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아란샤(밤)
신비로운 명상음악....
흔들리는 촛불.
낮은 조명.
희경이 결가부좌를 틀고 명상중이다.
신비모드를 뚫고, 발랄한 핸드폰 벨이 울린다.
결가부좌라 쉽게 풀리지 않아 앉은뱅이처럼 움직여 겨우 전화를 받는 희경.
희경 : (여기저기 부딪쳐 자기도 모르게 작은 비명 지르면서) 아오!!.... 여보세요. ....예. 제가 정희경인데요. .....
유은재요? 예. 알긴 아는데....왜요? .......(좀 놀라긴 하지만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싶은) 쓰러져요? 어쩌다가요?
......아니 뭐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아뭏튼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는다. 생각해보면 귀찮기도 하다)
....아뭏튼 귀족적인 것들은 툭하면 쓰러져... (일어선다)
S#2. 만화가게(밤)
츄리닝 백수와 뿔테 백조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만화를 보고 있다.
카운터는 강모가 지키고 있다. 깊숙이 앉아 만화를 보는데, 그 자세에서 사장의 포스가 풍겨난다.
희경이 들어온다.
희경 : 쥔장 어디 갔냐?
강모 : (안쪽을 흘깃 보며) 낮술 먹고 자요.
희경 : 태권도는?
강모 : 아까전에 되게 안어울리는 양복입고 어디 가던데요. 기냥 눈 버렸어요.
희경 : (짜증난다) 에잇!! 도움 안 되는 인간들...
강모 : (쳐다본다)
희경 : (괜히 강모가 앉은 의자 다리를 걷어차며) 똑바로 앉어, 허리 부러졌냐? (나간다)
강모 : (혀를 끌끌 찬다) 쯧쯧...젊은 내가 참고 말지.
S#3. 최면 치료실 건물앞(밤)
압구정이나 청담동 느낌의 부자동네(분당이어도 상관없다).
희경이 택시에서 내린다. 만원짜리 두장을 내고 잔돈을 받는다.
희경 : (꿍시렁댄다) 이 시간에 왜 막히는거야? 엄청 나왔네... 영수증 첨부할까?
희경, 위풍당당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카메라는 '000최면치료실'이라는 간판을 올려다본다.
----- 타이틀 (의뢰 NO.9 '공격은 가벼운 잽부터')-----
S#4. 엘리베이터-최면치료실 현관 앞(밤)
으리으리한 최면치료실.
조명, 외부장식, 간판...모든 것이 없이 사는 사람의 기를 죽인다.
희경의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모든 것이 삐까번쩍하다.
희경이 자기를 내려다본다. 슬리퍼, 무릎나온 칠부바지, 목부분이 늘어진 반팔티....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본다.
'좀 제대로 하고 올걸...' 후회가 든다.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희경 : 실례합니다.
S#5. 최면치료실 로비(밤)
희경이 들어오면서 실내를 잽싸게 훑어본다.
역시 으리으리한 실내, 고급스런 인테리어.
가운을 입은 최면 치료사들(네명쯤)과 세련된 쓰리피스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들(세명쯤)이 대여섯명, 축구를 보고 있다.
테이블에는 삿포로 캔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
김실장(30대 초반, 여)이 맨 먼저 희경을 발견한다.
김실장 : (사무적으로) 진료시간 끝났는데요?
희경 : (괜히 주눅들어서) 아뇨, 저기...전화 받고 왔는데요, 유은재씨가 쓰러졌다고...
김실장 : 아, 예...언니 되세요?
희경 : (급부정하는) 아뇨....그냥 아는 사인데요...
희경을 주시하던 사람들, 희경의 후줄근한 모습과 가족이 아니라는 말에 다시 tv로 관심을 돌린다.
김실장 : (자격지심때문인지 조금 무시하는 듯하다. 한쪽으로 안내하면서) 이쪽으로... 가족하고는 연락이 안 되나요?
희경 : (애매하게 웃으면서) 뭐...글쎄요...
김실장 : (3번방으로 안내하며) 여기거든요.
김실장이 문을 열어주는것과 동시에 밖에서 들리는 숨가쁜 소리 '슛, 슛? 에에이..'
(김실장) : (TV쪽으로 가며) 왜? 어떻게 됐어?
S#6. 3번방(밤)
희미한 어둠속에 은재가 누워 있다. 팔뚝, 손등, 얼굴에 긁힌 상처와 핏자국이 있다.
의식이 없는 은재는 작고, 초라하고, 무방비하고... 그리하여 슬퍼 보인다.
문칸에 서서 은재를 내려다 보는 희경.............................착잡해진다.
밖에서 들리는 기쁨의 함성소리 '그렇지. 패널티 킥!!!'
S#7. 최면치료실 로비(밤)
흥분한 최면치료사들, 여직원들.
마치 자기들의 승리인양 건배를 하고, 흥분했다.
여직원은 기도하듯 두손을 가슴에 모은다.
TV모니터속의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패널티킥을 준비한다. 공을 돌려가면서 신중하게 내려놓는다.
최면치료사들, 여직원들이 숨을 죽인다. 모두의 시선이 뚫어져라 TV를 향한다.
일곱명의 눈동자가 TV모니터로 빨려들어갈 것 같다.
키커가 막 공을 차는 순간.
에? 텔레비전이 꺼진다.
어떤 놈 : 뭐야?
어떤 놈 : 누구야? 왜이래?
다들 한마디씩 하는데...
희경이 TV 리모콘을 든 채 TV앞을 막아선다.
최면술사 : (신경질적으로) 뭐야? 저 여자
희경 : (지지 않는 지르는) 너는 뭔데?
희경의 포스에 모두를 움찔한다.
희경 : 아픈 사람 혼자 두고 공놀이 보는 니들은 다 뭔데?
최면술사 : ....
김실장 : 아니 그게...잠들었길래...
희경 : (좀 전의 주눅든 그녀와는 완전 다른 사람이다) 쟤가 왜 저래? 왜 피투성이야? 여기 최면은 피흘리면서 해?
김실장 : 그게...놀라신 모양인데요. 치료를 받다보면 가끔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희경 : 발작? 왜 발작을 해?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발작을 하지? 쟤가 저 혼자 발작해?
김실장 : 사모님. 일단 진정하시고... 기억이라는게 사람마다 다 틀려서..
희경 : (사모님이라고 말할 때 움찔한다. 분노의 게이지가 높아진다) 좋아!! 이렇구 저렇구 다 이해한다구치구...
근데 왜 병원에 안데려간건데? 피투성이가 있으면 병원에 데레가야지? 왜 아픈 애를 혼자놨둬? 이래도 돼?
쟤가 가족도 없고 보호자도 없고 만만히 본 모양인데 사람들이 그러면 안되지
최면치료사 : (계속되는 비난에 욱해서) 병원에 갈만한 상황이 아니니까 안갔죠. 진정제 투여하고, 링거도 맞고 했습니다.
희경 : 그러셨어? 당신이 의사야? 최면도 걸고 진료도 하고 그래?
최면치료사 : 예. 의삽니다.
희경 : (움찔하지만) ...어쨌든 다들 각오해.
S#8. 3번방
밖의 소란에 은재가 눈을 뜬다.
(희경) : 앞으로 살면서 우리 은재한테 무슨 일 생기면, 전적으로 당신들 책임이야. 각종 빈혈, 어지럼증, 손발저림,
사건사고까지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줄테니까. 피투성이를 놨두고 지들끼리 축구를 봐?
(방으로 들어오며) 고소할테니까 변호사 준비하고 있어. 알아들어.
김실장 : (쩔쩔매며 따라온다) 좀 긁힌 걸 갖고, 무슨 피투성이예요
희경 : 좀 긁혀? 당신도 긁혀 볼래? 당신들 내가 온 걸 운 좋은줄 알어. 무열이가 왔으면 여기 뒤집어졌어. 알어?
우습게 본 모양인데 우리 은재가 어떤 앤줄....
고개를 돌리던 희경과 은재가 눈이 마주친다.
둘다 조금은 뻘쭘해서 외면한다.
S#8-2. 건물앞(밤)
은재와 희경이 택시에 탄다.
