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대한민국 평양냉면에서 지존급 업소중 하나로 생각하는 의정부 평양면옥 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맛집 좀 찾아다니는 미식가들 과 동호회 등에서 상호간에 가장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박터지게 싸우는 주제가 바로 냉면... 그중에서도 '평양냉면' 입니다.
흔히 평양냉면 = 물냉면 / 함흥냉면 = 회/비빔냉면 이라고 하죠.
이 말은 어느 정도 맞기도 하지만, 아주 거친 구분에 의해서 진짜 평양냉면의 정체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즉, 시원한 육수에 말아서 나오면 죄다 평양냉면이라고 우기는 사태가 생기게 된다는....
대표적으로 고기집 (다시다 육수) 냉면 들..... 평양냉면의 핵심은 '메밀'로 만든 면발입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고기집 냉면들은 고구마/감자 전분으로 만든 함흥냉면용 면을 쓰면서 육수에 말아나오니
자기집 물냉면은 평양냉면이라고 파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구요.
정통 평양냉면은 함흥냉면용 전분 면발처럼 쫄깃하지 않고, 메밀로 만들어져 툭툭 끊깁니다.
물론 메밀의 함량에 따라 100% 순면은 정말 툭툭 끊어지고, 금방 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밀가루나 전분 등을
섞어서 면을 뽑지만...기본은 최하 50% 이상은 메밀이 들어가야 평양냉면이라고 봐줄 수 있습니다.
(부산의 밀면은 그런 면에서 양심적(?)인 음식이라고 볼 수 있는거죠. 메밀을 구하기 힘들던 6/25 전쟁 이후에
미국의 원조물자로 들어와서 흔하던 밀가루로 메밀을 대신해서 만든 면요리를 밀면으로 부르는거니까요.
위에 고기집 냉면같은 논리면, 면이야 밀가루로 만들었건 전분으로 만들었건 육수에 말았으면 냉면이라고 우겼을텐데...)
우리 음식들을 재조명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끓었던 음식만화 '식객'에서도 냉면에 관한 에피소드를 보면
평양냉면이 정말로 다루기 예민한 주제라는 걸 알수 있습니다. 면발의 메밀함량과 반죽의 차이로 인한 면의 식감,
면의 굵기, 육수에서 나오는 정육향의 깊이와 무거움 등... 게다가 일부는 동치미 국물을 육수에 섞는 집도 있고...
내노라 하는 냉면집 마다 저마다의 개성과 특징 들이 있기 때문에 최고의 냉면집은 어디인가 하는 주제는
예전에 왠만한 미식 동호회에선 한 두번씩은 정말로 큰 논쟁이 일어서 푸닥거리를 하게 만드는 주제였습니다 ㅎㅎ
집집마다 된장찌개의 스타일이 다르듯이 평양냉면이라는 음식이 어느 한사람이 만들어 낸 레시피가 아닌 이상에는
냉면집마다 면의 스타일과 육수의 스타일이 다를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소비자의 취향 차이도 있게되는 건 당연하죠.
그러나 그렇다고 그 무한한 다양성을 다 인정해버리면 평양냉면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인가란 문제에 직면합니다.
평양냉면의 최소의 가이드 라인을 잡는다면.... 육수는 일단 제쳐두고....메밀면입니다.
메밀이 반드시 상당량 (최하 50% 정도이지만 수준급 업소들은 그 이상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들어가야...
식객에 육수에 대한 언급으로 나온 것처럼 형편이 넉넉한 집은 고기로 육수를 내서 메밀면을 말아 먹었고,
형편이 넉넉치 못한 서민들은 동치미 국물도 섞어서 먹었으니 육수는 업소마다의 개성을 인정한다고 쳐도...
메밀이 들어가야 하는 건 양보할 수 없는 최소의 기준이 되죠. 왜 ? 원래 메밀로 만들어 먹던 음식이니까....
평양냉면으로 서울에서 유명한 집들을 제 기준으로 나열하면....(제 경험치상의 평가일 뿐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 대표적으로 A Class 집들을 뽑아보면 (일단 서울위주입니다. 지방은 나중에 다루기로 ...)
▶ 을지로 우래옥 (주교동 본점/ 대치동 분점) - 의정부와 함께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냉면 (육수 스타일은 정반대)
▶ 의정부 평양면옥 계열 업소들 (을지면옥 / 충무로 필동면옥 / 신사동 본가평양면옥 )
위 사진에 나오는 의정부 평양면옥의 두 딸과 아들이 하는 집
▶ 장충동의 평양면옥 (장충동 본점 / 강남 / 분당 분점)
▶ 평래옥 (저동에 있다가 재개발로 을지로 3가로 이전) 등이 비교적 오래된 노포로 유명하구요.
