었어..니가 연구소에 보낸 자료가 TH그룹에 발각이 되서
그 쪽에서 이 쪽으로 너 데리러 온다구..그래서 처음엔 내가 경찰인거 다 밝힐려다가
우연히 그 쪽이랑 통화한게 너랑 도율이한테 들려서 둘 다 나가게 됐고,
대회끝나고 그..검도하는 친구랑 공기소총 배우는 친구 데려올 수 있었지.."
"그럼..내가 잡혀있는건 어떻게 알았어요?"
"도율이 덕분에 알았어..너 핸드폰 놓고가서 뒤쫓아 가봤는데 기숙사에는 없고..이상해서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해서 알게됐고..TH그룹 뒷세력들이 없어진걸알고 당장 창고로 갔지.."
그는 얘기를 다 마치고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같이 누웠다.
그리고 나를 꽉 끌어당겨 안고는 얘기를 계속했다.
"하루였는데도...집안에 너 없는게 얼마나 허전했는지 알아?"
"나..기숙사에 다시 들어간다고 신청 다 해놓고 왔는데..또 취소해야 되요?"
"아니야..너 학교 얼마 안 남았잖아..나도 본격적으로 경찰일 시작하니까 바빠질꺼야.."
우리는 서로 많은 애기들을 주고 받다가 함께 잠이 들었다.
"어..그래..지금 내려갈께"
오늘은 일요일..쉬는 날이지만 약속이 잡혀 나가려고 했는데 취소하게 됐다.
시온이한테 연락이왔다. 근처 커피숍이라고 나오라 했는데 목소리가 꽤나 심각하다.
딸랑~♪
"어서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창가에 기댄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시온이가 보였다.
딱 6개월 만인 것 같다..승진을 하고 바빠지다보니 한참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
"..시온아.."
천천히 눈을 뜨더니 날 보고 애써 힘겹게 웃어보이는 얼굴...무슨 일 있는거 맞구나..
한 걸음씩 점점 다가가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다.
[오늘은 무슨일이야..다시 그언니 만나?]
경인이구나..또 2분안에 문자 안 보내면 전화할껄 잘 알아서 전원을 꺼 버렸다.
"뭐 시켰어?"
"너 체리콕 마시잖아..맞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은편에 앉았다.
주문한게 나올때까지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맛있게 드세요"
시온이는 모카치노를 한 번 입에 대더니 내려놓으면서 말을 시작했다.
"..끝내재.."
"뭐?"
"어제..그러더라..전화로.."
시온이와 형은 6년동안 전혀 변함없는 사이였고 그게 나를 지치게 한 원인이었다.
"형은 직접 만나봤어?"
"당연히..그 길로 집에가서 밤을 새서 기다렸어
전화도 안 받고 아무데도 안 나오고 벨 눌러도 대답도 없어"
"..................."
"질렸데..내가.."
시선을 밑에 두고 애써 눈물을 참으려는 시온이가 보였다.
내가 아는 형다운 행동이 아니었다.
여자가 생긴것도 아니고 반대가 있는것도 아닌데..단지 질려서..?
"나..드디어 솔로되나보다 도율아.."
"이유도 모르고 그러는게 어딨어..내가 형 찾아갈께"
"질렸데잖아..이젠 나랑 있어도 아무 감정도 안 생겨서 그래..괜찮아.."
눈은 울고 있는데..입은 웃고있다..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딸랑~♪
"오빠..이제 장소 바꿀때도 되지 않았어?"
고개를 든 곳에는 거의 울기직전에 쓴 웃음을 짓고 있는 경인이가 서 있었다.
할 말이 없는 나는 그냥 고개를 숙였고 시온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한테 물어왔다.
"뭐야..경인이랑 약속 있었어?..난 내일만나도 되잖아 도율아.."
"됐어요 언니..한 두 번도 아니고..애인보다 친구가 더 좋다는데 어쩌겠어요"
경인이의 말투는 점점 비꼬는 어조로 변해갔다.
"나가자"
"어딜나가? 둘이 하던 얘기 계속해..왜..내가 들으면 안되는 얘기라도 되나보지?"
제법 큰 경인이 목소리에 카페안에 시선이 주목됐고
나는 경인이 손목을 잡고 시온이한테 눈짓을 한 뒤 카페를 빠져나왔다.
"왜 이래..어린애처럼"
"어린애? 나 이렇게 만든게 오빠라는거 몰라서 그래?
오늘은 또 왜 만난건데? 언니가 또 심심하데?"
"............................"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우리 1년됐는데 오빠 마음은 언제올껀데?
몸도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데..내 애인인거 맞긴 맞아?"
"그래서 내가 시작할 때 그랬잖아..마음까진 못 주겠다고"
"그럼 청승맞게 이러지 말고 들어가서 언니한테 말이라도 해!! 오빠가 뭐가 모자라서 이러는거야..
집안이 딸려 외모가 딸려 성격이 딸려!! 팔불출이야? 왜이러니 오빠.."
결국 경인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주머니를 뒤져 손수건을 쥐어줬다.
