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나_혼자 떠난 40일간의 아프리카 트럭 투어 배낭여행기
서른 살이 되던 해, 나는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떠나기로 결심했다. 목적지는 미지의 세계, 아프리카. 럭셔리한 패키지 투어도 안전이 보장되는 가이드 투어도 아닌 다국적 트럭 투어에 혈혈단신 몸을 실은 내게 아프리카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렀던 대장정, 그 40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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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좌관 5년, 서른 번째 생일 선물로 사표를 내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인 2003년 처음 ‘정치판’에 들어선 이후, 5년간 4명의 국회의원을 모시고 충성했다. 그 와중에 샐러던트를 표방하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강행군에 해마다 찾아오는 선거와 국정감사를 내 삶의 전부인 양 살았다. 그런데 점점 나는 텅텅 비어가고 있었다. 신경성 불면증과 신경성 위염, 신경성 두통 등 온갖 ‘신경성’과 관련된 질병을 달고 살았다. ‘너는 지금 행복한 게 아니야’라는 몸의 신호였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 그 순간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인천공항에 데려다 주던 엄마가 차 안에서 하던 말이 떠올랐다. “네가 행복한 표정을 짓는 유일한 순간이지. 여행을 떠나는 지금.” 그렇다. 세상에 여행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여행만큼 나를 들뜨게 하는 것도, 몰입하게 하는 것도 없었다. 그래, 결심했어. 떠나는 거야.
100명의 사람들로부터 100번의 미쳤다는 얘기를 듣고 손담비도 아닌 주제에 난 미친 결심을 하고 서른 번째 생일 선물로 미친 짓을 감행하고 말았다. 청년 실업 300만 시대에, 사상 최악의 불경기에 나는 기고만장한 백수가 되었다. 아프리카로 떠나기로 결심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내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으니까. 여행자의 종착점과 같은 곳, 아프리카. 그 대륙이 주는 신비감 때문에 나는 다른 곳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간다, 아프리카로. 무조건.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47338122) 1. 모코로 타고 신선놀음. 오카방고 델타. 2. 치타는 생각보다 귀여웠다. 3 오카방고 델타의 전경. 이곳이 천국일세. 4. 웅장한 모시오야투냐(빅토리아 폭포). 5. 야생의 텐트. 너무 더운 한낮에는 태양을 피해 그늘 안에서 책을 읽곤 한다.
Jambo! Africa! Zimbabwe!
김정일과 맞먹는 세계 최악의 독재자 무가베의 나라, 2억%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측정을 포기했다는 나라, 콜레라로 하루에 몇천 명씩 죽는다는 나라. 아프리카 여행의 시작 국가인 짐바브웨에 대한 뉴스 검색을 하다 보면 보통 이런 무시무시한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맙소사. 도대체 이런 나라에 뭘 볼 게 있다고 가는 거야?’라고 묻지 마시라. 독재자와 가난과 질병이라는 환상의 트리플 조합에도 불구하고 단지 빅토리아 폭포가 거기 있다는 이유 하나로 우리는 짐바브웨에 가야 한다. 짐바브웨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인천을 출발해 홍콩을 경유,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짐바브웨로 가는 비행기를 또 갈아타야만 했다. 그러나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괴성에 가까운 탄성을 질렀다. 비행기 밖으로 펼쳐진 아프리카 대륙. 온통 초록과 하늘만이 존재하는 그 광경에 나는 모든 피로를 잊고 감동하기 시작했다. 짐바브웨의 하늘은 마치 질소나 이산화탄소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고 순수한 산소 100%로 채워진 느낌이었다. 그 하늘 아래 초록으로 가득한 땅. 그 하늘과 땅의 모습을 글로 설명할 수 있다면, 사진으로 다 담아 올 수 있었다면…. 굳이 부족한 글로 장황하게 표현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모시오아투냐! 빅토리아 폭포와 만나다 짐바브웨와 잠비아 국경에 위치한 빅토리아 폭포는 나이아가라・이과수 폭포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로 유명하다. 그 유명세는 둘째 치고 사실 난 이름이 맘에 안 든다. 빅토리아라니. 이 아프리카 땅에 또 그 영국 할머니 이름이야? 