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초보(初步)들, 설악(雪岳)을 넘어서다.

[본촌]

1. 언제 : 2012년 6월 16. 17일.(무박 2일)

2. 어디로 : 설악산 1,708m (강원도 속초시, 고성군, 양양군, 인제군)

3. 함께하신 분 : 김영천고문. 염봉의산행대장. 이창하총무이사. 김미향여성대장.

                      문호구조대장. 조기석목포약사회 회장. 박은태부회장. 오욱도약사회

                      총무이사. 정승원시약사회 총무이사. 임종훈시약사회 약국위원장.

                      김은희약사님. 임미경약사님. 박덕례님, 염기원님(산행대장 가족)

                      최찬효 영광군약사회 총무이사. 정기영약사님. 김재천약사님.

                      강영구전남도청 사무관. 김종언광동제약 소장. 염주섭광동제약 대리.

                      김병윤일양약품 과장. 김정문경방신약 차장. 이권석꿀벌신협 대리.

                      김연동화약품 대리. 전인우녹십자 대리. 이형곤꿀벌신협 이사.

                      임명희님. 나연수산악회 회장.  이상 28명.

4. 산행방향 : 한계령 - 끝청 - 중청 - 대청봉 - 중청 - 소청 - 희운각대피소 - 양폭산장

                  - 비선대 - 신흥사.(한계령 - 대청봉 - 천불동계곡 - 신흥사)

5. 산행시간 및 거리 : 13시간 30여분. 19.5km.

아침 햇살에 불이 붙은 설악, 내 가슴이 벅차 오른다.

설악산 산행계획을 세울 때부터 말들이 있었다.

"몇 사람이나 가겠느냐 ?"

"우리 실력으로 가능한 거냐 ?"

더구나 산행코스를 보고는,

"몇 사람이나 완주할 수 있겠느냐 ?"

"너무 욕심이 과한 것 아니냐 ?"

우리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너희들이 그 정도였어 ?"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3개월 전부터 회원 모집에 들어 갔습니다.

24명까지는 어렵게 어렵게 되더니 거기서 멈추어 섰다.

원(遠) 거리 산행이라 28인승 리무진 버스를 예약했는데,

여기서 부터가 문제다.

그래서, 아직 등록을 하지않고 있는 조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빨리 등록하라." 고...

그랬더니, "장인 어르신이 위중하셔서 앞으로 당분간 계획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무슨 말이고 ?"

"약사회장이 등록을 하지 않으면 뭐가 되겠노 ?"

"일단 등록을 해라."

"장인 어르신이 건강을 회복하시면 회비가 되는거고,

 만약에 불행한 일을 당하면 후원금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겠나 ?"

참 무례하고, 경우 없고 막무가내로 밀고 나갔다.

6월에 들어서서는,

새로운 지침을 하달했다.

준비물 점검 잘하고,

자기 집과 가까운 뒷산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체력관리 철저히 할 것이며,

"음주가무 절대금지"

"부부생활도 가능(?)하면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

후원금은 김영천고문께서 본인도 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앞장 서 주셨다.

그래서,

회비에 버금가는 거금을 확보해 내친김에 산악용 무전기 3대까지 마련했다. 

관심과 사랑과 후원을 해 주신 회원님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말씀을 전한다.

드디어 밤 8시 10분 목포를 출발했다. 

마지막으로 영광 톨게이트에서 광주, 영광회원들이 차에 올랐다.

꽉 찼습니다.

빈 자리가 없습니다.

지금부터 목포약사 산악회 제36차 산행,

설악산 산행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는 오늘 설악산 대장정 길에 올랐습니다.

12시간 산행에 도전합니다.

아니, 나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설원에 도전하는 그런 심정으로 큰 발걸음을 한 걸음 내딛고자

합니다.

목포약사 산악회가 발족한 이래,

무박 2일 산행,

12시간 산행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다소 무리가 따르는,

무모한 산행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만큼 주위에서 우려하는 시선을 불식시키고,

자기와의 싸움에서도 이기는,

또,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행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럼, 이번 산행이 끝날 때까지 뜻있고 의미있는 시간이 되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후원금이 또 도착했습니다.

