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 돼지껍질, 순대, '부산물' 요리라 깔보지 마라!
곱창
축산물 도매시장에 가면 ‘부산물’이란 이름으로 팔리는 것이 있다. 고기 외에 뼈와 내장 따위의 것들이다. 고기라는 주산물을 뺀 것이니 당연히 가격이 싸지 싶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대부분의 상품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산물 음식을 꽤 즐겨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부산물’ 이라 이르니 먹을거리라는 느낌이 많이 가신다. 곱창, 양, 천엽, 간, 순대 이런 식으로 말을 해도 비위가 상한다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간판도 간혹 보게 된다. ‘돼지 부속’. 돼지의 작은창자와 큰창자, 염통, 지라 등등을 파는 식당들이 이런 간판을 달고 있다. 비윗살 강한 나도 뭐 파는 집인지 딱 한번 들어가 보고는 다시는 가지 않는다. 좀 점잖은 이름으로 바꿀 일이다.
축산 부산물로 하는 음식은 대체로 서민들의 안주 거리이다. 그래서인지 식당들은 맛보다는 요리하거나 먹는 방식으로 차별화하여 손님들을 끈다. 대부분의 손님들도 부산물이니 그 정도 맛이면 됐다 싶은지 맛을 크게 따지지 않는 것 같다.
축산 부산물을 먹는다는 것은 이를 먹지 않는 외국 사람들 눈에는 ‘몬도가네’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음식에 저급과 고급, 선진과 후진, 문명과 미개 따위의 등급은 애초에 없다. 이를 먹고 즐기는 사람이 스스로 저급, 후진, 미개라는 생각을 하거나, 돼먹지 못한 민족 또는 문화 우월론자들이 남의 것을 업신여겨 그런 분위기를 조성했을 뿐이다.
그러나 잘된 음식과 잘못된 음식은 분명 있다. 그 음식재료에 어울리는, 그러니까 그 음식재료의 맛을 충분히 살리는 조리법을 써야 잘된 음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누가 먹든 대부분 맛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별난 음식’ 나아가 ‘몬도가네 음식’이라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먹어봤던 부산물 음식의 맛에 대해 쓴소리를 좀 해볼까 싶다. 서민들이 안주 거리로 먹는 음식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내는 식당들에 질려 하는 말이다.
쫄깃쫄깃 곱창구이
곱창을 요리하는 방법 중 가장 흔한 것이 구이와 볶음이다. 볶음은 순대와 각종 채소를 넣고 양념을 하는데, 포장마차 같은 허름한 술집의 주요 메뉴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이다. 그러나 곱창볶음을 맛있게 한다고 소문 난 집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음식 자체가 요리사에 따라 크게 변별력을 가질 만한 맛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탓이다. 곱창구이는 잘한다고 소문난 집이 여럿 있다. 질 좋은 곱창을 구해 정성 들여 다듬은 후 소금과 후추, 참기름으로 버무려 굽는 게 일반적이다.
뭔가 새로운 곱창 요리법이 없을까 하고 찾다가 서울교육대학 앞에 곱창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나섰다. 서울교대 전철역에서 멀지 않은 거리이다. 서너 집이 어깨를 나란히 붙이고 거의 같은 메뉴로 장사를 하는데, 그렇게 많은 손님이 몰려드는 식당들은 자주 보지 못했다. 한 식당마다 100여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요리를 하기에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먼저,'ㄱ곱창'에 들어갔다. 오목한 철판에 곱창이 올라와 있다. 양과 염통도 있고 양파, 감자도 같이 구워 먹으라고 올렸다. 그런데 곱창에 붙은 기름을 그냥 뒀다. 여기에다 쇠기름 덩어리를 또 넣는다. 그러다 보니 곱창을 굽는 것인지 쇠기름에 튀기는 것인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기름이 흥건하다. 내장 냄새를 없애려고 듬뿍 넣은 마늘과 후추가 곱창, 양, 염통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맛을 한 가지 맛으로 뭉개버렸다.
