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대 과학 혁명
-과학혁명이 일어난 16,17세기는 서양과학사상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를 이룩하였다. 이 변화는 기존 체제 안에서의 점진적인 것이 아니었고 낡은 과학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구조의 과학으로 대치되었다는 점에서 혁명이라 할 수 있다.
1. 아리스토텔레스의 파탄(破綻)
고대 및 중세과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테두리 안에서 발전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체계는 논리적 정합성을 특색으로 한다. 논리적 정합성은 하나의 이론을 통해서 세부적인 것들을 보기 때문에, 즉 전체적인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을 문제삼으면 전체가 딸려 나오는 특징이 있다.
<천구(天球)들의 회전(回轉)에 관하여>는 아리스토텔레스 우주론의 한 요소를 의심한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적 정합성에 의해 코페르니쿠스가 준 천문학 분야의 충격은 역학, 광학, 생리학 등 각 부문으로 파급되기 시작하였다.
2. 새로운 지식관, 자연관
중세에 있어서 지식(진리)은 신에 의해 계시되는 것이었다. 인간은 단지 이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프랜시스 베이컨은 지식의 목표는 명상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함으로써 과학의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로써 인간은 구경꾼으로부터 자연의 주인으로서 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같은 지식관과 자연관의 변화는 과학혁명의 주요한 배경이 되는 것이었다.
3.과학혁명의 기간
대개 16, 17세기로 보고 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천구(天球)들의 회전(回轉)에 관하여>와 베살리우스의 <인체(人體)의 구조(構造)에 관하여> 발간되었다. 이 두 책은 그 자체로는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으나 각각 물리학과 생물과학에서 뒤따른 혁명의 불씨가 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687년은 <프링키피아(Principia)>로 흔히 불리우는 <自然哲學의 數學的 原理>가 나왔다. 이 책에서 뉴튼은 갈릴레오, 데카르트, 케플러 등의 업적들을 종합하여 과학혁명을 일단 매듭지은 것이었다.
4. 르네상스,종교개혁과 비교한 과학혁명
르네상스는 잃어버린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회복하려는 운동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과거회귀의 성격을 띈 것으로서 어떤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종교개혁도 새로운 종교의 탄생은 아니며, 잊혀진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운동이었다. 과학혁명은 그리스도교의 모든 교리와 사상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고,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단지 그리스도교 체제 안에서의 한 에피소드 정도에 지나지 않은 일로 만들어 버렸다. 즉, 과학혁명은 과감히 전통과 결별하고 전진적인 자세를 취했다.
5. 과학혁명의 특징
웨스트폴(Rkichard S.Westfall)에 따르면, 과학혁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감관경험(感官經驗)에 의한 상식적인 설명을 피하고, 추상적인 이성(理性)을 통해 탐구한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 과학이 이성적인 플라톤 과학에게 자리를 내주었음을 뜻한다.
- 과학의 수학화가 진행되었다. 따라서 더욱 명확해지고 논리적이 되었다.
- 기계론적 사고방식이 발전되었다. 목적론적, 유기체적 사고가 물러가고, 기계적, 인과론적 사고가 지배하게 되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그리스의 원자론이 부활한 것이고, 모든 현상을 물질과 그 운동을 통해 설명하려는 기계적 철학(Mechanical Philosophy)의 결과로 나타났고 뉴튼에 이르러 그 절정을 볼 수 있다.
- 여러 가지 새로운 과학적 방법론이 나타났다. 베이컨은 사실 수집을 통해 일반화에 도달하는 귀납적 방법을 내놓았고, 합리론의 데카르트는 명석하고도 판명한 진리로부터 수학적 연역에 의해 결론을 얻으려 했다. 한 편 갈릴레오는 수학과 실험을 결합하여 근대적인 과학방법을 만들어 내어 자연 연구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을 제공하였다.
그럼 여기서 근대적인 과학방법을 내놓은 베이컨, 데카르트, 갈릴레오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이들은 모두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법을 거부한 데서 공통점을 보였으나 서로 다른 방법들을 찾았다.
6. 베이컨
그는 과학적 방법론에 있어서 귀납적 방법을 주장한다. 그러나 귀납적 방법을 처음 만든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그러나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몇 가지 불충분한 관찰로부터 가장 넓은 일반화로 비약했다며 그를 비판하였다. 베이컨에 따르면 자연에 관한 모든 자료가 수집, 분류, 도표화되고 난 다음에야 그로부터 결론이 나올 수 있고, 일반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베이컨이 주장한 사실들을 정리하는 방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수집한다.
-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모은다.
