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떡밥낚시를 해본 사람 치고 떡밥의 조제 즉 ‘효과 만점의 떡밥 만들기’를 위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그래서 초보자들은 상상을 거듭하다가 별 희한한 물질을 섞기도 하지만, 곧 그런 것이 다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
많은 꾼들은 떡밥 성분이 무엇인지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하지만 떡밥을 물에 개어 바늘에 달았을 때 물속에서 어떻게 풀어지느냐 하는 점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이는 콩가루가 좋다 하고 다른 이는 보릿가루가 좋다 할 때 그 냄새를 맡기 전에 두 곡물을 물에 개어 그 반죽의 점도와 풀리는 속도를 관찰한 다음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떡밥의 주성분으로 쓰는 여러 곡물등(콩 보리 옥수수 깻묵 고구마 감자 등)과 어분 육분 등은 모두 붕어의 먹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붕어가 먹고 안 먹고는 붕어의 식욕에 달린 것이지 사람의 후각이나 기호에 달린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분말들이 물과 혼합 됐을 때 바늘에 붙는 점착성과 물속에 서의 분해 정도다. 너무 점도가 높아도 곤란하고 또 너무 잘 풀려도 곤란하다.
일부 중부권 낚시인들은 ‘작고 단단하게 다는 콩알떡밥은 집어효과도 적고 입질도 느리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남쪽지방의 깻묵가루가 많이 혼합된 떡밥보다 콩알떡밥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물론 호수나 계곡지 같은 곳에선 푸석푸석한 떡밥이 더 효과적이다. 어쨋든 가능 한 떡밥은 빨리 풀어져야 냄새의 확산이 빠르고 붕어가 쉽게 흡입할 수 있다.
그러므로 떡밥을 고를 때는 너무 찰지지 않고 잘 풀어지는 것을 고르되, 수초대, 바닥 여건, 수온 등 상황 변화에 따라 떡밥의 점성을 다양하게 조절해야 하므로 한 종류의 떡밥보다는 여러 가지 점도의 떡밥을 고루 사서 그때그때 섞는 비율을 달리해서 쓰는 것이 좋다. 실제로 떡밥의 점도와 분해도가 조과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나 냄새는 조과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듯하다.
반죽과 풀림속도
흔히들 ‘떡밥을 묽게 써야 한다’고 말한다. 묽게 쓴다는 말을 곧 ‘반죽할 때 물을 많이 섞어서 쓴다’는 말이다. 이처럼 묽게 쓰기는 힘들지만 물속에선 잘 풀어져서 입질이 받기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묽다고 해서 꼭 잘 풀어지는 건 아니다. 떡밥이 풀어지는 것은 떡밥의 입자 사이로 물이 침투해 떡밥 입자간의 공간을 넓히고 점도를 떨어뜨리는 과정이다.
그런데 묽은 떡밥은 이미 입자간에 충분히 물이 차 있기 때문에 물의 흡수성이 낮다. 흡수성이 낮으면 분해속도도 늦다. 따라서 묽은 떡밥은 때로 늦게 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깻묵을 위시해 입자가 거친 떡밥은 이와 정반대다.
이런 떡밥은 최대한 물기를 적게 해 부슬부슬 하게 뭉친 다음 손으로 너무 주무르지 말고 바늘에 살짝 집듯이 달면 묽게 만든 것보다 더 빨리 풀어진다.
거친 입자 사이에 공간이 듬성듬성 생겨서 빠르게 물이 침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히 묽게 한는 것만으로는 분해속도를 높일 수 없다. 그럼 분해속도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떡밥 자체의 끈기(점성)와 반죽시 주무르는 횟수라고 할 수 있다. 떡밥 자체의 끈기로 보면 밀가루 >콩가루>보릿가루>깻묵가루>옥수수가루>어분 육분의 순으로 끈기가 높다. 이들 곡물이 배합비율에 따라 떡밥의 끈기가 결정된다.
그리고 반죽할 때 떡밥을 많이 주무르면 주무를수록 입자간의 간격이 좁혀져 잘 풀리지 않는다. 중국음식점에서 짜장면 국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밀가루 반죽을 자꾸만 주무르는 것도 이 찰기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따라서 물을 많이 부어도 손가락으로 대충 휘젓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다. 그것을 바늘에 달 때 살짝살짝 눌러 달면 물속에서 잘 풀어진다.