김실장, 최면치료사를 비롯한 축구보던 전직원이 고개를 숙여 택시를 배웅한다.
S#9. 택시(밤)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희경과 은재. 둘다 어색해서 말이 없다.
식은땀을 닦는 은재를 희경이 슬쩍 쳐다본다. 은재는 눈이 가물거리는걸 억지로 참고 있다.
희경 : (침묵이 어색하다. 혼잣말처럼) 졸리면 자든가...진정제 맞아서 졸릴거래두만...
은재 : 괜찮아요.
택시기사가 룸미러를 흘깃 쳐다본다.
저 두명의 여자는 무슨 관계일까? 궁금해하면서...
S#10. 은재의 저택 거실(밤)
은재와 희경이 들어온다.
신발을 벗다가 은재가 휘청한다.
희경이 본능적으로 은재의 손을 잡아준다.
둘다 어색해서 슬그머니 손을 놓는다.
S#11. 은재의 집 침실(밤)
은재가 침대에 걸터앉는다.
희경이 쭈삣거리며 문옆에 서있다. 할말이 없어 어색하다.
희경 : 뭐 필요한거 있으면 말하고....
은재 : (몽롱한 가운데서) 오늘 고마워요... 늦었는데 그만 가보세요.
S#12. 은재네 집 거실(밤)
희경이 가려고 돌아서다가 은재 침실 쪽을 본다.
희경 : (실내를 둘러본다) 아줌마도 없나? 테레비 보면 한 두명은 두고 살두만...
그냥 가려니 마음이 무겁다. 핸드백을 챙기다가 뭔가 생각난다.
컵을 찾아 정수기에서 물을 따른다.
S#13. 은재 침실(밤)
물잔을 든 희경이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은재가 옷 입은 채로 모로 쓰러져 잠들어 있다.
희경이 물 잔을 침대맡에 놓고, 핸드백에서 약을 꺼내 놓는다.
갈까하다가 이불을 제대로 덮어준다.
미운 마음이 다 가신건 아니지만 잠에 취한 은재가 어쩐지 애처롭다. 긁힌 상처도 애처롭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다가 문득 움찔한다. 은재의 머리맡을 바라본다.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본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희경은 멍해져서 정신없이 바라본다.
(f.o)
S#14. 은재의 침실(아침)
은재가 눈을 뜬다. 이마에 물수건이 놓여져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소파에 희경이 쭈그리고 자고 있다.
희경을 바라본다.......................................................
시선을 느낀 희경이 눈을 뜬다.
은재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린다.
희경 : (아그그그그...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깼으면서 눈은 왜 감냐?
은재, 뻘쭘해서 눈을 뜬다.
희경 : (은재의 이마를 손으로 짚어보고) 열은 떨어졌고...죽이라도 끓여놓고 가고 싶은데...
내가 끓인 것 보다는 시켜먹는 게 나을거야. (나가려다가) 지난번에 내가 말한 거...... 생각해보니까
좀 심했다 싶은것 같기도 한데..... 뭐 그렇다고 아주 틀린말은 아니지만... 뭐 어쨌든...
(미안하단 말이 잘 안나와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미안해. 갈게...
희경이 나가고 은재가 일어난다. 이마에서 물수건이 뚝 떨어진다.
은재가 아무 의미 없이 물수건의 각을 잡는다. 한번, 두번, 세 번.
S#15. 용수의 방(낮)
어둠 속, 문이 열리며 빛이 쏟아진다.
눈이 부신지 돌아눕는 용수.
무열이 문 앞에서 쯧쯧 혀를 찬다. 소주가 두병, 먹다 남은 라면이 냄비속에서 퉁퉁 불어있다.
무열 : 어째 형은 갈수록 노숙자 삘이 나냐?
용수 : (잠에 취해서) 아침부터 왜?
무열 : 11시가 아침이냐? 인간아. (방안을 대충 치우며) 형이 내 친형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가...
무열이 앨범, 일기, 액자-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용수와 그의 형 준수의 장난끼 가득한 사진-등을 상자 속에 넣는다.
용수가 주춤 주춤 일어나 앉는다. 손에 쥐고 있던 학생증-'경기고등학교 3-4 김준수'-를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S#16. 흥신소(낮)
컵라면에 밥말아 먹는 무열과 용수.
선풍기가 돌아간다.
용수 : 면접봤다며?
무열 : 떨어졌어.
용수 : 응....
무열 : 거기서 '응'이라고 하면 안되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왜? 니가 뭐가 모질라서?' 이렇게 말해야지.
간단하게 수긍하면 내가 곤란하잖아.
용수 : 희경씨는?
무열 : 몰라...
그때 밖에서 들리는 소리
이미 열려있는 문으로 집주인 할아버지와 30대의 미용사풍 남녀(여기서 미용사풍이란 남자가 약간 여성적인 느낌이
난다는 뜻. 게이풍이랄수도 있습니다. 윗도리 딱 달라붙고, 귀거리하고, 염색머리한)가 들어온다.
엉거주춤 일어나는 무열과 용수.
집주인 : 보세요. 깨끗합니다. 얼마전에 죄 수리했거든요.
남자 : (들어오면서) 구경 좀 하겠습니다.
무열 : (엉거주춤)......예
남자와 여자가 무열과 용수를 쓰윽 본다.
츄리닝 차림에 아침부터 라면에 밥 말아먹는 꼬질꼬질한 두 인생을.
여자가 남자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상황판-황금 31톤. 덕수궁....1900년 러시아 공사관, 이용익. 고종황제...
게다가 '나는 부자다'란 낙서까지...
남자가 기침하듯 웃음을 삼킨다.
괜히 뻘쭘해져서 무열은 혀로 이빨사이를 청소하며 외면하고, 용수는 목덜미의 땀을 닦아낸다.
집주인 : 미용실 하신다고 그러셨나? 좋죠. 미용실...이동네에 가장 필요한게 미용실이거든...
S#17. 복도(낮)
희경이 복도를 올라온다.
흥신소에서 나오는 집주인과 30대 남녀.
희경, 집주인에게 인사하며 30대 남녀를 돌아본다. 누구지?
S#18. 흥신소(낮)
희경이 들어온다.
먹은 자리를 치우던 무열과 용수...
희경 : (밖을 보며) 누구야?
-----희경의 브릿지-----
S#19. 은재네 집 거실(낮)
은재가 가방 안을 정리하다가 8m 테잎을 발견한다. 최면치료실에서 준 것이다.
(무열) : 아픈 사람을 혼자 두고 왔단 말이야?
S#20. 흥신소(낮)
무열과 희경이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무열은 파란색을 들었고, 희경은 빨간색이다.
이미 방안 물건에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는데...
전화기에는 빨간색. 상황판은 파란색. 냉장고는 파란색. 책상에는 빨간색. 소파는 빨간색... 이런식이다.
희경 : (자질구레한 물건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다 나았어.
무열 : (아깝다는 듯) 나한테 연락부터하지? 왜 안했어?
희경 : (정수기에 빨간색 포스트잇붙이며) 부재중 전화 체크해봐
무열 : (안타깝다) 어제 면접 볼 때였나? ....어쩐지 요 심장밑이 근질근질하더라구 아우....내가 있었어야 하는건데...
우리 은재씨가 얼마나 놀랐으면... (하다가 급 냉정해지면서 정수기의 빨간색 포스트잇을 떼어내면서) 이건 아니지
희경 : 뭐가?
무열 : 소파를 가져갔으면 정수기는 양보해야지.
희경 : 넌 냉장고 챙겼잖아.
무열 : 그건 텔레비전이랑 비긴거구.
희경 : 얏마. 문두짝 냉장고랑 29인치 텔레비전이랑 어떻게 비기냐?
용수 : (티격태격하는 희경과 무열을 보며) 황금 안 찾길 다행이지...
무열, 희경이 용수를 쳐다본다.
용수 : 이만한걸루 얏마 임마 나오는데.... 황금 찾았어봐, 부엌칼 액션 난무하지.
무열 : 형은 아무것도 필요 없는 거지? 확실히 해?
희경 : 그래. 나중에 가서 딴말하면 여러 사람 곤란해지거든.
무열 : (급동의하며) 그럼.