-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이 정도의 차를 가지고 나타난 사례를 정리하는 비교방법이다.
베이컨은 경험주의자들이 자료만 모으는 개미이고, 자연철학자들이 안으로부터 줄을 짜내는 거미인데 반해 과학자들은 꽃에서 재료를 모아다가 꿀을 만드는 벌로 비유를 해서 중도의 도를 주장하였다.
베이컨은 사실수집에만 강조를 하고 창조적 통찰력이 들어갈 여지를 만들어 내지 않았다고 비난받지만, 당시 사실수집이 경시되어오던 사회에서 베이컨의 주장은 높이 평가받을 만한 것이었다. 베이컨의 방법은 과학혁명 후기에 생물학, 지질학에 특히 매우 유용하였다.
7. 데카르트
데카르트는 확실한 지식을 얻기 위해 회의의 방법을 쓴다. 그래서 그의 회의는 ‘방법적 회의’라고 부른다. 그는 세계에 관한 인식의 기초로서의 감각적 경험이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품는다. 감각은 주관적이며 사람을 속인다. 따라서 그것이 확실한 지식으로 우리를 이끌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감관 경험을 철저히 불신하는 데카르트가 의지한 것은 이성이다. 곧, 직관에 의해 자명하다고 생각된 것은 확실한 지식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학지식, 그 가운데서도 기하학적 공리이다. 이 전제로부터 시작해서 연역적으로 지식을 탐구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데카르트가 제안한 방법론이다.
전제가 참이므로 연역추리를 통한 탐구 과정에서 오류가 없는 한 결론도 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데카르트의 방법은 경험을 전적으로 무시한 결과 독단적인 과학을 낳았다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8. 갈릴레오
갈릴레오 역시 철저한 수학의 신봉자였다. 자연은 불변하는 법칙에 의해 운행하는 엄격한 필연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본질적으로 수학적인 성격에서 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플라톤주의자이다.
갈릴레오의 자연에 대한 접근은 3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감각세계에서 본질적인 요소를 분리해 내는 과정이다. 여기서 본질적인 요소로 분리한다는 것은 현상을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완전하게 수학적 형태로 변형시킴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이렇게 해서 얻어진 본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수학에 의한 연역적인 논증을 하는 것이다. 이 단계까지는 데카르트와 동일하다 그러나 갈릴레오는 다음의 한가지 과정을 더 추가한다. 그것은 연역적 논증을 통해 탄생한 가설을 검증하는 단계이다. 갈릴레오는 실험을 통해서 그것을 검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갈릴레오의 과학방법은 수학적 추리를 주축으로 하고, 실험적 검증을 보충한 종합적인 성격의 것이었다. 근대과학이 갈릴레오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2. 엔트로피
1. 열역학 제1법칙과 엔트로피
줄은 에너지가 보존되고 그 여러 형태가 서로 변환이 가능함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였다. 특히 역학적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그리고 그것이 열로 바뀌는 과정에 대한 실험을 통해 일과 열 사이의 상호변환계수의 정확한 측정에 성공하였다. 그 결과 일과 열은 서로 같은 종류의 양이고 서로 변환되며 그 합은 보존된다는 이른바 열역학 제1법칙이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열역학 제1법칙이 밝혀진 후 클라우지스와 톰슨은 열과 일 사이에 변환방향에 대해서 주목하였다. 일이 열로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다른 아무런 변화 없이 주위로부터 열을 흡수해서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를 발전시켜서 아무런 변화 없이 열이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변할 수 없다든지, 주위로부터 열을 흡수해서 그대로(낮은 온도로 내보내지 않고)일로 바꿀 수 없다는 경험적 불가능성을 바탕으로 증명한 것이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었다.
클라우지스는 1850년 이후 오랫동안 열역학 제2법칙의 더 일반적이고 완전한, 그리고 수학적으로 정리된 표현을 얻어내려고 노력했다. 여기에는 톰슨의 논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톰슨은 지표면과 지구내부의 열이 식어가는 과정을 탐구하면서 자연계의 에너지는 점점 사용할 수 없는 부분으로 변화되어 간다는 생각을 하고, 이것을 에너지의 낭비라 불렀다. 그리고 “현재 물질세계에는 역학적 에너지의 낭비를 향한 일반적 경향이 존재한다”고 결론지었다. 클라우지스는 톰슨의 이같은 논문을 바탕으로 이것을 수학적 계산과 논리적 추론을 통해서 형상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15년에 걸친 노력 끝에 비로소 항상 증가하는 양을 정의할 수 있었고, 그것을 엔트로피라 불렀다.
