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로 생긴 게시판에 뭣 좀 재미있는 이야깃 거리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머리 올리러 나갔을때가 생각나서 글을 옮겨봅니다.
젊은 이들도 읽고 부담없이 웃을 수 있도록 하려다보니, 시셋말이나 비존칭어를 사용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엿보고서 조금 더 편안하고 즐겁게 골프에 접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아울러 소모임 & 게시판 탄생을 발기하고 응원해주신 고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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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공치러 처음 나갔던 날을 떠올리면서...
홈페이지 개통 기념으로 공치러 처음 나갔던 날의 기억을 더듬어 한 글 적어볼까한다.
거슬러보면 날씨는 그리 덥지않은 화창한 날이었다. 바꿔말하면 "공치기 좋은날"이라고 해야겠다. 고수들이 말하건데, 바람적고 날씨 화창한데, 덥지않게 산들바람 불어온다했다.
(이제부턴 존칭 다 떼고 현재형으로 기술한다.)
공치기 연습한지 9개월만에 얼떨결에 가게된 라운딩인데, 예상외로 별로 떨리지가 않는다. 남들은 전날 잠을 설친다는둥, 가슴이 쿵당 쿵당 한다는둥 하더만, 내게는 이런게 없다.
같이 칠 사람들은 나박사, 강박사, 신사장 그리고 나다. 우리가 부킹한 곳은 P골프장. 꽤 괜찮은 곳이라는 소문만 들었을뿐, 초보인 내게는 별로 닿는 이야기가 없다. 그저 비싼곳인가 싼곳인가 그게 좀 거슬렸다.
같이간 나박사가 자동차를 클럽하우스 바로 앞에 세운다. 나는 속으로, "어라? 발렛파킹 시키려나보다. 저 사람 돈 많네...."하면서 내차는 주차장 빈구석으로 몰아갔다. 트렁크에서 캐디백을 꺼내서 100m쯤 터덜거리며 걷는데, 나박사가 빙그레 웃는다. 알고보니 클럽하우스 앞에서 서비스로 트렁크의 캐디백을 내려주는 거였다. "난 또 돈 받는줄 알았지...."
잠시 기다리니 나머지 일행들이 도착을 한다. 라커룸의 키를 받아서 라커룸에 들어갔는데, 안쪽에보니 사우나인지 목욕탕인지가 있다. 머스마들이 거시기를 내밀고 들락거리고 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갈아입을 펜티 챙겨가요."하던 지박사의 말이 떠오른다. 아차...잊고 왔다.
앞팀이 많이 밀린 모양이다.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데, 신발신고 잔디 펼쳐진 쪽 입구로 나와보니, 내 캐디백이 카트에 실려있다. "음 자동이구나"
낯선 분위기에 머쓱거리고 있는데 챙이 긴 모자를 눌러쓴 가시나가 다가오더니, "반갑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할 도우미 이OO입니다."하고 방긋 웃는다.(앞으로 가시나라고 칭한다.) 나는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는데, 일행중 한사람이 딴대 쳐다보고 있었나보다. 가시나가 "팽~"하고 틀어지더니 이렇게 집중 안해주면 인사 않고 시작하겠단다.
아이고 가시나 삐진것도 이쁘구만.....
아까부터 마음에 걸렸던 집에 두고온 팬티 생각은 어느틈엔가 잊어버렸다.
어느틈에 나박사, 강박사는 퍼팅그린에 올라가서 연습을 하고 있다. 음...이 사람들 벌써부터 전투준비를...?! 나도 질세라 퍼터 하나를 빼들고 쪼르르 달려가서 공을 친다. 거참나 생각보다 공이 많이 휘고 멀리 구른다.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홀이 있는데, 공치러 왔다갔다~ 하고 있는 나다.