큰 박수가 터졌다.

잠깐 동안이지만 전라남도를 떠나면서 회원으로서 도약사회 회장님에게 보고를

드리고 가는게 옳겠다 싶어 전화를 했더니,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며 직접 후원금을 가지고 오셨다.

"옛말에 사위자식은 개자식이란 말이 있다."라는 말에 남성대원들은 웃고,

여성대원들은 못들은 척, 자는 척 하는 것 같습니다.

약사회 회원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꿀벌신협 이형곤이사가 오늘 처음으로 동행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장인 어르신을 여읜 조기석회장이 슬픔을 같이해 준 회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염봉의산행대장이 주야간을 겸한 산행, 장거리 산행에서 오는 주의할 점등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 약사사회에서 매월, 또 무박2일 산행을 하는곳은 목포약사회가 유일할 겁니다.

자부심을 갖고, 이걸 동력으로 약사회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합니다.

영광군약사회를 대표해서 최찬효총무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차 내 행사 관계로 고창 고인돌휴게소를 건너 뛰고 군산휴게소에 들렸다.(밤 9시 50분)

새벽산행이 예정되어 있으니 이곳에서 볼 일이 있으면  모두 해결하도록 부탁 드렸다.

군산을 출발, 한계령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설악휴게소에 도착할 때까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차 내에 있는 모든 불을 껏다.

여기는 설악 휴게소입니다.(새벽 1시 30분)

아무래도 산행깃점인 한계령휴게소는 등산객으로 붐빌 것 같아 한계령에서 가장 가까운

마지막 휴게소, 설악휴게소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마치고, 도시락(아침, 점심)도 배분했다.

새벽 2시 24분, 한계령 대피소에 도착하다.

달 밤,

아니 어두운 밤에 체조하다.

조회장 !!

정신 차리고, 눈 뜨라고 ~~

그러다가 코 때리겠어....

창하와 종훈이는 눈을 반쯤 뜨고 자는건가, 뭐하는건가 ?

걱정된다.

산행준비 완료,

산행 들머리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산꾼들....

원래는 새벽 3시에 문을 연다는데,

산꾼들의 성화에 견딜 수 없다는듯, 2시 36분에 덜커덩 철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누구라고할 것  없이 어둠의 설악으로 산꾼들이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목포, 목포 모여 ~~"

3시에 문이 열릴 줄 알고 있던 우리는 그제서야 회원을 불러 모은 다음,

2시 38분에 그들의 대열에 우리도 합류했디.

저 강원도 설악산 한계령 골짜기 밤 하늘에

"목포"가 울려 퍼지는 순간이다.

철문 통과 중 .....

한계령에 왠 오색령 ?

양양군과 인제군 사이의 백두대간 고갯마루인 "한계령"을 옛이름인 "오색령"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양양군 지역사회에서 크게 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걸 반영한 듯하다.(해발 1,004m)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즈라 잊즈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

양희은 님이 부른 "한계령"

그 노랫말 때문인지,

나는 개인적으로는 한계령이란 이름이 더 정감이 간다.

한계령 위령비.

한계령은 인제군과 양양군의 경계이자 설악산 국립공원의 외설악과 내설악을 나누는

고갯마루이다.

1971년 이 도로를 정비하고 포장하면서 희생된 108명의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108계단을 만들고 당시 군단장이었던 김재규중장이 위령비를 세웠다고 한다.

지금은 그의 이름은 지워져 있단다.

그런데, 공사를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큰 인명 피해가 났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방금 가파르게 올라 온 계단이 108개인 모양이다.

그때 희생된 장병들의 안타까운 영혼을 위로하고자 한다.

안개로 목욕을 하다.

별 것 다 해 본다.

밤 중에 체조도 하고 ....

진이 다 빠졌는데,

이제 겨우 500m라네...