용수 : 다 됐고...(김준수가 보낸 상자를 툭툭 치며) 이거나 줘.
희경 : 그게 뭔데?
S#21. 은재의 집 거실(낮)
8m비디오 카메라와 연결된 노트북 모니터.
최면치료실에서 은재가 기절하기 전까지 찍은 테잎이다.
화면속의 은재는 옥상에 올라가기 전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빠가 거기있을거라고 아저씨가 알려줬어요... 옥상에 올라갔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멀리 궁궐이 보여요.
내일이 추석이래요. 사람들이 없어요'
은재가 커피를 가지고 와 소파에 앉는다.
테잎을 앞으로 돌려본다.
S#22. 흥신소(낮)
무열과 희경이 여전히 짐 나누기 중이다.
냉장고의 먹을 것들을 나누고 있다.
용수는 소파에 앉아 김준수가 보낸 책을 읽는다. '고종의 임종을 지킨 상궁의 기미일기'다.
S#23. 은재네 집 거실(낮)
화면속 은재가 발작하며 쓰러진다.
최면술사가 '김실장'을 부르고,
잠시후 달려온 김실장이 카메라를 바라본다.
마치 자기를 보는 것 같아서 은재가 움찔한다.
김실장이 카메라부터 끈다.
모니터에는 샌드존...
은재가 전원을 끈다. 뭔가가 생각났다.
서둘러 전화기를 들었다가 생각을 바꾼다. 자동차와 키와 핸드백을 들고 뛰쳐나간다.
S#24. 주차장(낮)
삑소리.
여러대의 차중에서 가장 빨라 보이는 차에 불이 들어온다.
은재가 급하게 차에 탄다.
S#25. 흥신소(낮)
컵 하나가 놓여있다.
무열과 희경이 조용히 마주보고 있다.
용수 : (조용하다 싶어 고개를 들며) 다 끝났어? (책을 접으며) 들어 봐봐, 내가 중요한걸 알아냈거든.
고종이 의심이 많은 남자였다는거는 전에 얘기했지? 마누라가 칼 맞아 죽고 나서는 그게 더 심해졌다거든.
우리나라 사람은 믿질 못해서 외국 용병을 사다가 신변경호를 시키고.
무열과 희경...용수 이야기를 듣고 있는걸까? 내리 뜬 눈빛이 심각하다.
용수 : (눈치 못챈다) 누가 지키지 않으면 잠도 못잤대.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갔다가 덕수궁으로 간것도 덕수궁 바로 옆에
외국 대사관이 많아서라는거야. 러시아, 미국, 영국.... 담만 넘으면 그대로 해외 망명이 되니까.
카메라는 천장의 점같은 몰래카메라로 향한다.
S#26. 빈 사무실(낮)
모니터를 보고 있는 아식스.
아디다스가 음악을 들으면서 격렬한 파워브레이크 댄스를 연습중이다.
아식스 : (헤드폰 한쪽을 벗으며) 조용해봐
아디다스, 음악을 끄고 아식스옆으로 온다.
아식스가 헤드폰 잭을 뺀다. 용수 목소리가 들린다.
(용수) : 생각해봐. 세장의 지도중에 한 장을 고종이 갖고 있었어. 아마 가장 결정적인 지도겠지.
그렇게 의심많은 사람이 그 지도를 다른 두사람에게 보여줬을까?
S#27. 은재의 차(낮)
은재차가 달린다. 마음이 급하다.
차선을 바꾸며 계속 차들을 추월한다. 주황색 불이 켜진 신호를 그대로 통과한다.
(용수) : 보여주기는커녕 자기가 갖고 있는지조차도 말 안했을거야. 고종밖에는 그 지도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거지.
근데 고종은 갑자기 죽거든. 독살당했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갑자기... 죽는 순간 뭐가 생각났을까?
S#28. 흥신소(낮)
용수가 '그것이 알고싶다'처럼 책을 손에 들고 왔다갔다하며 설명중이다.
여전히 컵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희경과 무열.
용수 : 지도야, 지도! 죽는 순간 고종은 생각한거야. '내가 죽으면 지도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31톤의 황금은...?'
그래서 마지막 힘을 다해 다잉멧세지를 남겼어.
S#29. 빈 사무실(낮)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모니터속의 용수에게 집중한다.
숨을 죽인채로....
S#30. 은재의 차(낮)
은채의 차가 신호에 걸렸다. 은재 답답한 마음에 손바닥으로 핸들을 친다.
(용수) : 고종이 죽기전에 뭐라고 했냐면...
S#31. 흥신소(낮)
용수가 막 책을 읽으려는 긴장된 순간....
그순간, 희경과 무열이 동시에 '가위바위보'를 외친다.
바위. 가위. 보....똑같은 것을 세 번내고, 네 번째 마침내 무열이 승리한다.
무열,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한다.
희경, 한순간의 실수로 금메달을 놓친 것처럼 허공을 보며 좌절한다.
무열이 컵을 냉큼 자기 박스에 집어넣는다. 여러 가지 잡동사니가 들어있다.
볼펜, 수첩, 수건같은 것들.
용수 : (어리둥절하다) 뭐야?
희경 : (용수의 말 따위 안들린다. 자기 상자에서 칫솔을 꺼내며) 바꿔!!
무열 : (약올리듯) 됐네요
희경 : (씨익 웃으며) 명품댁이 쓰던건데..
용수 : (그제서야 눈치채고 분노하는) 인간들아. 지금 31톤 황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쓰던 칫솔이 중요해?
무열, 희경 : (동시에) 응
용수 : (급인정하는) 그래?.... 그럼 할 수 없고.
무열과 희경, 칫솔과 컵을 바꾼다.
무열 : (변명한다) 난 그냥 기념이야. 내 사랑에 대한 기념.
희경 : 알어. 그 마음 나도 알어.
무열 : (희경에게 건네려던 컵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나 변태스러워보이지?
희경 : (컵을 힘주어 뺏으며) 괜찮아... 모든 사랑은 변태스러운거야. (컵을 획득해 기뻐하면서 용수에게) 그래서 뭐?
고종이 죽기전에 뭐랬는데?
용수 : (삐졌다) 됐어.
희경 : 다 듣고 있었어. 의심쟁이 고종이 죽기전에 지도에 대해 말했다며? 그래서 지도가 어딨대?
용수 : ....
무열 : 물어봐줄 때 얘기하는게 좋을 걸.
용수 : (밸도 없다. 다시 희경, 무열을 보며) 고종은 죽기전에 이렇게 말했어. (책을 펼치며) 황제께서 눈도 못뜨시고 물으셨다.
S#32. 빈 사무실(낮)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용수) : (책을 읽는다) '내말을 누가 듣느냐' 하시기에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였더니 황제께서 '붓을 대령하라' 하셨다.
분부받잡고, ...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긴장해서 모니터에 귀를 가져간다.
S#32-2. 흥신소(낮)
무열과 희경도 숨죽이며 용수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용수 : ...황공하옵게도 옥채를 부축하여 일으켰더니 몇자 쓰시더니 옥수가 몹시 떨리었다. 내용인즉슨....
그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은재가 들어온다.
긴장해서 듣고 있던 세사람, 깜짝 놀란다.
은재가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쉰다. 얼마나 뛰었는지 늘 뽀송뽀송하던 은재가 땀투성이다.
무열 : (놀랍고도 반갑다) 은재씨?
은재 : (숨을 고르며 재빨리 방안을 둘러본다)...
희경 : (의아하다) 왠 일이야? 몸은 괜찮어?
은재 : (여전히 눈동자만을 굴려 방안을 보면서)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무열 : 들어와요. 뭔데요?
은재 : 아니...밖에서...뭔가 시원한거라도 마시면서...
무열 : (눈치없이) 쥬스 있는데.... (희경의 상자에서 쥬스를 뺀다)
희경 : (은재 모르게 무열을 보며 툴툴댄다)
은재 : 그게 아니라...점심이나 먹을까요? 밖에서...
용수 : 좀 전에 먹었는데...
은재 : (버럭 소리 지른다) 어쨌든 시원하고 좋은데로 가자구요. 다들 따라와봐요 좀.