2. 엔트로피 개념의 특징
엔트로피는 수학적 추론에 의해서나 이론적 증명을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험적 사실을 통해서였다.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들, 즉 열이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올라간다든가, 아무런 변화 없이 열이 일로 바뀐다든가 하는 것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과거에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상 확실하지만 그러나 불가능성이 증명되지는 않은 단지 귀납적으로 확률이 매우 높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엔트로피란 어떤 방향으로 변화되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어떤 상태에 대한 엔트로피가 그 상태에 대한 확률의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또한 무질서함의 척도이기도 하다. 볼츠만은 이것에 관해 논의함에 있어서 어떤 기체 분자들의 배열방법의 수는 무수히 많고, 그에 대한 확률이 큰 것에 반해 그 기체가 고체상태로 되었을 경우의 배열방법의 수는 작고, 그에 대한 확률이 작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엔트로피를 이처럼 확률을 통해 정의함으로서 볼츠만은 열역학 제2법칙을 확률의 법칙의 직접적인 표현으로 만들어 주었다. 따라서 이제 엔트로피와 확률과의 관계, 그것들과 분자배열의 무질서함과의 관계가 명확히 주어짐으로서 엔트로피는 열과 일과의 관계의 지엽적인 부분이 아니라 모든 물리적 상태에 대하여 그 적용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3. 코펜하겐 해석
1.코펜하겐 연구소
보어(Niels Bohr, 1885~1962)는 코펜하겐에 자신의 연구소를 설립한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거부했던 유능한 물리학자들이 보어의 코펜하겐 연구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 곳은 새롭게 탄생하는 이론물리학 분야의 제일의 연구소가 되었다.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디렉 등 양자물리학의 완성에 기여한 많은 물리학자들이 이 연구소에서 핵심적인 개념들을 고안하였다. 여기에서 양자역학에 관한 코펜하겐 해석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2.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
-일찍이 보어(Niels Bohr)의 오랜 동료였던 로젠펠트(Lon Rosenfeld)는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이라는 용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용어는 "마치 양자역학에 대해 여러 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었다. 로젠펠트가 보기에 양자역학에는 "오직 하나의 해석이 있을 뿐이고", "사람들이 양자역학의 해석이라고 말할 경우에 정작 그들이 말하려는 것은 양자역학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로젠펠트의 관점은 어떤 수학적 형식이론이 있을 때, 그에 대한 해석이 이 형식이론으로부터 논리적으로 유도될 수 있다는 암묵적인 전제에서 비롯한 것이며, 이후의 역사적 전개에서 볼 때, 양자역학은 수학적 형식이론에서 유도되지 않는 별도의 해석규칙을 필요로 함이 분명해졌다.
-1920년대 후반에 등장한 양자역학은 처음부터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혔다. 올바른 물리학은 추상적이고 수학적인 형식이론을 넘어서는 직관적이고 일상적인 관념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그다지 자연스럽거나 편안하지 않았던 양자역학은 탄생 때부터 모두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론이 아니었던 것이다. 1927년 9월에 볼타(Alessandro Volta)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모인 코모(Como) 학회에서 보어는 "양자 가설과 원자이론의 최근의 전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양자역학의 핵심은 이른바 양자가설로 표현될 수 있다. 이는 모든 원자 수준의 현상에 고전이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불연속성, 아니 개별성을 부여하는 것이며, 플랑크의 작용량 양자로 상징된다."고 지적하면서, 양자역학이 이제까지의 물리적 개념을 전혀 새롭게 재정식화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았다. 1927년 10월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5회 솔베이 회의나 1930년의 제6회 솔베이 회의에서 양자역학의 기초에 관한 논쟁은 매우 뜨거웠다. 보어는 이 논쟁의 대부분에서 자신이 코모 강연에서 제창했던 상보성 개념에 기초를 둔 양자역학의 해석을 당시의 물리학자들이 받아들이게끔 설득하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로젠펠트가 양자역학의 해석에는 오직 하나의 해석이 있을 뿐이라고 자부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보어, 하이젠베르크, 보른, 디락, 파울리, 폰노이만 등으로 대표되는 CIQM의 주요한 내용은 교과서적으로는 대략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첫째, 양자계의 상태는 파동함수로부터 결정되며, 파동함수의 절대값 제곱은 측정값에 대한 확률밀도함수이다. 둘째, 모든 물리량은 관측가능량으로서만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서로 양립하지 않는 물리량들(예를 들어 위치와 운동량)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동시에 원하는 임의의 정확도로 측정값을 정할 수 없다. 세째, 양자계는 파동으로서의 속성과 입자로서의 속성을 상보적으로 가지며, 이러한 상보성은 모든 물리적 대상에서 발견된다. 네째, 측정의 순간에 '파동함수의 오그라듦'(collapse of wave function)으로 대표되는 불연속성과 양자도약이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다섯째,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사고실험과 관련하여 양자계는 근원적으로 비분리성(non-separability) 또는 비국소성(non-locality)을 갖는다.