나는 쇠고기를 먹을 때마다 “우리 민족은 붉은 살코기보다는 쇠기름 맛에 너무 치중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의심을 했는데, 이 집의 곱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곱창 맛보다는 쇠기름 맛이 더 강했다. 전통적인 곱창구이는 이와 다르다. 네모난 철판에 곱창을 굽는데, 철판 한 귀퉁이에는 구멍이 나 있어 그곳을 통해 기름이 빠져나가게 한다. 이러던 곱창이 어떻게 된 게 기름 중심의 곱창구이로 바뀌었다.
그 옆의 또 다른 ‘ㄱ곱창’에도 들렀다. 앞의 ㄱ곱창과 마찬가지로 가운데가 옴팍 들어간 철판을 썼다. 여기도 기름에 튀기는 것이다. 그러나 맛은 달랐다. 마늘과 후추를 적게 넣어 소 내장의 순수한 맛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곱창 외 네 가지의 소 위가 들어갔는데 적은 양념 덕에 각각의 맛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두 집 모두 곱창의 질로 따지면 최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리하는 방법이 꼭 그래야만 할까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후 회사 근처의 곱창 전문점을 우연히 가게 되었다. 내가 먹어본 곱창 중에 최악의 곱창이었다. 곱창 속은 텅 비었고 질겼으며 냄새가 진동을 했다. 주인 말로는 황우 곱창이라고 했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맛이었다. 그러고 보면 서울교대 앞 두 집이 꽤 잘하는 집이란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에는 충남 예산에 갔다가 난생 처음 제대로 된 곱창을 먹었다. 20여 년 된 집이라는데 할머니들이 여럿 앉아 곱창을 다듬는 틈에 끼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놈의 창자는 말이야 부위마다 조금씩 맛이 달라. 냄새나는 부위가 있는가 하면 질긴 부위도 있고 그래. 이런 부분들은 과감히 다 잘라내야 맛이 나. 그러면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아."
양념은 거의 하지 않았고 쇠기름을 바르지도 않았는데 고소하고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이후 몇몇 곱창 집들에 전화를 해 이런 사실을 확인해봤다. 그들은 다같이 식자재상이 주는 대로 받아쓰지 부위가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예산의 그 집이 아니고서는 맛있는 곱창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돼지껍데기 구이
쫀득쫀득 돼지껍데기구이
‘이것도 먹나?’ 싶은 독자들도 있을 터이지만 의외로 돼지껍데기구이를 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서울에서 꼽자면 마포에 이 돼지껍데기집들이 몰려 있다. 돼지껍데기뿐만 아니라 마포의 식당 음식들은 독특하다. 그 흔한 삼겹살집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돼지갈비와 곱창, 염통, 껍데기 같은 좀 ‘터프’한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이런 마포 음식들의 유래에 대한 여러 설들이 있는데, 아마 구한말까지 서울의 주요 교통요지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서울로 들어오는 물건의 상당 부분이 한강을 통해 올라와 마포나루에 부려졌고, 그래서 장꾼이나 노동자들이 많아 그런 음식들이 주로 팔려, 그 역사가 면면이 이어져오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마포에서 제일 오래된 집은 공덕역 부근에 있는 '마포 진짜 원조 최대포'집이다. 50여 년이 넘는다. 돼지갈비가 주요 메뉴이나 이 집 단골들은 꼭 껍데기를 먹는다. 원래 껍데기는 서비스로 주던 것인데 손님들이 많이 찾으니 돈을 받고 팔게 되었다. 듣기에는 암퇘지의 앞가슴 껍데기만을 낸다고 하는데, 예전 맛만 못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고기 굽는 불이 가스로 바뀌어 더 그런 듯하다.
돼지껍데기의 맛은 쫀듯하게 씹히면서 질기지 않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에 넘쳐야 제격이다. 이런 맛을 내자면 연탄불이나 숯불이 있어야 한다. 열원이 없는 가스로는 겉만 태울 뿐이다.
또 하나 돼지껍데기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양념이다. 이건 돼지껍데기의 질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껍데기 수요가 많아져서 그런지 부드럽고 잡냄새가 없는 암퇘지의 껍데기를 만나기 어렵다. 수퇘지의 경우 고기와 마찬가지로 껍데기에도 약간의 누린내가 난다. 이 냄새를 잡으려니 양념이 점점 강해지는데 그 양념이 껍데기 맛을 죽이는 노릇을 한다.