은재가 나간다.
어리둥절한 세사람. 어쩔수 없이 따라나간다.
희경 : (나가면서) 발작 후유증인가? 인격이 바뀌었네.
S#33. 옥상(낮)
맨 나중에 희경이 올라온다.
그늘 하나없이 그대로 햇빛에 노출되어 있는 옥상은 차들 지나가는 소리, 경적소리로 시끄럽다.
희경 : 시원하고 좋은데가 여기야?
무열 : (희경을 툭 친다)...
희경 : 하긴 옥상도 좋지. 소음하며, 매연하며...
용수 : 무슨 일... 있어요?
은재 : 좀 전에 최면치료 테잎을 보다가 발견한건데요...
세사람. 뭔 소리 하는거야.....??
은재 : (서두들 바꾼다) 뒤진 흔적도 없이 지도가 없어졌어요. 그건 저들이 그 지도가 어딨는지 알고 있었다는 얘기예요.
누군가에게 들었거나...
희경 : (발끈한다) 아직도 그 얘기야. 난 아니라고 했어. 만약 내가 흘린 거면....
좋아! 앞으로 내가 만나는 모든 남자가 고자다. 됐어?
은재 : 들은 게 아니라면 본 거예요. 우리가 지도를 어디다 숨기는지...
희경 : 어떻게 봐?
용수 : (깨닫는다) 카메라....!
S#34. 빈사무실(낮)
흥신소와 만화가게를 비추고 있는 네 대의 모니터.
흥신소는 비었고, 만화가게는 강모가 지키고 있다.
아식스와 아디다스...뭔가를 먹고 있다. 족발이든, 치킨이든, 핏자든. ppl상황에 따라 맛있게 먹는다.
(희경) : 이런 개같은...
S#35. 옥상(낮)
희경 : (길길이 뛴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늘 기분이 찜찜하고...뒷통수가 뜨뜻한게.....
누가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내가 말했잖아?
무열 : (소심하게) 언제....?
희경 : (못들었다) 이로써 내 결백은 증명된거야. 오 하느님, 부처님. 당장 떼버려. 그런 기계 있다면?
몰래 카메라나 도청기 있으면 삑삑대는거.... (당장이라도 떼어버릴것처럼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용수 : 내가 읽은 만화에 보면 말이야.
희경 : (멈춘다)....?
용수 : 주인공이 자기 방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걸 알고 그걸 역이용하는 게 나오거든.
무열, 희경은 그래서 뭐?라는 얼굴로 쳐다보고,
은재는 용수의 말을 이해한다.
-----은재의 브릿지-----
S#36. 복도(낮)
비장한 얼굴로 걸어오는 네사람. 뭔가 중요한 미션을 앞두고 있는듯하다.
희경이 세사람을 보며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무열, 용수는 걱정말라는 듯 마주 고개를 끄덕이는데 은재가 아무래도 불안해 보인다.
희경 : (입모양만으로) 잘해!
은재 : (아무래도 자신 없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네명, 흥신소 안으로 들어간다.
S#37. 흥신소(저녁)
네명이 들어온다.
희경 : (힐긋 천장쪽을 본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커피를 타면서) 커피 마실거야?
용수 :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으며) 난 늘 마시던걸루
희경 : 수돗물?
무열 : (역시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으며) 난 아이스커피.
희경 : 은재씨는?
은재 : (긴장해서 책읽는 것처럼) 전 됐어요. 그보다 할말이 있어요.
자연스럽던 흐름 뚝 끊긴다.
은재의 통나무식 대사에 잠시 정신을 잃은 세사람.
희경 :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다) 할 얘기 뭐?
은재 : (가방에서 노란색 종이를 꺼낸다)
무열 : (종이를 받으며) 뭐예요, 이거? 그때 잃어버린거랑 때깔이 비슷한데....
용수 : 어디서 났어요?
은재 : (역시 어색한) 아는 분을 통해 겨우 구했어요. 이게 마지막 지도 같아요.
분위기 또 싸해진다.
은재는 너무 긴장해서 분위기를 읽을 여유도 없다. 목이 바짝 바짝 마르고 이마에 땀이 솟는다.
희경 : (얘 뭐냐 싶지만...) 이게 마지막 지돈지 어떻게 알어?
S#38. 빈 사무실(낮)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화면속 무열, 희경, 은재, 용수가 지도를 감정하고 있다.
만져보고 냄새 맡아 보고...
(용수) : 같은 냄새야.
(무열) : 느낌도 비슷해....
(희경) : 진짜네...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주먹을 부딪친다.
S#39. 흥신소(낮)
용수 : (지도를 다시 갈무리하며) 문제는 이걸 어디다 숨기냐는 건데...
무열 : 만화가게는 안돼.
희경 : 은재씨 말대로 은행 금고에 숨기도록 하자. 지난번에도 그래야 했는데...
은재 : (어색하게 시계를 보며) 아...그런데 벌써 다섯시가 넘었어요. 은행문 닫았을텐데...
오늘은 일단 여기 어딘가에 숨기도록 하죠.
희경, 하도 어이가 없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기침하는척 한다.
용수 : (책상서랍에 넣으며) 아쉬운대로 일단 여기다 두자구...
무열 : 괜찮을까?
용수 : 하룬데 뭘, 내일 날 밝자마자 은행으로 가고. (열쇠를 잠근다)
희경 : (자연스럽게) 슬슬 배고플 시간인데... 부대찌게 먹으러 갈까?
용수 :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횟집 옆에 새로 생긴데...?
무열 : (자연스럽게) 은재씨 부대찌게 괜찮아요?
은재 : (끝까지 어색하게)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
S#40. 복도(저녁)
안에서 나오는 네사람.
은재 큰일을 치룬것처럼 휴우~ 한숨을 쉰다.
무열, 용수, 희경 은재를 빤히 쳐다본다.
은재 : (예전의 냉정한 은재로 돌아왔다) 왜요?
희경 : 왜요? 이 양반아.. 책을 읽어놓고 왜요?
은재 : 그런 거 잘 못한다 말했잖아요.
희경 : (걸어가며 좀 전의 은재를 흉내 내 책읽는 것처럼)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어요.
은재 : (쫓아가며) 언제요? 내가 언제 그랬어요?
용수 : (진지하게) 그랬습니다. 분명히
은재 : (무열을 본다)....
무열 : 변명해주고 싶은데요. 증거가 너무 명백해서...
희경 : 이걸 언제 키워서 우리 놀이에 집어 넣나?
무열 : (계단을 내려가며 사라진다) 근데 누나 언제부터 은재씨한테 반말했어?
(은재) : 그러게 왜 반말해요?
(희경) : (은재 흉내내듯) 어머나... 제가 언제부터 그랬을까요?
(은재) : 그만해요.
웃음소리...그들 사이에 파트너쉽이 생겨나는걸까?
S#41. 사무실(밤)
강승호가 전화를 받고 있다.
강승호 : 확실한거지?....알았어. 수고했다.
전화를 끊은 강승호, 안쪽방을 노크하고 문을 연다.
S#42. 백민철의 사무실(밤)
강승호가 들어온다.
백민철은 통화중이다.
백민철 :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이지만 조금 심각하다) 예... 지금은요? ....알겠습니다. 예... (전화를 끊는다)
강승호 : (전화 끊기를 기다렸다가) 무슨 일이십니까?
백민철 : (짧은 한숨).... 노친네가 뭐 이상한 걸 주워 먹었다구.
강승호 : 괜찮으시답니까?
백민철 : 위 세척하고, 누워 있다는데... (다시 작은 한숨을 쉰다)
강승호 : 가보셔야죠?
백민철 : (양복 윗도리를 입으며)...할말 있었던 거 아니야?
강승호 : (따라 나가며) 별거 아닙니다.
백민철과 강승호가 나간다.
S#43. 태권도장(밤)
불꺼진 어둠 속 냉장고 박스 같은게 생뚱맞게 놓여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
무열과 은재가 냉장고 상자속에 앉아있다.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는 무열.
은재가 쳐다보자
무열 : (무안해져서 작은 소리로) 아뇨... 딴 뜻이 있는게 아니라 긴장돼서...
은재 : ...