전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영국의 발넓음을 절감하는 게 바로 이 ‘빅토리아’라는 명칭이다. 빅토리아 호수, 빅토리아 주, 빅토리아 산, 빅토리아 다리에 이르기까지 이 할머니의 오지랖은 안 뻗친 데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짐바브웨까지 와서 아프리카의 꽃이라는 폭포에 빅토리아란 이름을 붙인 것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곳 원주민들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영원히 피어오르는 연기’라는 뜻으로 ‘모시오아투냐’ 라고 부른다. ‘모시오아투냐’, 그들이 옳다. 폭포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웅장하고도 힘찬 물소리, 그리고 그 강물이 떨어져 부서진 물이 만들어내는 물보라. 우비를 입지 않으면 속옷까지 홀딱 젖을 정도로 폭포가 만들어내는 물보라는 거의 폭우 수준이다. 폭포를 제대로 보기 위해 좀 더 가까이 미끄러운 돌 위를 위태롭게 걸어갔다. 발이라도 잘못 딛는 순간이면… 몸서리가 쳐진다. 여기선 비명 소리조차 폭포 소리에 묻힐 테지. 그렇게 모시오야투냐가 뿌려주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나는 감탄하고 감동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폭포를 벗어나면 현지인들의 삶은 보기 안타까울 정도다. 폭등하는 물가로 길바닥에는 5만 짐바브웨 달러 화폐가 굴러다니고 귀에 고름을 흘리며 ‘원 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이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나마 이곳은 관광지라서 좀 나은 편이라고 했다. 짐바브웨 다른 도시들의 서민들은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는다고 했다. 아름다운 하늘과 대비되어 그들의 고통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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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트럭 투어에 합류하다 사실 아프리카는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도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거의 고행에 가깝다. 그리하여 발달된 것이 바로 트럭 투어이다. 버스를 트럭처럼 개조한 특수 차량을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며 여행하는 것이다. 트럭 투어 회사도 프로그램도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루트는 남아공-나미비아-보츠와나-짐바브웨 4개 국가를 여행하는 21일짜리 프로그램이다. 나는 짐바브웨에서 트럭 투어 멤버들과 합류하여 남아공까지 내려가는 역방향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드디어 트럭 투어 멤버들을 만나는 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기대되고 떨리는 일이다. 더군다나 국적이 모두 다른 외국인들이라니. 하지만 나는 우리 트럭 투어의 리더인 루드와 몇 마디를 나누고 좌절하고 말았다. 영국 영어. 게다가 사투리라니…. 캐나다에서 학교까지 다녔던 내가 영어가 문제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건 분명 대한민국 공교육의 폐해라고. 20년 가까이 미국식 영어에만 길들여졌던 나는 영국 사투리 앞에 귀를 닫고 말았다. 그렇지만 나 행복하자고 여행하는데 굳이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는 거다. 지들이 급하면 미국식 발음으로 굴려 말해주든가 하겠지. 멤버의 반 정도는 영국인이었고 호주, 미국, 캐나다 스위스 순의 구성이었다. 물론 한국인은 내가 유일했고 일본인인 제프가 있었으나 그는 국적만 일본인일 뿐 미국에서 교육받고 자란 다분히 미국적 사고방식을 가진 일본인이었다. 그래도 그저 같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와 나는 가장 친해질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아프리카 트럭 투어다. 출발하기 전 각자 텐트를 배정받고 텐트 치는 연습을 한다. 난생처음 쳐보는 텐트에 흥분해 이리로 저리로 왔다 갔다 신났다. 몇 시간 후 닥칠 고통을 예상하지도 못한 채 말이다. 야.외.취.침. 이제야 알았다. ‘1박 2일’에서 야외 취침을 한 강호동이 왜 그렇게 피로에 전 표정을 하고 텐트 문을 여는지를. 왜 다들 그토록 텐트에서 자는 것을 두려워했는지를. 매트에 침낭까지 깔고 잤는데도 경추 4번부터 시작해 골반뼈까지 안 아픈 데가 없었다. 이런 날엔 뜨끈한 국물이라도 들이켜고 싶은데 아침메뉴로 나온 것은 딱딱한 토스트와 시리얼. 몸은 만신창이인데 행복했다.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진짜 미쳤나 보다.
