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원고는 모국의 한국 가톨릭 호스피스협회지 2003년 10월호에 게재되는 내용입니다.
조금은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소개도 있지만 캐나다 의료시스템의 단면을 볼수 있는 기회도 될수 잇을 것 같네요..
토론토 프린세스 마가렛병원 호스피스 완화병동
- Princess Margaret Hospital, Hospice Palliative Unit -
김 연 근
프린세스 마가렛병원 간호사 ž 전 본회 총무
2년 전까지만 해도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수간호사로 근무했던 필자는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캐나다에서는 유일하게 암 환자만을 위해 설립한 암 전문병원인 토론토대학교 프린세스 마가렛병원(Princess Magaret Hospital, University Health Network) 조혈모세포 이식병동에서 혈액암으로 투병중인 환자들을 돌보는데 전념하고 있다.
이곳 토론토로 이민오기 전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프린세스 마가렛 병원에 취업을 목표로 하여 온타리오주 간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대학 리프레시코스 과정에서 약 4개월간 수업을 받고 병원실습을 통해 캐나다의 의료환경을 익혔다. 본 과정을 이수한 후 첫번째 인터뷰에서 원하던 병원 취업에 합격하였으며, 가능하면 혈액암병동에 취업하기를 원했으나 매니저와의 인터뷰 후 동종골수이식병동에 최종 취업이 되어 2003년 1월부터 근무를 시작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바로 옆 병동이 마침 호스피스 완화병동이라 자연히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호스피스 활동들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중, 전에 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 총무일을 보았던 인연으로, 지난 봄에 여의도 성모병원 호스피스과 민명희 수녀님으로부터 이곳 호스피스 기관의 활동프로그램을을 협회 회지에 게재하는 원고청탁을 이메일로 받고 지금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본원은 암환자 전문병원으로 전문 진료과가 외과계종양과, 방사선치료종양과, 내과계종양과, 정신심리종양과로 구성되어 의료진의 협진을 통한 총체적 접근으로 환자가 암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최선의 치료를 위한 진료체계구축으로 완치율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편 종양내과의사, 종양간호사, 종양외과의사, 방사선종양의사, 사회사업가, 완화의료의사, 임상사목자로 구성된 Multidisciplinary team은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를 받는 어려운 과정동안 겪게 되는 어려움을 잘 극복하여 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이곳 건물은 두개로 구성되어 하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암 연구센터가, 다른 하나는 암 전문진료센터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의 의료시설로 손꼽히는 방사선종양과(Radiation oncology)는 17개 방사선 치료실을 보유하여 해마다 괄목할만한 진료성적을 국제 암학회에 보고하는가 하면, 1971년에 설립한 조혈모세포 이식센터는 2001년 기준으로 자가골수이식술 144례, 동종골수이식 90례를 성공적으로 실시하였다.
필자는 이미 한국에서 세계적수준의 조혈모세포 이식센터로 명성을 얻고 있는 여의도성모병원에서 20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 강한 자부심을 느끼며 이곳 이식센터에서 전문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이곳 병원의 특성과 호스피스 완화병동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병원의 각 병동은 전문분야별로 나뉘어져 D동종골수이식병동 D자가골수이식병동 D임상치료과정 교육병동(Clinical teaching unit: 처음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검사 및 교육을 실시하는 병동) D혈액암병동 D임파종병동 D포스트 골수이식병동 D조혈모세포처리실(Aphresis & stem cell unit) D고형암병동
D단기입원치료실(Short term stay unit) D가정과 같이 꾸며져 있는 뇌종양병동 그리고 D호스피스 완화병동(Hospice palliative unit)으로 세분화 되어 있으며, 외래진료 또한 수혈센터(단기수혈과 정맥주사환자 중심)와 낮항암병동(day chemotherapy unit)으로 구분되어있다.