무열 : 근데 올까요?
은재 : 내일 아침에 은행 금고로 옮긴다고 했으니까, 들었다면 오늘밤 안에 오겠죠.
무열 : .....은재씨!!
은재 : 예...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가 무열의 불타는 시선을 보고 움찔 놀란다)
무열 : 우리 다시 시작하는 겁니까?
은재 : 예?
무열 : 황금찾기요.
은재 : (안도하며) 예....
잠깐 말이 없다가 무열, 히히히 하고 혼자 웃는다.
은재 쳐다보면
무열 : ...그냥 너무 좋아서...은재씨랑 이러고 있는게 꿈인 것도 같고... 은재씨를 못보는 요 며칠이 나한테는 지옥이었거든요.
진짜 보고 싶었어요.
은재 : (대놓고 말하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외면한다. 감정을 숨기느라 일부러 화난 목소리로) 긴장 좀 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무열은 좋아 죽는다.
(희경) : 좋아죽겠지
S#44. 만화가게(밤)
역시 불꺼진 만화가게.
소파와 탁자를 이용한 은폐물 밑에 용수와 희경이 각각 따로 따로 쭈그리고 앉아있다.
용수 : 누구?
희경 : 단순무식 박무열!!
용수 : .....희경씨 다시 봤어.
희경 : 뭘?
용수 : 그때 그 기세로 봐서는 은재씨 다신 안 볼 줄 알았는데...
희경 : 알고 보면 걔도 불쌍한 인생이잖어. 없이 사는 내가 참아야지 뭐.
용수 : ....
희경 : 참 지난번에 나 이상한거 봤다. 명품댁 궁궐에서...
용수 : 이상한거 뭐?
희경 : 귀신 같은거....
용수 : (놀란다)...진짜?
희경 : 중학교 졸업하고 한번도 못 봤는데....보이더라구. 신기하지? 나이가 한 30대 중후반 쯤...
키는 용수씨 만하고, 호리호리한 느낌이구... 나쁜 기운은 없어서 말은 안했어.
용수 : (혼잣말처럼)... 진짜 보는구나.
희경 : 아마 아빤가봐....그때 왜..명품댁 처음 보던날 지갑에 있던 남자사진 있잖어.
용수 : 응...
희경 : 그 느낌이더라구.
용수 : 응....
그대로 말이 없다가 불쑥.
용수 : 혹시 내 주위에는 그런 거 없어?
희경 : 응?
용수 : 나이는 한 열아홉살쯤 되는 고등학생 남잔데...안경끼구 머리 짧고, 얼굴 하얗고 좀 말랐어.
공부 잘하게 생긴 그런 남자애 없어?
희경 : 형이 그렇게 생겼어?
용수 : 응...
희경 : 실종된거라며? 어딘가에 살아있겠지.
용수 : ...그럴까?
희경 : 언제 실종됐는데...
용수 : 1989년 9월 13일 수요일, 추석 전날...
너무 정확한 날짜 기억에 희경이 용수를 보는데...
그때 덜컥하는 작은 소리.
희경과 용수, 온 신경을 문쪽으로 쏟는다.
S#45. 태권도장 박스안(밤)
박스속의 은재, 무열도 바짝 긴장한다.
S#46. 복도(밤)
강승호와 아식스, 아디다스... 세사람이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아식스와 강승호가 각각 망을 보는 동안 아디다스가 작은 철사 두개를 이용, 흥신소 문을 연다.
S#47. 흥신소(밤)
어둠속.
달그락 거리를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강승호, 아식스, 아디다스가 들어온다.
아식스와 강승호가 문쪽에 서서 망을 보고, 아디다스는 거침없이 책상쪽으로 간다.
책상문이 잠겨있다. 아디다스가 역시 철사 두개를 이용 책상서랍을 연다.
몇 번의 시도. 그리고 철컥, 자물쇠 열리는 소리.
강승호가 책상앞으로 다가온다. 아디다스가 자리를 피해준다.
강승호가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을 연다. 그 순간 하얀 분말이 뿜어져 나온다.
쾅!! 문이 큰소리를 내며 열린다.
뛰어들어온 무열과 용수가 아식스와 아디다스에게 소화기를 뿌린다.
무열의 소화기에서 하얀 분말이 뿜어져 나오는데, 긴장한 용수, 분출구 방향이 틀렸다.
오히려 용수가 분말을 뒤집어쓴다.
허우적대는 용수를 아디다스가 어깨로 밀고, 괴로워하는 아식스 손을 잡고 도망친다.
강승호가 반항한다.
무열이 들고 있는 걸로 때리려다보니 소화기다. 이걸로 때렸다가는 죽을 것 같다.
소화기를 던지고 강승호를 붙잡는다.
S#48. 황금빌딩 골목(밤)
순찰차가 서 있다.
스타벅스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나오는, 나름 커피를 사랑하는 장택수.
커피향을 음미하며 순찰차에 타려는데, 황금빌딩에서 뛰쳐나오는 아디다스와 아식스를 발견한다.
왠지 다급해 보이는 두사람 골목으로 사라져버린다.
뭘까? 장택수가 그들이 뛰쳐나온 황금빌딩을 바라본다.
S#49. 흥신소(밤)
여전히 무열과 용수가 강승호를 제압중이다.
콧물, 눈물 범벅이 돼서도 반항하는 강승호.
용수는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 발악하는 강승호의 발에 배를 걷어차인다. '아우' 아파 죽는다.
희경이 불을 켠다.
보다못한 희경이 강승호의 한쪽다리를 꺽어잡더니 뒤로 눕는다. 이것은 바로 니바!!
무열에게 밧줄을 건네주던 은재가 감탄한다.
그사이 무열이 강승호의 팔을 묶고 그줄로 다시 다리까지 묶는다.
큰일을 치룬 무열과 희경이 '까불고 있어' 손을 탁탁 털며 일어나는데 복도에서 들리는 발소리와 흔들리는 손전등 불빛!!
유리창 너머로 장택수가 보인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네사람.
무열은 강승호를 질질 끌어 소파 뒤로 옮기고 은재가 책상서랍에서 청색테잎을 꺼내 집어던진다.
용수가 받으려는데 손가락을 맞고 튕기는 걸 희경이 잡아 찌이익~ 강승호의 입을 막는다.
(인서트)
복도
장택수가 안을 들여다본다. 아무도 없는걸까?
손잡이로 시선을 돌리는 그 짧은 순간.
할일을 끝낸 네 사람, 빛의 빠르기로 각자 자리를 잡는다.
장택수가 들어왔을 땐 네사람 다 각자 자기 일을 하다가 막 돌아보는 듯하다.
용수는 리모콘을 든채 돌아보고,
은재는 컴퓨터앞에서 올려다보고,
희경은 냉장고문을 잡은채로 돌아보고
무열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다가 막 고개를 든다.
장택수가 문 손잡이를 든채 안을 둘러본다.
무열 : 어이. 민완경사, 장경사님!!
희경 : 어쩐 일이세요?
장택수 : 아까 전에 이상한 놈 두놈이 튕겨나가던데...별일 없어?
무열 : 아뇨.
장택수 : (방안을 다시한번 둘러본다)....... 뭔가 이상한데....
무열 : (아무렇지도 않은척 그러나 긴장했다) 뭐가요?
장택수 : (문칸에 서서 전체를 관망하듯 방안을 보며) 이상해...분명히 어딘가 틀린 그림이 있는데...
(그러다가 틀린 그림을 발견한 듯 손가락으로 무열쪽을 동그라미친다) 이쪽이 수상해.
희경, 용수, 은재가 홱 무열을 돌아본다.
책을 들고 있는 무열, 확실히 이상하다.
장택수 : 박무열이가 책을 읽는다는거 이거. 이거...보통 일이 아니지. 의심스러워.
장택수가 잠깐 다른 곳을 보는 사이. 세사람 무열을 향해 무언의 질타를 쏟아붓는다.
장택수가 돌아보자 다시 아무일도 없는척 용수는 리모콘을 눌러대고
은재는 희경에게 다가가며 '나도 물 좀'이라고 말한다.
장택수 : (무열에게 다가오며) 뭔 책이야? 그림 책이야?
