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4일 안산역 역무원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된 안산역 토막살인 사건은 전 국민을 경악하게 있다. 안산역 역무원은 승강장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는 한 남자의 여행용가방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전동차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하며 남자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 후 한 시간 뒤에 역화장실에서 발견된 그 가방 안에는...
시신을 유기한 장소가 평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역 화장실이었다는 사실은 지하철 종사자들을 매우 긴장시키는 뉴스가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이 뉴스를 보며 가슴 철렁했던 일이 생각났으니까.
어느 푹푹 찌는 여름이었다. 무거워 보이는 검은 봉지를 들고 인천터미널역을 찾은 20대의 여자손님이 있었다. 그 손님은 승차권을 구입한 후 게이트를 유유히 통과해 승강장에 내려갔다. 바로 그 때 승강장에 서있던 손님 두 명이 역무실로 급히 뛰어올라와 “어떤 여자가 들고 있는 검은 봉지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아무래도 수상하니 빨리 확인해 달라”고 외쳤다.
급히 직원과 함께 달려가 보니 정말 승강장 바닥에 피가 떨어지는 검은 봉지를 들고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서있는 여자가 있었다. “피가 떨어지는 봉지를 들고 지하철을 탈 수 없다. 내용물을 확인하겠으니 역무실로 가자”고 말하자 처음엔 승차권을 보여주며 ‘자신의 일이니 참견 말라'고 단호하게 거절하다가 주변 손님들의 눈을 의식한 듯 마지 못해 역무실로 따라왔다. 직원들마다 그 봉지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갖가지 상상을 하다 보니 누가 먼저 선뜻 나서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을 주저했다. 잠시 후 봉지 속에서 나온 것은 이제 막 도살된 보신탕용 고깃덩어리였다. 긴장했던 직원들은 안도를 하고 허술한 봉지를 겹겹으로 다시 포장을 해주어 보냈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한 직원이 “저는 봉지 안에 갓 태어난 아기가 들어있는 줄 알았어요” 라고 말해 한 번 더 놀랐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모두 수긍을 했다. 직원들과 함께 승강장과 계단에 떨어진 핏자국을 말끔히 닦고 난 후부터는 손님들이 들고 있는 검은 봉지만 봐도 긴장하며 손님들의 휴대품을 아주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며칠 후 여자화장실 휴지통에 이상한 물건이 있다는 신고가 또 들어왔다. 이번에도 이상한 물건은 검은 봉지에 쌓여 있었다. 저번과 다른 점은 검은 봉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고 내용물이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는 것. 그래서 직원들은 모두 다시 한 번 기겁을 했다.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펼쳐본 봉지 안에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 한 마리가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는 직원이 나서 사람을 경계하며 으르렁거리는 강아지를 붙들고 샤워실에서 목욕도 시켜주고 먹을 것을 주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기운을 차리고 역무원들을 따라다니며 재롱을 피우기 시작했다. 검은 봉지 속에서 죽어가던 강아지는 그렇게 다시 살아나 지하철 유실물센터로 넘겨진 후 곧바로 유기견보호소로 보내졌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 이용했던 지하철의 내부에는 지하철 이용시 금지하는 것들을 외국인이나 어린아이도 알아보기 쉽게 그림으로 표시해 주지시키고 있었다. 화기물, 음료수, 껌, 냄새나는 열대과일, 개, 자전거, 소리나는 기기, 롤러브레이드, 애정행각 등. 이런 안내만으로도 전동차 내에서 남을 배려하는 공공매너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 내가 본 말레이시아의 첫 인상이었다.
인천지하철공사도 지하철 이용시 휴대할 수 없는 물품들을 규정해놓고 있다. 사체는 물론 위험한 화학물품, 인도견을 제외한 동물, 불결하거나 악취가 나는 물건, 파손이 우려되는 물건, 부피가 큰 물건, 타인을 위험하게 할 수 있거나 불편을 줄 수 있는 물건 등이다. 그러나 여전히 금지휴대품을 들고 지하철을 타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 개똥녀처럼 전동차안에서 남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애완견을 더 챙기는 사람, 옆 사람도 들릴 정도로 시끄러운 음악을 듣거나 큰소리로 전화를 하는 사람, 살아있는 강아지를 포함해 부피가 큰 집쓰레기를 가져와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지하철에서 서로 타인을 배려하는 매너야말로 ‘글로벌 인천’을 더욱 빛나게 하는 첫 인상이 아닐까? |
첫댓글 너도 나도 우리모두 공공장소에서 매너를 지키는 깔끔한 시민이 됩시다~~!!!
인천지하철 역시 믿음직합니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것은 "예의"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매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