"언니는 울면 안아서 달래주고..나는 맨날 손수건만 주고..집에 모아놓은 손수건만 10개야.."
".............................."
"잘 가..더 이상은 도저히 못하겠어..나도 질릴만큼 질렸어"
경인이는 한 손에 손수건을 꼭 쥔채 위태위태한 걸음으로 뒤를 돌아갔다..
[11]
"직장은...언제 그만뒀어요?"
"일주일 정도 됐습니다..사유는 개인신변보호 차원에서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벌써 일주일째..전화는 없는 번호고 집은 벌써 이사를 갔단다.
김태원..한 번만 만나고 헤어지자..제발..
"언니.."
누군가 내 등을 치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경인이가 서 있었다.
"어..경인이네?"
"차 한 잔 할래요?"
나는 경인이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오빠가 말 안해요? 나랑 헤어졌다고.."
"헤어져? 니들 헤어진거야? 갑자기 왜?"
"짝사랑의 결과에요.."
"..................?.................."
"그렇게 보지 마요..언젠가 다 알게되니까.."
경인이는 계속 모를듯한 말만 했다.
한 십여분쯤 얘기를 하고 다시 나가봐야 되서 경인이 집에서 나왔다.
"차 잘마시고 가..기회되면 또 보자"
"언니..가끔..여유가 있으면 뒤도 돌아보고 좀 그래요..뒤에서 미치는 사람 하나 있을꺼에요"
"..어?.."
"아니에요...버스정류장은 쭉 나가면 있어요"
경인이는 현관문을 닫고 들어갔고 나는 의아한 느낌으로 아파트 현관을 빠져나왔다.
쭉 걸어가고 있는데 다른 동 아파트 현관에서 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났다.
"!!!!!!!!!!!!!!!!!!!!"
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한 손으로 입을 막은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였다..초점없는 눈..더듬더듬 겨우 난간을 짚어가며 아파트 현관쪽으로 나오고 있었다.
내가 앞에 있는데도 전혀 나를 보지 못한다..전혀..
"계단이..어디더라.."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오른손에 지팡이로 더듬더듬 앞으로 겨우 나아가고 있었다.
계단 세 개를 겨우 내려오자 나와 닿을듯한 거리로 가까워졌다.
"누구..있어요?"
나를 보고 있지만..초점이 전혀 맞질 않는다..
그는 눈을 살짝 찡그리며 많이 맡아본 샴푸냄새라는 듯 코로 냄새를 맡으려고 애썼다.
"죄송합니다..아는 사람 같아서요.."
그는 뒤를 돌아 다시 천천히 아파트 쪽으로 나아갔다.
나는 천천히 그를 따라 걸었다..그 상태로 5분쯤 걸었지만 여전히 단지 안이었다.
갑자기 그는 뒤를 훽 돌더니 내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랑..가는 방향이 같은거에요..아님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의 앞에 다가가서 섰다.
그는 손으로 더듬더듬 내 얼굴을 인식하려고 애썼다.
"이래서...헤어지자 그런거에요?"
메여오는 목을 겨우 가라앉히고 힘겹게 한 마디를 꺼냈다.
'...툭...'
그의 손에 들려있던 지팡이가 떨어졌고 곧 눈물이 맺혀왔다.
"돌아가...너랑 할 말 없어.."
그는 몸을 숙여 더듬더듬 지팡이를 찾아해맸다.
나는 지팡이를 뺏어 멀리 던져버리고 그의 손을 잡았다.
"내가 해 줄께요..지팡이.."
"어서 가..얼른.."
"어쩌다가 이랬어요..그런다고 헤어져요?"
"이시온..화 내기 전에 이 손 놓고 얼른 가"
"싫어요..평생 안 놓을꺼에요..추우니까 얼른들어가요 집이 몇 호에요?"
"너 병신이랑 평생살래? 좋은 직장 얻고 좋은남자 만나서 성공해야 될꺼아냐..
기회줄때 얼른가..괜히 나한테 코 끼지 말고.."
"싫어요..그런 자신 없어요 딴 남자 만나서 행복한 척 웃는것도 나 못해요.."
"마지막 기회야..너 이대로 있으면 내가 진짜 붙잡아 버려.."
어느새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동정이구나.."
"그런 거 아니에요..난 내 인생 동정가지고 결정 안해요"
"그럼 왜 그래..아직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제발 가란소리 그만해요..내 쫓아도 안 갈꺼니까.."
더듬더듬..그가 내어깨를 감싸안는게 느껴졌다.
[12]
"자네 미쳤나!! 어쩌자고 이러는거야!!"
"분명히 잘못된건 잘못된겁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확인.."
"시끄럽네!! 자네 고등학생 때부터 TH그룹과 마찰이 있다고 하던데 이런식으로
회사에 방해가 되면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만들겠네!! 이번 프로젝트 당장 취소하게!!"
도율은 상사가 나가자 마자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바닥에 던졌다.
갑자기 도율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듯 하더니 입에서 피를 토하기 시작한다.
"콜록...콜록...헉...헉.."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본 도율은 입을 막고 있는 손에 피가 흥건히 젖어있음을 발견하다.