장택수가 무열에게, 그러니까 소파쪽으로 다가갈수록 네사람 초조하다.
그때 희경이 소파밖으로 삐져나온 강승호의 신체 일부분을 발견한다.
위기의 순간, 희경이 은재의 치마를 휙 올린다.
은재,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다.
장택수가 고개를 홱 돌려 은재를 본다.
짧은 순간 들어나 보이는 은재의 하얀 허벅지.
무열이 제일 놀란다.
무열의 눈에는 '샤랄라...'고속촬영으로 보일수도 있다.
희경 : ....나방이 치마 안으로 들어가서...
은재 : (억울하지만 화를 낼 수도 없다. 치마 끝을 매만질 뿐)...
장택수 : (책에 대한 일을 까 먹었다) 방충망이 찢어졌나....없는 살림들이지만 문단속 잘하고, 도둑들이 얼마나 화나겠어.
애써 들어왔는데 들고 갈거 없으면 낚였다 싶겠지. (혼자 키득대다가 아무도 안웃자) 그럼 순찰중이라 이만.
무열 : 아. 예....가보셔야죠.
용수 : 수고하세요.
장택수 나간다.
안도의 숨을 쉬는 네사람. 모두들 일어나 모여서서 강승호를 내려다보는데.
갑작스런 문소리.
네사람 일제히 자연스런 자세를 취한다는게 화보 촬영장의 모델들같은 자세가 되버린다.
은재는 그나마도 못따라가 어정쩡한 자세로 세사람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린다.
장택수 : (다시 들어오며) 아 참.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며) 이거 준다는 걸 깜박했네.
무열 : (봉투를 받으며) 뭘 이런걸 다...(열어본다)
장택수 : 우리 막내가 이번에 돌이거든...와서 밥한끼 먹으라구... 아 그놈 하는 짓이 얼마나 이쁜지...치명적이야.
그래서 다들 늦둥이, 늦둥이 하나봐. 뭐 (용수와 희경 두사람을 가리키며) 두사람은 지금 낳아도 늦둥이지만...
돌도 안된 놈이 벌써 아빠 아빠를 한대니까... 애가 어휘력이 풍부해서....
무열 : (은근하게) 장경사님...
장택수 : 응...
무열 : 근무중...이상무?!
장택수 : (나가면서) 아 그렇지. 그럼 그날 다들 와요. 이번주 일요일이야. 꼭 와
무열 : 아...당연히 가야지. 내가 안가면 누가 가? 축하해 장경사님. (나가자 마자 그대로) 지는 내 돌 때 왔나?
희경 : (창밖을 살펴보며) 그래도 뷔페라면 자네, 손해를 안보잖아?
무열 : (강승호앞에 쭈그리고 앉으면서) 어디 누님만 하겠어요. (강승호 입의 청색 테잎을 뗀다)
강승호 : (네사람을 노려보며 낮은 소리로) 니들 잘못하고 있는거야
무열 : (아무말없이 청색테잎을 다시 부친다)
-----무열의 브릿지-----
S#50. 요양원 어느방(밤)
링거액이 똑똑 떨어진다.
치매노인 특유의 짧은 머리, 얼굴뼈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말라서 할머니인지 할아버지인지도 모를 노인이 잠들어있다.
백민철의 노모다.
백민철이 착잡한 시선으로 늙은 어머니를 보고 있다.
뒤에서 요양원의 헬퍼(여, 40대초반)가 백민철의 눈치를 쓰윽 본다. 뭔가를 경계하는 듯, 혹은 눈치를 보는 듯....
어쨌든 이곳은 호텔 못지않은 최고급 시설의 치매노인을 위한 요양원의 어느 방이다.
그때 백민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지잉하고 울린다.
백민철 : (자리를 옮기며) 여보세요. (멍한 듯 슬프던 그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래서?
S#51. 모니터실(밤)
아디다스가 전화중이다.
아식스는 세수를 하고 나온다. 머리에는 아직도 하얀 분말이 묻어있다.
아디다스 : (전화기에 대고) 죄송합니다.
S#52. 시골길(낮)
4륜구동 짚차가 시골길을 달려간다.
S#53. 산속길(낮)
짚차가 비포장 산속길을 달린다.
인적이 없는 길이다.
팻말.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출입을 금합니다.'
S#54. 은재의 차(낮)
무열이 운전중이고 조수석의 은재가 방향을 알려준다.
뒷좌석에 빵봉투로 얼굴을 가린 강승호가 앉아있다. 팔다리는 묶여있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통에 강승호의 몸이 들썩거린다.
S#55. 옥탑방-만화가게-태권도장-흥신소(낮)
-옥탑방
용수랑 희경이 '몰래 카메라 찾아내는 기계'를 들고 방안을 훑는다.
의자를 놓고 천장을 훑는다.
-만화가게
천장에서 삑삑 소리가 난다.
문칸쪽에서도 삑삑 소리가 난다. 작은 점처럼 보이는 카메라.
-태권도장
희경이 태권도장 곳곳을 훑는다.
-흥신소
삑삑 소리와 함께 두개의 카메라가 찾아진다.
에어컨 위에서, 문위에서.
희경이 에어컨 위에 설치된 카메라를 쭈욱 잡아끈다.
콩만한 카메라가 끌려나온다.
S#56. 모니터실(낮)
모니터안으로 희경의 얼굴이 쭈욱 다가온다.
백민철이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다. 아식스와 아디다스는 뒤에 서있다.
(희경) : 럭. 럭. 잘 보이나 오버?
S#57. 흥신소(낮)
카메라를 잡은채 이야기중인 희경.
용수는 뒤에 서 있다.
희경 : (사무적으로) 어젯밤 도둑놈을 하나 잡았다. 일명 '우왕 우왕 007'
...본명은 강승호, (주민등록증을 보며) 주민등록 앞번호는 721018
경찰청 홈페이지에 조회해본 결과 사기 폭력 혐의로 구속, 수감 현재는 집행유예중인 인물이다.
지금 '우왕 우왕 007'은 안전한 장소에서 보호되고 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너희가 훔쳐간 지도다.
지도와 007의 맞교환을 제안한다. 뭐 거절해도 상관없다. 우린 민주시민의 신고정신을 발휘하면 되니까.
(잠깐 생각하다가) ....잘 들었나? 백민철 이 나쁜놈아!!
희경, 두손으로 퍽큐를 날리더니 카메라를 휙 잡아뜯는다.
S#58. 모니터실(낮)
모니터 화면이 꺼진다. 곧이어 다른 화면들도 찌지직 소리를 내며 꺼진다.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백민철의 눈치를 본다.
백민철은 재밌게 됐다는 듯 소리없이 웃는다.
S#59. 만화가게(낮)
희경이 카메라를 기세좋게 뜯어낸다.
용수가 말리지만 들리지 않는다.
용수 : 잠깐만...
희경 : (마지막 남은 카메라를 확 뜯어낸다. 속이 다 후련하다) 왜?
용수 : 언제 어디서 교환할지를 말 해야지. 연락을 어떻게 할거야?
희경 : (그제서야) 아.... (뜯은 카메라를 보면서 소심하게) 어떡하지? 다시 붙여...? 붙을까?
그때 희경의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는 '나쁜놈'이다. 용수가 본다.
희경 :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 여보세요
(백민철) :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하시오.
희경 : ......이번주 일요일 오후 한시. 장소는 다시 연락하겠어요.
(백민철) : 알았소
전화 끊기는 소리.
핸드폰을 접는 희경. 손바닥에 땀이 차있다.
용수 모르게 바지에 닦는다.
S#60. 모니터실(낮)
백민철이 통화를 끝낸 핸드폰을 바라본다.
핸드폰을 빙글 빙글 돌리며 뭔가를 생각하다가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백민철 : (통화가 연결되자 밝은 목소리로) 제수씨... 연락드린다는 걸 깜박했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 강실장을 출장 보냈거든요.... 이번주 일요일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예...
그럼요, 진이 수술하기전까지는 올겁니다. 걱정마세요
S#61. 산장 앞(저녁)
잘 지었지만, 오래도록 돌보지 않은 듯 음침한 느낌의 산장이다.
