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의 오로라를 보고 흥분하는 개들과 부상당한 동료의 털을 핥으며 보이는 개들의 눈빛연기에 감동하는 찰나 우리는 비극 안에 꽃핀 또 하나의 성장 드라마를 접하게 된다. 개들 사이에서 ‘막내’로 사냥한 먹이도 가장 마지막에 먹어야 했던 ‘맥스’가 홀로 떨어져 고생하다 굶주린 동료들을 위해 벌이는 깜짝 유인책은 서열에 기반한 ‘의리’가 무엇인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야생의 본능을 숨긴 채 인간과 교감했던 개들의 신뢰는 8개월이 지나서야 찾아온 주인을 기억하고 달려옴으로써 보상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1958년 실제 있었던 이 감동 실화를 재현한 개들이 대부분 유기 견이었고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타 견이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여전히 개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 덕분에 또 하나의 걸작을 만나게 된 셈이다.살고자 하는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특히 그들 곁에 가족이 있을 때는
‘원작의 내용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액션이라는 요소가 강하면서도 우정, 책임감, 정신력의 승리가 드러났기 때문이죠.’ ‘제 가슴 속에 몇 년 동안 담아두던 영화였는데 일본판을 보고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디즈니의 기획자를 만나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버만이 말했다.
디즈니의 신진 작가 프로그램에 속해있으며 야외 활동을 즐기는 데이비드 디길리오는 각본의 초안을 쓰라는 제안을 받았다. 디길리오는 이처럼 긴박감 넘치고 실제에 충실한 모험기는 처음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내용이 단번에 마음에 들더군요. 저는 야외 활동을 좋아하고 개도 무척 사랑하는데 이 두 가지를 합해 영화를 만든다니 최상의 궁합이라고 생각했죠. 우정을 다룬다는 점도 맘에 들어요. 영화에서는 물론 사람과 개의 우정이 주이지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재난을 당했을 때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과정도 보여줍니다. 모험이 닥칠 경우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건 우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거죠.’
디길리오는 남극 탐험기를 1993년으로 옮겨 놓는다. 1993년은 썰매개들이 남극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마지막 해다. (썰매개들은 원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개 홍역이 바다표범한테 전염되는 것을 우려하여 썰매개 출입이 금지되었다.) 디길리오는 주인공들이 수백만 년 된 운석을 연구하러 남극에 간다는 설정을 한다. 이렇게 해서 4명의 독특한 캐릭터가 탄생한다. 제리는 매우 독립심이 강하고 그의 가족은 썰매개다. 무뚝뚝하고 목표 지향적인 데이비스는 탐험에서 일어난 비극을 잊고 싶어 한다. 쾌활한 쿠퍼는 어둡고 추운 남극 생활에 활기를 가져다준다. 강인한 비행사 케이티는 제리가 개들을 구조하러 가도록 부추긴다.
디길리오는 그 특유의 발상으로 8마리의 개 캐릭터를 창조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도 우정, 충성심, 용기를 보여주며 스토리 전개상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개를 기르고 있던 디길리오는 이번 기회를 통해 개의 언어, 위계질서와 심리 세계를 탐구하게 되었다. 그는 개와 인간이 어떻게 엮이게 되었는지, 개의 행동은 어떠한지 등을 면밀히 조사했다. 생존하려 발버둥치는 개가 인간의 친구로 자리매김 하면서 관객들이 개의 마음을 들여다보길 각본가는 바랐다.