프린세스 마가렛병원은 설계단계부터 병원전체가 암환자와 그의 가족을 위한 시각으로 건축된 점이 특이하다. 입원해 있는 환자를 위한 모토는 “ 당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You are not alone anymore!). ” 이며 곳곳에 슬로건을 걸고 이를 실천기 위해 혼신을 다해 돌보는 감동적인 모습은 정말 우리가 본받고 따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곳 호스피스 완화병동은 14층에 임시로 있다가 최근 새로 단장한 16층으로 옮겨 12병상 병동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쾌적한 환경의 병실에 솔라룸(Solar room)까지 딸려있어 병실 문을 열고 나가면 가든과 직접 연결되어 환자와 가족들이 자연의 햇볕을 마음껏 쪼이면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쾌적한 자연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의학적으로 더 이상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말기 암환자의 통증과 증상들을 잘 조절하므로써 가능한 한 편안하게 환자의 삶과 죽음의 질을 높이는 의료의 한 전문분야로서 환자와 그의 가족의 신체적, 정신심리적, 사회경제적, 영적지지를 위한 다학제간 팀접근을 기본으로 하며, 이곳은 타 기관에서 환자를 의뢰할 경우 사회사업가가 자료를 종합하여 면담한 후 입원을 결정하고 팀요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증상조절은 담당의사가, 통증조절은 임상간호전문가인 ‘Pain manager’가 담당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호스피스봉사자가 환자를 방문하고 있다.
호스피스 완화병동 환자들은 대부분 오랜 항암치료와 입원생활 등으로 말초혈관 상태가 좋지 않아 통증조절을 위한 모르핀 등 진통제 정맥주사에 어려움이 많은데, small PCA인 ‘pain pump’ 란 기기를 통해 피하내주사로 morphine을 지속적으로 주입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pain pump를 사용하는지 궁금하였다. 혈관을 찾느라 여러 번 찔리는 고통을 감내하는 환자들을 위해 모든 정맥주사는 IV special nurse가 담당하며 장기간 정맥주사를 필요로 하는 경우엔 방사선과에서 PICC line을 삽입하거나 , IV special nurse 가 mid line을 삽입하여 여러 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고통으로부터 환자를 해방시키고 있다.
또한 relaxation therapy를 위해 작업치료사가 각 환자를 방문하여 환자의 불안을 감소시키고 정서적 변화에 따른 위기를 중재하며, 걷지 못하는 환자를 위하여 물리치료사가 일일이 방문하여 운동을 시키기도 한다. 사회사업가는 환자에게는 물론 보호자의 anger management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system을 보면서 암과의 투쟁이 신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측면을 지지하는 프로그램이 함께 어우러져 있음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의사나 간호사가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분야에서 말기 암 환자가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기까지 전인적인 돌봄을 통해 인간 존엄성이 실현되는 현장에서 참된 인간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특이한 것은 wig salon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좀 더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look good feel bette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여성이 암을 진단 받았을 때 긍정적인 정신상태가 치료에 영향을 준다는 가정 하에 캐나다 화장품회사가 적극 지원하여 원하는 환자는 누구나 예약을 통해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환자처럼 보이지않는 자연스런 화장법과 외모를 유지하는 기법을 습득해 환자의 심리적인 위축감을 해소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문화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환자는 자연스런 한 여성이고 또 인간으로서 존중되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직원들이 일체 향수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데 이는 향수가 오심과 구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캐나다는 diversity를 중요시 여기는 나라다. 환자의 문화와 전통, 사회적 관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여 환자가 동성애자이거나 성전환자이거나, 결혼을 했거나 안 했거나, 무슬림이거나 카톨릭신자이거나 사회적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diversity를 존중하며 환자의 종교에 따라 각각의 임상사목자가 방문하여 영적지지를 하고 있다.
호스피스 간호사는 말기환자의 복잡한 신체적인 증상들을 조절하여 경감시킬 뿐만 아니라 통증을 조절하고 사회 심리적인 영역에서도 한 몫을 담당하며 환자의 가족들을 지지하고 교육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한번 왔다 가는 우리의 인생이지만, 임종하는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주는 호스피스 케어시스템이야말로 진정 인간애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Hospice palliative care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katiekim5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