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작명가/김태형-
어느 작명가가 지은 것은 내 이름만은 아니다
지나가는 이를 불러다 얼마를 주고
이름을 지었다는데
척 이름자를 적어놓고는
장차 시인이 될 운명이라고 했다든가 그이는
그렇게 말했다 한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갑자기 운명이라는 게 다가온 것일까
그게 아니지 싶기도 해서 딴청을 부려보는데
생각해보면 아마도 떠돌이 작명가는
이름 한번 지었다 싶어
그리 말했을 것이다
그 운명이라는 것이 말하자면
시를 쓰다 바람에
구름 한 점 걸어놓지 못하고 떠돌던
자신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 불러주는 것
부르고 다시 지워내는 그것은 구름과 바람의 문장이다
그렇게 그가 내 이름을
처음으로 부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딱히 틀린 운명을 살지는 않았던 모양일까
나에겐 그이의 운명도 함께 들어 있는 셈이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