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종료 시각이 되자마자 회사를 나와 부산으로 향한다.
오늘은 내 동요 “오월 아이들”을 불러준 시각장애우 조정빈, 고영광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오희섭 작곡가와 통화해서
영광이 어머님과 시간을 정했다.
국악동요 발표에 참석해야 했지만 다른 일로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같은 직장에 다니는 동료가 그 행사를 보고 와서 내 동요 “오월 아이들”이
가장 좋았다면 책이 나오면 CD와 책 한 권 줄 수 있느냐며 부탁했었다.
그 노래가 들어 있는 CD를 받고 집으로 내려가며 차 안에서 들었는데 아마
열 번은 반복해서 들었던 것 같다. 그만큼 노래가 참 마음에 들었다. 집에
도착해서 누가 불렀는지 책을 보며 확인했는데 한 번 더 놀란 것은 “다섯손가락”
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듀엣 이며 시각장애우인 것이었다. 내가 CD만을
들을 때에는 한 명이 부르는 줄 알았는데 듀엣이라서 놀랐고, 시각장애우가
노래를 너무 잘해서 놀랐다.
오희섭 작곡가가 부산에서 오선지 녹음실을 하는 건물 앞에 저녁 7시
에 도착해서 영광이 어머님께 전화 드렸더니 오희섭 선생님과 정빈이와
영광이 손을 꼭 잡고 아이의 두 어머님께서 건물에서 내려오셨다. 인사를
하고 아이들과도 악수를 청했다. 아이들 손이 참 따뜻하다.
오희섭 선생님은 지금 바쁘다고 해서 우리 다섯은 동행이 되어 중국 요리
집으로 가서 코스 요리를 시켜 먹으며 많은 얘기를 했다. 나이는 같지만
정빈이는 4학년이고 영광이는 3학년 왜 한목소리 같았는지도 알았다. 둘의
목소리가 많이 비슷하다.
노래가 좋아서 요즘 내가 계속 배경음악으로 깔아서 그런지 벌써 행사에
와서 노래 불러 줄 수 있는지 물어오는 분이 있어 넌지시 어머님께
여쭸더니 가능하다고 하신다. 이 아이들이 “동시의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얘길 하고 나중에 악보를 한번 보내겠다고 했다.
정빈이는 양산에 영광이는 부산에 산다고 했다. 아이들이 맑아서 곁에 있는
나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음식도 가리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음성
으로 엄마께 이건 뭐야? 이건? 물으며 먹는 아이들이 참 예뻤다.
아이들이 녹음해야 해서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면서
헬렌 켈러가 생각난 것은 이 아이들은 음악에 대한 비전으로 가득 차
있어서 전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눈 멀쩡해도 꿈이 뭔지
희망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눈먼 아이들과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들 보다 눈 맑은 두 희망을 만나서 오늘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