돌 게단을 지나면 또 철계단,

철계단 지나면 돌계단...

가파른 오르막 길에 숨이 턱에 찬다.

어둠 속에서 뭐가 보이나 ?

어휴, 이제 작은 고비 하나는 넘긴건가 ? (4시 35분)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안식년은 필요합니다.

나에게도 안식년은 꼭 필요한데 .... 

안개인지, 구름인지.....

내가 이 시간에,

 왜 ?,

여기에 있는지 ...

나도 알 수가 없다.

보기 좋습니다.

승원이는 얼이 나갔네 ...

그래도 두사람은 산악회 임원이라고,

책임감에서 인지 눈빛이 살아있구만...

사방은 어둡고,

길은 가파르고 울퉁불퉁하다.

여러개의 작은 렌턴 불빛이 산속에 일렁인다.

가쁘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산을 울린다.

그런데도,

나무는,

새는,

곤한 잠에 떨어졌는지 조용하기만 하다.

사람들만 깨어서

"너의 한계는 여기야 !"

그 소리가 떨어지기 전에 저울 추의 눈금을 하나라도 더 올려 놓으려는듯

기를 쓰고 한계령을 오른다.

이 새벽에 .... 

이 집은 새벽잠이 없나, 눈들이 초롱 초롱하네...

가족끼리 같이 와서 그러나 ?

이게 가족의 힘인가 ?

아침이 밝아 옵니다.

5시 언저리가 되자,

밤, 아침 ...

이렇게 구분 지어 지는게 아니고,

시나브로 조금씩 조금씩 주위 풍경이 눈 속으로 들어 왔디.

새소리도 들린다.

잠에서 깨어났나 보다.

지쳐가는 우리들에게 혼(魂)을 불어 넣으려는듯 붉은 태양이 블끈 솟아 오른다.

다시 힘을 내 봅니다.

5시 20분,

밥상을 차렸다.

집에 있으면 일어나도 않을 시간이다.

김영천고문이 말한다.

"목포약사회에서 아침 도시락용으로 26만원을 지원했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만원짜리가 안된다."

"감사를 해야된다."

이창하 총무이사가 답한다.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신경 써서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임원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건 아니다.

자기가 좋아서 산을 오르고, 

그 맑은 공기, 새소리 들으며 밥을 먹는데,

돌 이 있드라도 녹여 소화가 될 판인데,

소화 잘되는 것으로만 해서 부실하게 보일 수도 있다니.... 

내가 그래서 거들었다.

"두 분이 더 오셔서 만원짜리가 안되었다." 고....

구조대장은 왜 이러나 ?

친구가 소화 잘 되는 것으로만 준비했다는데....

구조대장이라는 직책이 너무 버거웠나 ?

밥 먹는 것도 힘겨워 보이네....

어제 저녁에 먹은게 잘못되었는지 배 속이 불편하다는 오욱 사진작가,

그리고 구조대장 문호...

이 들은 지금 생존을 위해 먹고 있다.

에이쿠, 지 몸이나 구조할 수 있으려는지....

아니 조금 전에는 곧 잘 하기는 했었어 ~~

그래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구나 했었는데,

몇 시간을 못 가는 구만.....

5시 33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13분만에 모든 것을 끝내고 다시 내달린다.

선두그룹은 벌써 가고 없네....

산행대장은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애,

아무리 바빠도 새소리도 듣고, 하늘도 쳐다보고 깊은 생각에 젖어도 보고,

해야되는데 말이야..... 

사람은 누구나 헛점이 있기 마련이라,

내 준비해 갔던 스틱을 버스에 놓고 내려 남들은 다 올라가는데,

자기만 버스로 바쁘게 다시 달려갔으나 그 자리에 버스가 없어

다시 되돌아서, 등에는 배낭메고 한쪽 손엔 카메라, 또 다른 손엔 물통 들고

스틱도 없이 그 가파르고 어두운 오르막 길을 렌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 바쁘게 올랐으니,

"밥이 들어 갈 턱이 있나 ?" 