실제로 CIQM의 구체적인 내용은 논자에 따라 조금씩 또는 상당히 다르지만, 대개 다음과 같은 보어의 논의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1.양자역학은 관측자의 지식과 무관한 객관적 실재를 기술하는 이론이 아니라, 오히려 관측자와 대상 사이의 관계를 말해 주는 이론으로서, 주어진 물리량의 측정값들의 확률 분포로부터 다른 새로운 관측결과를 예측하게 하는 장치이다.
2. 양자계는 실제적인 실험을 통한 관측 또는 측정과 무관하게 개별적인 물리량을 고유 하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그렇기 때문에 양자역학을 비롯하여 모든 이론에서 측정의 관념이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근본적'이라 함은 이론적인 서술과 별개로 측정의 이론이 따로 마련되어야 하며, 이론적인 서술도 항상 실험실 내에서의 측정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3. 관측자가 양자계로부터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측정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 측정장 치는 고전역학으로 기술되거나 고전역학적 서술로 환원될 수 있어야 한다.
4. 모든 이론에서 사용되는 수학적 정식화나 기호는 구체적인 물리적 또는 실험적 조작 에 의하여 정의될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번지(M. Bunge)는 이론의 '지시체'(referent)에 대해 논의하면서 코펜하겐 해석을 실재주의, 주관주의, 이원론과 대비시키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실재주의"(realist)는 모든 이론의 '지시체'는 관측자와 전혀 무관한 대상이라고 보는 입장이며, 마흐(Ernst Mach)로 대변되는 "주관주의"(subjectivist)에서는 이론을 감각경험이나 머리 속의 관념 등과 같은 인지행위로 환원할 수 있다고 본다. "이원론"(dualist)은 이론의 '지시체'로서 물리적 대상과 관측자 둘 다에 존재론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입장이다. 이원론에서는 주체와 대상을 섞지 않는 대신에, 주체와 무관하게 객관적인 부분과 인간이 대상을 알기 위해 가하는 조작과 관련되는 부분 모두가 각각 이론의 '지시체'라고 본다. 번지가 보기에, "코펜하겐 해석"(CIQM)은 이와 달리 물리학적 이론의 '지시체'를 쪼갤 수 없는 주체-대상의 한덩어리로 보는 입장이다. 즉, CIQM에서는 양자역학이라는 형식이론이 주체나 대상 어느 한 쪽만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을 항상 함께 '지시'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모든 수학적 공식은 구체적인 관측자나 관측 상황을 고려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갖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CIQM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주장은 어떤 물리량의 값이 측정 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하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상대성 이론
-상대성 이론에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의 2가지가 있는데 둘 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으로서 전자는 1905년에 그리고 후자는 1916년에 각각 발표되었다.
1. 특수상대성이론
1. 특수상대성이론의 2대 가정
특수상대성이론은 그 이전의 200여 년 간 자연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둬 고전역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커다란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근거에는 단 두가지의 가정만이 자리잡고 있다. 그나마 그 중 하나는 이미 고전역학에소도 잘 알려져 있던 것이었으므로,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추가한 것은 하나 밖에 없다.
-가정1. 상대성원리 : 물리법칙은 모든 관성계에서 동일하게 표현된다.
-가정2. 광속일정원리 : 빛의 속도는 모든 관성계의 관찰자에 대하여 일정하다.
2. 가정1. 상대성원리
물리법칙은 모든 관성계에서 동일하게 표현된다.
관성계란? 정지상태와 등속운동상태는 ‘관찰자의 위치가 어디인가’에 따른 차이만 있 을 뿐, 실제로는 양자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즉, 일정한 속도로 항해하는 배 안에 서 탁자는 배안의 사람이 보기에는 정지상태에 있지만, 배 밖의 사람이 보기에는 배 와 같은 등속운동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배나 배 밖의 사람처럼 서로간에 정 지상태나 등속운동상태에 있는 계를 ‘관성계’라 한다. 즉, 높은 하늘에서 일정한 속 도로 날아가고 있는 비행기, 곧게 뻗은 철로 위를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기차, 고속 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그리고 그냥 정한 상태로 있는 산, 들, 숲 그 리고 집이나 아파트 등을 들 수 있다. 즉, 이러한 모든 관성계에서 에너지 보존법칙, 엔트로피 증가법칙등의 물리법칙들은 모두 똑같이 성립하게 된다.