뷰티풀 오카방고 델타
트럭은 짐바브웨를 떠나 보츠와나로 향한다. 아프리카 남부 한가운데 내륙인 보츠와나. 이곳에는 오카방고 델타가 있다. 지구의 마지막 남은 야생 습지대. 흔히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델타를 일컬어 지구의 마지막 에덴이라고 한다. 보츠와나 땅 한가운데에 1만5000km2 습지대로 이뤄진 이 삼각주는 그 자체가 생명이다. 이곳은 <하늘에서 본 지구>라는 사진집으로 유명한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아프리카의 영혼’이라 칭하며 가장 사랑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모든 설명을 떠나 오카방고 델타는 나에게 두려움에 대한 도전이었다. 바로 이곳이 리얼 야생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전기도 물도 없다. 물론 화장실도 없다. 최소한의 식수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으며 샴푸, 비누, 치약도 강물을 보호하기 위해 반입이 금지된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세 시간을 달려 나무 배 선착장에 도착했다. 오카방고는 갈대로 뒤덮여 있고 수로가 좁아 소시지 나무를 깎아 만든 모코로라는 얇고 작은 배만이 유일한 이동 수단이다. 뜨거운 태양은 우산으로 가리고 모코로에 올라타 신선놀음을 즐긴다. 마실 수도 있다는 투명한 강물과 갈대, 연꽃 그리고 하늘, 하늘, 하늘.
아프리카의 하늘은 정말 지구가 둥글다는 느낌을 준다. 너무나 깨끗해서 지구의 실루엣이 다 비쳐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코로에 누워 그런 하늘을 즐겨본다. 아, 여기가 천국이다. 괜히 손을 강물에 넣고 휘휘 저어본다. 순간 “No! No! No!” 모코로를 젓던 원주민이 다급히 경고한다. 악어가 사람 냄새 맡고 다가와 팔을 물어버릴 수도 있단다. 헉! 자, 이쯤 되면 궁금할 것이다. 그 야생에서 스무 명이 넘는 남녀가 배변의 본능은 어찌들 해결하는지 말이다. 먼저 원형으로 각자 텐트를 쳤다. 그리고 텐트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덤불 사이에 엄청난 구덩이를 팠다. 여기가 바로 남녀 공용 큰 거 작은 거 구분 없는 야생 화장실인 거다. 그 구덩이 앞에는 삽이 세워져 있는데 그 삽이 있으면 화장실은 Vacancy고 삽이 없으면 Occupied인 거다. 그리고 볼일을 본 후 옆에 있는 흙을 살짝 덮으면 된다고 했다. 사실 말이 쉽지, 덤불로 쌓인 아프리카 야생 구덩이에서 볼일을 본다는 것은 유쾌하지가 않다. 구덩이 안에는 온갖 벌레들이 들끓고 심지어 개구리까지 뛰어다닌다. 어떤 녀석은 이미 메탄가스에 중독되었는지 힘이 빠져 구덩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참상을 여성 동지들에게 알려주자 깔끔쟁이 리엔은 2박 3일 동안 화장실을 안 가고 참겠다고 한다. 얘, 그러다 너 병 걸린다.
