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바람과 떠나는 4대강 순례, 내성천을 만나다
모래가 만든 세계에서 희망을 보다
평화유랑단 ‘평화바람’이 강을 만나는 자리에 함께했다. 한 달에 한 번, 그렇게 4대강을 만나려는 평화바람과 그 친구들이 첫 번째로 선택한 곳은 내성천에 뿌리내린 영주시 평은면 금강마을 일대였다. 이곳은 최근 영주댐이 생기면서 수몰이 예정되어 있다.
홍수를 막고, 낙동강에 맑고 깨끗한 내성천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 만든다는 영주댐. 낙동강을 살리고 홍수를 막기 위해 다른 것을 파괴해야 하는 역설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도 내성천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내성천을 사행천이라고 부른다. 뱀이 꼭 굽이굽이 움직이는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이 흐르다가 절벽을 만나거나, 산을 만나게 되면 휘돌아 흐르기 때문에 내성천은 골곡도 많고 아름답다.”
우리를 안내한 박용훈 선생은 내성천이 순리대로 흐른다고 강조했다. 수 조경의 바닷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갯벌을 뒤덮고, 더 빠른 도로를 만든다는 이름으로 산을 뚫는 개발자본주의가 판치는 이 땅에서 내성천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흐르고 있었다.
모래. 그 자체가 공존을 보여주다.
“작년 봄에 미국의 버클리 대학의 교수가 내성천 하류 회룡포 즈음에서 모래를 만지며 감탄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내성천 모래를 계속 들었다 놨다 하면서 감동을 했는데, 나중에 이야기하더라. 내 평생 미국의 모든 강을 다녀봤지만, 이런 아름다운 모래를 가진 강은 딱 한 번 봤다고”
일본의 습지 전문가들도 지난겨울,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들은 내성천을 거닐다가 한 곳에서 30분간 기도를 했다고 한다. 내성천을 찾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성천의 아름다움에 빠진다. 인터넷으로 내성천을 검색해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내성천을 있는 그대로 흐르게 둬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연 그대로의 날것, 혹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살아왔던 그 시간을 간직한 내성천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또 도시화 된 삶 속에서 자연 그대로를 그리워하는 당연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모래가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모래는 강의 움직임에 따라 한번은 왼쪽으로 물길을 터주기도 하고, 한번은 오른쪽으로 물길을 터주기도 한다. 그렇게 강의 변화를 이끌면서 물이 고여 있지 않게 해준다.”
내성천의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한 모래다. 낙동강 모래의 절반 이상을 내성천이 공급한다. 그러나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모래가 원인이 되어 홍수가 나고, 그 홍수를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의 변화를 이끄는 모래는 오히려 그 홍수를 조절하고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절벽, 돌, 댐. 이 모두 물을 막는다. 그러나 모래는 물을 만나면 자기 자리를 양보한다. 가뭄 때는 모래 특유의 물을 함유하는 성질 때문에 모래가 가지고 있던 물을 슬슬 내보낸다.
“모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물을 많이 저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강에게 있어서 모래는 자연적인 조절장치와 같다. 그런데 이런 기능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지 않고 무조건 모래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100년 전 이곳과 지금을 비교하니 오히려 지금이 모래가 더 적다.”
산업화가 오기 전, 내성천은 지금보다 더 많은 모래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모래와 내성천의 굴곡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삶이 직선이지 않듯이, 자연도 마찬가지로 직선일 리 없다. 조상들은 그 강이 휘도는 부분은 구곡이라 부르고 저마다 이름을 붙여줬다. 금탄구곡, 운포구곡 등 산과 마을을 끼고 도는 부분마다 조상들이 붙인 이름과 그 절경을 보면 과연 이 내성천에 댐이 필요한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홍수가 나쁘다는 것은 강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홍수가 나쁘다는 인식이 퍼진 것은 산업화부터다. 원래 강 근처에 농사를 많이 지었다. 홍수가 나면 상류에 있는 영양분이 풍부한 토양을 몰고 와서 강에 뿌려준다. 그러나 산업화를 하고 나서 사람들은 강에서 같이 산다는 마음이 아니라 강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강이 갖고 있던 영역을 사람들이 들어온다.”