절대공간의 부정 ; 물리법칙이 어떤 관성계에서나 동일하게 표현된다는 내용을 바꾸 어 말하면, “어떤 관성계나 서로 동등하며, 절대적인 기준계는 없다.”는 뜻이 된다. 이는 또한 “절대공간은 없다”라는 압축된표현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모든 관성계는 상대적이다. 곧, 상대성 원리라는 말이 탄생하게 되었다. 즉, 우주의 어디 를 찾아보아도 절대적으로 정지해 있다고 기준으로 삼을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3. 가정2. 광속일정의 원리
"빛의 속도는 모든 등속운동 관찰자에 대하여 일정하다“ 라고 표현된다. 여기에서 ‘등속운동 관찰자’는 등속운동 상태에 있으면서 빛의 속도를 관찰하는 사람을 말한다.
광속일정의 원리는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것처럼 생각된다. 예를들어 운동장에서 공을 초속 40미터로 던지던 사람이, 트럭을 타고 가면서 앞쪽으로 같은 힘으로 공을 던질때, 전자의 공은 지면에 대하여 40m/s의 속도를 갖지만, 후자는 공의 속도에 트럭의 속도까지 더하여 70m/s가 된다. 그런데 빛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예를 들어 시속 30m로 달리고 있는 트럭이 헤드라이트를 켰을 때 공 던지기의 예를 통해서 보면 빛의 속도 c 에다가 30m/s를 더한 속력이 나와야 하는데 빛의 속도는 여전히 c라고 한다. 전혀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와 같은 현상을 마이켈슨과 몰리는 실험을 통해서 증명하였다. 그들은 빛을 지구의 공전방향과 같은 쪽, 그리고 그와 수직인 쪽으로 발사하고, 그 속도를 비교하였다. 빛도 공 던지기에서의 공과 같이 행동한다면 당연히 공전방향으로 발사한 빛의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실험에서는 두 방향의 빛의 속도에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그럼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등속도로 나는 우주 항공기가 우주 정거장 근방을 지나갔다고 하자. 우주 항공기가 우주 정거장 한가운데에 왔을 때, 우주 정거장 중앙에 있는 라이트가 빛났다. 이 때 빛이 우주 정거장 양 끝의 태양 전지 패널을 비추었다. 이 현상이 우주 항공기의 파일럿과 우주 정거장 가운데 있는 작업원에게는 어떻게 보일 것인가?
1. 우주 정거장은 작업원에 대하여 정지해 있다. 중앙에 있는 라이트에서 나온 빛은 같 은 속도로 오른쪽, 왼쪽으로 전파된다.
2. 라이트는 우주 정거장의 중앙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빛은 양 끝의 태양 전지 패널에 동시에 닿아 반짝이게 된다.
3. 라이트에서 나와 왼쪽 패널에 닿은 빛과 오른쪽에 닿은 빛은 동시에 작업원의 눈에 닿는다. 결국 정거장 가운데 있는 작업원의 눈에는 양끝 패널은 동시에 빛난 것으로 보인다.
4. 한창 달리고 있는 기차 안에 있으면, 마치 기차가 정지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우주 공간을 비행하는 우주 항공기의 파일럿에게 , 등속도로 나는 우주 항공기 는 완전히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며, 우주 정거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5.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은 광원의 운동에 관계없이 항상 같은 속도로 전파된다. 그 러나 빛이 전파되는 사이에 정거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므로, 정거장 중앙에 있는 라이트에서 나온 빛은 먼저 오른쪽 패널에 닿아 반사한다.
6. 오른쪽 패널에 닿아 반사된 빛이 파일럿에 닿았을 때, 왼쪽으로 진행한 빛은 겨우 왼 쪽 패널에 닿아 반사한다. 그러므로 정거장에 있는 작업원에게는 양 끝 패널이 동시에 빛나지만, 우주 항공기의 파일럿에게는 오른쪽 패널이 먼저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상 대성 이론에 따르면 두 사건은 운동의 상태에 따라 동시가 되기도 하며, 동시가 되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위의 예와 같이 아인슈타인은 광속불변의 원리에 의해 시간의 개념을 다시 정리하였다. 예컨대 두 사건의 동시성에 대하여, 절대 신간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동시에 발생한 사건이 상대운동을 하는 다른 이에게는 동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4. 특수상대성 이론의 3대 귀결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종래의 ‘공간과 시간’의 개념에 대하여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절대공간도 없고 절대시간도 없으니, 이제 무엇을 근거로 물리학 나아가 과학의 전 분야를 수립해 나가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감은 곧 새로운 기준으로 설정되었다. 각자가 존재하는 그 공간과 시간이 바로 새로운 근거이다. 다분히 모순적이게도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의 지평이 저무는 곳에서 ‘상대성’이라는 '새로운 절대성‘을 찾은 것입니다.
