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따스한 주말 오후를 기다려도 늦추위가 얼른 가시지 않는데
이제 더는 미룰 시간적 여유가 없다.
연초에 성남아트쎈다 사장님이 미술관 티켓을 주셨는데
아직 날 많이 남아 있으니 하고 미뤄둔 게 벌써 폐관이 다가온다.
문화생활이라는 게 '돈주고 티켓 사서 보라'는 게
평생을 무대뒤에서만 사신,예술의 행정가다운 말씀이기는 한데
어렵게 챙겨주신 그 마음을 헤아리더라도 멀리 분당까지 나서야 했다.
-전에 어떤 공연 티켓을 올거냐고 물어 보시고 챙겨 주셨는데 시간이 안맞아 못갔더니
그것도 공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꾸지람하시던 게 생각나기도 하고-
인천에서 오는 대방이랑 강남구청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혹시나 싶어 늘 바쁜 기숙이에게 전화를 하니 마침 집에 있어 흔쾌히 OK를 해주고
바쁠 일 있었던 영기도 마침 집에 있어 예정에도 없이 네친구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성남 아트쎈터 가는 길,
네비있는 차를 못가져 갔어도 그전에도 여러번 가본 터이니 걱정을 안했더니
아차, 야탑으로 빠져나가 방향을 잘못 틀어 야탑에서 이매촌까지 다시 도는 수고를 해야했다.
갈 때마다 입구 통로를 찾느라 헤메는데 이번에도 또 이리저리 헤메다
가는 길 따라 미술관이 나오는 게 반가워 얼른 들어가 티켓을 내밀었더니
거긴 본관을 다 보고 2차로 보게 되어 있는 별관이란다.
그래도 본관에서의 작품 설명 시간이 좀 남아 있다고 그곳을 먼저 관람해도 좋다고 허락을 해줘 입장.
샤갈의 판화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샤갈은 김춘수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도 유명하고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러시아의 화가이다.
그의 그림속에는 닭이나 염소(양?)말....,여자의 젓가슴이 몽환적으로 정말 많이 등장한다.
간단히 설명하는 이에게 물어보기는 했는데 그의 작품속 닭은 풍요를 상징한다는 것만 기억나고
벌써 들은지 하루가 지났다고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난다.
내 무지를 애써 나이탓이라고 돌려 버리고............ㅎㅎㅎ
이어 피카소, 루오 등 우리가 보고자 했던 본격적(?)인 회화들이 있는 본관.
바닥에 그려진 빨간 선을 역으로 따라 옆건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로 이동해
미술관 본관쪽에 다다르니 그 작품전의 모티브인 피카소의 <엄마와 아기> 사진이 곳곳에 있다.
지금 학생들이야 고1때까지만 필수로 미술을 배우고 2학년때부터는 선택을 하지만
우리때는 억지로 교과서 주입식 교육을 받았던 터라 현대 미술에 대한 상식이 조금씩 떠올려진다.
설명을 듣기 전에 얼른 아우트라인을 대충 한바퀴 휭하니 돌고
설명하는 시간을 기다려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니 그래도 이해가 좀 쉽다.
그 설명하는 이를 보며 한동안 세간에 시끄러웠던 큐레이터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미술에 대해서는 아주 문외한인데 여하간 신정아 사건이 사회적으로 크긴 했나보다.
요즘 새로운 투자방법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말고 그림을 사들이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도 익히 들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우리는 금강산후 식사.
영기와 기숙이가 판교 정신문화원쪽에 단돈 10,000원하는 한정식집이 있다고 안내를 해준다.
영기와 기숙이는 곳처에 맛집을 참 많이도 안다. 그것도 가격도 만족하고 맛도 만족시키는.......
점심시간을 넘겨 괜찮을까 우려했는데 시간과는 관계없이 같은 서비스로 음식 제공을 해준다.
주문을 하고 곧 음식이 나오는데 커다란 상으로 가득~~~한 20가지 음식?
갖가지 묵은 나물들과 간장게장, 보쌈에 샐러드며 내가 그런데 가면 좋아하는 잡채에
돌솥밥에 된장찌개까지..........그것도 음식 리필이 무한정 되고.........ㅎㅎ
친구들 만나면 다른 친구들은 덜 그런거 같은데 나만 늘 귀가시간에 종종거리는데
큰애도 스키캠프를 갔고 남편도 친구들과 숯가마래나 하는 곳에 갔으니
귀가시간 걱정을 안해도 되니 마음도 느긋...........
기숙이가 의왕 백운호수쪽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잔다.
일찍 들어갈 걱정없는 나도 마음 편히 그쪽으로 차를 몬다,
새삼 느끼는데 영기, 기숙이는 정말 곳처에 아는 곳들도 엄청 많다.
밤의 백운호수는 정말 현란하다.
갖가지 현란한 네온과 불빛속 간판들 속에서 카페 간판을 발견하고 골목으로 찾아드니
2층짜리 아담한, 예쁜 목조건물로 된 카페.
간단한 경양식도 곁들인 곳이라 음식냄새는 좀 나지만
그래도 우리 친구들과의 자리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음료 한잔씩을 시켜놓고
창가의 로즈마리 향이 그득한 가운데 몇시간.
그대로 밤새워 얘기꽃들을 피워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친구들 만나는 데 주목적이 미술관람이었든지 수다떠는 시간이었든지
친구들과의 시간은 늘 반갑고 고맙다.
모두들 건강들 해서 오래도록들 만나고 살아야 하는데......
첫댓글 머리 채우고 배 채웠겠네....배가아플려나봐..ㅎㅎ
전에 오르쉐에선 작품설명이 없었어도 대개 사진같은 사실화들이어서 알아먹을 만했는데 이번 미전은 모두 추상화들이어서 '보고왔다'생각만으로 돌아올 뻔했는데 이번에는 학예사들이 설명도 해주고 질문을 받으면서 답도 해주고 해서 더 어려운 거 조금은 쉽게 보고 왔어요. 근데 초니 배좀 아프겠다
서툴더라도 듣고보믄 느끼는 재미가 다를것이구만......머리채우고 배 채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