껍데기를 가장 맛있게 먹자면 소금구이가 낫다. 연탄불에 껍데기를 올리고 왕소금을 뿌려 타닥타닥 소리 내면서 구워 먹는 맛…. 요즘은 이런 집이 점점 드물어져 아쉬움이 크다.
순대
구수한 돼지머리국밥과 순댓국
돼지머리국밥은 흔히 돼지국밥이라고도 한다. 돼지잡뼈와 머리로 국물을 내고 머릿고기와 내장을 잘라 넣은 국밥이다. 여기에 순대가 들어가면 순댓국이 된다. 아니, 또 하나 들깨가 들어가야 순댓국이다. 그래서 돼지머리국밥은 맑은 국물이고 순댓국은 탁한 국물이다.
돼지머리국밥은 부산과 경남 일원의 장터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다. 서울이나 타 지방에서는 이 음식을 좀처럼 접할 수 없다. 내 입맛으로는 순댓국보다 훨씬 맛있는데 왜 순댓국보다 대중화되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얼마 전 안국동 길을 지나다 ‘돼지국밥’이란 간판을 언뜻 보았는데 가본다 가본다 하면서 아직 가보지를 못했다.
돼지머리국밥이나 순댓국이나 맛의 포인트는 국물에 있다. 잡내 없이 처음에는 돼지국물 특유의 묵직함이 느껴지고 뒷맛은 깔끔해야 한다. 국물 내는 노하우는 집집이 다른데 내 느낌으로는 돼지다리뼈국물이 구수하면서 개운한 맛을 내는 데 으뜸이지 않은가 싶다. 돼지머리는 삶은 물을 버리고 그 고기만 써야 한다. 돼지머리 삶은 국물을 그냥 쓰면 잡내가 심해진다.
경남 하동군의 어느 돼지국밥집은 쇠뼈를 함께 넣고 국물을 우려내고는 여기에 돼지고기를 썰어 넣는데, 그래서인지 국물 맛이 좀더 복잡하고 구수하다. 남대문시장 안에 순댓국으로 유명한 집은 닭발 곤 국물을 함께 넣어 감칠맛을 더하고 있는데, 간혹 닭 냄새가 돼지 냄새보다 더 강해 순댓국이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때도 있다.
제 2의 ‘아귀 간’ 열풍을 꿈꾸며
위의 곱창구이, 돼지껍데기구이, 돼지머리국밥, 순댓국 외 축산 부산물로 요리되는 음식이 꽤 있다. 그런데 이들 음식들은 부산물이라는 선입감 때문인지 싸구려 음식점의 그냥저냥한 음식들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요리를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고급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것을 그냥 버려두고 있는 듯해 아쉬움이 참 크다.
해산물이기는 하지만, 참고할 만한 예가 있다. 요즘 시장에서 파는 아귀에는 간이 없다. 간만 따로 떼어 내어 일본으로 수출을 한다. 이게 서양의 거위간 요리(포아그라)와 맛에서 비견할만하다 하여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말들이 국내에 퍼지면서 미식가입네 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아귀 간 먹자고 난리들을 핀다. 예전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귀 간을…. 축산 부산물 중에 ‘아귀 간’ 같은 것이 없을 리 없다. 부산물 식당 주인님들, 그 최상의 부산물 맛을 찾아 다같이 노력해보자고요!
출처다음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6614E57831F630C)
![](https://t1.daumcdn.net/cfile/cafe/2408995057831F6402)
첫댓글 난, 절대 깔보지 않아유..내가 제일 좋아해유..^^
식당에서 가끔나오는데 여성분들은 안먹더라고요
@작은마니. 원래 요새는 처자들이 더, 좋아하는데?
본인이 안드시는게 아니고?^^
@홍길동 옛날에는 못먹었는데 요즘은 없어서 못먹습니다
@작은마니. 그래유? 한번 갑시다.고거에 쐬주 한잔은 기본이유..ㅎ
@홍길동 지기님 ~~~더운날 다워 조심하시게 먹는거 든든히 드시고~~~
맛있겄당!
지기님과 한잔하세요
@작은마니. 떡두꺼비 같은사람은 싫다 이거유?
@떡두꺼비 ㅋㅋㅋㅋ~~~저는 술을 못하니 재미가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