강 유역에는 범람원과 홍수터라는 곳이 있다. 조상들은 예로부터 이곳에 집을 짓지 않았다. 이곳은 한 번씩 물이 넘치는 곳이라 조상들은 이곳을 강의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개발이익에 눈이 먼 사람들은 이 공간을 강으로부터 빼앗았다. 자연히 강의 공간을 좁히니 강은 크게 범람하게 된다. 그리고 범람원을 개발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그곳을 인간의 것으로 생각하니 더 제방을 쌓는다. 댐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는 이런 공간을 강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두자는 생각이 퍼져서 사람과 강의 완충지대로 설정하고 강에게 이곳을 돌려준다. 강을 개발하고 댐을 짓는 것이 강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이 강을 관리하는 것이다.”
홍수는 강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해준다. 강이 회복하는 것은 홍수와 같은 자연적인 현상이 있어야 가능하다. 안동댐이 생기면서 그 하류는 큰 홍수가 나지 않아 강의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에게 유명한 구담습지도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생겨난 습지이다. 그러나 이 습지는 오랜 기간 강의 복원력에 의해 습지화가 돼 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4대강 사업은 이런 습지마저 파괴하고 있다.
왕버들나무, 자연과 인간이 만든 합의
“내성천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열쇠는 바로 왕버들나무이다. 보통 왕버들나무는 조상들이 강물의 씻김에 의한 토사유실을 방지하려고 일부러 심어놓은 것이다. 융처럼 부드러운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다. 강을 따라 걸으면 이 왕버들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조상들이 심어놓은 왕버들나무가 지금은 생명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모래의 열 때문에 여름에는 수온이 상승한다. 그래서 큰 물고기들은 보통 이 왕버들나무 밑에서 생활한다. 그리고 곤충의 유충과 치어들도 왕버들나무 뿌리 밑에서 생활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왕버들나무가 베어지고 있다. 돌제방이 쌓이고, 이곳이 물에 잠긴다는 소문을 듣고 나무업자들이 싼값에 왕버들나무를 베어 갔다. 그래서 순례를 하는 중간에 길게 베어진 왕버들나무 군락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왕버들나무는 인간에 의해 심어졌지만, 그 효과는 자연에까지 미쳤다. 물고기 등 생명이 다양해지면서 원앙, 흰 수마자 등 멸종위기종도 내성천에 터를 잡고 살았다. 그러나 돌제방과 같은 개발은 종의 다양성을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돌제방이 생기면, 열섬현상이 생겨 수온이 높아지고 큰 물고기들은 살 수가 없게 된다. 아마 종의 다양성은 여기에서부터 파괴될 것이다.
최근 환경부는 보호종을 다시 지정했다. 4대강 사업으로 논란이 된 보호종들의 등급은 대부분 해제되거나 낮춰졌다고 한다. 조상들의 노력과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영주댐, 모든 것을 잠기게 할 괴물
내성천 일부를 잠기게 할 영주댐은 내성천 주변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던 주민의 삶도 덮칠 예정이다. 약 510여 가구, 2,000여 명이 삶도 현재 위태롭다.
“영주댐의 가장 큰 목적은 하천유지용수 공급이다. 그런데 낙동강사업이 수량을 늘리는 용수확보가 목적인데, 왜 내성천 물까지 필요한지 모르겠다.”
총 예산 8,600억 원이 투입되는 영주댐은 대형댐이다. 서울 여의도보다 넓은 땅이 물속에 잠기게 된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주댐을 짓는 것은 그냥 댐을 지어야 하니까 진다고 생각한다. 토건 쪽에서는 댐이 꼭 뭘 위한 게 아니고 댐 자체를 위해 짓는다고 생각한다. 돈이 많이 남으니까... 외국에서는 이미 댐을 짓지 않은 지 오래됐다.”