오카방고 델타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얼마 전 영국 다큐멘터리 방송 팀에서 촬영한 분홍 희귀 코끼리도 이곳 오카방고 델타에서 발견되었다. 동물들을 구경하러 부시 워킹(bush walking)에 나섰다. 말 그대로 걸어서 수풀을 헤치며 동물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원주민 가이드는 동물들의 발자국과 냄새 그리고 3.0이 넘는 시력으로 동물들을 찾아낸다. 기린, 얼룩말, 코끼리, 아기 임팔라들이 보인다. 해가 지고 그림 같은 아프리카의 석양이 내려온다. 이곳의 석양은 생각을 부른다. 그리운 사람들을 부른다. 그리고 술을 부른다.
오카방고에서의 이튿날 역시 부시 워킹으로 시작한다. 아침 일찍 물 마시러 나온 동물들을 구경하기 위함이다. 한참을 걷다가 기린 가족과 마주쳤다. 기린 가족은 신기하다는 듯 한참 동안 우리 쪽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프리카에서 동물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가 그들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이곳에 놀러 온 우리를 구경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래, 그게 맞지. 여기는 너희들의 땅이니까. 우리는 잠시 다녀가는 구경꾼일 뿐.
오카방고의 마지막 밤이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원주민들의 춤과 노래를 구경한다. 은하수 조명 아래 노래를 부른다. “Beautiful okavango. You’ll never forget. Beautiful okavango.” 그래, 잊지 않을게. 가슴에 새겨본다. 오·카·방·고·델·타.
오카방고를 나와 보츠와나 최대의 국립공원 초베로 향한다. 드디어 사자 같은 맹수를 볼 수 있다는 들뜬 마음과 함께. 오전 내내 사자, 표범, 치타 등 이른바 빅 5 동물들을 찾으러 다녔지만 지쳐가기만 한다. 게다가 해가 나면 활동을 안 한다는데…. 사실 이곳에서도 사자 보면 그날은 정말 대박 친 거고 표범은 자기네들도 일 년에 몇 번 본단다. 아프리카에 오면 지천이 사자일 거라 생각했던 나의 무식한 기대를 탓하며 기린, 얼룩말, 스프링복, 코끼리 같은 초식 동물에 만족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결국 사자는 여행 끝까지 못 봤다. 도도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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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47338123) 1. 아프리카에서 만난 기린. 2. 듄 45로 올라가는 길 . 3.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아프리카에서는 종종 이렇게 트럭이 길을 가던 도중 빠진다. 4 피시리버 캐니언의 석양. 5. 숙소인 텐트 앞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 6. 아프리카에 펭귄이? 볼더스 비치에서 만난 녀석. 8. 깨끗하게 정비된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모습.
반갑다 문명아, 나미비아 -스와콥문트
트럭 투어도 이제 중반을 넘어섰다. 보츠와나 국경을 넘어 사막의 나라 나미비아로 향한다.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들뜬다. 내가 이렇게 들뜨는 이유는 드디어 문명과 조우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향하는 독일 마을 스와콥문트는 아직까지도 독일인들의 집단 거주 도시로 얼마 전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딸 샤일로를 이곳에서 낳아 유명해졌다. 얼마 만에 도시와 만나는 것이냐. 텐트가 아닌 도미토리에서 잘 수 있고 밤에 전기도 들어오고 게다가 대형 마트도 있단다. 아프리카의 밤은 정말 길다. 전기가 없기 때문에 해가 지면 말 그대로 암흑이다. 그래서 저녁을 먹을 때도 항상 머리에 헤드랜턴을 끼고 먹었다. 야생 한가운데 텐트에서 해가 지면 빨리 저녁 먹고 자는 일밖에 없다. 그런 야생을 벗어나 전기가 들어오는 침대에서 잔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스와콥문트는 독일 시골 마을쯤 와 있는 착각이 들게 했다. 모든 간판이 독일어로 되어 있었고 흑인보다 백인이 더 많았다. 문명과의 만남을 자축하며 제프를 비롯한 친구들과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스파게티와 스테이크를 먹고 와인도 한잔했다. 근데 이상하다. 벌써 야생이 그립다. 수백 마리 벌레와 함께 하는 샤워가, 밤새 울던 하마 소리가, 자다 깨면 보이던 하늘 가득한 그 별빛이.