"젠장..또 시작이군.."
"만성 간염에서 간경화로 진행되고 있습니다..선천적인 질병입니다.."
"알고 있습니다..살 수는 있습니까?"
"간 이식을 한다면..살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방법은 없습니까?"
"지금으로써는..치료제는 없습니다"
도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원 문을 나섰다.
"경인아..나도 하루에도 백 번이가 천 번이고 시온이한테 다 말하고 싶어..
근데..얼마 안 남은 나 때문에 괜히 남겨진 사람 부담갈까봐 그런다.."
시온이 태원과 함께 산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태원 모르게 생계를 이어가느라 하루하루 부쩍 말라가는 시온을 몇 번이나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존심 상할까봐 그 마음을 삼키고 지녀버린지 오래였다.
"나 죽으면...반은 시온이 줄께..그래도 괜찮지 엄마..?"
도율은 힘 없이 미소짓다가 뭔가 결심을 한 듯 자신의 오피스텔로 들어간다.
막 전원을 킨 컴퓨터 화면에는 'TH그룹 로비내용'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어차피 죽을 꺼..추하게 목숨 연장 하는것보다 깔끔하게 죽는게 낫겠지?"
도율의 얼굴에 씁쓸하지만 의미심장한 미소가 스친다.
"있죠..오늘 눈올꺼 같애요"
"진짜?"
"오늘 날씨도 춥고 그런게요.."
딩동ㅡ♬
"잠깐만요..누구세요.."
현관문을 여니 엄청난 비닐봉지에 파묻혀 겨우 얼굴만 보이는 도율이가 서 있었다.
"웬일이야..회사 갈 시간 아니었어?"
"피곤해서..형 있지?"
집에 쌀이랑 먹을꺼 떨어진건 어떻게 알았는지..
도율이가 든 비닐봉지안엔 여러가지 반찬거리가 가득 차 있었다.
"형 옆에는 내가 있을테니까 나 밥좀 줘라.."
도율이는 어쩔 줄 모르는 나를 향해 씩 웃어보이고는 그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비닐봉지에서 하나 하나 물건들을 꺼내면서 내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치약..휴지..샴푸..어떻게 떨어진걸 알았는지...
"내가 와서 방해된거 아니죠? 둘이 신혼 분위기 내는데.."
도율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그와 대화를 그치지 않았고 오랫만에 활기가 돌았다.
"직장은..잘 다니구?"
"네..근데 마음처럼 잘 안되서 막 그만둘까 생각도 하는중이에요"
"그냥 그 때 연구원으로 들어가지 그랬어..괜히 고생 하고"
"그건 싫어요..답답하잖아요..형 저 먼저 일어날께요"
"벌써가게?"
"네..일이 좀 밀려서요 딱 밥만 먹고 갈려 그랬어요"
도율이는 그한테 인사를 하고 나와 같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온아..나 이번에 회사 그만뒀어..진짜로"
"진짜? 어쩌다가.."
"그냥 아빠 밑으로 들어갈꺼야..근데 내가 낙하산이라 자리가 좀 높은데..
일주일 동안만 옆에서 보조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데...시간 돼?"
"나..."
"아..형이랑은 점심 일찍먹고 내 차 타고 일 본 다음에 저녁 전까지 데려다줄께"
"그래도 돼?"
"당연하지..돈은 끝나는 날에 줄께"
도율이는 들어가라면서 차를 타고 떠났다.
"나..내일부터 일 나가요..괜찮죠?"
"언제?"
"점심에서 저녁 사이에만 잠깐 갖다 오는거에요.."
"알았어...손 잠깐만 줘봐.."
나는 별 생각없이 손을 내밀었고 그는 내 손을 꽉 쥐면서 말했다.
"왜 이렇게 말라가...힘들면 말하라니까.."
"말하면 또 가라 그럴꺼 아니에요.."
"..............................."
나는 그의 옆에 앉아 어깨에 기댔다.
"정말로..괜찮아요.."
그는 내 쪽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사실 그만 아니었어도 달아나고 싶을만큼 힘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그도 서로가 아니면 살 수가 없게 됐다.
당장이라도 쓰러질만큼 힘들지만..
[13]
[번외#너에게 쓰는 편지]
그 날이 우리 만난지 6년째 되는 날이었어..
"이걸로 하나 주세요.."
반지도 사고 레스토랑도 예약하고 깜짝 놀래켜줄려고 너한테는 미리 말 안 했었지..
"김 형사!! 얼른 사무실로 들어와야 겠어 살인범이 잡혔데!!"
그 살인범이 워낙 중요한 사건이라 나는 어쩔 수 없이 예약을 취소하고 사무실로 가는 길이었어..
사무실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파란불인데 밤이라 그런지 뭔가 낌새가 이상하더라..
그 때 오른쪽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차가 졸음운전을 했는지 브레이크를 못 밟는거야
TV에서나 보던 장면이었어..정말..몸이 꼼짝하질 않더라..
'끼이이이이이익...........쿵!!!!!!!!!!!!!!!!!!!!!'
