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마다 산재했던 풍물굿은 조선중기 이후 교류가 활발해져 강이나 산줄기등의 자연환경에 따라 지역별로 성격을 달리하게 되었는데, 태백산 줄기를 따라가는 동해안 일대, 전라도 지역, 경상도 동북쪽의 산악지대와 서남쪽 평야지대 등에서 지역별로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험준한 산줄기가 없는 경기·충청도 지역과 강원도 태백산 줄기 서쪽지역, 황해도 지역은 서로 비슷합니다. 전라도 지역은 근세에 들어 유명한 잽이들의 활약으로 서쪽의 평야지대와 동쪽의 산악지대로 특징이 나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지역이라도 마을마다 차이가 있으며 같은 지역이라하더라도 전혀 다른 성격을 띤 마을도 있습니다.
이런 풍물굿의 판도는 여러 가지 형태로 구분하는데 중부지방 이북의 웃다리풍물굿과 이남의 아랫다리풍물굿으로 나누거나 경기·충청도풍물굿, 영동풍물굿, 영남풍물굿, 호남좌도풍물굿, 호남우도풍물굿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풍물굿의 지방마다 마을마다 독특한 맛을 지닌 풍물굿을 지역별로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풍물굿이 학술 연구 대상이 된 뒤로 지역 판도 구분이 기초 상식처럼 되고 있는 추세여서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여기에서는 바람직한 판도 구분을 위해 설명하겠습니다.
웃다리, 아랫다리로 나눈 앞의 분류는 남사당패에서 쓰던 말로 그들의 주요 무대인 중부지방의 풍물굿과 그 이남의 풍물굿으로 단순히 나누어 경상도, 전라도의 특성을 배려하지 않은 구분입니다.
뒤의 분류는 특성별 구분은 바람직하지만 식민사관에 의한 지역 명칭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보아 이 책에서는 지역 명칭과 가락의 특성을 살려 중부풍물굿, 동부풍물굿, 경상남도풍물굿, 경상북도풍물굿, 전라좌도풍물굿, 전라우도풍물굿의 여섯가지로 나누고 지역별 풍물굿을 말할 때는 중부 풍물놀이, 동부 풍물굿, 경상도 매구, 전라 좌도굿, 전라 우도굿으로 합니다.
* 전라좌·우도 : 이는 조선시대의 구분으로 서울에서 보았을 때 왼쪽인 산간 지역을 좌도, 오른쪽인 평야 지역을 우도라 하였습니다.
* 식민사관에 의한 지역구분 : 충무공의 한 때 벼슬이 '전라좌도 수군통제사'인 것 처럼 조선시대에는 전라도를 좌·우로 구분하였으나 언제부턴가 우리는 호남좌도, 호남우도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경상도는 영남, 강원도 동부는 영동, 황해도는 해서등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런 말은 일제침략기에 한민족을 분열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로 조작하여 쓰게 되었습니다.
호남이란 어떤 호(湖)의 남쪽이란 뜻으로 호는 김제 부량면에 있었다고 하는 벽골제를 뜻한다고 합니다.
벽골제는 삼한시대에 농경수리용으로 축조한 저수지라고 하나, 문헌에 나타난 벽골제는 '물줄기가 흐르다 낮은 지형에 고여 있는' 호가 아니라 '물의 범람을 막기 위한' 제방으로 <삼국사기>에 신라 을해이사금 21년(AD330)에 완공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벽골제는 김제에 있던 것이 아닙니다.
영남은 죽령과 조령의 남쪽이라고 하나 <고려사> 성종14년(AD995) 기록에 전국을 열개 도로 나누고 상주 관내를 영남도로, 경주·금주 관내를 영동도로 하고, 진주 관내를 산남도라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경상도 전체를 영남이라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또 영동은 대관령 동쪽이라 하여 관동과 함께 쓰며 영서는 대관령 서쪽이라고 하나 근거없는 말이며, 해서는 어느바다의 서쪽이란 뜻이나 실제로 황해도는 황해의 동쪽에 있습니다.
이런 말은 중원대륙에서 지역을 나눌 때 쓰던 말로 호남은 동정호의 남쪽을, 호북은 동정호의 북쪽을, 영남은 남령산맥의 남쪽을, 영동은 남령산맥 동쪽을, 관동은 산해관 동쪽을 뜻합니다.
이밖에 산남은 산서성 태행산의 남쪽의 평야지대를, 강남은 양자강 남쪽의 곡창지대를 가리킵니다.
1. 중부 풍물굿
강원도 서부지역을 포함하는 경기·충청도 지방의 풍물굿으로 평택, 안성, 이천, 양주, 원주, 홍천, 단양, 제천, 음성, 천안, 대전, 부여, 논산등의 지역이며 개성, 해주, 신천, 평양까지 영향권입니다.
