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와 애국가... / 민달팽이 "

[민달팽이]

사람들이 군데 군데 삼삼오오 모여 서 있었다.

때론 환희에 찬 탄성을 지르고 가끔은 아쉽고 안타까운 듯 낮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지난 밤 올림픽 야구 결승전이 벌어지는 시간의 마트 매장 풍경이었다.


그 때문인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여늬 때와는 달리 손님이 눈에 띌 만큼 줄어 들었다.

보통 때 그 시간 같으면 매장 가득 미어질 것처럼 사람들 발길이 북적였을 것이었다.


허긴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개학을 얼마 앞두고 있지 않았고 추석 명절 또한 20여일 밖에 남지를 않았으니

자연히 씀씀이가 평소같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

앞으로 당분간 돈 들어 갈 일이 밀려있다는 말이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 관심이 야구경기에 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게느낄 수 있었다.

통합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는 것을 보니 중간관리자들부터 경기 결과가 궁금한 나머지

눈치 껏 어디선가 중계방송을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어디 박혀서 넋놓고 야구경기에 신경을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오가는 길에 커다란 TV들이 켜져 있는 가전매장이나...

아니면 스포츠 매장 같은 곳을 스쳐 지나칠 때면 잠시 곁눈질로 흘깃 정황을 살피거나

더러는 잘 아는 직원들에게 어떻게 되어가는 지를 묻고는 했다.


처음엔 2:0 이라더니 조금 있다가 보니까 2:1 이었고 나중에는 3:2 가 되어 버렸다.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점수 차이가 아니었다.

(한 대 여섯 점 차이 같으면 모를까)

적어도 아마추어 야구에선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 '쿠바'가 아니던가... 말이다.

조금 있으면 끝나겠다 싶은데 그렇지를 않았고...

망헐 넘의 시간은 왜그리 더디게 가든지 원... 쩝!

왠만하면 한 점이라도 이겼을 때 경기가 끝나면 좋으련만... 하는 마음 뿐이었다.

(내가 너무 '치사빤쮸'했나...??? ㅋㅋㅋ)


그렇게 가슴 졸이는 시간이 한참을 흐르고...

밤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다른 사람들보다도 한걸음 더 늦게 직원용 식당으로 갔다.

야식을 먹을 시간이 지나서였다.

(다른 사람들 기준으로 보면 우리에겐 점심식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먼저 온 누군가가 식당 벽에 걸린 대형 TV를 켜 놓았다.

막 경기가 끝난 모양이었는데 분위기만 봐도... 

이미 직감적으로 우리선수들이 이겼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식사하는 내내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 지도 모르고

우리 선수들과 응원단들이 환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모습과...

금메달이 수여되는 광경을 지켜 보았다.


"정말 착하다... 참으로 대견하다...!!!"


마음 속으로 한없이 고마워 하면서...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애국가는 이상한 마력이 있는 노래였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처음 전주가 나올 때부터 콧등이 시큰해지기 시작해서...

1절이 반도 채 지나기 전에 눈시울이 젖어들곤 했다.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항상 그랬다.


그 때 마다 속으로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를 울리려면 '애국가'나 (울밑에 선)'봉선화'를 부르거나 들려 주면 간단할 것이라고......


결국 눈시울이 뜨거워진 후에야 나는 구내식당을 나왔다.

아주 야구를 좋아하는 골수'팬도 아니고 남다른 애국자도 아니었으며...

무엇이 건 간에 무조건 일본이나 북한은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은 않았지만

(솔직히 마음 속으로 다른 나라에 졌을 때보다는 좀 더 속상한 건 사실이긴 하다)

그래도 어제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누가 신경에 거슬리는 일을 저질러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았다.


"야구도 금메달 땄는데 내가 참지 뭐... ㅎㅎㅎ"


게다가 그 멍청하고 우익정치가들 못지 않게 망언(妄言)을 해댄...

호시논지 나발인지하는 일본야구감독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것이 무척 통쾌했다.

그 순간 호시노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다.

얼마나 '똥'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지...

미국에게 지는 바람에 동메달도 못 딴 진짜 왜(倭)놈 같은 늙은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일제치하에서 일본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해 마라톤 경기에서 1등으로 경기장을 들어서는 순간...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떼내던 손기정선수 생각이 문득 떠 올랐다.

다른 나라에 실례만 안된다면...

선수와 응원단 모두가 있는 힘껏 목청을 높여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도 불렀으면 속이 더 시원했을 텐데... 싶었다.


평소엔 별로 애국자도 아닌 나를 짧은 순간이나마 

대한민국이 내 나라임을 뿌듯하게 해 준...

우리나라 야구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감사를 보낸다.

그네들이 오래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소원한다.





	 					

[그리움(박시정)]

우리 국민이라면 똑같은 마음이였을겁니다 . . . . . 저도 조마조마 . . 하지만 믿었지요 . .. 그날 쿠바는 심판 1명 더 뛰었잖아요 .. 그래서 좀 힘겨웠던 것 같더라고요 . .하지만 승리 승리를 했습니다.

[막걸리]

애국가가 나올땐 가슴이 뭉클 한 것을 보면 저도 애국자인가봅니다...

[몽실이]

만세 ~~ 문화인은 역시 ..애국가 노래에 가슴도 뭉클하고 ... 정말 기분좋았어요 ~~~

[해운대연가]

예전처럼 애국가 소리를 많이 들었음 하네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