그 후..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어..
"김태원!!"
나는 눈을 떴는데..사방이 깜깜한거야..
"이 형사님..불 좀 켜주세요.."
"................................"
"이형사님!! 저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보여요..불 좀 켜주세요.."
그런데 다들 흐느끼는 소리만 들리고 아무도 얘기를 안 하는거야..
그 때 방송으로 이런말이 들리더라..
'각 병동에 계신 간호사들 께서는 점심식사를 배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밝은 대낮인데도...내 눈앞은 캄캄하더라..이상하지..?
처음엔 울어도 보고 그 사람 저주도 해 보고..몸이 아픈데 눈까지 안 보이니까 너무 괴롭더라..
그리고..니 걱정이 제일 먼저 되더라..
나 같은 병신...평생 데리고 산다고 그럴까봐..그럼 니 고생길 눈에 훤히 보이는데..
"정말..괜찮겠어?"
"..네..누가 찾아오더라도 절대 제 연락처나 퇴사한 사유는 가르쳐주지 마세요.."
나는 이 형사님 도움으로 지금 집을 하나 얻게 됐어..
한 달 동안은 간병인을 뒀는데 그 덕분에 집안에 뭐가 어디있는지 다 알 수 있었지..
그러던 어느 날...내가 밖에 나가는건 흔한일이 아닌데 그 날 따라 밖에 나가고 싶더라..
"계단이..어디더라.."
나는 지팡이에 의지해서 겨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어...
근데 앞에 누가 있는 느낌이 들더라..
"누구..있어요?"
왠지 니 샴푸냄새가 나는 거 같았는데..그냥 발걸음을 돌렸어..
"죄송합니다..아는 사람 같아서요.."
눈이 멀면 다른 감각이 발달한다는 말이 맞나봐..
아까 그 사람이 내 뒤를 쫓아오고 있다는게 느껴졌어..
그리고..그게 너 일꺼라는 생각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었지
"저랑..가는 방향이 같은거에요..아님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나는 더듬더듬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려고 애썼어..
너 일꺼라는 생각에 점점 목이 메여오더라..
"이래서...헤어지자 그런거에요?"
'...툭...'
난 지팡이를 놓쳐버렸고 머리속이 하얘지기 시작했어..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니..어딘지는 알고 걸어 들어오고 있는거야?
"돌아가...너랑 할 말 없어.."
너는 지팡이를 찾아 멀리 던지는 듯 했어..
"내가 해 줄께요..지팡이.."
"어서 가..얼른.."
"어쩌다가 이랬어요..그런다고 헤어져요?"
"이시온..화 내기 전에 이 손 놓고 얼른 가"
"싫어요..평생 안 놓을꺼에요..추우니까 얼른들어가요 집이 몇 호에요?"
"너 병신이랑 평생살래? 좋은 직장 얻고 좋은남자 만나서 성공해야 될꺼아냐..
기회줄때 얼른가..괜히 나한테 코 끼지 말고.."
"싫어요..그런 자신 없어요 딴 남자 만나서 행복한 척 웃는것도 나 못해요.."
"마지막 기회야..너 이대로 있으면 내가 진짜 붙잡아 버려.."
니가 필요하다고 수천만번 이나 외치고 싶었지..마음속에만 꼭꼭 묻어뒀지..
나 하나때문에 니가 얼마나 바뀔지는 생각 안 했던거니..
"동정이구나.."
"그런 거 아니에요..난 내 인생 동정가지고 결정 안해요"
"그럼 왜 그래..아직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제발 가란소리 그만해요..내 쫓아도 안 갈꺼니까.."
그렇게 너는 나랑 같이 살겠다고 기어이 들어왔지..
온갖 집안일은 다해가며 밥때마다 나 먹여줘야 되고
돈은 어디서 나는지 반찬이며 집안 생활품이며 항상 떨어진적이 없었어..
"네...알았습니다..."
그 때 나는 눈만 감고 자는척을 하고 있었어..전화를 끊자마자 끅끅거리는 소리와 함께
너는 건너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우는거지...울고있는 거겠지..너한테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어..
울고 있는 너를 달래주지도 못 하고 이렇게 꼼짝 않고 누워있는 거 밖에는...
"시온아.."
보이지 않으니까..니가 울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내 허리를 꼭 안고 등에 얼굴을 묻어오는데...울고있는지 모르겠어..
"힘들면...지금이라도.."
사실 너 없이 나 혼자 생활하는건 무리였지만..마지막 남은 내 자존심이었어..
"사실 나..하루에 몇번씩 포기하고 싶을때도 많아요.."
억지로 울음을 삼키는 니 목소리가 들려..그 전엔 많이 웃는 애였는데...이젠 목소리도 변했구나..
"근데..그럴수가 없어요..누구때문에..죽어도 포기가 안돼요..이런 내가 더 싫어요.."
알고 있니..도율이가 아주 오래전부터 너 바라보고 있다는거..단순히 내 직감이지만
지금도 그 상태일꺼란거..도율이한테 놓아주고 싶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도저히 그 말이 나오질 않아...이래도 나 데리고 살래..?
