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진역에 하차하여 첫번째 방문지인 '아마도예술공간'으로 가는 길에 낯익은 조각 작품을 마주쳤다. SPC빌딩 앞에 설치된 작품으로, 스위스 출신의 뉴욕에서 활동하는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1964~)의 작 <노랑 빨강 수도사 Yellow Red Monk>(2020)이다.
아래는 우고 론디노네의 '수도사(monk)' 주제의 다양한 변주가 있다. 우리나라의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도 전시한 바 있는 수도사 시리즈이다. 인간인지, 돌덩이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돌처럼 보이지만 재료는 청동이다.
본래 목적지인 '아마도예술공간' 앞에 도착했다. <렌트 RENT>(2022.10.14~11.10)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가 바뀔 때마다 거의 정기적으로 찾는 곳인데, 화려하고 유명한 작가들의 공간은 아니다. 작품들보다 어떨 때는 작품 설명서에 시간을 더 투입해야 하는 그런 전시관이다^^ 예술은 반드시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미와 예술이라고 and로 구분지어 표현한다. '미'와 '예술'이 동일하다면 굳이 '미와 예술'이라고 떨어뜨려 표현하지는 않았으리라.
1층 한 쪽은 식당이었다. 그런데 금번에 방문하니 아래와 같이 빈 공간이다. 화려한 샹들리에만 천장에 매달려 있다.
<렌트> 전시회는 총 10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큐레이터가 기획하고 작가들이 주제에 맞는 작품들을 내 놓았을 것이다. '토지의 배타적 소유'라는 타이틀을 보고 한국의 개발과 재개발에 따라 벌어지는 현상들을 꼬집으려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아래 그림은 녹지와 주택과 아파트가 한 공간에 그려져 있다. 우리의 현주소이다.
50년은 될 법한 양옥집의 프레임을 그대로 두고 페인트칠로 빈티지스럽게 꾸며 놓은 아마도 예술공간 자체가 토지의 배타적 수용과 어울려 보였다. 이제는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저 건물은 허물고 재개발하겠네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러면 얼마나 가격이 오를까..
아마도예술공간의 전시관 통로 사진이다. 오래된 허물어질 듯한 공간이지만 한남동이니 아마도 집값은 어마무시할 것이다. 허물어져가는 은마아파트가 20억이 넘는 것처럼 말이다.
전시회 브로셔에 참고문헌이 있는 것이 새롭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주택문제와 토지국유화>, 김동수의 <자본의 두 얼굴>, 전강수의 <부동산 공화국의 경제사> 등이다. 예술을 하기 위해 이런 책들을 다 읽어야 하다니.. 하지만 강제가 아니라면 재미있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방에 들어오니 벽면에 아래의 작품이 걸려 있다. 'Crucify'라고 세로로 써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죽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국어 타이틀로 '거대한 시련'이라고 써 있다.
최대진 작 <거대한 시련 (Crucification)>(2022) 아래 사진의 왼쪽 작품을 자세히 보면 맨홀(Manhole)아래에 사람이 보인다. 맨홀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다. 얼굴이 가려져 있지만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속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든 인간적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심정이 느껴진다.
양유연 작 <맨홀>(2022) 장지에 아크릴 2층의 방들에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하얀 페인트로 칠해져 있는 집에 빨강색과 가운데 노란색, 오른쪽의 파란색의 대비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서 오른쪽 파란색 방으로 들어갔다. '좋고 좋은 지신아 잡귀잡신은 뭍알로 천행만복은 이집으로'라고 맨 아래 써 있다.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안녕을 도모하는 놀이 지신밟기이다. 이우성작 <지신밟기>(2022)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과거와 얼마나 다를까 생각이 들었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과거에도 노예가 있었고 빈익빈 부익부가 있듯이, 오늘날에도 빈익빈 부익부는 여전하고, 그것은 자본의 증식으로 심화된다. 새롭지 않다. 토지의 배타적 소유, 이는 해결될 수 없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이론이나 사상은 좋다만, 인간의 본성이 불변하건대, 인간은 결코 모두가 평등하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독재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예술공간에서 골목을 나와 큰 길을 건너면 페이스 갤러리가 자리한 건물이 나온다. 그 뒤쪽으로 올라가면 리움미술관이다. 이곳에서 팀랩의 <Massless Suns>과 아드리안 게니의 드로잉전을 관람했다.
'Massless Suns'은 직역하면 '질량 없는 태양들'이다. 아래의 방에 들어오면 그냥 별나라 같다. 원리가 설명서에 써 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했다. '전구와 같은 조명기기가 포함되지 않고 빛 자체로 이루어져 물리적으로 감각할 수 없는 구형의 작품들'이라고 하는데...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만지면 반응하면서 쫙쫙 펴지고 그려진다. 현대예술의 한 장르 인터렉티브 아트이다.
팀랩은 현대예술에서 부상하고 있는 신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의 선두주자이다. 관람객은 보면서 감동받고, 기분좋고, 만져서 내 손에 반응하는 현상들에 즐거워 한다. 아마도 향후에 계속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여겨지는 분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