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가 반한 ‘K 정원’....“정말 맘에 든다” 한국 작가 포옹
이가영 기자
입력 2023.05.23. 08:58
업데이트 2023.05.23. 11:35
영국 찰스 3세가 22일(현지시각) 첼시 플라워쇼를 찾아 황지해 작가와 포옹하고 있다.(황지해 작가 제공)/연합뉴스
한국의 정원을 세계무대에 소개해 호평을 받은 정원디자이너 황지해 작가가 ‘2023 첼시 플라워쇼’에서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찬사를 받았다.
22일(현지시각) 개막한 첼시 플라워쇼에 황 작가는 지리산에서 영감을 받은 정원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A Letter from a Million Years Past)를 출품했다. 첼시 플라워쇼는 1827년 처음 개최되어 제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고 195년 넘게 이어져 온 정원 박람회다. 250년 역사를 가진 영국왕립원예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매년 이곳을 찾았다. 올해에는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방문했다.
황 작가 측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이날 주요 경쟁 부문인 쇼 가든 출전작 중 3개만 방문했는데, 황 작가 작품을 가장 먼저 찾았다. 꼼꼼히 설명을 들은 찰스 3세가 예정과 달리 정원 안에 들어가 보겠다고 해서 경호원들을 당황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찰스 3세는 정원을 둘러보고는 ‘정말 맘에 든다’ ‘훌륭하다’ 등 찬사를 쏟아냈다고 한다.
황지해 작가의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 정원에서 국악 연주 공연이 펼쳐졌다. /EPA 연합뉴스
황 작가가 마지막에 “안아봐도 되냐”고 물어보자 찰스 3세는 “물론”이라고 답하고는 웃으며 포옹해줬다. 영국에서 국왕 등 왕실 인사들이 일반 대중과 악수 이상 접촉을 하는 일은 흔치 않다. 현장에 있던 BBC 취재진은 황 작가에게 “국왕이 정원 안으로 들어가다니 특별한 날”이라며 “포옹을 한 상황도 사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유명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도 황 작가의 작품을 1시간가량 둘러봤다.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는 지리산 동남쪽 약초군락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총 200t 무게의 바위들로 지리산 숲속 지형을 재현했다. 바위 사이엔 지리산 젖줄을 표현한 작은 개울이 흘러 습도를 조절하도록 했다. 사이사이에는 지리산에만 있는 지리바꽃과 멸종위기종인 나도승마, 산삼, 더덕 등 식물 300여 종이 자리했다. 약초꾼들의 건조장도 세워졌다.
황지해 작가의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 조감도. /황 작가 인스타그램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황 작가를 집중 조명해 보도했다. 이곳의 바위는 채석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스코틀랜드 산에서 채집한 것이다. 황 작가를 위해 운반된 바위들은 약 100년간 첼시 플라워쇼 역사 중 가장 큰 돌이라고 한다. 식물 절반 이상은 웨일스의 농장에서 가져왔다. 농장주 부부는 30년 전부터 제주도와 울릉도부터 DMZ까지 전국을 누비며 한국 식물을 가져와 키웠다. 황 작가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콘크리트 등을 쓰지 않고, 작품 속 식물은 노팅엄 매기 암센터로 옮기거나 일부 판매, 기부하는 방식으로 재사용한다.
'2023 첼시 플라워쇼' 개막 전 황지해 작가가 공개한 자신의 손. /황 작가 인스타그램
이번 정원 작품을 만들기까지 황 작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그는 첼시 플라워쇼 출전작에 선정된 후 한국과 스코틀랜드, 웨일스를 누비며 바위와 식물을 옮기는 현장을 찾았다. 이후 자신의 부지에 정원을 만들 때도 생각한 바를 이루기 위해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가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흙으로 더러워진 손에는 붕대와 반창고가 감싸져 있다. 찰스 3세와 포옹할 때도 황 작가의 손에는 여전히 반창고가 둘러져 있었다.
