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예술
디지털 예술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창작 및 표현 과정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는 예술 작품 및 그 창작 행위로서 1960년대 이후 컴퓨터 테크놀로지와 함께 발전했다. 1990년대 이후 컴퓨터의 보급 확대와 월드와이드웹의 등장은 디지털 예술의 영역을 확대시켜 주었다. 넓게는 뉴미디어 예술에 포함되는 디지털 예술은 컴퓨터 아트, 디지털 변형 사진, 웹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가상현실 등 다섯 가지 하위 장르로 구분된다. 1. 디지털 예술의 개념 디지털 예술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창작 및 표현 과정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는 예술 작품 및 그 창작 행위'를 의미한다. 1970년대 이후 뉴미디어 예술, 컴퓨터 예술, 멀티미디어 예술 등의 용어가 사용되어 왔는데, 가장 포괄적인 용어는 뉴미디어 예술이며, 일반적으로 디지털 예술은 특히 대량생산 방식이나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는 현대 예술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된다(Wikipedia, 2012). 디지털 예술은 전통적인 회화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사진 등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는 폭넓은 예술 장르에 걸쳐 시도되고 있다. 마이클 러시(Michael Rush, 1999)는 뉴미디어 예술의 하위 유형으로 미디어 아트와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비디어 설치, 디지털 예술을 들고 있는데, 이 중에서 디지털 예술은 아래에서 보듯 컴퓨터 아트, 디지털 변형 사진, 웹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가상현실 등 다섯 가지 하위 장르로 다시 구분한다. 여기서는 가상현실을 제외한 네 장르만을 러시에 의거해 소개한다. 2. 컴퓨터 아트 컴퓨터 아트로 시작된 디지털 예술은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멀게는 군사적 기원을 갖는다. 이런 목적에서 개발된 컴퓨터가 단순히 연산의 목적만으로 활용된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컴퓨터를 다루는 연구원들 중 일부는 컴퓨터를 자신의 예술적 취향을 충족시켜 줄 도구로 생각했다. 미국 벨 연구소의 마이클 놀(Michael Noll)은 1963년 컴퓨터를 활용해 '가우스 이차방정식'이라는 추상적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뉴욕의 하워드 와이즈 갤러리는 1965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 예술전시회라 할 만한 〈컴퓨터로 산출한 그림들〉이란 전시회를 열었다. 초창기 이런 작품들은 작가들의 말대로 새로운 미학적 경험을 창조해 내지 못했지만 컴퓨터와 예술의 만남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이른바 컴퓨터 아티트스들은 놀과 마찬가지로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벨 연구소에 근무하던 실험 영화감독 스탠 밴더빅, 예술가 릴리언 슈워츠, 공학자 케네스 놀턴은 컴퓨터 아트의 시초라 여겨지는 작품들을 만들었다. 1961년 영화감독 존 휘트니(John Whitney Sr.)는 추상 이미지들로 구성된 단편영화 〈카탈로그〉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군사용 구식 계산 장비를 활용한 것이었다.
1970년대 중반 컴퓨터 아트의 발전을 이끈 맨드레드 모어(Manfred Mohr, 1938~ ) ⓒ 커뮤니케이션북스 1970년대 이후 예술가들이 테크놀로지를 혁신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테크놀로지 자체도 큰 진전을 이루었다. 1970년대 중반 예술가 맨드레드 모어(Manfred Mohr), 존 던(John Dunn), 댄 샌딘(Dan Sandin), 우디 바술카(Woody Vasulka)는 2차원, 3차원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작곡가 허버트 브룬(Herbert Brun)과 리저런 힐러(Lejaren Hiller)는 지금은 보편화된 키보드 신시사이저를 예고하는, 컴퓨터 작곡 도구를 고안했다. 1970년대 중후반 침체되었던 컴퓨터 아트는 1980년대 이후 컴퓨터가 저렴해지고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자 다양한 배경의 예술가들이 컴퓨터를 활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 범위도 넓어져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디지털 처리 이미지, 인공지능 조각, 레이저 쇼, 원거리 통신을 활용한 이벤트, 인터랙티브 예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컴퓨터 예술이 발전하였다. 1990년대 이후에는 윌리엄 래섬의 〈형태의 진화〉(1990)를 시작으로 '디지털 조각'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제작되기도 했다. 3. 디지털 변형 사진 컴퓨터를 활용해 사진이라는 원 자료를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은 스캐닝을 거쳐 2차원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되고 전환된 이미지는 이진 코드라는 숫자로 구현되어 쉽게 변경할 수 있다. 이런 원리는 사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데 이를 일반적으로 '변경 가능성'이라 부른다. 1980년대 이후 예술가들은 기존의 회화 작품을 디지털로 전환해 이를 조작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장-피에르 이브랄과 릴리언 슈워츠는 1987년 〈모나리자〉를 여러 번 디지털로 작업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이런 '차용의 예술'은 원래 이미지를 기술적으로 비틂으로써 구상화와 추상화가 더이상 대립적이지 않음을 보여 주려 하였다.