앞서 깻묵의 경우는 물을 적게 섞는 것이 더 잘 풀린다고 했지만, 대신 세게 뭉쳐버리면 돌덩어리처럼 단단해져 풀리는 속도가 느리게 됨은 당연하다.
밑밥의 한계
떡밥낚시의 집어효과를 ‘밑밥효과’라고 한다. 이 밑밥효과야 말로 떡밥낚시의 최강점이다. 그러나 밑밥효과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밑밥을 많이 넣어도 붕어의 회유가 없다면 멀리 있는 붕어가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회유하던 인근의 붕어가 밑밥을 보면 상당 시간 그곳에 머물러주기 때문에 그것이 집어효과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떡밥낚시꾼들이 떡밥의 집어효과를 과신하고 필요 이상의 밑밥을 퍼붓고 있다.
따라서 ‘한자리에서 계속 떡밥낚시를 하면 언젠가는 붕어가 몰려온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그리고 낚시터에 도착하면 야구공 만한 깻묵덩어리를 찌 주위에 집중 투하하는 꾼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밑밥을 낚시에 의한 잔여밑밥(헛챔질 포함)과 구분하여 ‘몰이밥’이라고 부른다. 몰이밥은 결코 집어효과를 내지 못하며 오히려 포인트를 분산시키고 잡어들을 불러모으게 만든다.
만일 몰이밥의 효과를 보려면 붕어의 회유가 좋은 댐이나 계곡지에서, 2박 이상의 장기전이어야 한다. 그리고 비교적 넓은 범위에 뿌려야 하고, 미끼에 비해 붕어눈에 덜 띄고 냄새도 덜 나는 것이 좋다.
낚시터에 도착했을 때 곧 입질이 오는 것은 결코 이 ‘몰이밥’ 때문이 아니라 붕어가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떡밥낚시의 집어효과는 입질이 왔을 때부터 비로소 나타난다. 떡밥 근처에 몇 마리의 붕어들은 바늘이 떨어졌던 자리의 잔여 밑밥에 현혹되어 계속 머물고 계속 낚인다.
따라서 성급한 몰이밥 투여는 바늘 주위에 몰린 몇 마리의 붕어를 흩트려 놓는 꼴이 된다. 어떤 이는 ‘몰이밥을 주면 붕어는 좀 흩어져도 대신 많이 몰려들 게 아니냐?’ 고 묻는다. 거듭 말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밑밥은 붕어를 머무르게 할 뿐 불러모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떡밥낚시에서 집어효과를 노리려면 부지런히 미끼를 갈아주면 된다. 그 이상의 밑밥 투여법은 있을 수 없고, 그 의외의 몰이밥 투여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묽기 변화의 오류
일반적으로 떡밥의 크기와 끈기를 말할 때 ‘처음에는 크고 묽게 사용하고 입질이 오면 작고 단단하게 달아 쓰라’고 한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오히려 입질이 오기 전엔 어느 정도 되게 쓰다가 입질이 오면 떡밥에 물을 붕어 거의 죽처럼 묽게 만들어 써야 하지 않을까. 입질이 붙었다 싶으면 떡밥을 공 굴리거나 뭉치지 않고 바늘에 슬쩍 달아 던지는 게 좋다.
이 경우에 떡밥은 던지거나 가라앉는 도중에 일부분이 유실되겠지만 바늘에 눈곱만큼만 묻어 있어도 입질은 곧바로 들어온다. 왜냐하면 바로 옆에 붕어가 있고, 붕어의 눈이나 코에 포착되는 순간 그만큼 묽어서 흡입이 쉽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처음에 떡밥을 묽게 쓰는 이유는 많은 떡밥을 빨리 풀어지게 해서 딴곳의 붕어를 불러모으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시각적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물속에서 형태가 다소 유지된 떡밥이 훨씬 유리하다. 집어효과는 첫 입질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붕어가 접근한 후부터 물게 써야 집어효과를 넓이고 빠른 입질을 유도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이다.
낮과 밤의 떡밥 상태
*낮엔 시각 효과*
낮낚시와 밤낚시는 각기 다른 배합과 반죽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붕어의 먹이 습성이 낮 다르고 밤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붕어는 낮엔눈으로 보고 먹이를 취하며(물론 일부 후각도 가세하지만), 밤에는 주로 냄새로 먹이를 찾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실제 낚시터에서 여지없이 증명된다. 낮낚시에선 떡밥의 시각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떡밥의 형태는 붕어에게 호기심과 경계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떡밥이 보이면 붕어는 ‘이게 뭘까?’ 하면서 떡밥을 건드려 본다. 이때 갈짝대는 예신이 나타나는데 밤낚시에선 이 예신이 극히 짧거나 아예 없다.