건강 문제로 오랜 공백 끝에 첼시 플라워쇼에 복귀한 황 작가는 “2015년 인생을 바꿀 진단을 받은 후 궁극적으로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약초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정원에 있는 큰 바위들은 20억년이 넘는 시간을 상징한다. 인류가 탄생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이 바위들은 수백만 년 동안 그 안에 어떤 형태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바위 사위의 틈새에 작은 식물과 꽃이 피어나면서 이 사랑을 표현해왔다”며 “따라서 바위와 식물은 수백만년 전에 우리에게 보낸 특별한 편지처럼 보일 것”이라고 했다.
황지해 작가의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에서 한국식 탕약을 달이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AP 연합뉴스
황 작가는 정원을 통해 한국만의 고유한 정서와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정원디자이너이자 환경예술가다. 그는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건축업을 하던 두 남동생을 돕다가 자연스럽게 조경작업을 하게 됐다. 미술가로서의 조형감각과 현장 경험이 결합해 황 작가만의 정원 디자인 세계를 만들었다. 그는 2011년 첼시 플라워쇼에서 금메달과 최고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전체 최고상과 금메달을 동시 수상했다.
이번 작품 출시를 위해 호반문화재단이 황 작가를 돕고 있다. 2012년 첼시 플라워쇼에서도 호반문화재단은 황 작가의 ‘DMZ 정원’을 후원했었다. 쇼 가든의 12개 출전작 결과는 23일 오전에 발표된다. 폐막은 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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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샘
2023.05.23 09:18:46
더불어독립투사들아 찰스3세에게 성추행 당했다. 영국에 항의해라.
답글작성
76
5
블랙재규어
2023.05.23 09:41:55
정원을 옮겨 놓은 것 자체가 대단한 퍼포먼스입니다. 정말 훌륭한 작품입니다.
답글작성
64
2
한라산노루
2023.05.23 09:31:13
영국가서 직접 보고 싶다. 국내에는 황지해 작가의 작품이 없나?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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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맥시멈리치
2023.05.23 10:24:24
저 여자 박원순하고 서울역 앞에 신발 걸레짝 걸어놓은 사람이구먼. 그 땐 왜 그래?o? 실수 했었네
답글작성
6
0
viviyun
2023.05.23 10:12:54
머든지 K붙이는거 별로 마음에 안든다!
답글작성
5
0
先進韓國
2023.05.23 10:47:17
한국 정원이 이젠 드디어 각광을 받게 되는가 보네. 일본 정원, 중국 정원, 프랑스 정원 다 둘러보았지만 나는 한국 정원이 가장 자연스럽고 아르답더라. 소쇄원이 대표적이다.
답글작성
4
2
동탄
2023.05.23 10:21:16
유약하고 지저분한 찰스 3세에게 안긴 것은 자랑이 아닌데, 작가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
답글작성
3
5
hasegawa4c****
2023.05.23 11:25:57
왜 해필 지리산
답글작성
1
0
재원39
2023.05.23 11:25:14
어려운 작업인데. 대 성공을 축하합니다.
답글작성
1
1
sonjl01
2023.05.23 11:19:37
자랑스런운 한국작가!
답글작성
1
2
아이쿠너부리
2023.05.23 11:17:14
정말 우리나라 같아요 해ㅐㅇ!
답글작성
1
0
울나라
2023.05.23 11:12:25
저런 바위와 나무등 정원을 만드는데 필요한 소재들을 어떻게 모으고 운반 했을지 그 대단한 구상과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답글작성
1
0
엿장수
2023.05.23 10:28:39
우리 같으면 200톤 바위들을 옮겨서 전시 하겠다고 하면 허가해 줄까요? 어림없겠지요.
답글작성
1
0
수리
2023.05.23 10:06:55
찰스 영국 국왕에게 포옹 한 번 하고 싶다고 한 일은 참으로 대담하면서도 멋진 일이었군요. 황 작가에게 새로운 용기와 삶의 기쁨을 일으킨 담대한 사건이겠군요.
답글작성
1
1
보리밭종달새1
2023.05.23 11:38:53
지리산 품에 사는 사람들 괴짜들, 푼수들,,예술가,,도피처,,엄마의품,,애정결필증,,자연사랑,,원시 원초적본능, 온갖 사회부적응자,,사회환멸자,,경쟁에서 환멸,,현대사회 모든병을 치료해주는 지리사 엄마품,,,나도 노후에 지리산품으로 아니면 사량도 욕지도 거제도 남해로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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