"갖다올께요"
넌 몇일전부터 회사에 나가고 있어.. 몇 시간 일하고 왔는데도 향수냄새 때문에
도율이랑 같이하는 일이란걸 알겠더라..ckb..내가 자주사용하던 거네..
"요즘..무슨일 해?"
"아..그냥요 잡일같은거..서류정리 같은거.."
말하는 니 목소리가 웬지 어색한건..그냥 내 느낌이고 질투겠지..
요즘들어..나랑 얘기도 잘 안하고 내 옆에 잘 있지 않는거..그냥 바빠서 겠지..
"갖다올께요.."
이렇게 니가 다시 출근하는 점심이면..난 눈 멀어서 전하지도..쓰지도 못할 편지를 써..
P.S : 시온아 사랑해..
[14]
"이게..뭐야?"
"증언자료 및 그 당시 청소년 올림픽 대회 부정사건 은폐에 관한 증거들.."
"아니..출근한다며..왜 너네 집으로 데려온거야...TH그룹 뒷조사는 다 뭐구..."
"내가 이 사람들한테 원한진게 한 둘 이어야지..이번엔 내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TH그룹과의 약속을 깨는거라고 상사가 막 막고 그러더라..게다가 우리 회사에서 진행할
내가 기획한 똑같은 기획안을 저 쪽에서 발표한거야..분명히 내부에서 내통하고 있다는거지.."
"그래서..이 사람들 무너뜨릴려고?"
"지금..우리가 잘 살고 있는거 같지만 그때 올림픽 대회 이후로 은근히 압력 받고 있는거 알어?"
"압..력? 난 전혀 그런거 못 느꼈는데.."
"왜..너 작년에 제약회사 연구원 시험봤다가 하나는 붙고 하나는 떨어졌잖아..
그 떨어진데가 TH그룹 소유잖아..그리고 태원이형 승진이 늦어진 이유도 그건거 같고..
가혜나 대일이가 국제대회 나갈때마다 꼭 어려움 겪는것도 이사람들 때문이고.."
"그랬구나..난 전혀 생각못했어.."
"게다가 모범기업인척 하면서 뒷돈은 엄청 꿍치고..무려 세금까지 빼돌렸더라.."
"넌 어떻게 알았어?"
"나? 난 원래 해킹 전문이잖아..몇개월에 걸친 성과지..증거자료 다 모아서 신문사에
보낼테니까..필요한 내용 고르고 정리 좀 같이하자구..시간이 꽤 걸릴꺼 같애.."
"근데..그렇게 대단한 힘을 가졌으면 신문사에 기사가 뜨기도 전에 압력 넣지 않을까?"
"왜..우리나라가 일제시대때 일제의 만행같은걸 신문에다가 폭로할려고 해도
일본쪽에서 맨날 막고 이런기사 쓰지마라..이거 뜯어고쳐라..그랬었잖아.."
"그랬지.."
"그 때 유일하게 간섭 안 받은 신문이 '대한매일신보'라고 영국인이 발행인인 신문이었어..
일본에 관련된걸 비교적 자유롭게 내 보낼수 있었지.."
"그래서..우리도 그 방법으로 터뜨릴꺼야?"
"어..우리나라에서 그런 신문사가 딱 한 군데 있지.."
"좋았어..이데올로기사로 가면 되겠네.."
그 날 이후로 나와 도율이는 수년간 우리가 당한 피해 및 다른 피해자들의 관련 자료를 뽑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가 멀다하게 전국 각지로 전화를 걸고 자료를 모으느라 정신이 없었다.
"네...네...알겠습니다."
"뭐래? 기사 내준데?"
"어..수고했어 시온아"
"내가 한 게 뭐있다구.."
"일도 끝났고 내가 저녁 살께..나가자"
"말은 고마운데..나 집에 들어가봐야 되잖아.."
"에이..하룬데 어때..옆집에 부탁하면 안 될까?"
"그럴까..?"
나는 그날 저녁..친한 옆집 아줌마께 그의 저녁을 부탁하고 오랜만에 집안일에서 해방되서
도율이랑 실컷 돌아다녔다. 맛있는 저녁도 먹고 오랫만에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실컷 놀다가 집에 도착하니 어느새 11시가 다 되어 있었다.
"나 갈께..오늘 진짜 재밌었어"
도율이가 먼저 들어가라는 말에 나는 먼저 아파트 문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서 있는데 뒤에서 웬지 누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계단에 앉아있는 그가 보였다.
"왜 나와 있어요..안에서 기다리지.."
그의 손과 얼굴은 너무 차가웠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짜증섞인 말투로 말을 내뱉은 것 같았다..
"나는...그냥..."
"됐어요..앞으로는 그냥 안에서 기다려요.."
나는 차갑게 내뱉고는 그를 부축해 집으로 돌아왔다.
권태기..인가..내가 밖으로 일을 나가고부터 그와는 말을 잘 섞지 않았고
못된마음으로는 나밖에 모르는 그가 바보같이 느껴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오늘 저녁 차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드리러 왔어요.."