-특수상대성 이론의 3대 귀결
1. 시간지연
시계는 주기운동을 이용하여 만든다. 시간 측정을 위해 우주 항공기에 광시계를 실었다고 하자. 광시계란 원기둥의 윗면과 아랫면 사이를 빛이 왕복하도록 만든 장치로, 윗면에서 반사된 빛이 아랫면에 닿았다가 되돌아 오는 시간을 1초로 한다. 2대위 우주 항공기가 모두 정지하고 있는 경우, 이 두 광시계는 완전히 같은 시간을 나타낸다.
그러나 2대가 고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경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속도로 운동하고 있는 우주 항공기의 파일럿은 자신의 우주 항공기는 멈춰 있고, 상대방의 우주 항공기만이 움지이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상대방의 광시계도 움직이고 있으므로 윗면에서 나온 빛은 아랫면에 닿을 때까지 비스듬히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상대방 광시계의 빛이 비스듬이 위아래로 왕복하는 거리는 정지한 자신의 광시계의 빛이 위아래로 왕복하는 거리보다 길어진다. 한편 빛은 광원이 정지하고 있거나 움직이고 있거나 같은 속도로 전파된다. 그래서 자신의 광시계가 1초 경과하는 사이에 상대방 광시계는 아직도 1초가 되지 않는다. 고속으로 운동하고 있는 시계는 정지하고 있는 시계보다 느리게 가는 것이다.
2. 공간수축
상대성 원리와 광속 불변의 원리에서 아인슈타인은, 정지하고 있는 사람이 보면 운동하고 있는 막대의 길이가 짧아진다는 기묘한 결론을 이끌어냈다. 운동하는 막대의 길이는 두 가지 방법으로 잰다. 그 하나는 막대와 함께 움직이는 자로 재는 방법인데, 이렇게 잰 값을 ‘고유의 길이’라고 한다. 나머지 하나는 정지한 자로 움직이는 막대의 길이를 재는 것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정지한 사람이 잰 막대의 길이는 고유의 길이보다도 짧아진다.
3. E=mc²
물질은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만큼의 에너지를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결론이 상대성 이론에서 얻어진다. 이것은 질량이 에너지와 동등하다는 사실을 뜻하고 있는데, 이 사실로 비로소 핵분열이나 핵융합에너지의 신비가 밝혀졌다. 이들 핵반응이 일어나면 일정한 질량이 소멸되고 그에 대응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원자력 발전이나 원자 폭발은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태양 에너지의 근원은 수소의 핵융합으로 생긴 에너지이다.
또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물질의 질량은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증가한다. 가속기를 사용하여 입자의 속도를 올리면, 입자의 질량은 정지 질량의 1만배나 된다. 우주선 중에는 정지하고 있을 때의 질량보다 1억배 또는 10억 배의 질량을 가진 것도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얻은 결론은 모두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2. 일반 상대성 이론
-로켓이 우주 공간을 비행하고 있는 것을 상상해보자. 로켓이 분사를 하지 않으면 일정한 속도로 날아가며, 그 안은 무중력 상태가 됩니다. 그러다가 분사를 시작하면 위로 추진력이 발생하고, 그 안의 사람은 반대로 아래쪽으로 쏠리는 힘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이 ‘아래쪽으로 쏠리는 힘’은 우리가 지구상에서 가만히 있을 때 느끼는 ‘중력’과 그 성질이 완전히 같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것을 “가속계와 중력장은 동등하다”라고 하였다. 이때 로켓의 한쪽 벽에서 레이져를 수평으로 하여 빛을 쪼였다고 하자. 로켓이 일정한 속도로 갈때는 빛도 정확히 직진하여 반대쪽 벽에 닿을 것이다. 그러나 로켓이 분사를 시작하여 가속되고 있는 때라면 로켓의 가속 때문에 점점 아래로 휘어져서 반대쪽 벽에는 아까보다 아래쪽에 닿게 된다. 그렇다면 지상에서는 어떻게 될까? 언뜻 생각하면 빛은 당연히 직진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가속계와 중력장은 동등하다는 새로운 동등원리에 따르면 빛은 아래로 휘어져서 아랫점에 닿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이것을 확인 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였다. 그것은 개기일식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태양은 중력이 매우 강해서 태양 주위를 지나는 별빛의 휘어짐은 충분히 측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관측을 위하여 영국은 1919년에 특별 원정대를 아프리카에 파견하였고 그들의 측정 결과는 예측한 값과 일치하였다.