우리 차례가 되었는지, 카트에 타라고 가시나가 부른다. 가시나가 운전하는 자동차 타본게 얼마만인가?? 꼬불 꼬불 카트길을 타고 가더니 XX코스 1번홀 티박스에 도착한다. 제비뽑기하란데로 가시나 앞에서 용감하게 뽑아들었는데, 내가 1번 이란다. 우쒸~
몇일전 나박사가 전화를 걸어, "드라이버 연습은 많이 했소?" 하고 물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실감이 오기 시작했다. 1번 홀에서 내가 첫빠따로 치게되었는데, 이번엔 정말 가슴이 쿵쾅쿵쾅~ 거리는 거다. 아까 가시나에게 "내 오늘 첨이데이.."하고 성토했기때문에 좀 나으려나 했는데, 아니다. 콩닥콩닥 거린다.
티박스 올라서서 티를 땅에 박고 공을 하나 올렸다.(미리 들은바가 있어서 낡은 중고볼을 올렸다.) 한두번 쓴 볼이라고 덜 나가진 않겠지. 연습스윙 몇번 힘빼고(힘차게가 아니라) 휘드르고 볼앞에서 어드레스를 했다.
잘 쳐야지 다짐하니까. 손에 힘이 쭈악~ 들어간다.
일행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어깨가 불끈~한다.
가시나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체에 힘이 들어간다. 또 불끈~ 한다.
볼을 뚫을듯이 째려보고, 천천히 테이크백한다. 그리고
있는 힘껏 다운스윙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퍼~억~ (뭔가 퍼지는 소리가 난다.)
헤드업을 안하려고 해서인지, 볼은 눈앞에 그대로인데 뭔가 파란 덩어리가 앞으로 날라갔다.
잔디를 한웅큼 퍼올려서 앞으로 날렸다. 볼은 누군가 옆사람이 숨기고 있다가 올려놨는지 희안하게도 티위에 그대로다.
이렇게 시작된 라운딩. 홀마다 티샷은 쪼로가 나고 볼은 굴러간다. 다행히 앞으로 굴러가긴 하는데, 아~ 누가 말했던가? 굴러만가도 앞으로만 가면 된다고.....
남들 드라이버샷 거리를, 나혼자 카트에서 내려서 7번 아이언으로 3번에 나눠치는 기분을 이제 알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연습장에서 7번 아이언을 드라이버 치듯 친다.
나박사. 티샷차례. 이 사람. 정말 파병준비하는 특전사다. 드라이버 손질깔끔. 나박사는 독특한 티를 사용한다. 역시 고수들 답게 볼은 쫙쫙~ 앞으로 날아간다.
강박사의 티샷. 이 사람 꼭 투캅스의 김보성을 보는것 같다. 가시나를 의식했는지 어디선가 선글래스까지 갖춰쓰고 붕붕~ 소리나게 드라이버 연습스윙을 하는데, 그 기세가 사뭇 드세다. 티샷한 볼은 총알 같이 날아가 페어웨이에 안착한다. 이 싸람들 정말....
연습장에선 골프를 안치고 필드에서 라운딩하면서 골프를 익힌다는, 신사장님. 몸의 유연성은 좀 떨어지지만 정확성을 위해서인지, 톡톡~치는 똑딱이 드라이버 샷을 구사하는데, 항상 나보다 카트에서 나중에 내린다.
도우미 가시나가 귀엽게 생겨서 가시나에게 말 좀 걸어보려 했던 나는, 순서가 닿질 않았다. 점잖아 보이는 나박사가 계속 가시나의 프로필을 캐고 있어서, 강박사도 짐짓 기분이 좋지많은 않은 눈치다. 사실 강박사는 아직 총각이다. 총각이라보다는 법적으로 미혼 상태이다. 라운딩후에 가시나 연락처라도 좀 받아둘라고 수작을 해봤는데, 가시나가 라운딩 중반까지는 미동도 안한다.(도우미 교육이 철저한건지 튕기는건지 서투른 나로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후반에 접어들면서, 나도 이제는 볼이 페어웨이로 구를때가 많아졌다. 페어웨이와 러프라는 구분이 이제서야 확실하게 와 닿는다. TV에서 보던 필드는 페어웨이나 러프나 그게그거 같았는데 말이다.