아무리 지체가 높아도 머리를 숙여야 합니다.

이건 길이 아니여 ~~~

오늘 산행의 성패는 이 사람들 손에 달렸습니다.

잘 모셔야 돼 ~~~~~.

힘 들구만....

심란하구만 ~~~,

갈 길은 멀고,

그렇다고,

돌아 갈 수는 없고, 

애초에 시작하는게 아니였어....

이런 길을 3시간 넘게 걸었더니,

발목, 장딴지, 무릎, 엉치뼈까지 반항을 하네...

한계령을 오르면서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이게 구름인지 안개인지는 모르지만

가까운 곳 밖에는 볼 수가 없어...

어떤 틀에 갇힌 느낌.....

그러나 마음을 조금만 비우면 이 자체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발목이 아픈 것도 무릎에 통증이 오는 것도 내가 살아있다는 증좌가 아니겠어 ?

명불허전을 거꾸로 읽으면 ?

속빈강정, 허당, 꽝 ~~~

잘 한 일인지, 욕 먹을 일인지....

국립공원을 포함해서 전국의 어느 산을 가 보아도 각종 "산악회의 띠" 들이 걸려있고,

때로는 이정표가 없는 애매한 길목에서는 길잡이 역활을 톡톡히 해 줄 때도 있는데...

출발하기 전에 소식은 얼핏 들었다.

설악산에는 "띠"를 메달지 않는다고...

그래도 준비는 해 가지고 왔다.

확실한 정보도 아니고,

설악산에, 우리나라 명산 설악산에

우리 "목포약사 산악회"의 깃발을 날려보고 싶어서....

그런데, 딱 이곳 한 곳에 깃발 몇 개가 있었다.

그래서 걸기는 걸었는데, 내려올 때까지 다른 곳에는 없는 걸 보니,

욕 먹을 짓을 한 것 같다.

"뿌리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묄세 ..."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했으면 분수에 맞게 욕심도 조금만...

갑자기 옥동자 정종철이가 생각난다.

"못난 것들이 잘난체 하기는 ~~" 

"너희들 허세부리다 이렇게 된다."

바위 두꺼비가 사랑을 나누네요 ?

자기 남편이 산행대장이지, 자기가 산행대장인가 ?

요즘은 가족들이 더 난리여 ~~~ ㅋ

우리 인간들은 왜 안되는 걸까 ?

나이 들어,

늙고 병들어,

죽은 후에도,

이 고사목처럼 고고(孤孤)함을 유지했으면....

이제 10리 밖이 정상이다.

어려운 고비는 많이 넘어간 것 같다.

한계령에서 처음 2시간여를 계속 오를 때는 버거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에 점점 힘이 붙는 것이 느껴졌다.

프로야구선수, 축구선수들이 동계훈련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그 해 성적이

좌우되듯이 그동안 보름 넘게 양을산에서 열심히 훈련을 했던게 시간이 지날 수록

몸이 말해 주기 시작했다.

운동기구 같기도 하고, 승리 표시인 것도 같고....

당신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승리한 것입니다(?).

여성들이 일 보러 간 사이,

산악회 책임자에서 여성들 배낭 지킴이로 ....

일 보고와서 한결 편안해 졌습니다.

유쾌하기 까지 한 모양입니다.

잠깐 쉬었다 가세요.

까마득한 것 같아도 우직하게 가다보면,

지나 온 길은 조금씩 멀어지고 갈 길은 다가 오고.....

설악은 나무형태 공원 ?

이상하게 생긴 나무들이 정말 많다.

오늘 설악산 산행, 중간 골인(?)지점입니다.

선수들이 속속 도착하네요.

이 나무 한 번 기기묘묘하다.

나무도 명품,

앉아 있는 사람도 명품 ~~~

내 말이 아니라 지나가는 충청도 산꾼아저씨 말이랑께~~~

여기가 끝청인것 같은디...

설악은 온통 "청"자 돌림이여,

귀때기청, 끝청, 중청, 대청, 소청....