세계 곳곳의 나라들은 현재 댐 허물기에 바쁘다. 이들 나라는 “자연에 지나친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자연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미국은 지난 5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댐 철거 사업을 가을부터 시작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했다.
댐의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 1만 8000여 개의 댐이 존재한다.
“앞으로 쏟아 붓는 것이 어마어마하다면 사업을 중지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완공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틀리다. 얼마가 들어간 건 중요하지 않다. 이익이 없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중단해야 한다. 긴 안목을 두고 따져봐야 한다. 당장 영주댐만 하더라도 앞으로 복원하는데 드는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이다.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
영주댐 공사, 4대강 사업. 모두 시대를 역행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건설자본들에 엄청난 돈을 안겨주고 그 피해를 지역 주민과 동·식물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이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작년 MBC를 통해 알려진 경상북도, 강원도, 충청북도 공동연구결과로 댐 3곳에서 2007년 홍수방지와 발전으로 얻은 이득은 2,800억 원인데 반해, 수몰, 농작물 피해, 호흡기 질환 피해는 최대 5,6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돈으로 지역 주민과 자연이 받은 피해를 환산할 수 없지만, 댐과 강의 인공적인 개조가 이득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는 결과라고 믿는다.
강에서 만나자, 4대강 사업을 막아내자
영주댐은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4대강 사업은 올 장마 전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정부는 선언하고 노동자 목숨까지 앗아가며 강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사 현장에서 주민을 만난다면 그 원성과 비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도 사업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이유를 우리는 현장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쉽게 들어볼 수 있는 대형건설사. 무리해 보이는 4대강 공사를 22조를 들여 하려는 이유도 짐작 가능하다.
내성천을 거니는 와중에 마음은 내내 무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주댐이라는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이 자신의 허리를 반둑 잘라내려 해도 묵묵히 흐르는 내성천, 그 물길과 모래 앞에서 내 마음의 무게는 그저 투정부리는 어린아이의 마음이었다.
내성천을 다녀오고 머릿속에서 그 아름다움이 떠나지 않는다. 현장을 다녀오지 않고는 가능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강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알았으면 좋겠다. 평화바람의 4대강 순례도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여, 모래톱을 이루고 그 모래들과 강이 만나 굴곡을 만들고 또 생명을 잉태한다. 그 생명과 모래톱, 그리고 모래 알갱이. 처음과 끝이 만나는 그 전 과정을 비로소 ‘강물이 흐른다’고 부르는 것은 아닐까?
우리네 삶도, 희망도 이와 같을 것이다. 희망이라는 작은 모래 알갱이가 모여야 변화라는 모래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삶이 모여 사회를 이루듯 말이다.
이제, 강에서 모이자!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을 비롯해 내성천과 같은 수많은 지류에서 모이자. 우리가 모래톱이 되어 노동자를 해고하고, 강을 파헤치고, 갯벌을 메우고, 사람들이 삶을 비관해 목숨을 끊어도 기업과 가진 사람들 배만 불리는 꽉 막힌 정부의 숨통을 뚫어줘야 하지 않을까? 희망이 넘실넘실 흐르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기획을 우리 강에서 배우고, 강에서 고민하자.
4대강 사업이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임에도 힘으로 밀어붙이지만, 강을 느껴보고 그 순리를 지키려는 뜻을 꺾을 수 없는 법이다.
첫댓글 '수몰'이 예정되어 있다..... 참 아프네.
정말 예쁜 강과 마을, 그리고 주민들의 삶이 또 망가지려 하네요..
포악한 정권의 밀어붙이기... 정말 어이가 없죠.
내성천 상류에 이유도 필요도 없는 댐이 생겨난다 짜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