나란 여자, 사막에 비를 몰고 오는 여자 나미비아는 사막의 나라이다. 사진작가들의 로망이자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30 안에 항상 드는 아름다운 모래언덕(dune)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현지 가이드 오빠와 소수스플라이로 워킹 가이드를 하러 떠난다. 떠나기 전 50℃가 넘는 더위에 숨이 막힐 정도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탈수에 대비해 물과 소금까지 단단히 준비했다. 그런데 웬일. 그렇게 덥지 않았다. 살 만한 더위였다. 그때 가이드 오빠가 하는 말. 이곳에 유례없이 며칠 전부터 비가 왔단다. 그래서 오히려 식물들이 죽어간단다. 물 없는 것에 적응되어 있는 식물들이 갑작스러운 비로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이다.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나 때문인 것 같았다. 멕시코 갔을 때도 10년 만의 폭우라며 비가 왔고, 비 안 오기로 유명한 LA에 30년 만의 기상이변이 왔던 순간에도 내가 있었다. 그런데 사막에 비라니. 오늘부터 나는 아무래도 비의 여신으로 등극해야 할 것 같다.
해가 지기 전 듄 45(Dune 45)에서 석양을 보기 위해 다시 트럭을 타고 서둘러 이동했다. 모든 여행 서적과 블로그에 듄 45에서 보는 선셋은 평생 잊을 수 없다며 극찬을 한지라 부푼 마음으로 모래언덕을 올랐다. 근데 이게 장난이 아닌 거다. 평지를 걷는 것보다 일반 등산보다 모래언덕을 올라가는 건 정말 궁극의 체력이 필요했다. 걸을 때마다 푹푹 빠지는 발, 도대체 정상이 어딘지도 모르겠는 한없이 높은 언덕. 에라이, 모르겠다. 꼭 선셋을 정상에서 봐야 맛인가. 저기서 보나 여기나 똑같을 거야 하며 그냥 주저앉아버렸다. 마음이 편하다. 역시 인간은 욕심을 버리는 순간 천국을 만나게 된다. 나와 더불어 저질 체력 삼총사 리엔과 사라는 그렇게 모래언덕 중간에 앉아 좋다고 낄낄거렸다. 듄 45에 해가 지기 시작한다. 놀라운 변화다. 순식간에 온 땅이 붉은색으로 물들더니 이내 땅과 하늘이 하나가 된다. 죽어 있던 모래언덕이 살아 움직이듯 석양에 꿈틀거린다. 이 여행을 끝내기 싫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고마워 아프리카, 넌 최고였어
아프리카에 다녀온 후 나는 변했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모두 흔들릴 만큼 아프리카는 나를 흔들었다. 아프리카 말에 ‘뽈레 뽈레’(ploe pole)라는 말이 있다.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이다. 킬리만자로처럼 높은 산을 오를 때 현지 가이드들이 자주 쓰는 말로, 뽈레 뽈레 올라야 고산병 없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남들보다 더 빠르게 더 높게 사는 것이 늘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완벽한 땅 아프리카는 나의 바둥거림이, 나의 완벽주의가 얼마나 보잘것없고 가소로운지 알게 해주었다. 나는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졌다. 평생 동안 깨닫지도 못했을 삶의 가치들을 40일간의 여행이 내게 선물해준 것이다. “고마워 아프리카, 넌 최고였어.