"그것이 궁금하다."

이제 대청봉까지는 1시간여의 거리, (7시 45분)

해발 고도로는 100여m 정도 오르면 된다.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몸은 으시시하고, 옷은 늑늑, 타올은 항상 축축하게 젖어있고...

그런데, 한 번 달려나가 보고 싶습니다.

비 바람치는 광야로....

오욱 도약사회 총무이사가 묻는다.

"어떻게 할 것이냐 ?"

"이 아마추어팀을 전부 완주시킬 것이냐 ?" 고....

그래서 대답했다.

정상에 오른 후 물어 보아야 알겠지만,

"아마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 고..

나는 그동안 산에 다니면서,

한번도 계획했던 산행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

염려해 보지는  않았다.

내가 무슨 고난도의 암벽, 설벽등반하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등산로로 평이하게 오르는 것 뿐인데,

체력만 받쳐주면 못 오르고 내릴 것이 없다.

겨울철에 한라산에 갔다가 폭설로 중간에 내려 온 일은 있지만,

이런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번 산행에서, 바위 틈에서 살아가는 식물이, 나무들이 어떻게 살아 남는가 ?

그 생존의 방법을 어렴풋이나마 생각해 보았다.

꼭 모든 걸

땅으로부터,

뿌리로 부터만이 아닌

구름이나 안개로 부터도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직도 뿌리는 살아있는건가 ?

우리도 어느덧 중년인가 보우 ?

그래도 우리는 아직은 꽃중년이제,

이 나이에 설악산을 오르는 것을 보면.....

날씨가 왜 이러냐 ?

이놈의 날씨가 까탈스러운 시어머니 심술부리듯 하네...

아쉽다.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없으니...

보이는 것이라고는,

가까이 있는 나무와 숲,

그리고 문호 낯바닥 밖에 안 보이네....

중청대피소가 지척입니다.

중청과 3번째 만나다.(8시 25분)

한 번은 40여년전 학창시절에 단독으로 천불동계곡에서 대청봉 가는길에,

또 한 번은 몇 년전에 아내와 오색에서 대청봉을 지나 백담사로 한용운선사 만나러 가면서,

이번에는 우리 약사산악회 식구들과  한계령에서 대청봉 가는 길에....

그러고 보니 올 때마다 오르는 길은 달랐던 것 같다.

대청봉 가는 길....

수도자의 마음으로,

경건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바람이 몹시 분다.

풍향, 풍속계가 바람개비처럼 맹렬한 속도로 돌아간다.

눈잣나무가 꽃을 피웠다.

자연이 빚어내는 산수화가 경이롭습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여 ~~~

대청봉 위의 하늘 ....

구름이 날라 다닌다.

보고합니다.

우리 목포약사 산악회 회원 28명,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 대청봉에 올랐습니다. (8시 47분)

한계령에서 어두워 펼치지 못했던 "목포약사 산악회" 펼침막을

대청봉에서 펼쳤습니다.

요산요수(樂山樂水)라 ....(정상 표지석 옆에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밝아 물이 흐르듯 막힘이 없어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의리를 중히 여겨 그 중후함이 산과 같으므로 산을 좋아한다.

논어 옹야(擁也)편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약사 전문직능에 딴지를 거는자,

내 앞으로 나오라,

가만 두지 않겠다.

내가 누구냐  고,

어젯밤에 임명장을 받은  약사산악회 구조대장이다. ㅋ

대부분의 산꾼들은 바람이 몹시 불고 추워 바로 내려갔지만,

우리는 정상 뒷면 바람이 잦아들고 온화한 곳에 터를 잡고

목포막걸리 한 잔에 얼큰한 홍어 한 점씩 나누며 설악산 등정을 자축했다.

묵은지도 있었구만.

오늘 처음으로 동행한 꿀벌신협 이형곤이사가,

나에게도, 아내에게도 한 잔을 권한다.

그래서, 밋밋하게 마시는 것 보다 분위기 있게 러브 샷으로 ~~.

