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있어서 서울에 갔는데, 마침 서울녹색문화축제가 있었답니다, 혹 경남도 이런 축제를 하게 된다면, 참고가 되리라 하고 올려 봅니다.
그해 여름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어느 시골마을에 시골마을답지 않게 도서관이 있었어요, 그 도서관을 세운 사람은 '빨갱이아저씨'였어요, 아버지는 처형 당해 돌아 가시고, 혼자 남은 딸이 친적집의 보호를 받으며 스무살의 아름다운 여인으로 자라나 도서관 사서를 하고 있는데, 그해 여름, 농촌봉사단 대학생들이 찾아 오면서, 두 주인공의 사랑이 시작되죠, 하지만 처해진 시대상에서 그녀를 보호하기엔 그는 너무 어렸어요, 그런 그를 그녀는 놓아 주죠, 그 영화 장면 中에, 그녀를 찾아 헤매이던 그가 어느 곳에서 조그만 물고기모양의 돌조각을 두고 오는 장면이 있어요, 그 촬영 장소가 여기 밀양 만어사라는 곳인데, 사람들은 잘 몰라요, 영화를 감상하고 난후, 언제 한 번 기회 되면 들러 보세요, 지리산 실상사처럼 나름 텅 비어 있는 맛이 있는 곳이예요, 지리산 실상사처럼 신라시대 고찰이기도 하구요,
제가 여기 밀양에 다시 오니까, 왠지 그 영화가 많이 생각 났어요, 그런데, 녹색당에 와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 정치 상황을 보고 있으면, 더욱 그 영화가 많이 생각 나요, 빨갱이의 공포시대를 아직 벗어 나고 있지 못한 슬픔들이 더욱 슬퍼져요, 어린 마을 사람들을 자라게 하기 위해, 도서관을 세웠던 한 휴먼로맨티스트 아재, 그 아재의 정신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빨갱이의 논리에 고독을 초월하는 미소를 짓는 모습들을 보면, 참, 가슴이 아파 와요, 어찌나 그들의 음색은 순수하기만 한지, 찬란한 슬픔이 밀려 와요, 그해 여름, 인간이 달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어느 해 여름, 그는 여든의 나이로 돌아 갔어요, 그는 어디로 돌아 갔을 까요,
저기 하얀 난닝구 입은 청년 보이세요, 서울에 도착해 시청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에 내려 가니, 수많은 사람들의 속도에 정신이 혼미해져 왔어요, 물음에 정확하게 답을 주는 사람도 없고, 티켓 기계앞에서 사람들의 속도에, 더위에 떠밀리고 있는데, 저 청년이 나타났어요, 이제 갓 스무살이 되었을까, 시인 김수영의 하얀 난닝구를 입고, 드라마 서울의 달의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 받아 본 적 없는 친절하고 능숙한 안내를 해 주는, 서울의 실존, 서울 올라 오면서 잠시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 간 적이 있어요, 낭만과 실존의 상징인, 인환아재와 수영아재가 함께 낸 한번도 본적 없는 시집<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우리가 만나는 날은, 그곳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으로 시작 되리라!
지상에 올라 서니, 해리 포터의 주인공들처럼 순간 이동한 기분이었어요, 드라마 세트장 같은 서울의 실존으로, 대한문 옆에 쌍용노동자들의 천막부스를 보자,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졌어요, 마치 이조왕실의 버려진 자식들 같아서, 우리 왕할아버지 김수로는 왕궁 입장료를 안받으신지 오래 됐는데, 이조할아버지는 떼돈 모아 쌍용노동자들의 남겨진 가족들에게 주실려고, 악착같이 모으시는지 묻고 싶었어요,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었어요,
그렇게 착잡한 심경으로 고개를 돌리자, 동그란 초록잔디밭을 사이에 두고, 저 멀리 녹색당부스가 눈에 들어 왔어요, 이제는 마음이 짠해져 왔어요,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가만 서 있어도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 텅빈 광장에 산타할아버지 말씀 잘 듣는 착한 사람들 마냥 거기 녹색당 사람들이 있었어요,
동작구 부스
도착 하자 마자, 아이가 더울까봐, 팥빙수를 만들어 주셨어요, 알뜰한 스테인레스 그릇이 인상적이었어요,
면생리대를 만드는 모습이예요, 누군지 다들 아시겠죠, 언니같고 엄마같은 이현주님, 소문으로 듣기만 했는데, 이렇게 직접 행동으로 보여 주시네요, 천을 뜨서 본을 그리고, 잘라서 바느질해서 직접 만들어 보도록 부스를 만들어 놨어요, 사랑은 행동이다 Love is action!