그런데 낮낚시에서 떡밥이 풀어져 바닥에 퍼져 있는 경우엔 깔 짝대는 예신이 지속되고 챔질타이밍도 줄어드는 것을 보면 다소 식욕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추측은 갈짝대는 예신이 길면 본신으로 이어지는 확율이 적고, 그러다가 새로 떡밥을 달아 던지면 이내 ‘쭈욱-’ 찌를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낚시에선 시각에 의존해 단번에 삼킬 수 있도록 너무 묽은 떡밥은 좋지 않다.
밤엔 흡입 용이하게
밤낚시에선 이와 정반대다. 밤에는 붕어들이 코를 바닥에 바짝 붙이고 잎으로 바닥을 뒤지고 다닌다. 즉 눈이 침침하니까 냄새에 의존해 더듬도 다니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는 바닥에 완전히 풀어진 미끼에 단연 입질이 빠르다. 근처에서 떡밥 냄새가 풍기면 킁킁대며 쉼 없이 물을 빨았다 뱉었다 하는 식으로 먹이를 찾는다.특히 붕어의 흡입력이 약해지는 저수온기나 겨울낚시에서 잔 입질에 대처하는 데는 ‘죽밥’이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떡밥이 묽다고 해서 어신이 훨씬 선명해지진 않는다. 다만 깔짝대는 어신에 챔질해도 바늘이 붕어 입 속에 박히는 확률이 더 높아질 뿐이다. 즉 ‘후루룩’이 아니고 ‘더듬더듬’ 먹이를 찾는 붕어에게는 떡밥이 바닥에 깔려 있고 바늘이 떡밥 속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묽은 떡밥이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처럼 낮과 밤에 따라 또 수온에 따라 떡밥의 형태와 풀림 속도를 자유자재로 선택, 조절하기 위해서는 반죽 정도에 따른 풀림 속도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대개 떡밥 하나를 발 앞 물속에 넣어보고 그 풀림 속도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편리한 방법인데, 실제 바늘에 달린 떡밥은 그보다 조금 빨리 풀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를 감안, 떡밥이 풀어졌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와의 입질 차이를 파악하여 챔질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떡밥 전용채비
*떡밥낚시용 바늘*
떡밥낚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바늘은 뭐니 해도 망상어바늘이다. 이 망상어바늘은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붕어가 흡입하면 쉽게 빨려 들어가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간혹 바늘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망상어바늘의 단점을 보완해 주면서 가볍고 붕어의 흡입에 좋은 바늘로 둥근 깔다구바늘(마루세이고)을 추천하고 싶다. 망상어바늘보다 바늘 턱이 강하고 바늘굽이의 각도가 예리한 깔다구바늘은 흡입에도 용이하고 걸림도 잘 되며 한번 붕어의 입에 박히면 잘 빠지거나 펴지지 않는다.
이 바늘 6호나 7호가 떡밥낚시에 적당하다.한편 떡밥낚시에서 목줄의 길이가 너무 짧으면 찌놀림이 방정맞아지고 찌올림 폭이 좁으며, 붕어가 끌려나오다 잘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므로 6-10cm의 적당한 길이를 사용한다.
*두바늘채비의 활용*
떡밥낚시용 바늘은 작고, 바늘 두께가 가늘수록 묽은 떡밥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외바늘보다는 두바늘, 두바늘보다는 세바늘이 묽은 떡밥을 쓰기에 유리하다. 그것은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떡밥을 붙들어 주는데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과밤에 따른 붕어의 먹이습성 변화’를 상기해본다면 낮에는 시각적 효과까지 감안하여 두바늘채비의 각 바늘에 다소 푸석푸석한 상태의 떡밥을 달아주어야 효과적이다.
반면 밤에는 이보다 더 묽게 하고 더 크게 뭉쳐서 두바늘을 함께 뭉쳐 다는 속칭 합이봉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또한 4칸 이상의 긴대를 쓸 경우 두바늘을 모아서 합이봉으로 쓰면 바늘 2개의 결속력으로 다소 묽은 떡밥도 던지기 쉽다.
합이봉은 또 밑거림이 심한 곳이나 잉어가 붙을 때, 강처럼 흐름이 있는 곳에서 효과적이며 찌올림도 점잖고 많이 솟는다. 또한 두바늘에 달리는 잔여떡밥으로 인해 밑밥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