"고맙긴 뭘...그나저나 선물은 잘 받았어?"
"네? 선물..이요?"
"왜..총각이 새댁 준다고 나한테 부탁해서 손난로도 사고...색시가 일 끝났다고 케잌도 샀어..
그리고 혼자힘으로 마중나간다고 뭐가 그리 좋은지..아까 웃으면서 나가던데..못 받았어?"
뭐야...그럼 난 그런 사람한테 쌀쌀맞게 대하기나 하고..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마중나오지 말라하고..
나는 그 길로 아주머니한테 대충 둘러대고 집에 들어왔다.
그는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었다.
"아..시온이 왔어?"
내 쪽을 보려고 애쓰는 눈...잠시나마 저 눈길이 부담스럽고 귀찮다고 느낀 나였다..
나를 향해서 웃는 저 미소에 짜증을 내버리고 차갑게 대했다..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 갑자기.."
그가 잠바를 벗자 안주머니에 있던 손난로가 떨어졌다.
그는 당황한 기색으로 말을 이어갔다.
"아...이거 너 기다리다가 추워서..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사놨었어.."
그의 말과는 달리 손난로는 켜진 흔적 하나 없었다.
"일부러 마중도 나오고...나 일끝났다고 신경도 써줬는데..나는..."
나는 목이 메여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소리없는 울음..그가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이후로 습관이 되어버렸다.
눈물을 듣지 못하게 삼키면서 우는 거...
"우는구나.."
그의 눈에도 눈물기가 맺혔다..그는 내가 소리없이 우는걸 아는지
내 얼굴을 찾아 눈물을 닦아줬다.
"울지마..너 울면 나도 같이 운단말이야.."
그날 밤..나는 쉴새없이 미안하다는 말을 했고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15]
"너 미쳤어? dead line 건들이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하는짓이야?"
"어차피 나 1년안에 죽어요..형도 그랬구.."
dead line...사실 기자들 사이에는 터뜨리지 못하고 묻혀둔 기사들이 공공연히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기사를 쓴다면 한 기업의 이미지를 끝없이 추락시킬수 있는 거리들은 많았다.
죽을만한 위험을 감수하고 기사를 쓴다면 모를까...이런 비리는 대개 압력이나 명령에 의해
공공연히 감춰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포기해..아직 인쇄되기 직전이구 이게 알려지면 넌 분명히 죽어..죽고도 남어
그냥 죽는줄 알아? 누명이란 누명은 니가 다 쓰고 죽을꺼야"
"그래도 이런 기사 한 번 나면 사람들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죠..
왜 아니땐 굴뚝에서 연기날리 없다는 얘기도 있잖아요..그리고 누명은 반드시 벗겨져요.."
선배..내일이나 내일모래면 난 아마 이세상에 없을꺼에요..
구차하게 피 토하고 점점 간은 굳어가면서 간암으로 발전되고...
난 그렇게 살기 싫어요...형도 오래 못살고 죽었잖아요..
여기서 이 병을 끊어야지 내 자식도 그렇게 살게할순 없어요.
"술 한잔 사줘 도율아.."
기사가 난 다음 날..시온이한테 전화가 왔다.
단골집에 들어서니 시온이가 웃는 인상을 한 채 앉아있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 좋은일 있어?"
"아..그 사람한테 누가 각막을 준다는 사람이 나타났거든.."
"진짜? 우와..형 드디어 볼 수 있게 되는거네?"
"어..외국에서 어렵게 구했다나봐.."
이게...마지막이다 시온아...너하고 마지막...
마지막 대화이고 마지막 술자리고 마지막 니 모습이다..
뼈속까지 새겨서 절대 안 잊고 절대 안 지울꺼야..
"근데 도율아...어디아파?"
"아프긴.."
혈관이 엉켜오고 있었고 나는 주먹을 꽉 쥐고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애초부터 간경화에 술은 독약이었다..
"오랜만에 바래다 줄께..괜찮지?"
정말 마지막...이제 시온이 아파트만 도착하면 정말 마지막..
시온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술에 적당히 취해 기분이 좋아서 내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도율아..우리 친구 된지 몇년됐지?"
"..6년.."
"벌써? 우와...넌 내 베프다 베프.."
그래..넌 6년 친구고 난 8년사랑..
말하지도 못하고 가슴속에 묻어버린 사랑..
"어어..."
시온이가 벽돌 틈을 밟아서 넘어질뻔하다가 내가 잡아서 나한테 안기는 꼴이 되버렸다.
"아...어지러워...도율아..미안.."
"잠깐만 이대로 있자.."
무슨 용기가 났는지 나는 시온이를 꽉 안은채로 그 자리에서 5분을 서 있었다.
시온이는 그러려니 하고 나한테 기대있었다.
"미안해..내가 술이 과했나봐..."
시온이는 웃으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이게..니 마지막 모습이겠지..
"어..경인아..나야..잘 지냈어? 전화 안 받네...있지..내가 내일이나 모레쯤에
아주 멀리 여행을 갈 꺼 같은데..니가 내가 정리해놓은짐..아주 몇개만 보관좀 해줘..
