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선의 시 명상] 짧은 노래(에밀리 디킨슨)
나의 노래가 당신을 위로하기를
나의 위로가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를 / 셔터스톡
한 가슴에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다면
난 헛되이 산 것이 아니리라
한 인생의 아픔을 달래 줄 수 있다면
한 고통을 위로해 줄 수 있다면
기운을 잃은 한 마리의 개똥지빠귀를
둥지에 데려다 줄 수 있다면
난 헛되이 산 것이 아니리라
에밀리 디킨슨은 거의 은둔자적 삶을 살았습니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과 교류가 없었지요. 자연에 묻혀 살았던 그녀가 왜 이런 시를 썼을까요?
저는 여기서 사람 '인(人)' 자를 떠올립니다. 사람 '인'은 서로 기대어 있는 형국을 하고 있지요. 인간은 누구나 혼자서 살 수 없습니다. 내 식탁에 오르는 쌀 한톨은 수많은 사람의 노고를 담고 있지요. 생산하면서 유통하면서 내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지요.
자연에 묻혀 사는 사람은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생태계를 매번 봅니다. 현상은 변하되 원리는 변하지 않는 자연을 보고 그 신비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자연을, 산과 들과 바람과 강과 구름과 꽃과 풀을 사랑하는 사람은요.
돌아보면 우리는 전혀 관련 없는 이들이라고 해도 수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외톨이라 해도 그가 살고 있는 집을 본다면 결코 혼자 지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먹고 입는 것들, 너무도 흔하고 당연한 것들을 우리는 모르는 타인과 공유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공유하는 이 땅, 이 공기, 이 물, 이 소리, 이 하늘, 이 계절, 이 시간. 내가 이팝나무를 본다면 당신도 이팝나무를 봅니다. 그것들은 우리가 공유하는 것들. 우리가 겹쳐 있는 부분들.
겹치는 부분이 생기면 그것이 나의 일이고 너의 일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노래가 나 자신을 치유할 때 그것은 그대를 치유하는 일입니다. 나의 삶은 헛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이니까요. 당신과 나의 몸은 하나가 될 수 없지만, 마음 어느 부분에서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나의 노래가 당신을 위로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숲에서 기운을 잃고 혹은 다쳐서 떨어진 한 마리 새를 구해줄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헛되이 산 게 아닙니다.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던 시인이 이런 노래를 하다니 놀랍지 않나요. 누구보다도 인간에 대한 애정 깊은 것으로 보이는 그녀의 노래처럼 당신의 말 한마디가 그러합니다. 부디 나의 노래 하나가 당신에게 미소를 주기를, 당신의 마음을 두드리기를 바랍니다.
글 | 이강선 교수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