▶ 마포의 을밀대 (마포 본점 / 강남 분점)
▶ 우래옥 스타일을 이어받은 벽제갈비 계열의 업소들 (벽제갈비/봉피양 등) 이 위의 노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A Class 업소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서울식으로 변형된) 한일관 냉면도 포함...
그 다음 A- ~ B+ Class 들의 냉면이
▶ 남포면옥 (다동 본점 / 논현동 분점) ----- 평래옥과 함께 대표적으로 동치미 국물을 섞는 집
▶ 강서면옥 (서소문 본점 / 신사동 분점) - 여기도 동치미
▶ 평가옥 (삼성동 / 분당)
그 다음 B0 급은
▶ 오류동 평양냉면
▶ 구파발 만포면옥 (송추로 이사갔다는데 이사후 못가봄)
▶ 구의동 서북면옥
그 다음 C급
▶ 남대문 부원면옥
▶ 탑골공원 근처 유진식당
그 외에 등외로 싼 가격과 양, 매운 걸로 승부보는 마이너 리그 냉면집들........
▶ 깃대봉 냉면
▶ 낙산냉면
▶ 이태원 동아냉면
▶ 화평동 세수대야 냉면
-- 이 집들은 물냉명/비빔냉면 구분도 무의미하고 냉면 범주에 넣기 애매한 시장표 공장제면 쓰는 곳 들입니다.
저 많은 업소들 중 A Class 에 있는 업소들을 두고 미식가들의 호불호가 참으로 크게 갈립니다.
저도 각 업소마다 나름의 맛이 있어 골고루 즐기는 편이지만, 장충동 평양면옥 계열에 대한 선호도가 제일 떨어집니다.
반면 장충동 계열을 최고로 치는 분들도 많구요. 또 자매가 같은 DNA 를 물려받은 을지면옥과 필동면옥 두 업소간에도
호불호 가 갈립니다 ㅎㅎㅎ 같은 의정부에서 파생된 집인데도 미묘하게 다른 걸 따지는 거죠.
육수의 스타일로 보면 우래옥과 을밀대가 가장 정육향이 진한 편이지만 두 업소간에도 면발의 스타일은 천양지차이고,
보수적인 정통 평양냉면파 들은 을밀대 냉면은 일종의 사파로 보고ㅎ 엄밀히 말해서 평양냉면의 계보에는 못 넣는다는
분 들도 있습니다. (아 물론 저도 을밀대 냉면 맛있게 먹습니다 ㅎ 다만 평양냉면의 원형과 약간 멀다는 느낌은 받아요)
면발이나 육수의 스타일상 을밀대는 옥천냉면처럼 황해도식이 가미된 거라고 보는 분들도 있구요. 암튼 맛은 잇어요 ㅎ
자 그러면, 이 쟁쟁한 냉면전쟁판에 본점을 포함, 무려 네업소를 탄생시킨 큰 줄기가 사진의 의정부 평양면옥입니다.
평양냉면의 생명인 구수한 면발....죽입니다. 한 젓가락 넘기고 난 후에 비강으로 올라오는 메밀향
닝닝한 듯 하지만 맑으면서도 깊이가 떨어지지 않는 발란스 잘 잡힌 육수 또한 일품입니다.
진한 우래옥 육수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육수지만, 전 두 집 다 좋아합니다.
된장찌개도 어떤 날은 구수하게 먹고, 어떤 날은 고춧가루에 청양고추까지 넣어서 칼칼하게도 먹지 않습니까.?
일정 정도 평양냉면이라는 원형의 테두리안에 있다면, 먹고 싶은 취향에 따라 그날 그날 입에 땡기는 것에 따라서
골라먹으면 되지, 서로 싸울 일은 없는 거죠.
의정부 평양면옥에 가시면 다른 건 몰라도 냉면에 제육과 만두는 꼭 드셔야 합니다. 불고기는 안먹어도....
두 딸이 배워나간 서울에 있는 을지면옥과 필동면옥도 제육을 잘 삶지만, 의정부 본점에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평소 돼지고기 수육 그닥 잘 사먹지 않는 저도 의정부에 가면 흡입신공을 펼칩니다.
돼지냄새(누린내)가 안나면서도 고유의 풍미는 잃지 않고, 껍데기는 쫄깃하면서도 속의 지방은 부드럽고,
고기쪽은 퍽퍽하지 않고 촉촉합니다. 한마디로 제육에선 퍼펙트...
게다가 화룡점정은 새우젓 대신 찍어먹는 저 매콤달콤한 양념장...겨자 풀어 고기 찍어먹으면...음 예술입니다.
접시만두도 너무 맛있구요. 포장해서 집에와서 식은걸 먹어도 맛있습니다.
