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고, 또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해? 너같은 여자, 정말
지긋지긋하다. 끝만은 좋게 끝내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헤어져!"
눈물로 마구 얼룩진 얼굴에 달라붙은 앞머리를 넘기며, 조금은 진정된 듯한 여자가
창민이라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여자가 자신을 노려보자 죄책감을 느꼈는지 황
급히 고개를 돌렸다. 여자는 그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참아내는지, 마구 흔들리는 음성으로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날 버렸지만, 난 아직도 당신 사랑해. 나 평생 당신만 볼거야. 죽어서까지
당신만 사랑할거야. 해바라기처럼.. 난, 당신을 위해 해바라기가 될거라구!!"
"웃기는 소리 하지마. 니가 몇 번을 죽어서 나타난다 해도 절대 알아주지 않아 - "
그리고 등을 돌려 여자에게서 멀어지는 남자. 그런 남자를 보며 희연은 정신없이 웃
는다. 너무 슬퍼서 이미 슬픔의 차원에서 벗어난 걸까.
희연은 가장 가까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간다. 철사로 자물쇠를 덜걱거리며 연 후,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밑으로 몸을 날린다. 그 순간까지 창민의 이름을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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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민은 지금 자신의 옆에 다소곳이 서있는 여자가 미칠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전에
자신을 너무 열정적으로 사랑해, 죽어버린 그 여자 - 희연과는 다르게 말이다.
희연은 흰 얼굴에 치렁치렁한 까만 생머리, 그리고 특이하게 붉은빛이 감도는 노란
색의 눈. 창민은 그녀가 프랑스계 혼혈아라는 것은 참을수 있었지만, 너무 아름다워
서 자신과 대조된다는점이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대조되는 것이) 정말 부담스
러웠다.
그에 비해 지금 자신과 결혼하려고 웨딩드레스를 한껏 차려입고 옆에 서있는 이 여
자는 어떤가! 까무잡잡하고 건강해보이는 외모에, 짧고 귀엽게 컷트한 갈색 머리,
게다가 당당한 한국 여성이며 돈까지 많았다. 창민은 희연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
을 이 여자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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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다녀왔다!"
"와아 - 아빠, 다녀오셨어요?"
"여보, 이제 와요?"
단란한 가정의 분위기. 아빠와 아내와 두 아이들. 물론 아빠는 창민이었고, 아내는
창민과 희연을 헤어지게 만든 그 여자였다. 이미 그들은 희연을 잊고 살아가고 있었
다.
그때, 창민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어? 베란다에 저건 뭐야? ...해바라기 아니야? 갑자기 어디서 났어?"
"아, 그거요? 아침에 애들 데리고 놀이터에 갔는데, 어떤 할머니가 해바라기를 싸게
팔더라구요. 꽃도 크고, 싱싱해보이는데다가 가격도 싸니까 바로 샀죠. 어때요, 해
바라기가 정말 이쁘죠?"
"이.. 이쁘긴 뭐가 이뻐! 빨리 버려! 버리라구!!"
아내는 갑작스럽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창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건 당연
했다. 창민도 자기 자신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해바라기꽃의 그 노란 꽃잎.. 그 꽃잎의 노란색에는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
다. 마치..희연의 눈동자 색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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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집에 돌아온 창민은 깜짝 놀랐다. 집 안이 너무 스산하고 또 너무 조용했
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를 부르려다가 문득 짚이는 곳이 있었는지 바로 베란다 창문
을 열었다. 해바라기꽃이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창민은 해바라기꽃을 움켜
쥐었다. 피.. 피가 묻어나왔다 - ..
그는 황급히 손을 떼려고 했지만, 해바라기꽃에 접착제라도 붙어있었는지 떼지지 않
았다. 그리고, 해바라기꽃 줄기에서부터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당신만의 해바라기가 될거라고 했잖아요. 나 돌아왔는데.. 어때, 이젠 나한테 다시
돌아와 줄거지...?"
첫댓글 ㅡ,.ㅡ;ㅎㅎ 허허
ㅎㅎ GREAT~!
very good!!
헛-_- 영어에 약한 제게 꼬릿말을 영어로 달아주시다니-_-;; 꼬릿말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ㅠ
한편의 공포소설을 읽는듯 하네요 >_<ㅋ
저희 사촌집에있는 책에서 읽었던 거네요^-^ 결말은 약가 다리지만..
-_-..... 대략 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