후반이 되니, 잔디위에서 아이언을 치는 묘미(감)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내가 헛스윙하면, 이쁜 가시나가 저 멀리서 "볼 보 고 치 세 요 오~" 얄밉기두 했지만, 헛친건 카운트 안했다니 마음이 놓였다.
서드샷도 잔디위. 아까나 지금이나 계속 7번 아이언 하나로 플레이를 이어가니 가시나는 편한 모양이다. 음....자존심이 있지. "6번 아이언 주세요~"
좀 긴걸 들고 어드레스하니까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남들 그린근처에서 기다리며 지켜보는데, 이번에는 한번에 보내야지 하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천천히 백스윙....그리고 다운스윙.....
"부우욱~~"
볼은 분명히 앞으로 잘 날아갔다. 기분이 좋았다. 이쁜 가시나가 클럽 받아주면서 애교있게 한마디 한다. "꼭 그렇게 잔디를 퍼내셔야 해요?!"
도우미 교육이 철저한것 같다. 골프장 필드 잔디 관리를 위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도우미들.
퍼팅 그린은 내게 낯설지 않다. 라운딩 바로전에 진짜 그린에 서보고 출발한게 참 다행이었다. 게다가 이쁜 가시나는 항상 내볼의 방향을 잡아줘서 나는 로보트처럼 가시나가 놓아준대로 치면, 별 무리없이 투퍼팅으로 오케이를 받아냈다. PGA와 LPGA에서 뛰는 국내 선수들이 캐디를 바꾸고나서 성적이 좋아졌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후반 7번 파3홀. 젤 처음에 정해진 순서대로 내가 항상 첫 티샷이다. 망설임없이 집어들고 올라선것이 9번 아이언. 이제껏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면서 퍼내왔던 잔디와 단거리 질주를 시켰던 볼들의 영상이 눈앞에 슬로우 모션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글 쓰는 지금. 덕화스포츠의 미즈노 아이언 CF가 생각나는 것은 우연일까?
그린까지는 145여드, 그린앞 벙커 3미터, 맞바람.....
"너의 아이언을 믿어라 ! "
따 악~
스치고 지나간 영상의 끝에 숨죽이던 나의 9번 아이언. 높이 떠올라 한참을 날아간다. 톡~
홀과의 거리 4야드 정도. 버디를 노릴 수 있는 위치다. 이쁜 가시나가 "머리 올리러와서 버디 잡겠어요."라면서 치켜준다. 아까부터 느낀거지만, 가시나가 맘에 들기 시작한다.
145야드 밖에 안되는 거리를 걸어서 그린까지 가면서 기분이 좋았다. 앞선 홀들에서 티샷거리를 7번 아이언으로 3등분해서 쳐오던 기억은 금새 날아가 버렸다.
이번에도 역시 가시나가 놔준대로, 퍼터를 정렬하고 몇번의 공갈 스윙을 했다. 아주 신중하게. 내가 잡은 버디에 환호하며 웃어줄 가시나를 떠 올리면서....
데구르르~~
볼은 홀을 살짝 돌고 나왔다. 긴장한 탓일까?
비록 파를 기록했지만, 오케이 컨시드없이 제대로 볼을 홀로 넣었다. "땡그렁~"
라운딩후에 라커룸에 다시 돌아왔을때, 나는 갈아입을 팬티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떠 올렸다.
함께 라운딩한 사람들과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또 즐거웠다. 골프라는 것이 이래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구나 싶었다.
다음 이야기에 또 재밌는 이야기를 기약하면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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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예전 글을 그대로 옮기다보니, 비존칭어를 그대로 옮긴점 양해바랍니다.
더 재밌고 즐겁게 많은 분들을 끌어들이고 함께 웃으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
ps.2 곧 골프모임에 이름이 지어지겠지요?
eg. 파골사모 (너무 무서운 이름인가요? :0)
PPGA, PVGA, PGA, PGC, ... 등등
요 아래, 아이디어 리플이 보름달마냥 한웅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