산새소리가 무섭다.
짚차가 와 멎는다.
무열이 강승호를 데리고 먼저 내린다.
은재는 트렁크에 가서 비닐 봉지를 꺼낸다.
S#62. 산장 거실(저녁)
식탁. 싱크대. 화장실. 샹들리에... 고급스런 느낌이지만 오래도록 잊혀진채 찾는 사람이 없었던 듯, 먼지가 뽀얗게 쌓였다.
무열이 쇠사슬을 적당한 곳에 묶는다. 철봉같은 독특한 구조물이면 좋겠다.
(그게 없다면 창틀이나 벽난로 같은 장식물등 적당한 곳이면 된다)
쇠사슬의 한쪽끝을 강승호의 다리에 묶은 다음, 손을 묶은 밧줄을 풀어준다.
강승호의 얼굴을 가린 빵봉지를 벗기는 순간,
풀린 강승호가 맹수처럼 무열을 향해 달려들지만 무열이 가볍게 뒤로 피한다.
한쪽발에 쇠사슬이 걸린 강승호가 무리하게 앞으로 달려왔다가 뒤로 땡겨진다.
차르릉~ 쇠사슬 소리.
은재가 두 번째로 차안에 있던 물건들을 가지고 들어온다. 무열이 얼른 받아든다.
강승호와 안전하게 떨어진 식탁위에 물과 빵, 먹을 것들을 꺼내놓는다.
강승호 : 지도를 돌려받으려는 모양인데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건드려서는 안될 사람을 건드렸거든.
무열 : 누구? 아저씨?
강승호 : (픽 웃는다)
무열 : 아니면 백민철?
강승호 : (무열을 째려본다)...
은재 : (식탁 의자를 조금 강승호쪽으로 끌어당겨 다소곳이 앉는다)
무열 : (은재 뒤에 지키듯 선다)
은재 : (조용 조용히) 우리는 정보가 필요해요. 댁들이 언제부터 황금을 찾기 시작했는지...
어떤 루트를 통해 황금에 대한 정보를 얻었는지 우리에게서 뺏어간 지도 말고 다른 한 장의 지도는 어디서 얻은 건지...
어쩌면 강승호씨가 우리에게 다른 지도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승호 : (가증스럽다는 듯 흐흐흐흐 웃는다)...
은재 : (여전히 조용조용히) 딸이 하나 있대요. 한 살? 두 살?
강승호 : (웃음이 뚝 그친다)
은재 : (주머니에서 남자 지갑을 꺼낸다. 지갑안에 아이의 사진이 있는 쪽을 펼쳐 보여준다)
전과 3범. 집행 유예중에 잡혀들어가면 가중처벌인거 알고 계시죠. 이번에 들어가면 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거
못 볼수도 있어요. 그것도 알고 계시죠? (지갑을 강승호에게 툭 던진다)
강승호 : (지갑안의 사진을 바라본다)
은재 : 태어나서 자아가 형성되는 네 살 다섯 살때까지를, 자폐 인접적 시기라고 하는데, 이때 부모의 사랑이
아이의 평생을 결정한대요. 나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10살때부터 친척집을 옮겨다니면서, 안좋은 일도 많았지만,
그전에 아빠한테 사랑받았던 기억으로 견딜수 있었어요.
어린 딸의 사진을 바라보는 강승호. 턱근육이 꿈틀거린다.
그러나 지갑을 탁 소리나게 접는다.
강승호 : (비장하게) 소용없어....... 나는...내 목숨은 형님한테 받은 거니까.
의리의 강승호. 바위같다.
더 이상 말을 붙여볼수조차 없이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그때 갑자기 들리는 노랫소리.
(무열) : 찐빵 도레 뚜 짜오라문뚱. 진땅 만땅 퉁화야...
무열이 말도 안되는 중국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마도 영웅본색의 주제가인 듯.
은재와 강승호가 쳐다본다.
무열 : (멋적어서) 아니... 분위기가...딱..그거여서...
은재 : (어이없다. 밖으로 나간다)...
무열 : (따라나가면서 강승호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인다)
S#63. 산장 마당(저녁)
무열과 은재가 밖으로 나온다. 차로 향한다.
은재 : 조심해요. 강승호가 뭐라고 하든 가까이 가지 말구요.
무열 : 걱정말아요. 나 박무열이거든요. (차문을 열어준다)
은재 : (차에 오른다)
무열 : 날 어두워지는데 조심해서 가요. 문 잠그고.
은재 : (늘 그렇듯 감정없이) 네
무열 : (혼잣말하듯 중얼댄다) 은재씨를 알고부터 내가 걱정이 많아졌어요. 교통사고는 안날까? 아프지는 않을까?
잠은 잘잘까? 밥은 먹었나. 못된놈한테 해꼬지는 안 당할까?
(먼데를 보며 한숨을 푹 쉰다) 에효~ 사랑을 하면 걱정이 많아진다더니...
은재 : (무열은 본다)
무열 : (은재를 쓰윽 쳐다보며) 감동 받았죠?
은재 : (뭐 이런 단순한 놈이 다 있나 한숨이 난다) 갈게요.
은재의 차가 출발하고 무열이 손을 흔든다.
S#64. 차안(저녁)
은재가 운전하면서 룸미러를 본다.
거울속에서 무열이 손을 흔드는 게 보인다. 자기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S#65. 산장 전경(밤)
깜깜해진 산장.
창문으로 보이는 휴대용 등불이 일렁인다.
비명과도 같은 밤새 소리가 무섭다.
S#66. 산장 거실(밤)
강승호가 구석에 앉아있다.
무열, 라면을 끓였다. 그릇에 나눈다. 너무 많이 줬나? 싶어 다시 덜어온다.
그릇의 것을 강승호에게 준다.
강승호 말없이 라면을 끌어다 먹는다.
(용수) : 우선 몇가지 체크해야될게 있어.
S#67. 흥신소-산장 거실(밤)
-흥신소
은재, 용수, 희경이 둘러앉아 회의중이다.
용수 : 놈들이 떼로 와서 힘을 제압할 경우, 우리 모두가 잡혀버리면 협상이구 뭐고 없잖아.
강승호의 전과기록을 봐도 알겠지만 놈들은 조폭이야. 지금까진 왠일인지 신사적으로 대했지만...
희경 : (입모양만으로 '신사적?'이라고 비아냥댄다)
용수 : .....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그것에 대한 대비를 해야돼.
-산장
무열이 푸쉬업중이다.
멀리서 밤새소리가 들린다.
강승호는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다. 작은 휴대용 불빛은 넓은 방의 일부를 비출 뿐, 대부분은 희미한 어둠속에 잠겨있다.
무열의 턱밑, 먼지위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희경) : 지도가 가짠지 어쩐지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돼.
-흥신소
용수, 은재, 희경의 회의
희경 : 놈들이 가짜를 줬을 때 그게 가짠지 진짠지 우리중에 알아볼 사람 있어? 선하나만 틀려도 엉뚱한 데를 파야 한다며?
나중에 덧칠해진 데가 없는지 그런것도 확인해야 되고.
은재, 용수...고개를 끄덕인다.
-산장
무열은 스포츠 신문을 보고 잇다.
강승호는 여전히 강경한 자세로 어둠을 노려보고 있다.
(은재) : 협상당일 그 시간에 강승호옆에 누가 있는지도 결정해야 돼요.
-흥신소
세사람의 회의
은재 : 일단 무열씨는 만약을 대비해 현장에 있어야 되고. 아뭏튼 우리중에 누군가는 산장에서 긴밀하게 연락이 닿아야만 해요.
-산장(밤)
숨은그림찾기를 하던 무열이 신문을 툭 던지고 찢어져라 하품을 한다.
지루해 죽을 지경이다.
무열 : (강승호에게) 끝말잇기나 할까?
강승호 : (웃기구 있네 하는 얼굴로 코웃음을 친다)
무열 : 싫음 말구... (불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혼자 남게된 강승호. 갑자기 어둠이 확 밀려온다.
강승호 : (급하게) 야, 어디가...? 불은 놓구 가. (어둠속에서) 얏마...? 어둡잖아. 들어와, 야!