러브 샷 1단계.

러브 샷 2단계...

우리가 오늘 설악산 정상에 와서 홍어에 목포막걸리 한 잔씩 나누었는데,

기우제 뒤의 음복으로 생각하시고 비(雨) 좀 내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하산이다.(9시 13분)

구름에 갇히다. 

내려올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갑자기 흐려지네,

하늘이 응답하시려나 ?

바람이 세차게 분다.

몸이 가벼운 사람은 머리에 든 것(?)이라도 많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날라 갈 것 같다.

습한 안개가 주위를 감싼다.

몸이 으시시하고 한기가 든다.

이러다 감기 들라,

빨리 벗어나야 겠다.

저기 중청대피소 위에 있는게 무엇인가 ?

우주기지인가 ?

휴 ~ ~, 이걸 어떻게 말로 할 수 있나 ?

오 뉴월에 얼어 죽겠다.

젊은 놈들이....

내려오는 길에 뒤돌아 본 대청봉....

 산에 갈 때마다 등산장비를 하나씩 더 마련하면,

산에도 자주 가시던데,

그러다 아파트 평수 늘려가야 되는것 아니요?

 이창하 총무이사,

여기가 히말라야냐, 시베리아 벌판이냐 ?

웃고 가면 발걸음도 가벼워져 ....

사진기자의 본능...

구름 안개가 수채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순간 순간 막 그림을 바꾸어 그려되니,

고도의 집중력과 순간포착이 생명,

한가로이 카메라를 집에 넣고 다닐 수가 없어....

그려, 그려~~

그렇게 항상 웃으라고 ...

아까 올라오던 길에 두꺼비가 사랑을 나누더니,

벌써 알을 낳나 ?

백담사와 설악동,

내설악과 외설악의 갈림 길,

여기는 소청봉입니다.

이제 9.8km, 아직 25리 길이네요.

올라 갈 때나 내려 올 때나 길들이 왜 이러냐 ?

설악산의 비경(秘 景)  1.

내 심장이 저기 가 있네,

나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나는 목포약사 산악회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저는 설악을 사랑합니다 ~~.

"회장님, 너무 예뻐요."

임미경약사가 말한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 ?'

그럴리 없다면서도,

나보고 그런 줄 알고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런데,

"경치가 정말 예뻐요."

뒷통수를 한 대 꽝, 맞은 느낌이다.

젠장, 우리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니깐 ~,

 어떤 염원...

점심 먹고 가잔다.

이번에는 계단에서 먹는다.(11시 13분)

여성분들이 대부분 의자에 앉고,

머슴들은 바닥에서 먹는다.

그런데, 걸신 들었나 ?

아니면 충약을 먹은지 오래되었나 ?

자꾸 배가 고프다네...

먹는다. 먹는다. 정말 맛있게 먹는다.

걸신 들린게 맞는 모양이다.

성한 곳이 없어,

죽을 지경이여 ....

그래도  밥맛은 꿀맛이여...

고추에 쌈장 하나면 밥 한 그릇은 뚝딱이제 ~~

된장이면 더 좋고 ~~~ 

 요즘 다람쥐는 도망을 가지 않아,

인간과 많이 친숙해 졌어... 

 오욱 작가가 꼬드기는데,

도토리나 땅콩이 아니어서인지 얼른 오지를 않네....

목포약사 산악회 구조대원들,

배낭 2개는 기본.... 

김은희약사님...

걸음걸이가 어째 조금 이상한데,

다리가 풀린건가 ?

 희운각대피소.(11시 47분)

김영천고문님,

당신은 배경입니다.

 이제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돌아가면 공룡능선도 갈 수 있는데....

아쉽다, 아쉬워....

다 좋은데, 배가 왜 출렁그려 ?

좋아 죽겠구만,

임미경약사는 포장을 잘 하더라고...

표정만 보면 힘든게 하나도 없는것 같지 않아 ?

웃고 떠들고....

현장 분위기는 전혀 아닌데....