-특수상대성이론이 시공간에 대한 우리의 관념에 변혁을 일으켰지만, 일반상대성이론도 이러한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단 특수상대성이론은 서로 속도가 다른 관성계 사이의 관계임에 비하여,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과 시공간 사이의 관계라는 차이가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물질과 시간과 공간이라는 3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이에 따라 현대적인 우주론의 형성과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해왔습니다. 빅뱅, 그로인한 우주팽창, 우주의 궁극적인 운명, 블랙홀 등은 모두 일반상대성이론과 뗄수 없는 관계에 있다.
***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의 차이점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 적용분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관성계에 적용되는데, 관성계란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계입니다. 우주라는 것은 일단 물질이 있어야 성립되는 개념이며, 물질이 존재하는 한 중력이 필연적으로 생성되고, 중력이 생성되면 어떤 물질이나 크건 작건 그에 의한 가속을 받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의 등속운동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일반 상대성이론은 애초부터 가속계와 중력장을 그 적용 대상으로 출발한 이론이므로 현실적인 계에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또 특수상대성이론에서의 상대성원리는 “모든 관성계에서 물리법칙은 동일하게 표현된다”는 원리라고 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이를 원용하면, “모든 가속계에서 물리법칙은 동일하게 표현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가속계에서의 가속이 0이면 그 계는 바로 관성계가 되므로, 이런 뜻에서도 일반상대성원리는 사실상 특수상대성이론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5. 게놈 프로젝트
1. 게놈이란?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말로서, 생물에 담긴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1916년 독일의 식물학자 빙클러가 처음 사용하였다.
2. 인간의 게놈
인간의 게놈은 10만개의 유전자와 이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생명의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生老病死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개인의 성격, 행동, 지능과 소질에 관한 차이도 사람마다 생명의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에 초래되는 것이다. 인간의 게놈을 분석해 이 프로그램을 해독하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이제 막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21세기 중에 인간의 평균 수명이 1백20세에 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의 가장 큰 근거가 되고 있다.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체는 세포다. 인체의 60~100조의 세포 속에는 각각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으며 유전정보는 바로 이 염색체에 담겨있다. 23개는 정자를 통해서 아버지로부터, 23개는 난자를 통해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데, 각 염색체는 22쌍의 상염색체 ,그리고 성을 결정하는 염색체 X , Y 까지 모두 23쌍의 염색체를 갖게 된다. 이 23쌍의 염색체는 DNA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생명 활동의 정보가 들어있다. 이 23개의 염색체 세트를 'genome'이라 하고 n 으로 표시한다. 따라서 사람의 체세포는 2 n, 정자나 난자는 n으로 표시하는데 이를 핵상이라 한다. 새로 태어난 아기가 아버지나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여러 가지 성격을 닮는 것은 이를 지시하는 생물학적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받는 23개의 염색체 안에 각각 들어있는 DNA에 숨겨져 있다. 이 정보는 DNA에 G(구아닌),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이라는 화학적 알파벳으로 기록되는데, 임의로 바뀔 수 없고 또 정보 구현의 방식과 범위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종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생식세포 분열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정자나 난자 속으로 23개의 염색체가 독립적으로 나눠지고 ,정자와 난자가 수정을 하면 유전자가 섞이기 때문에 다양한 유전자형이 생긴다. 그래서 부모로부터 같은 유전자를 받은 형제간도 똑같지 않은 것이다. 즉 모든 생물학적 특성이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DNA상의 생물학적 정보의 차이에 따라 피부색, 키, 생김새, 지능, 혈압 등 사람마다 생물학적 특성에 차이가 난다. 인간게놈구조가 밝혀짐에 30억 염기쌍에 과연 몇 개의 유전자가 존재하며, 그들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가, 그리고 각 유전자의 기능은 무엇인가가 밝혀야 할 과제이다. 유전자의 수를 정확히 알아야만 모든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해 생로병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으며, 또한 어떤 유전자가 어떤 질환의 원인이 되는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염색체는 DNA 이중나선이 히스톤과 같은 단백질에 감겨 있는 상태로 고무줄이 꼬여 있는 것처럼 모여 있는 형태다.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4가지 염기가 각각 쌍으로 연결돼 있다. 이들 염기단위체 수를 모두 합하면 30억 쌍이나 된다. 이때의 46개 염색체 또는 30억쌍의 염기서열은 하나의 단위체로서 종합적인 유전정보를 지니고 있는데, 이를 게놈(genome)이라 한다.
