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이 된 초등학생 (수필)
이 춘운
아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는데 잘 쓰고 있다
일곱 살때 글을 가르 칠 때는 내리금 하면 갈지자로 긋고 가로금하면 내리끗고 하어 <야 ! 멍청한 놈아 >하며 머리를 때리군 했었다 그래서 글 가르치려고 <성희야 공부 안 할래> 하면 <안해 또 머리 깔라고>하며 글을 배우지 않으려 했었다
세월은 참으로 빨리도 간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아들이 벌써 오십살이 되었는데 글을 모르니 세월 가는 것도 모르고 어린애 구실을 하고 엄마는 아직도 어린애처럼 취급하니 잠시만 엄마가 없어도 <엄마 어디 갔어 언제와 >하고 혼자 집에 있기 싫어 한다
하지 마비로 걷지 못하고 혼자 밖에 나갈 수 없는 장애인의 반평생이 흘러간 것이다
장애인이니 겨울엔 추워서 휠체어 타고도 밖에 나갈 수 없고 만성 기관지염으로 조금만 찬바람을 맞으면 저녁 잠자리에서 줄기침을 하게되어 백약이 무효다 그래서 겨울엔 추운 바람 봄에도 찬바람 여름에도 마스를 끼고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다 부모들이 따라 다니는데 나는 나름데로 전동 자전거를 타고 가니 전동스쿠트보다 빨리 갈 수 있으나 엄마는 반은 뛰고 반은 걷고 따라 다니는데 따라 오지 말라고 해도 안심되지 않아 매일 동반하니 얼마나 힘들고 고달프겠는가 엄마가 이렇게 해도 아들에게 미안해 한다
어릴적에 운동을 시키고 글을 가르쳤으면 시간 가는 것을 알았을 터인데 살기 힘들다는 구실로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으니 바보 아닌 바보로 전락 시켜 버렸다
엎친데 덮치기로 2년전에 포경 수술을 해야 했는데 극부 마취하면 장애인이라 혹시 손으로 다칠까봐 전신 마취를 했는데 목구멍으로 약을 튀입하면서 목젓 뒷부문 식도를 건드려 위산이 목으로 넘어 오며 줄기침을 하어 여름인 지금도 마스크를 끼고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나름데로 전동 휠체어를 몰고 다닐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니겠는가
오월의 어느 날 <성희야 우리 공부 좀 해볼까><공부 안해 또 대가리 깔라고> <인제는 안 때려 또 대리면 공부 안 하면 되지> 이렇게 달래고 얼리고 해서 일 이 삼 사 십까지 쓰보라고 했더니 시키는 데로 다 쓸 수 있엇고 두세 개는 잘 기억하고 있었다
오 십 살이 되어서 글을 가르치는 초등학생이 어디 있겠는가 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미어지게 아프다 어릴 때 글을 가르쳤으면 지금쯤은 혼자 동서 남북 못가는데 없었을 텐데 밥만 잘 먹이면 되는 줄알았으니 부모 노릇을 잘 못 한 것이다
일곱 살 때 혹시 병원에 가면 하지 마비를 고칠 수 있을까 해서 엎고 병원에 갔더니 애는 머리를 다쳐서 고칠 수 없는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면서 뇌부강이라는 약 몇 병만 처방 해주면서 이것만 먹이면서 기다려 보라고 했는데 너무 기가 막히고 너무 힘들어 병원에서 나와 전철역에서 버리려고 엘리베이트 앞에다 내려 놓고 십 여보 가니 아들이 <아버지 어디 가요> 했다
나의 가슴에서 뜨거운 그 무엇이 울컥했다 앞을 가릴 수 없는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흘러 내렸다 그때 내나이 스물일곱이였는데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어떻게 부모로써 자식을 버릴 수 있겠는가 아무리 살기 힘들어도 고락을 함께 하려고 결심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렇게 지금껏 함깨 살기만 했을뿐 장애인이라고 글을 가르치지 않았고 운동도 그저 도로변 란간에서 이 삼 십보 걸리고는 집으로 돌아 왔는데 이것이 운동 이었다
이 년전 구로구청에서 과장이 집을 방문 하고는 장애인을 위하어 개발한 기립훈련기 한 대를 보내 주었다 그때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지금은 매일 기립 훈련기로 반시간씩 걷고 있는데 기립훈련기에서는 잘 걷고 있다
6월의 어느 날 횡단 보도를 건널 때었는데 앞사람을 피하느라 전동 휠체어로 엄마를 치어 바퀴가 엄마의 종아리 무릎 넓적다리로 올라 갔다 내려 와서 종아리 무릎 넓적 다리 여섯군데나 퍼릇게 멍이 들었으나 한번도 아프다고 하지 않고 그저 서글픈 미소만 짓고 있다 얼마나 아팠을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한평생은 누가 보상해 주겠는가 말이다 매일 집에서 멤돌며 아들하고 씨름하고 있는데 아침 식후엔 대변을 보고 나면 사타구니에 냄새 날까 매일 씻기는 일이 오 십 년이 되어 버렸다 요즘엔 내가 씻기고 있는데 어른의 구린내는 어지러울 정도로 너무 지독한데 자식이니 그렇게 깨끗하게 보살펴 주고는 있지만 부모들의 행복과 자유는 어디에서 보상 받아야 하는지 물어 보고 싶어진다
아들을 대리고 푸른수목에서 아들은 전동스쿠트를 몰고 운동장에서 돌고 나는 운동기구에서 차례차례 30분간 운동을 하고 이렇게 오전엔 운동장에서 집사람도 와서 운동도 하며 아들을 지켜보고 있다
매일 이렇게 오전시간은 수목원 운동장에서 집사람하고 아들을 대리고 운동 하고 나니 오전의 스캐줄은 끝났으나 다른일은 엄두도 낼 수가 없는데 머리위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때면 여행을 가고 싶어진다 나라에서 준 문화카드 일인당 13만원 3인이니 39만원인데 제주도 여행이나 일본도 갈 수있으나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들까지 대리고 여행을 갈 수도 없고 집사람하고 함께 가려하니 아들을 맡겨 놓을 때가 없다 혼자 가려하니 집사람한태 미안하다
집사람은 보건소에서 결재한 100만원을 저축해놓고 일본 여행을 가라고 했으나 차마 여행을 혼자 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돈으로 전동스쿠트 밧데리를 바꾸고 알티지오메가-3를 사고 소팔메트를 사고 나니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금년에도 여행 가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 간 것 같다 서운 하지만 내년으로 미루어야 하겠다
오전 시간은 운동장에 보내고 오후 시간은 아들애에게 글을 가르치는데 그것도 매일 가르칠 수가 없다 <아버지! 오늘은 공부 안 해>하는데 병원에 약 받으려 가야하고 집사람도 정형외과에 허리 디스크 도수치료 받으려 가야 한다
50살에 인재야 공부하려 하니 학교에 보낼 수도 없고 난감하다 그래도 힘자라는데로 글을 가르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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