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 살던 한국인 교포가 아들 중학교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호출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학교 기물을 이렇게 때려 부순 사건은 처음입니다. 카운티 내의 어느 학교에도 전학이 불가합니다. 그런 줄 아시고, 안녕히 가십시오.”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이 친구와 함께 학교 건물 이곳저곳을 망가뜨리며 쑥대밭으로 만든 것입니다. 다음날 지역 신문 1면 톱기사에 카운티 역사상 가장 큰 기물파손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날부터 “한국인 얼굴에 먹칠했다”라는 비난은 기본이었습니다. 자기 집을 피해 등하교를 하거나 심지어 전학을 간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당신 자식 감옥 갔다며?”라며 대놓고 빈정거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날 온 가족이 거실 모퉁이에 모여 통곡했다고 합니다.
1974년 미국에 취업이민을 간 송석춘 씨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송석춘 씨는 공군 대위로 전역한 뒤 현대자동차에서 차장으로 고속승진했던 매우 유능한 회사원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대졸 초임 월급 2만 원이었을 때 15만 원 받았다고 하니 업무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잘나가던 직장을 내려놓고 “자식새끼 잘 키워보겠다”라는 결심 하나로 미국에 이민 온 것인데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아들의 사정을 들어보았습니다. 영어도 짧고 몸집도 왜소했던 아들은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늘 놀림당한 탓에 싸움이 벌어졌고 그때마다 교장실에 불려가 체벌을 당했다고 합니다. 결국, 불만이 쌓인 아들이 사고를 친 것이지요. 요즘에도 미국 내에서 아시아인 혐오로 종종 시끄러운데 그 당시에는 얼마나 더 힘들었겠습니까.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송석춘 씨는 다시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아들의 석방이나 복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을 잘못 가르친 아비’로서 속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주 온 가족을 동원해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와 유치원 청소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교장도 ‘별난 아버지’라는 표정으로 허락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별난 행동이 전 미국을 흔들었습니다. 감옥 간 아들의 속죄를 위해 매주 학교 청소를 한다는 소식에 크게 감동한 마이크 실버와 수 홍이라는 AP통신 기자들이 이 사건을 기사화하였고, 곧 미국 전역의 언론들이 받아쓰기 시작하면서 전국으로 알려진 것입니다.
이후 급반전이 이뤄졌습니다. 아들이 다녔던 학교에 수백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습니다. 변호사비로 쓰라며 5불, 10불짜리 수표와 현찰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신문에 “미국인 부모들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는 논지의 기사와 논평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후 기적적인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법정에서 아들의 방면을 결정했습니다. 교육청에서는 다니던 학교로는 돌아갈 수 없지만 멀리 떨어진 학교로 전학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훗날 말썽꾼 아들 송시영 씨는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을 졸업하고 F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NASA 산하 방산업체의 고위 탑제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속죄를 위해 수고를 무릅쓰고 학교를 청소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들을 내 몸같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사 독생자 예수님을 보내주시고 대신 십자가에서 오르게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여러분을 생명을 아끼지 아니하실 만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사랑 덕분에 사고뭉치 아들이 자랑스러운 아들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처럼, 저와 여러분도 측정 못 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무너지고 망가진 인생이라 할지라도 하나님 사랑을 받고 누리면 언제 어디서든지 새롭게 일어설 수 있습니다. 이번 한주도 하나님 아버지의 깊으신 사랑 안에서 힘과 위로를 누리시기를 축복합니다.
“보라 아버지께서 어떠한 사랑을 우리에게 베푸사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받게 하셨는가, 우리가 그러하도다 그러므로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함은 그를 알지 못함이라(요일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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