장-피에르 이브랄의 <모나리자>(1987)를 변형했다. 1980년대 이후 예술가들은 기존의 회화 작품을 디지털로 전환해 이를 조작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 ⓒ 커뮤니케이션북스 미국의 키스 코팅엄(Keith Cotingham)은 〈가상 초상화 시리즈〉(1992)에서 보듯 자신의 모든 사진 작업을 디지털 조작만으로 만듦으로써, "사진에서 진실의 종말은 신뢰의 상실로 이어졌고, 따라서 모든 이미지와 재현은 이제 잠재적인 사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캐나다의 제프 월(Jeff Wall)은 작품의 시각적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진작가인데 그는 1993년작 〈갑작스런 돌풍〉처럼 "다른 방법으로는 만들 수 없는" 몽타주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한다. 4. 웹 아트 테크놀로지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예술의 영역도 확대되어 월드와이드웹에서 예술과 컴퓨터가 만나는, 그리고 예술가와 관람자가 만나는 새로운 형식이 출현했다. 새로운 아방가르드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고 단순한 오락거리로 퇴보할 가능성도 있다. 뉴미디어에 적극적인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 웹을 위한 첫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은 1998년 여름으로, 웹을 통해서만 구현되는 미술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와 독일 칼를스루에의 예술매체센터(ZKM, The Center for Art and Media)는 웹이 확산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국제페스티벌과 함께 웹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는 웹 아트는 대부분 컴퓨터 바깥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스캐너와 디지털 비디오 장비를 이용해 컴퓨터 안으로 가져온 후 이를 합성하는 방식을 거친다. 이와 달리 미국의 존 사이먼(John Simon)은 1997년 〈모든 아이콘〉에서 가로세로 32인치의 정사각형 그리드를 분할해 1024개의 조그마한 사각형을 만들어 이 조그만 사각형들이 빛과 어둠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바뀌면서 한 번에 한 줄씩 끝도 없이 서로 다른 조합을 만들어 내게 하였다. 무한한 조합의 가능성 때문에 모든 변화를 보이는 데에는 무한대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뉴욕의 다이어센터는 예술가의 작업을 후원하는데, 첫 번째 후원 프로젝트인 〈몽환적인 기도자들〉은 작가 콘스턴스 더종(Constance DeJong), 비디오 아티스트 토니 아워슬러(Tony Oursler), 음악가 스티븐 비티엘로(Stephen Vitiello)로 구성된 미국 팀이 1995년 의뢰를 받아 제작한 것이다. 한편 몬트리올 현대미술관은 수십 점의 웹 아트가 링크된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발터 벤야민-기계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제목의 사이트도 있다. 미국의 맷 멀리컨(Matt Mullican)은 자사의 웹 사이트에 회화, 드로잉, 그리고 단순화한 장식적 컴퓨터 드로잉을 일컬어 자신이 '픽토그램'이라 부르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시공간이 한계를 넘어서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웹에서 실시간 퍼포먼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캐나다, 호주, 하와이, 오스트리아, 독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모인 예술가 집단이 1997년 호주의 린츠에서 열린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기간에 연출, 공연한 〈오디스〉는 웹을 가상 퍼포먼스 공간으로 전환한 초창기 이벤트다. 5. 인터랙티브 디지털 아트 컴퓨터 테크놀로지와의 상호작용을 구현한 인터랙티브 아트는 웹 아트와 함께 관람자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예술 형식이다. 선택 가능한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예술가의 몫이지만, 참가자들이 이 내용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변이가 나타난다. 미국 빌 시먼(Bill Seaman)의 〈통로 세트/말이 맴도는 순간 요점을 뽑아내다〉(1995)는 삼면화 형식으로 제시된 인터랙티브 설치로, 관람자는 이 세 영사 영상의 핫스폿이나 가장 밝게 보이는 텍스트를 누를 수 있으며, 누르면 곧 다른 텍스트와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것은 작가 말대로 '공간의 시'로서, 회화를 보거나 시를 읽을 때처럼 연속된 장면을 읽도록 해 준다. 상호작용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에게 강렬한 방식으로 관람자들을 참여시킬 기회를 제공한다. 허시만 리슨은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페미니즘, 여성 묘사, 여성에 대한 시선 등의 문제를 다루었다. 한편 생물공학 학위를 가진 칼 심즈는 파리의 퐁피두센터에서 첫선을 보인 〈발생적 이미지들〉(1993)과 영구 전시된 〈갈라파고스〉(1995)라는 두 작품에서 다윈의 원리를 빠르게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내에서 관람자들이 자신만의 '성장하는 인공 생명체'를 창조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