순수한 정성이 느껴지는 이니셜들,
채식& 개나 소나 부스, Begun이라는 생태월간지, 벌써 시작했다! 형편이 되면 꾸준히 받아 보고 싶은 책이었어요, 바로 옆에는 맛나 보이는 채식빵도 있었어요,
초록 악세사리 만들어 보는 부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덥지 않다고, 열심히 만드는 법을 교수해 주시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 옆에서 글루건을 예열 시키기 위해, 빨갛게 달구어진 얼굴로 힘들지 않다며 전기 만드는 자전거의 페달을 열심히 돌리는 아이, 그 어머니의 그 아들!
전기 만드는 자전거, 어느 중학교 선생님이 만드셨다네요,
지나가시는 어르신이 계시기에, 가슴에 꽂아 드리며, 녹색당원이시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고개만 끄덕거리시네요, 마음은 녹색이라는 뜻인 듯, 왠지 집에 가서 아내 가슴에다 꽂아 드릴 거 같이 느껴지는 분!
은평 녹색당 부스, 이면지를 활용해 만든 재활용 고서 느낌이 나는 연습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헌옷 천을 활용해 예쁜 가방도 만들어 보게 준비되어 있었어요,
환경 퍼즐 교구, 아이랑 아주 재미있게 놀아 주셨어요, 선생님도 좋고, 교구도 좋고,
아이들의 관심을 독차지 했던, 탈핵놀이, 역시 세상의 가장 순수한 아이들의 힘은 대단했어요, 아이들은 그냥 놀이를 즐길 뿐이지만, 가만히 바라 보고 있자니, 이 순수한 에너지를 누가 이길 수 있으랴, 더위에, 나쁜 컨디션에 지쳐 가던, 나 자신이 추스려 지는 순간이었어요,
저기 예쁜 꼬마 아가씨 손잡고 있는 멋진 아빠 보이시죠, 2000년 무렵에 만든 '글사랑'이라는 인터넷 까페에서 만난 동생이예요, 저번 탈핵3차버스 타고 삼척 갔다가 다시 만났어요, 우연처럼, 운명처럼, 당연한 듯이, 그때는 야리 야리하게만 보였는데, 이렇게 예쁜 두 공주님의 든든하고 멋진 아빠가 되어 있었어요, 다시 봐도 흐뭇하네!
바로 전날, 독일에 답사 갔다 돌아온 4.11총선 탈핵 후보 이유진당원이예요, 피곤할 텐데, 웃고 있으니 아름답네요, 친구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는데, 삐졌겠죠, 페이스북에서 자주 봐서 그런지 옆집에 사는 동생 만난 느낌이었어요,
경기 녹색당 사무처장 김시권님, 녹색당이 한편의 영화라면, 성공한 영화에 꼭 실력파 조연이 있듯, 시권님이 그런 인물이다, 했더니, 입이 찢어 지게 웃으시네요, 탈핵버스 때 뵙고, 두물머리에서 하룻밤 같이 보내고, 세번째인데, 늘 만나던 옆집 아저씨 같았어요,
그외에도 많은 분들이 계셨는데, 제가 건강이 별로 안좋은 상태로 올라 가서, 많이 못 움직였어요, 서울녹색당도 이렇게 다 같이 부스 행사하는 건 처음이라더군요,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아도 한번도 못만나고 살아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녹색당 가족으로 이렇게 만나네요,
영화 세트장같은 서울을 뒤로 하고, 돌아 오는 길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어요, 찬란한 도시의 밤을 빠져 나오며, 저 빛의 절반을 어둠에게 넘겨야, 별빛이 돌아 올 텐데, 서울의 사람들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까, 혼자 중얼거렸어요, 그러면서 도착한 집엔 두물머리의 아름다운 밤하늘이 따라와 있었어요, 서울에 두고 온 사람들 생각에 다시 마음이 짠하고 미안해 졌어요, 나만 이 아름다움을 누리고 사는 거 같았어, 함께 공유하는 그런 아름다운 날을 기약하며!
첫댓글 누나 글 실력 여전하네! ^^
중간쯤 읽다가 급 민망해지네.
암튼 누나 다시 만난 것도 녹색당에서 겪은 인상적인 사건이예요!
마지막으로 수정사항 한가지!
경기녹색당 사무처장님은 이희정님이시구요.
김시권님은 상근당직자입니다.
이 글 '서울녹색당 카페'로 옮겨갑니다.
또 언제 갔다온기요? 누나는 말 보다 글이네, 수고하셨응께 내 밥 사주께요, 연락하이쇼
동갑내기님~글과 사진 정말 재밌게(?)봤어요~한편의 영화같네요~ 서울녹색문화축제 정말 근사합니다 그 어떤 쇼보다도 인간적이고 현실을 담고 있고 또 지속가능한 미래도 담고 있네요~ 우리 경남도 이런 축제 한번 준비해봐요^^아침이 잘 지내죠? 자꾸 회의때 만나서 아침이랑 놀지도 못하고 헤어져서 아쉬웠어요~이번 운영위 워크샵때 아침이랑 꼭 오세요! 함께 별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