전인우대원, 수고 많았어,

구조대에 환경 지킴이까지,

그런데, 너무 무리했어....

그나저나, 구조대장은 어디 있는거야 ?

지 몸 하나 구조하고 있는건가 ?

저 쪽으로 가면 마등령, 공룡능선입니다.

마음은 공룡능선에....

저 나무는 어떻게 사나 ?

안개 먹고, 이슬 먹고 사나 ?

천불동계곡입니다.

계곡에 물이 별로 없어...,

몇 해 전에 백담사로 내려 가는 길에 보니 그 쪽은 큰 폭포에 강물 수준이던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  

우리는 다정한 연인사이....

오욱이...

오늘 수고했어,

밤중에 체조하는 것도 모자라 스틱 때문에

오버 페이스해 힘들었을 텐데....,

젊음이 좋아 ~~.

천불동계곡에 발을 담그다.

다리 치워 ~~

조회장의 망중한...

조회장, 무거운 마음의 짐,

내려놓고 가자고...

딱 걸렸어,

누구한테 윙크하는거여 ?

참, 벌건 대낮에 남사스럽게 ...ㅋㅋ

오늘 우리가 대단한 일을 해냈어 ?

김영천고문이 계곡에서 나와 양말을 신을려다 말고,

누군가가 자신의 배낭과 모자를 건드렸다고 한 마디 하신다.

"여보게들,

사람들이 그러면 안되지 ~~,

앞에서나,

뒤에서나 행동을 똑 같이 해야지,

앞에서는 "예 예"하고,

안 보이는데 뒤에서는 배낭을 발로 툭툭 차고,

모자를 걷어 차면 되나 ?

안돼 ~~~.

산행대장의 직무 태만, 직무유기....

이 계단이 마지막 이기를 ....

설악산의 비경(秘 景)  2 - 천불동계곡을 중심으로.

큰 바위 얼굴 (?)....

]

대청봉  7km....

나는 그 길을 다시 가라하면 못가네, 못 가네...

천당폭포...

천당폭포앞에 선 세사람...

아무리 천당이라도 저승보단 이승이 ...

이 바위들도 낙석이겠지 ?

설악산에 와서,

그 아름다운 비경(秘 景),

우측 통행,

낙석주의,

계단 계단 계단....

수도 없이 보고 걷고 간다.

헤아릴 수가 없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또, 오래도록 보존하려면

그 만큼의 위험과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비선대 끝자락에 도착했습니다.

목도 축이고 잠깐 쉬어가자고...

임미경 - 여보, 우리가 해 낸거야 ?

문호 - 나도 모르겠어 ...

지나가는 시인묵객이 설악의 비경에 취해 멋드러지게 시 한 수 남겼다면 모르되

이건 자연훼손이고, 자신과 자신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짓이여....

저기에 뿌리를 내려 ?

그런대, 분재가 나무에 비해 그릇이 너무 크다.

타는 목마름으로....

농민의 마음이 탄다.

이 내마음이 탄다.

우리 마음에 불이 붙는다.

얼마만에 걸어 본, 평 길인가 ?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몇 몇 친구는 비선대까지만 가면,

버스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답니다.

산행계획서를 나누어 주면 잘 숙지를 해야 되는데,

그러지를 안해요.

분명 거기에 설악동 소공원이라고 공지를 했는데...

설악산 신흥사 통일대불...

설악산 신흥사 일주문입니다.(오후 3시 55분)

손을 흔드는 친구가,

"욱"하는 친굽니다.

국립공원 안내도.

"권금성으로 가는 케이블 카."

Good Bye,

안녕히 가세요.

再 見, - 또 한 번 보자 ?

再 見이 맘에 드네...(오후 4시 7분)

"표" 주고 가세요.

스님, 사찰(寺刹)에 들리는 사람한테만 받아야 맞는 것 아니요 ?

우리는 국립공원에만 갑니다.

사찰 입구로 옮겨야 맞을 것 같은 디....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버스가 보입니다.

