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미래통합당의 태영호 당선자를 향해 “몇 년 전까지 우리의 적을 위해 헌신했던 사실을 잊지 마시고 더욱 겸손하고 언행에 신중 하라”고 경고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 20대 이후 대부분의 생을 안보라인에서 보냈던 제가 20대 이후 대한민국을 증오하고 험담하는 데 대부분의 생을 보냈을 분한테 한 소리 들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태 당선자가 최근 불거진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을 두고 “북한의 반응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 것이 발단이 됐다.
김 의원은 이에 “그 분(태 당선자)이 무슨 정보가 있을 수 있나. 있으면 스파이”라고 저격한 바 있다. 태 당선자는 “김정은 신변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다양한 견해와 분석이 오가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것이 왜 정치적으로 공격의 빌미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짓밟아 나를 돋보이는 정치가 아닌, 진정성과 일로써 신뢰받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고 충고.
김 의원은 이날 거듭 “제가 태 당선자를 믿지 않는 것은 정치 때문이 아니라 근거도 없이 혼란을 가중시키는 언행 때문”이라며 “정부기관이 가지고 있지 않은 김정은 신변에 관한 의미 있는 정보가 만약 있다면 연락 달라"면서 “국정원과 통일부, 군·경의 북한정보파트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도 했다. 태 당선자 한 명보다 못한 능력을 가진 조직은 가치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태영호 당선자는 주영(駐英) 북한 공사 출신으로 2016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근무했고, 이번 4·15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에서 당선됐다.
태영호 당선자의 반론을 소개한다.
탈북 정치인은 입 닫고 살아야 하는가? 최근 김정은의 신변에 대해 다양한 보도와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한 여러 주장과 분석에 귀 기울이면서 급변하는 한반도와 이를 둘러싼 국제적 상황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김정은 신변과 북한 동향과 관련한 자유로운 견해와 분석을 내는 데 대해 동료 의원이 스파이, 감성을 자극하는 선전술, 국정원과 통일부, 군경의 북한정보파트 예산 전액 삭감하여 드리겠다. 등 지나친 표현까지 써 가며 공격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습니다.
몇 년 전까지 우리의 적을 위해 헌신했던 사실을 잊지 마시고 더욱 겸손하고 언행에 신중 하라는 표현은 심지어 협박으로 들리며 이러한 주장은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 탈북민들에 대한 공격이고 저를 선택하여 국회에 보내주신 강남 주민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이 분의 주장대로라면 고위 탈북자들은 무조건 조용히 입 닫고 살라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아가 지금의 북한 핵심 계층들은 앞으로도 김씨 정권에 저항하지 말고 영원히 굴종하며 살라는 것인가요? 김정은 정권보다 더한 인신공격을 그것도 동료 정치인으로부터 받게 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과연 이것이 제가 아는 자유민주주의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탈북 정치인의 입을 틀어막아 북한문제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차단하려 한다면 이는 명백히 반민주적이고 위험한 발상입니다. 앞으로 국회에서 만나 함께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 동료를 헐뜯는 건 스스로 국회와 국회의원의 위상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굴하지 않겠습니다. 이 길은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오던 때보다 더 굳은 결기와 죽기를 각오하고 시작한 길입니다. 선거 때도 비슷한 음해를 수없이 받았고 제가 국회에 들어가게 된 상황에서 이런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들을 권리가 있고 현명히 판단하실 수 있는 분들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북한체제의 본질을 알리고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대한민국 정부가 올바른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해 나가겠습니다. 이것이 저를 국회로 보내주신 국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