참고로 두 딸이 배워나간 을지와 필동면옥...을지는 의정부 본점처럼 불고기도 하지만 만두는 안합니다.
반면 필동면옥은 만두는 하지만 불고기는 안합니다. ㅎㅎ 제육은 두 집 다 하구요.
잠 안오는 밤 간단히 의정부 평양면옥 다녀온 글 포스팅이나 할까 하다가.....삘 받아서 잡설을 풀었습니다. ㅎ
예전에 다른 커뮤니티에서 이런 냉면글 올리면 리플이 100개도 넘게 달리고는 했습니다 ㅎㅎ
그만큼 개인간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음식... 바로 평양냉면입니다 ..
오밤중에 자료확인도 잘 안하고 즉흥적으로 쓴거라 정리도 잘 안돼고 산만한데,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즐거운 맛생활 하세요. ^^
첫댓글 냉면의 호불호는 조미료에 길들여진 세대와 입맛의 변화가 주요하죠..^^
개인적으로는 아작하게 씹히는 식감과 양념에 비벼먹는 함흥냉면이 좋지만, 깔끔하고 시원한 육수의 평양냉면이 땡기는 날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아이고 구이맨님이 친히 리플을 ㅎㅎㅎ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벌룬님의 냉면칼럼이네요 ^^ 흠.. 아쉽게도 위에 언급한 곳들중 가본곳이 하나도 없지만.. 의정부 냉면과 만두는 정말 땡기네요 ~
아니 분식/면식 매니아 밀가루님께서 한 집도 못가보셨다구요 ? ㅎㅎ 언빌리버블 ....
요즘 너무 와인만 달리시는 건 아닌지 ㅎㅎ
함흥냉면이 회냉면인건 맞지만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이 남쪽으로 내려와서는 회를 못먹는 사람들이 비벼 먹으며 생긴 일종의 남쪽 변형 냉면이라고 그르든디...용. ㅎㅎㅎ ( 일종의 서울식이죠. 설탕 쫙쫙 뿌려가며..;; ) 그나저나 의정부 대장 어무니께서 아들때메 강남에 자주 나가셔서 음식이 약간 아리송송 해졌다는 소문도 들리긴 하던디요. ^^;
날 따듯해지면 의정부 나들이도 해야 할텐데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남포면옥의 어복쟁반도 참 맛있어요. ㅎㅎ
남포의 최대장점이자 단점.....동치미 국물이죠. 아무리 날짜를 맞춰서 관리해도 발효음식의 특성상 맛의 편차가 있으니....
어복쟁반은 저도 장충동 계열보단 남포 면옥의 것을 좋아합니다. 전 물에 빠진 고기 잘먹으니까요 ㅎㅎ
저 이곳 20년 넘게 단골입니다. 아버지의 단골집이어서 어렸을때 부터 다녔거든요~
제가 팁하나 드릴게요!! 메뉴판에는 없는 "김치냉면" 주문해 보세요. 물냉면+특제 김치국물 을 섞어주는데
단골만 알고 있는 제일 맛있는 메뉴랍니다. 그리고 이곳 수육주문시 나오는 양념장이 기가막힙니다.
저는 양념장이 너무 맛있어서 물냉면 국수를 살짝 찍어먹기도 합니다.. 음~ 또 가야겠네요..^^
김치말이는 우래옥에서만 즐겨먹고 의정부에선 시도해보지 않았는데.....의정부에서도 가능하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벌룬님 항상 좋은 정보 잘 얻어가요~저도 개인적으로는 함흥식 냉면을 좋아하지만 의정부 평양면옥 집도 가깝고 도전해 보겠습니다^^
새콤달콤한 냉면과 달리 처음에 쉽게 그 맛을 알기 힘든 은근한 맛의 평양냉면이지만....몇번 먹다보면 중독됩니다 ㅎ
와우~신선한데요. 미식가들이 만나서 맛집을 두고 이렇게 토론한다는게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네요.
어디 맛있다더라 귀동냥하면 근처갔을때 물어물어 가던 제게는 환타지같네요 ㅎㅎㅎ
내공 깊으신 벌룬님의 글 잘보고 메모해둡니다. 근처가면 하나씩 먹어보려구요.
조만간, 냉면투어를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막국수투어도.^^ 재미있는 것은 북한이 외국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의 평양냉면은 우리가 먹는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암튼, 날씨도 따뜻해지니 냉면을 더 자주 먹게 되겠습니다. 벌룬님의 박학다식함에 언제나 경이로움을 표합니다.,~^^ 같이 먹으러 가요~
물냉면에 고추가루도 뿌리네요 ..아직 못 먹어보았는데 ^^
진주냉면은요?
냉면이 더 먹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