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정소영
눅눅함이 나를 파랗게 질린 방바닥에 누이고
지루한 빗소리는 떠내려 보내네
나의 모습이 불은 국수가락처럼
뚝뚝 끊기며 길을 찾아 헤매고 있네
남겨진 기억 조각들을 빗방울에 얹고
가장 눈이 부시던 곳을 서성이고 있네
비가 그친 새벽에 재잘대는 새소리를 따라
말간 아침이 나를 반짝이게 하네
【약력】
1961년 부산 출생 2015년 문파문학 신인상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졸업 전)영복여자고등학교 교사
동남문학회, 수원문인협회 회원
작품집 『보고 싶은 날입니다』
【감상】
아름답고 상냥했던 시인의 육신이나 정신이 얼마나 피폐하였을까를 가늠할 수 있다. 병상의 시인이 풀어놓은 풍부한 감성과 단단한 이미지의 언술은 더 이상 가감할 수 없는 경지의 슬픔을 감동으로 펼쳐주어, 가엽고 슬프기 짝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 이상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픔이 매우 컸다. 눅눅함이 나를 파랗게 질린 방바닥에 누이고, 나의 모습이 불은 국수가락처럼...이라고 끊어진 길을 찾아 헤매는 시인의 모습이 극대화 되어 있다. 유고시집의 발간을 축하드리며 먼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시인에게, 천상의 안식을 기원하며, 삼가 조의를 보낸다.
-수원문인협회 수석부회장 김경옥
첫댓글 명복을 빕니다.
오늘도 새소리는 경쾌했는데요.
어디선가 반짝이는 빛이 있었던 것도 같고요....
건강하십시요...
문학수업을 함께 듣던 시절이 엇그제만 같은데 차마 멀어진 거리는 가늠할 수가 없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카톡사진을 편집해봤습니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시인 정소영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