절대 다른사람 보여주지 말고 너 혼자 보관해야돼..비밀번호는 그대로야..부탁할께.."
경인이네 집에 전화를 걸어 메세지를 남기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는 횡단보도...이제 볼 일이 몇 번 남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향해 한 걸음 내딛은 순간...까만세단이 골목길에서 전속력으로 튀어나왔다.
'끼이이이익!!!!!!!!!!!!!!!!!!!!!!!!!!!!!!!'
순간 내 몸이 튕기면서 횡단보도 가운데로 쓰러졌고 지나가던 사람 한 명이 급히 달려왔다.
"이보세요!! 정신차려요!! 이봐요!!"
벤츠..서울 32 가 7963..나는 그 사람에게 끊임없이 차 번호와 종류를 외쳐댔고 곧 의식을 잃었다..
[16]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시온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만 가고 이내 눈물을 흘리며 전화를 끊는다..
"왜 그래?"
"오늘..병원가기로 한 날이죠.."
"어..갑자기 왜 그래...지금 우니?"
"미안해요...오늘 병원...가혜랑 대일이하고 가야될 것 같애요.."
"어...나야 괜찮아...그냥 무슨일인지 안 물어볼께"
"꽤 걸릴꺼에요..최대한 일찍 들어올께요.."
시온은 급하게 옷을 입고 택시를 잡아 어딘가로 달려간다.
"언니!!!!!"
이미 눈물이 범벅이 된 경인이 응급실 앞 의자에서 시온을 부른다.
"어떻게 된거야.."
나는 겨우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지만 여전히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아까 말한 그대로에요...뺑소니 당했데요..지금 응급처치 중인데 아까 의사선생님이 나와서..."
경인이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강도율..무슨일이야..어제만해도 나랑 같이 술도 마시고 웃고 있었잖아..
"준비하래요...마음의 준비..."
경인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잠바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나는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5분정도 지났을까...의사선생님이 수술실에서 나왔다.
"마지막 인사를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언니가 들어가요...난 자신없어요..오빠는 나보다 언니가 들어가는게 더 좋을꺼에요"
"경인아.."
"빨리 들어가요..이러다 사람 죽겠네.."
수술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눈을 떠 보니 시온이가 내 앞에 와 있었다.
어제가 마지막인줄 알았는데..이제 정말 마지막 이네..
"시온아.."
시온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채 입을 한 손으로 막고 나와 눈높이를 맞춰 앉았다.
"도율아.."
그렇게 울지마..우는 모습 보기 싫다..
1년전부터 계속 울던애 마지막까지 울리기 싫었는데..
"시온아..울지말고..형이랑..헉..헉.."
말을 이어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말 하지마!! 수술 받아야 되잖아..그만 말해..도율아 금방 살아날꺼야..
너 몇일뒤면 수술 받고 다 털고 일어나서 그전처럼 나랑 놀고.."
시온이도 마지막을 예감했는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사실 나 너무 두렵다..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이렇게 가는게 두려워..
"나 가면..콜록 콜록..경인이 남자..하아..하아..도 소개시켜주고..."
흰 불빛이 보인다..내 마지막이 보여..
"헉...헉....형...한테 안부전해주고..."
"강도율..너 왜 진짜 죽는것처럼 말해!! 눈 떠!! 정신 차려!!"
시온이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정말로..너 울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이시온...내가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사랑한다..사랑해..넌 끝까지 우정으로 알겠지만 사랑해..
"알아..나도 강도율 너 많이 좋아하고 사랑해..그니까 빨리 일어나..응?"
"하늘에서..헉..헉...내가 너무 잘나고 콜록..콜록..잘생겨서 질투했나봐.."
"도율아...제발..."
시온이는 내 손을 꽉 잡고 점점 감기는 내 눈을 필사적으로 뜨게 하고 있었다.
행복해..제발...너 괴롭히는 사람들 없앴으니까 몇십년이고 몇백년이고 딱 오늘만 울어..
"하아..하아..그리고..내가 주는거 사양하지 말고.."
눈이 점점 감겨온다..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는거 같애..
"헉...헉...정말 마지막이네..시온아..나 사랑한다고 한 마디만 해줘.."
"사랑해..도율아..사랑한다구...강도율...눈 감지마!!"
그거 알아? 빈 말이지만...나 지금 눈물나게 행복해...
"그래..헉..나도..사랑해.."
삐─────────♬
"도율아!!!!!!!!!!!!!!!!!!!!!!!!"
.....조금만..아주 조금만 있다가보자..시온아.....
"오빠...잘 갔어요?"
"..어.."
시온과 경인은 눈물만 흘릴 뿐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시온은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화장실로 향했다.
"도율아..잘 가고 있니?"
시온은 이내 다시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인다.
[17]
"어..알았어 지금 갈께.."
검정색 양장 차림에 하얀핀을 꽃은채 장례식장에 있던 시온이 병원으로 나선다.
"떨리지?"
가혜와 대일도 검은 정장을 입은채로 병실에 모여 앉아있다.