‘많은 사람들이 개와 인간의 관계가 만 4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개와 사람 사이에는 강력하고 순수한 뭔가가 있습니다. 개는 이해력이 뛰어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죠.’ 각본가의 말이다. ‘<에이트 빌로우>에서 개 이야기를 쓸 때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개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개를 애완동물보다는 사람으로 생각할 거예요. 각본을 쓰면서 개의 성격과 개 무리에서 일어나는 역동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한테 길들여진 개들이 자신들만 남겨지자 야생의 본능을 사용해야 할 때가 닥친 거죠. ‘사람 대 자연’이라는 테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자연 대 자연’이라는 테마도 끼어 넣었습니다. 개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모습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썰매개 팀이 의지할 것이라고는 협동과 새로운 리더로 떠오른 맥스뿐이었다. 사실 맥스는 팀에서 가장 의기소침하고 순종적인 개였으나 역경을 맞아 자신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어떤 면으로 맥스 이야기는 제리의 감정선과 맞아 떨어져요’ 디길리오가 말했다. ‘맥스는 무리에서 가장 낮은 순위에 있었지만 위기를 모면하면서 우두머리가 됩니다. 제리 역시 뛰어난 가이드지만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치죠. 맥스와 제리는 동시에 자신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디길리오의 야심 찬 <에이트 빌로우> 시나리오는 아이디어는 좋으나 화면으로 만들기에는 무리라는 평을 듣고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본은 다행히 할리우드에서 가장 모험심 강한 감독 프랭크 마샬의 손에 들어갔다. 마샬 감독은 즉각적으로 이 시나리오에 호감을 표했다. 마샬은 <에이트 빌로우>가 용기, 우정, 희생으로 고난을 이겨내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했다.
<에이트 빌로우>의 다양한 요소가 마음에 든다고 감독은 말한다. ‘모험, 개, 외부 활동 모두 매력적입니다. 생존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진정한 도전이 담긴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에이트 빌로우>에서 가장 주목했던 것은 인간 정신의 무한함, 극한의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하려는 인간의 의지였습니다. <에이트 빌로우>는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동물에게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인간의 가족으로서의 개가 매우 희박한 확률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전개될 겁니다. 인간이 거쳐야 하는 여정에 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제리는 한 단계 성숙하게 되고 데이비스는 인생에 연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죠.’
마샬 감독은 일본에서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났으며 이것이 영화화 되었다는 사실을 알자 더욱 관심을 보였다. 감독은 <남극이야기>의 제작자 마사루 카쿠타니를 만나서 원정대가 겪은 모험을 전해 들었다. 마샬은 썰매개 대회에서 4회 우승한 적이 있는 친구한테 연락해 허스키들의 생활, 성격,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개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 어떻게 협력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주었습니다. 덕분에 썰매개의 세계를 생생히 묘사할 수 있었죠.’ 감독이 말했다.
하지만 마샬에게 가장 큰 과제가 남아 있었으니 바로 혹독한 날씨 가운데 거대한 얼음이 덮인 지역에서 촬영을 하는 일이었다. 촬영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스미더스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그린란드 섬에서 진행됐다.
‘<에이트 빌로우>의 제작은 이제까지 만든 것 중 가장 도전적이었습니다.’ ‘<레이더스>를 찍으러 사하라 사막 한 복판에도 있어 봤고 <얼라이브>를 찍기 위해 3천 미터가 넘는 빙하에도 올라가 봤지만 이번만큼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다른 일들은 잘 풀렸습니다. 우리한테는 훌륭한 출연진에 영리한 개들, 멋진 촬영 장소가 있었죠. 성공 확률이 희박한데도 제작진과 동물이 도전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남극 탐험대의 빛 : 쿠퍼 역의 제이슨 빅스
비행사 : 대담한 케이티 역의 문 블러드굿
과학자 : 데이비스 맥클라렌 역의 브루스 그린우드
나중에 모형 바다표범과 개들이 싸우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아카데미를 수상한 스탠 윈스톤의 특수 효과 팀이 합류했다. <쥬라기 공원>의 특수 효과를 담당한 윈스톤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마샬 감독이 말했다. ‘싸우는 장면을 생생하게 살릴 사람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스탠 윈스톤이죠.’ 모형을 설치하고 나자 개들이 바다표범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도록 표면에 땅콩버터를 발랐다.
끊임없이 남극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고되었지만 제작진은 그래도 보람 있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사람들이 우리가 창조한 세계를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패트릭 크로울리가 말했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평생 가보지 못할 곳으로 여행을 떠났으면 싶군요.’
글 : 엠파스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