서낭굿은 하지않고 지신밟기만 하며 두레굿과 걸립굿이 발달하였습니다.
가락 종류는 많지 않으나 판굿의 짜임새가 다양해 당산벌림, 사통백이, 가새벌림, 좌우치기같은 진풀이와 무동놀이가 발달하였습니다.
소고와 법고의 구별이 없고 북을 적게 쓰며 느린 가락과 빠른 가락을 고르게 쓰는 쇠가락이 발달하였고 경기지역에서는 모든 치배가 상모를 쓰나 충청도 남쪽에서는 고깔을 쓰기도 합니다.
2. 동부 풍물굿
백두대간 태백산 줄기인 평창, 정선과 동해안의 강릉, 속초, 삼척, 고성과 경북 해안가 일부지역의 풍물굿으로 함경도의 안변, 함천, 길주까지 영향권입니다.
단오날 외에는 서낭굿은 별로 하지 않고 지신밟기가 성행하며 고사소리가 다양하고 달맞이굿과 다리밟기가 있으며 두레굿과 농사풀이가 발달하였습니다.
서낭대와 신대를 사용하며 앞치배와 소고, 법고, 무동의 수가 각각 같은 수로 편성되며 퍽을 달아 다른지역과 다른 모양의 상모를 씁니다.
판굿에서는 외가락을 되풀이하여 치며 제자리에서 춤을 추지 않고 허리를 앞으로 굽히고 바쁘게 걸어 나가며 단체놀이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3. 경상남도 풍물굿
경상남도 지역의 풍물굿으로 진주, 삼천포, 함안, 함양, 마산, 통영, 고성, 거창, 합천등의 서남지역과 밀양, 울산의 동북지역, 부산, 양산, 진해의 세지역이 성격이 다르며 서쪽으로 갈수록 전라좌도굿의 가락과 닮아 갑니다.
군대의 지휘 체계와 단체행동을 중요하게 여기며 북을 많이 쓰며 북가락과 북춤이 발달하였습니다. 고깔을 쓰기도 하나 대개 상모를 쓰며 채상모놀이와 자반뒤집기가 발달했습니다.
느린 가락에서 차차 몰아가는 빠른 가락을 자주 씁니다.
4. 경상북도 풍물굿
경상북도의 풍물굿으로 청도, 금릉, 대구, 예천, 영천, 달성, 영덕, 군위등의 지역이며 안동, 영주는 동부풍물굿의 영향을 김천, 선산은 중부풍물굿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와 단체행동을 중요하게 여기며 북을 많이 써 가락이 힘차고 박진감이 있습니다. 두패로 나누어 전쟁놀이를 하며 채상모놀이가 뛰어납니다.
느린 가락에서 차차 몰아가는 빠른 가락을 자주 쓰며 지신밟기가 발달하여 다양한 사설이 있습니다.
▶청도 차산풍물굿의 판굿
굿거리춤(춤굿) - 부정굿 - 연풍기굿 - 잦은몰이굿 - 물레굿 - 진굿 이, 삼, 사석 - 농사굿 -
장구놀이 - 북춤 - 조름굿 - 오방진굿
5. 전라좌도 풍물굿
전라도는 좌도와 우도로 나누거나 남쪽의 아랫녘과 북쪽의 웃녘으로 나누는데 앞의 구분은 대개 쓰는 방법이며 뒤의 구분은 예전에 풍물꾼들 사이에서 쓰던 방법입니다.
전라좌도굿은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지리산 줄기의 전라도 산간 지역의 풍물굿으로 임실, 진안, 무주, 남원, 순창, 구례, 곡성, 화순, 순천, 여천과 충청도 남쪽의 금산까지가 영향권이며 내륙과 해안마을이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쇠잽이는 부들상모를 쓰며 대개 상모를 쓰는데 지역에 따라 고깔을 쓰기도 합니다.
윗놀음이 발달하였고 쇠와 장구를 중요하게 여기며 원박 위주의 빠르고 투박한 가락으로 힘이 있습니다. 상쇠와 부쇠가 주고 받는 놀이(짝드름)가 발달하였고 소고잽이의 채상모놀이와 두루거리가 뛰어 납니다.
6. 전라우도 풍물굿
전라도 서쪽 평야지역의 풍물굿으로 익산, 김제, 군산, 정읍, 부안, 전주, 나주, 함평, 장흥, 영암, 목포, 해남, 고창, 진도등의 지역이며 내륙과 해안마을이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쇠치배는 부포상모를 쓰고 다른 치배는 고깔을 쓰는데 치배 옷차림을 악기별로 다르게 써 화려합니다.
장구가락을 중요하게 여기고 느린 가락을 많은 편이나 가락의 변주가 많아 다채롭고 쇠잽이의 부포놀이와 설장구가 발달하였습니다.
고깔 소고놀이와 개인놀이가 발달하였으며 아랫놀음을 많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