여자 혼자 떠나는 아프리카 여행 Tip
아프리카 여행은 보통 비싸다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마우스 품만 잘 팔면 아주 합리적인 가격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직항은 아직 없으며 캐세이퍼시픽, 아랍에미레이트, 싱가포르항공 등을 타고 경유하여 갈 수 있다. 항공권은 시즌에 따라 80만~1백80만원 사이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이기 때문에 피크 시즌을 반드시 확인할 것. 아프리카 여행 방법은 패키지부터 배낭여행까지 매우 다양하다. 가장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게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트럭 투어이다. 가이드 격인 투어 리더와 운전사 1명, 요리사 1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0~25명 정도가 함께 이동을 하고 숙박은 기본적으로 텐트를 이용한다. 트럭 투어 프로그램은 300일짜리 아프리카 종단부터 7일짜리 사파리까지 매우 다양하며 시즌과 트럭 투어 회사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아프리카는 광활한 대륙이므로 여행 입문자에게는 남아공, 보츠와나, 나미비아, 짐바브웨, 잠비아 등 남아프리카 지역을 권한다.
아프리카에 대한 여행 정보가 궁금하다면?
오다나 씨의 아프리카 여행기
blog.naver.com/donna1203 아프리카 트래블코 트럭 투어 홈페이지 http://www.africatravelco.com/ 고고 아프리카(아프리카 동호회) cafe.naver.com/gogoafrica 아프리카 오버랜드 http://www.africaoverlan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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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오다나
AFRICA
![](http://tfile.nate.com/download.asp?FileID=12400855)
사진여행|사진으로 즐거운 세상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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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두려움 없이 떠나라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39123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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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세계지도와 배낭을 짊어지고 떠난 두 명의 MH가이 김도현, 김도인이 남아메리카를 지나 아프리카에 도착했다. 그들이 낯선 대륙을 둘러싼 편견의 면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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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아프리카 흑인이 무서워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남쪽과 북쪽의 차이가 크다. 아프리카에서도 남남북녀의 법칙이 통할까? “북부 아프리카인들이 체격도 크고 무서운 반면 남부 아프리카인들은 체격도 작고, 인상도 무척 선하고 귀엽죠.” 인상의 차이가 실제 성향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실제로 대화해보면 남부 아프리카인들은 그리 순박할 수가 없어요. 북부 아프리카인들은 약간 무뚝뚝한 편이에요.” ..
남아메리카는 가난해 완벽하게 정돈된 선진국은 아니지만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라고 성급하게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남아메리카는 무척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어요. 오랜 식민지 생활과 고유의 토착문화가 어우러졌죠.” 국민소득이나 생활수준을 수치로 따졌을 때 우리나라보다 부유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만만하게 보다가는 큰코다친다. “특히 브라질 물가는 서울 이상이에요!.” 그러나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과테말라 등의 물가는 무척이나 저렴해서 삼시세끼 고기만 먹어도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스테이크가 맛있기로 소문난 나라다. 이곳에서 만큼은 질 좋은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여 황제의 만찬을 즐겨보라. “흔히 유럽이 최고의 여행지라고 하잖아요? 물론 여행 인프라는 최고죠. 하지만 우리는 아르헨티나를 꼽고 싶어요. 값싼 물가,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자연환경!”
아프리카에서는 무조건 보디랭귀지지 아프리카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새 정부가 알면 또 기상천외한 정책을 내놓을까? 그러나 사실이다. 원주민들만의 방언을 쓸 것 같은 아프리카는 아마도 영어권인 나라를 제외하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영어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만 제외하고. “식민지 시대를 거친 아프리카는 아예 영어가 공용어인 곳이 많죠. 주로 통용되는 언어는 영어 혹은 프랑스어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구호활동을 펼치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최민석 간사의 설명이다.