오늘은 태원이 수술 후 회복을 마치고 드디어 눈을 뜨는 날이었다.
도율이 하늘로 가던 날...태원은 각막 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다.
"시온아.."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태원이 병실로 들어섰다.
셋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글썽거린다.
"붕대 푸르겠습니다.."
붕대가 한 겹 두 겹 풀리고..테원은 눈을 뜨려 깜빡거린다.
"잘..보여요?"
태원은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모두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웃음이 비쳤다.
다시는 울지 않기로 다짐했던 시온의 눈에서 또 다시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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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나와요..늦겠어요"
경찰 제복을 차려입고 마지막으로 모자를 쓴 태원이 현관으로 나왔다.
"넥타이 바로 매구요.."
태원은 시온의 허리에 두 손을 꽉 두르고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한다.
"우리 시온이 오늘 무지 이쁘네.."
시온은 그를 향해서 활짝 웃어보였고 둘은 손을 잡고 현관으로 나섰다.
"표창장..강 도율 형사.."
경찰들 수백명이 모여있는 가운데에 범죄소탕에 크게 힘을 쓴 경찰에게 주는 상을
도율이 강단에 올라가 대표로 받고 있었다.
"안 떨렸어요?"
시온이 강단에서 내려온 태원에게 팔짱을 끼며 이것 저것을 물어봤고
여전히 기분이 좋은 태원은 싱글싱글 웃으며 시온에게 대답을 한다.
둘은 자동차를 타고 다시 어디론가 향한다.
"자...이건 너한테 바치는 상이다.."
주변이 한적한 묘지 앞...태원은 표창장을 무덤 앞에 놓고 시온과 나란히 앉았다.
"니 누명..다 풀었어..TH그룹 놈들이 니가 꾸며낸 기사다 뭐다 하면서
하도 생트집을 잡길래 누명 푸는데 한참 걸렸어..어쨌든 나 잘했지?"
어린아이가 자랑하듯이 도율에게 말하는 태원을 보며 시온 역시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이제 겨우 다 잘되가는것 같다 도율아..잘 지내지?"
태원과 시온은 얘기를 더 하다가 해가 질 쯤에 국화를 두고 산소밑으로 내려간다..
태원은 한번 더 도율의 무덤을 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말한다.
"강도율...너 끝까지 머리 좋은가 티내고 갔지..지금 니 눈으로 시온이 잘 보고 있어..
평생 죽어서도 시온이만 보겠다 이 뜻이지?"
도율은 시온이 빨리 내려오라는 소리에 뒤를 돌아 시온을 향해 달려간다.
[에필로그]
경인은 창고로 가서 박스 중에 노트 한 권을 꺼내든다.
"나 보라고 남기고 간 거지?"
경인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일기장을 펴 들었다.
[오늘 형준이네 반에 놀러갔다가 어떤 여자애를 봤다.
이름은 이시온..특이하고 이쁜 이름이었다.
튀게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점점 정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점심시간 내내 그 반에 있다가 돌아왔다.
이시온..왠지 모르게 느낌이 좋다..
- 3월 17일]
[오늘..태원이 형이랑 시온이가 400일이 되는 날이다..
50일..100일..200일..이제 적응될때도 됐는데 매번마다 기분이 우울해지는건..
매번 잊으려고 생각하는것도 아직도 잊지못했다는 증거..
오늘은 시온이하고 태원이형이 만난지 300일 되는날...
그리고 내가 시온이를 바라본지 1324일이 되는 날이었다..
- 9월 4일]
경인은 10권의 일기장 중 마지막 일기장을 펴들고 다른 부분을 읽어내려간다.
[나 떠나면...나중에 니가 울 모습이 선하다..
시온아..빨리 잊고 태원이 형이랑 행복하게 살아..
웃으면서 남들 부럽게 꼭 행복하게 살아..
죽음이 두렵지만 죽어도 평생 너를 볼 수 있으니까..
또 다음에 우리 만나면 되니까..
평생 듣지 못할 말이겠지만..시온아 사랑해..
이시온..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영원히 안 잊을께..
- 10월14일]
"오빠..행복하니? 아직도 시온이 언니밖에 없니?"
경인은 창가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씁쓸한 다시 미소를 짓는다.
"여보~밥 좀 차려줘"
"어..금방갈께"
경인은 일기장을 박스에 넣고 창고문을 잠근채 주방으로 향한다.
-The game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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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완결
소설:회원 사키레인 님 #The game 1~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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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
재밌ㅇ ㅓ요~^ ^:;
슬프기도하고 행복하기도 하고._-;;;ㅋㅋ
진짜 ㅋ 슬프다 ㅎ,, 그래도 나중엔 잘되니깐 ㅎ
감동인것 같다..... 어짜피.. 래몬님 처럼.. 나중에 잘될테니깐.^ -^.ㅎ
재밋다 ㅠ.ㅠ 군데 겜 어케 끝낫드라 ?ㅋㅋ 구래도 재밋다
재밋다 ㅠ.ㅠ 군데 겜 어케 끝낫드라 ?ㅋㅋ 구래도 재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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