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귀도 레니
제2의 라파엘로라 일컫는 볼로냐의 귀도 레니(Guido Reni, 1575-1642)는
풍부한 색채감각과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이탈리아 바로크의 대표적 화가이다.
1605년경에 그렸고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은
교회에 신앙의 기초를 놓은 두 사도의 이미지를 형성화하였다.
사도 성 베드로는 사도들 가운데 으뜸이요 첫 교황이 되었고,
사도 성 바오로는 선교를 통해 이민족의 사도라 불리게 되었다.
교회의 두 기둥과도 같았던 이들은 로마에서 순교함으로써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시대의 중심지인 로마의 주보성인이 되었다.
왼편에 바위에 기대어 앉아 있는 분이 사도 베드로이다.
베드로가 앉은 바위 위에는 열쇠가 놓여 있는데,
이것은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맡기신 천국의 열쇠를 형상화한 것이다.
예수님께서 ‘반석’을 뜻하는 베드로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울 것을 약속하시며 천국의 열쇠를 맡기셨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마태 16,18-19)
그래서 베드로는 영광의 색인 황금색 망토를 걸치고 있다.
한편 사도 바오로는 오른편에 성경을 들고 서 있다.
바오로 사도의 왼손에 들린 성경은 이방인의 사도로서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한 바오로 사도의 열정을 상징한다.
바오로는 율법을 지키는 데에 흠잡을 데 없는 바리사이였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박해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바오로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주님을 만나고 회심을 한다.
바오로는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신의 회심 사건을 회고하면서
그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고백하였다.
주님께서
“맨 마지막으로는 칠삭둥이같은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
사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1코린 15,8-10)
이처럼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한 바오로의 참된 회심은 그의 모든 것을 변화시켜 주님의 사도로 거듭나게 했고,
선교를 통해 교회의 신앙을 밝히 깨우쳐 주었으며 이민족의 스승이 되었다.
그래서 바오로는 열정과 사랑의 색인 붉은색 망토를 걸치고 있다.
두 사도는 지금 손짓을 통해 교회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하고 있다.
그들의 시선과 손짓은 목가적인 배경 위에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투박한 복장에 나이 들어 머리가 벗어지고 수염이 센 베드로 사도와
세련된 차림의 젊은 바오로 사도가 좋은 대조를 이루며,
바오로는 성경 말씀에 비추어 교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베드로를 설득하고 있고,
베드로는 교회의 어려운 현실을 고민하며 바오로에게 변론을 하고 있다.
[출처] 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 귀도 레니|작성자 말씀과 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