‘부시먼’이 인사한다고? 아프리카 하면 어느덧 머리에 떠오르는 부시먼. 아프리카에 가면 꼭 가려야 할 곳만 대충 가린 원시인들이 뛰어다닐 것만 같다. 그만큼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를 반증하는 것. “왜 아니겠어요? 한국에 살면서 아프리카에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고작 <동물의 왕국>과 다큐멘터리 채널밖에 없잖아요.” 김도현의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직접 밟아본 아프리카 땅은 인터넷을 사용하고 정상적으로 옷을 입고 도시생활을 하는 고도로 ‘문명화된 세계’다.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오지나 미처 개발이 덜된 지역은 윈시적인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지만, 여행자들이 방문할 만한 도시들은 아프리카만의 특색을 간직한 진짜 도시였다. “적어도 우리가 여행 중에 마주친 사람 가운데 창을 들고 맨발로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고요!”
총 맞아 죽을 수도 있다며?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는 워낙 큰 대륙이다. 아직 내전이 끝나지 않은 나라들도 있고 반란군이 진압되지 않은 나라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마음 놓고 다닐 형편은 못된다. “불법체류자들에 의해 많은 강도,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가 일어나고 있어요.” 특히 요하네스버그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에 하나로 꼽힌다. 밤은 물론, 낮에도 걸어다니는 대신 택시를 이용하라고 주민들은 조언한다. 콜롬비아는 아직도 반란군이 전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 장거리 육상 이동이 불가능하다. “납치 사건이 잦아서 현지 한인분이 관광객은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만류하셨죠.” 지금 과테말라에 체류 중인 김도인, 김도현. “이곳도 매일 총기 사건이 일어나고, 한인 피해자도 월 몇 건씩 발생할 정도로 치안이 불안해요. 경찰과 조직범죄단의 검은 커넥션으로 인해 범죄 소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일부 조직범죄단의 화력은 경찰력을 능가한다고 합니다.” 모든 여행은 조금씩의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위험한 나라는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 정부에서 위험 국가로 지정해놓은 나라는 피하고, 현지인들의 주의사항을 잘 듣고 따르라. 무사히 돌아와야 여행도 값진 것이다.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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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로 ‘출장’을 떠나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최민석 간사에게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을 들어봤다.
1 황열병 백신을 맞아라 “반드시 황열병 주사를 맞으세요. 입국이 거부될 수도 있습니다.” 최민석 간사의 말이다. 입국심사에서 황열병 주사를 맞았다는 증명인 ‘옐로 카드Yellow Card'를 요구하는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카메룬, 콩고, 코트디부아르, 가봉 등이 대표적. 황열병은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게 물렸을 때 전염되는 열병으로 발병하면 갑작스런 발열, 오한, 구토 증상이 나타나고. 증상에 따라 사망률이 20~50%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한 번의 접종으로 평생 면역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에서는 10년마다 접종할 것을 요구한다. 접종과 증명카드발급은 국립의료원에서 받을 수 있다.
2 그래도 피할 곳은 피하라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를 돌이켜보라. 정말 위험하다면 피하라. “케냐는 현재 대선 비리 때문에 정국이 매우 혼란한 상태입니다. 콩고 역시 거듭된 내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볼리비아는 엘니뇨와 라니냐 등의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 재해 때문에 긴급 구호 중인 나라입니다.” 최민석 간사의 말이다.
3 무조건 현금 박치기 “아프리카에서도 카드가 통하고 ATM으로 현금 인출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카드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기에 되도록 현금 사용을 권합니다.” 만약 피치못할 사정으로 카드를 사용했다면, 돌아오자마자 카드사에 연락해 해외사용 정지 신청을 하라.
4 많이 보고 즐겨라 “아프리카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이국적인 나라일 겁니다. 그 나라만이 가진 희소성이죠. 도시와 현대 문명을 떠난 완벽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이제 지구상에 아프리카만 남았을 겁니다.” 아프리카로 떠나는 건 쉽지 않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는 여정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도 수반된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여행임은 분명하다. 언제까지 토토toto의 ‘아프리카Africa'를 노래하는 데 만족할 텐가? 언젠가는 그 광활한 초원을 걷는 꿈을 꾸자. 무엇이든 갈망해야 얻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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