3. 게놈 프로젝트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생물의 모든 세포 속에는 핵이 있고 핵 속에는 일정한 수의 염색체가 있으며 염색체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 정보를 가진 DNA(핵산)가 있다. 사람의 DNA 속에 들어있는 유전정보는 30억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가 운데 의미있는 염기쌍 10만개를 유전자라고 한다. 나머지는 의미없는 정보로 간주하는 셈이다. 게놈 프로젝트란 바로 이 10만개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는 것이다. 게놈연구는 생명체의 생성 , 성장,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기능을 총체적으로 분석, 생명의 신비를 원천적으로 탐색하고 이를 통해 개인별 의학과 예측의학 시대를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게놈 프로젝트 가 완성될 경우 유전병을 비롯한 모든 질병의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며 인간 수명을 120세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1990년부터 국립보건원을 중심으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추진, 2003년께 완료할 계획이다.
이미 30여종에 달하는 생물의 게놈정보가 모두 밝혀졌다. 또 그 세세한 설계도는 인터넷을
통해 생생히 중계되고 있다. 이 게놈정보를 알아냈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성과가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을까? 인체의 모든 생명정보를 담고 있는 분자구조가 바로 DNA 즉 [디옥시리보핵산]이다. 23쌍의 염색 체에 있는 DNA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4가지로 나열된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이 4가지 염기가 3개씩 조합된 유전암호가 아미노산을 만든다. 이 아미노산은 인체 내에서
단백질을 형성한다. 바로 아미노산을 만드는 메신저역할을 하고 사라지는 것이 RNA라는 [리보핵산]이다. 이는 메신저라 해서 [m RNA]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전자(gene)는 이 구조가 세포 내에서 하나의 기능을 하는 기능적 단위이다. 게놈은 이들을 모은 총 체적 개념을 말한다. 하나의 유전자는 약 500개의 RNA를 낳는데 아무 기능이 없는 염기조작들도 포함 하고 있어 유전자하나를 구성하는 염기는 수십만개에 달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약 10만개. 여기에 염 기는 30억쌍으로 추정된다. 게놈프로젝트는 이 염기순서를 모두 밝혀내고 그것을 지도로 만드는 작업이다.
4. 게놈 프로젝트의 목표와 연구 방향
-게놈 프로젝트의 목표는
① 인간 유전자 8만개의 유전자 동정을 파악하고,
② 인간의 DNA를 이루고 있는 30억 개의 화학적 염기배열을 결정하고,
③ 데이터 베이스 정보를 기록하고,
④ 데이터 분석의 기술상의 문제를 개발․보완하며,
⑤ 프로젝트에 관한 도덕적․법률적․사회적인 쟁점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다.
이 계획이 성공할 경우 새로운 유전자 검사방법 및 질병 치료법, 예방약제, 유전적 치료법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연구방향은 다음과 같다.
① 기능 유전체학 : 각 유전자가 갖는 기능의 차이를 알아내고 그것을 인간생활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인간의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어떤 유전자인지 알아낼 수 있다. 또한,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② 비교 유전체학 : 각 유전자의 차이를 조사하는 학문으로 사람간의 유전자 차이를 조사하는 단일염기변이는 유전병을 발견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 이를 통해 환자 각자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투약할 수 있고,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부작용 방지 등 많은 이점들이 있을 것이다.
5. 게놈 프로젝트의 의의
따라서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힘든 질병의 초기 진단이 가능하고, 같은 질병이라도 그 정도와 유전적인 형태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져 많은 난치병이 정복될 것이다. 또한 질병의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치료 실패의 원인을 예측할 수 있어 이에 따른 교정이 가능하게 되며, 특정 질환에 대한 거의 완벽한 이해로 많은 난치성 질병의 완치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또한 이미 손상되어 기능의 재생이 불가능한 세포나 조직 또는 장기를 대체할 수도 있고, 노화방지에 따른 질병예방과 수명연장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 침해 문제, 복제인간 문제 등 반윤리적 문제가 대두함에 따라 1997년 11월에 열린 유네스코 29차 총회에서 '인간 게놈과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을 발표함으로써 인간유전자연구가 지녀야 할 윤리를 국제적으로 제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