"한계령에서 시작해서 설악동에서 끝맺음을 하는,

목포약사 산악회 설악산 산행,

13시간 30분을 마무리하는,"

"가장 무거운 마지막 발걸음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내딛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오후 4시 7분)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일을 내내 잘 해 놓고,

마무리를 시원찮게 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석달 전부터 준비한 산행,

리무진,

그리고 무전기,

28명 전원 대청봉에 등정,

13시간 30분에 걸친 산행....

그래서,

통 크게 잡았습니다.

하산주 및 저녁식사를 동해가 바라다 보이는,

속초 "대선횟집"으로 ....

대선횟집,

수족관이 밖에 나와 있습니다.

나는 이미 "설악(雪岳)"에서 취하고 왔다.

이제 긴장을 풀드라고 ~~~

산행 다 끝났당께 ....

자 ~,

술 잔을 높이 듭시다.

여러분 수고 많았습니다.

우리가 해 냈습니다.

오늘 우리는 약사산악회의 역사에

한 획을 크게 그었습니다.

아니, 각자 여러분에게도 마음속에 자부심으로 크게 남을 것입니다.

이런 느낌,

이런 자부심으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생활합시다.

오늘 건배 구호는,

"우리가 해냈다. 해냈다. 해냈다." 입니다.

그리고, 시간을 저한테 5분만 더 주십시오.

오늘 여성대원들의 배낭을 받아 자기 배낭까지 2개의 배낭을 메고,

부상당한 박은태 대원을 위해 기꺼이 배낭을 대신 메어 준 강영구 사무관,

이들 의리 맨들을 위해 신세 진 분들이 술 한 잔 따르겠습니다.  

빨리 나오세요.

구호는 "의리 의리 의리"입니다.

자, 술 한 잔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한 번 안아 주세요.

한 순배 돌았습니다.

분위기 좋습니다.

이번에는 먼저 오르고 내려가 버린,

정기영선배, 박은태대원, 강영구대원, 김재천대원을 위해

한계령 버스에서 홍어를 받아 짊어지고 대청봉을 오른 후,

그 홍어를 풀어 보지도 못하고 다시 짊어지고 설악동 버스까지 내려 온

그러면서도, 냄새나니 떨어져 걸으라는 구박까지 받은 김정문 대원을 위해

제일 연장자이신 정기영선배가 위로의 술 한 잔 권하겠습니다.

답례의 술 잔...

내친 김에 러브 샷까지....

물결 출렁이는 동해 바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3개월에 걸친 긴여정이 다 끝났습니다.

이창하 총무이사,

수고 많았습니다.

산악회 회원 여러분,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모든 것을 자제하고 오직 산행준비에 매진해 주신 회원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몇 몇 대원들의 작은 부상이 있었지만,

큰 과오 없이 마치게됨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건강 관리 잘 하시고,

7, 8월 여름 잘 보내신 다음, 

9월에 뵙겠습니다.

목포약사 산악회  설악산 산행일기,

샤르트르의 이 말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인간은 걸을 수 있을 때까지만 존재한다."

"걸음을 멈추는 순간, 그 존재 의미는 상실된다."

사진작가 : 박은태. 오욱. 염봉의. 김종언. 김병윤. 나연수.

글. 사진편집 : 나   연   수.

[다순구미]

손님도 없는 주말 오후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렇게 멋진 산행일지를 올려주셔서 아주 재미 있게 보았네.
엉겁결에 올라가고 내려오고 한 산행인데 이렇게 자세히 글과 사진을 보며
그 날 그 시간을 더듬어 보네.
아직 녹색산악회도 설악산 무박 산행은 못했는데 약사산악회가 기염을 토했네.
전에 한 번 간 곳이지만
7월 1일 임걸령 가네.
주말 잘 보내시게나.

[본촌]

고문님이 항상 열정적으로 이끌어 주신 덕입니다.
누가 약사회장이 되든,
누가 산악회장이 되든,

튼실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짤]

잘 보고 갑니다!~대단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