어둠속에서 빛나는 강승호의 눈빛,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용수의 브릿지-----
S#68. 황금빌딩앞(낮)
굵은 비가 온다.
수선집 얼굴선이 고운 아줌마가 가게 문을 열어놓은채 재봉을 돌리는 게 보인다.
강모는 우산을 쓰고 장화를 신고 고인 빗물을 찰방거리며 놀고 있다.
S#69. 복도(낮)
만화가게 앞
백수 츄리닝이 만화책을 들고 걸어 오다가 멈춘다.
만화가게 앞에 서 있던 뿔테 여자가 돌아서다가 백수 츄리닝과 눈이 마주친다.
츄리닝 : (시큰둥하게) 안 열렸어요?
뿔테 : (역시 시큰둥하게) 오늘 쉰대네요.
에에이....실망하는 츄리닝.
복도를 빠져나가는 두사람.
뿔테 : (대화라기보다는) 일요일이라 갈데도 없는데..
츄리닝 : (역시 혼잣말처럼) 고객의 사정 따위는 관심 없구만.
계단을 내려간다.
S#70. 산장 마당(낮)
4륜 구동차가 도착한다. 차소리를 듣고 안에서 무열이 나온다. 며칠째 수염을 깍지 못했다.
희경이 차에서 내린다.
무열 : (차 뒤의 매연을 맡으며) 아~ 이 문명의 냄새.
희경 : 어이. 로빈슨 크루소. (차키를 이쪽으로 던질까 저쪽으로 던질까 장난하다가 무열에게 던져준다. 안쪽을 눈으로 보며)
뭣 좀 건졌어?
무열 : (비장하게) 조직의 비밀을 부느니 그냥 콱~ (혀 깨무는 시늉한다) 지가 독립 투산줄 알어. 겁은 오방 많은 주제에...
희경 : 겁이 많어?
무열 : 어... 밤에 불도 못끄게 해. 웃겨, 아주.
희경 : (대수롭지 않게) 그래.
무열 : (차에 타며) 너무 가까이 가지 말어. 금 그어 놓은데 까지만 가. 더 들어가면 잡혀...
근데 누나가 왔네. 용수형이 올 줄 알았는데...
희경 : (아무렇지도 않게) 용수씨는 따로 할일이 있대.
무열 : (잠깐 희경을 본다)....
희경 : 뭐어?....
무열 : 아니 그냥...
희경 : 그래, 그자식 얼굴 보기 싫어서 자원입대했다. 됐냐? 내가 그 자릴 나가봐라. 그 자식 보자마자 확 긁어버릴텐데
그럼 협상이고 뭐고 없잖어.
무열 : 협상 끝내고 내가 확 긁어줄까? 누나 이름으로
희경 : 재미는 니가 보고 벌은 내가 받고?
무열 : (낄낄댄다) 조심해.
희경 : 너나 잘해.
무열의 차, 출발한다.
희경, 안으로 들어간다.
S#71. 산장 거실(낮)
들어오는 희경을 강승호가 눈만 들어 본다.
희경 : 좋은 아침.
강승호 : (희경을 노려본다) 뒷감당을 어떻게 할라고 이러는건지...
희경 : (싸들고 온 먹을 것들을 식탁에 꺼내놓으며) 눈 곱게 뜨시죠. 먼저 시작한 건 그쪽이시잖아요
S#72. 명륜고서(낮)
이산이 가게 청소중이다.
딸랑 문소리. 용수가 들어온다.
이산 : 어서 오세요 (돌아보다가 용수인걸 보고) 개시부터....쯧쯧..
용수 : 식사 하셨어요?
이산 : 안했으면 사주게?
용수 : (퀴즈프로그램 진행자처럼) 네. 정답입니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이산 : 왠일루다가?
용수 : 그냥 요새 이것 저것 도움도 많이 받고...그리고 우리 사이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 밥을 먹는 그런 사인가요?
이산 : (총채를 홱 던지며) 에이....
용수 : (놀란다) 왜요?
이산 : (화낸다) 자넨 예의가 없어. 점심을 살려면 하루전에 전화해서 스케줄을 물어야할거 아냐?
용수 : 왜요? 약속 있으세요?
이산 : 이럴줄 알았으면 좀전에 빵부스러기 안먹었잖어. 속이 이래서 얼마 못 먹을 텐데...
(여전히 짜증내며 윗도리를 잡는다) 뭐 사줄건데?
(무열) : 뷔페!!
S#73. 황금빌딩앞 차안(낮)
주차중인 차안.
운전석의 무열이 통화중이다.
그 옆에 은재가 조수석에 앉아있다.
무열 : 각종 육류에서 신선한 해물까지 마음껏 즐길수 있는 청산 웨딩홀 뷔페 모란실이다. 한시까지니까 늦지 않도록. 그럼.
S#74. 백민철 사무실(낮)
핸드폰을 접는 백민철.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백민철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백민철 일어나 고궁액자를 떼내고 그 뒤의 금고를 연다.
지도를 꺼내 밖으로 나간다.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따라나간다.
S#75. 백민철의 차안-은재의 차안-용수의 차안(낮)
아식스와 아디다스, 백민철의 차가 출발한다.
화면 반으로 줄어들면서 오른쪽에 은재와 무열의 차가 달리는게 보인다.
다시 화면 반으로 줄어들면서 오른쪽에 용수와 이산이 탄 차가 보인다.
세 개의 화면. 세대의 차가 각기 움직이다가 한방향으로 향한다.
화면은 각각의 인물들로 극 줌인해들어간다.
S#76. 뷔페홀(낮)
3분된 화면속.
백민철의 얼굴! 은재, 무열의 얼굴!! 용수, 이산의 얼굴!!!
백민철의 얼굴이 커지면서 화면을 뒤덮는다.
백민철이 서서히 주위를 둘러본다.
아식스와 아디다스는 뭔가에 놀란듯 경직되어 있다.
뷔페홀을 가득채운 경찰들, 정복경찰들이 절반, 척보기에도 형사인 사복경찰들도 바글 바글 댄다.
음식을 떠가는 남자들의 허리춤에 언듯 언듯보이는 수갑들
무대 중앙, 아이를 안고있는 장택수와 그의 부인이 보인다. 뒤의 플랫카드, '장새라의 첫돌을 축하합니다'
구석자리 무열과 은재, 용수가 보인다.
음식을 잔뜩 쌓은 접시를 들고 용수 옆에 앉는 이산.
아식스, 아디다스를 대동한 백민철이 테이블로 다가온다.
무열, 은재, 용수가 긴장한다.
은재와 무열, 백민철, 아식스, 아디다스가 한테이블에 앉고, 용수와 이산이 그 옆테이블에 앉는다.
이산이 옆 자리에 앉는 백민철등을 흘깃 쳐다본다. 분위기야 어떻든 이산은 음식을 즐긴다.
백민철도 이산을 일별하고는 은재, 무열, 용수를 하나하나 쳐다본다.
테이블에 긴장이 감돈다.
갑작스런 빵빵레 소리!!
백민철을 제외한 모두가 움찔한다.
사회자 : 네. 오늘 비가 오느데도 불구하고 장새라양의 첫돌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주신 하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사회를 맡게된 김한섭입니다. 박수한번 주세요.
하객들의 박수소리.
화기애애. 왁자지껄한 돌잔치....
백민철의 테이블만 섬처럼 고요하다.
S#77. 번외편(제목-주의 어린양. 구원하소서)
산장 거실.
작은 휴대용 가스불빛.
무열이 자고 있다. 숨을 쌕쌕 쉬면서...
창밖은 온통 어둠이다.
강승호 잠을 못이룬다. 무서워죽을 지경이다.
창밖을 타탁 타탁 치는 소리... 나방인지 나뭇가지인지...
강승호가 덜덜덜 떤다.
비명같은 산새소리...
강승호 침을 꿀꺽 삼키더니 뭔가를 중얼거린다. 카메라 강승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그것은 찬송가.
강승호 : 주께서...가는길...어린양...구원삼아...
타탁...유리창에 나방 부딪치는 소리에 강승호 노래소리는 급격히 커지면서
소심하게 손가락으로 만든 십자가를 소리나는 쪽으로 향한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