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사실상 끝났다. '조 바이든 시대'가 열리는 미국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또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현재 미국 워싱턴DC에서 오랫동안 한인유권자 운동을 벌여 오면서 미국의 정치상황을 꿰뚫고 있는 화천 출신 김동석(49회)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와 메신저를 이용한 비대면 실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선 전인 올 9월 초 1차 취재 때 조 바이든의 승리를 예측했던 김 대표는 지난 9일 2차 인터뷰에서 대선 후의 현지 분위기와 향후 한국과의 관계까지 전망했다.
코로나에 참혹한 피해, 바이든 이긴 게 아니고 트럼프가 졌다
'美 정상으로 돌아간다' 지식인들 안도…트럼프 불복 예견될 일
바이든 어젠다 10위권 한반도 없어 한미관계 숨 고르기 불가피
■예측한 대로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 미국에 어떤 의미인가=
“'미국이 정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라는 의미가 있다. 미국의 지식인들이 안도하게 됐다. 범죄 수준의 백인우월주의 인종 집단들이 무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던 트럼프 때와는 달라진다. 이민자들을 핍박하던 트럼프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한국에 대해 터무니없는 방위비를 요구하는 트럼프의 행태는 더 이상 아닐 것이다. '조 바이든'의 시대는 미국이 트럼프 이전의 상황으로 복귀라는 의미가 틀리지 않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트럼프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았다.”
■'트럼프에 대한 두려움'이란 무슨 의미인가=“미국 소수 기득권층의 오만과 탐욕이 트럼프라는 '괴물' 대통령을 나오게 했다. 4년 전 트럼프는 미국을 두 개의 나라로 나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눴다. 트럼프가 나라를 두 개로 나눠 대통령이 돼 재임하는 지난 4년간 명확하게 두 진영으로 분할됐다. 백인과 비백인, 시골과 도시, 이민자와 반이민자, 보수기독교인과 그 외의 종교인으로 나눠졌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에게 졌지만 자기를 지지하는 진영의 대표자로 군림하는 데는 성공했다.”
■바이든이 역대 최대 득표를 했다. 트럼프가 과대 평가된 것은 아닌지=“역대 최대 투표율 상황에서 바이든은 4년 전 '힐러리'보다 800만여표를 더 얻었지만 트럼프 역시 4년 전 자신의 득표보다 800만여표를 더 확보했다. '억지를 부리는 트럼프가 이제 곧 미국 정치권에서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것은 미국 속사정을 모르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한 정당의 중심에 섰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는 그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의 정치행위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따르고 지지하는 골수 지지층에게 정확하게 닿아 있다.”
■그렇다면 바이든의 승리 이유는 무엇일까=“코로나 펜데믹 상황이 아니었다면 트럼프의 재집권은 식은 죽 먹기였다. 미국 선거는 대개 그 당시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 코로나 상황이 시작되기 전까지 미국 경제가 회복기를 거쳐 호황기였다. 높은 성장과 낮은 실업률이 트럼프의 경제 성적을 한껏 높였다. 문제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참혹한 피해를 받았다. 투표가 진행될 때도 하루 확진자가 13만명 이상 나왔다. 13만명 이상이 숨졌고 감염자가 80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 조 바이든이 이긴 것이 아니고 트럼프가 진 것이다. 선거판에 조 바이든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와 반트럼프로 선거가 치러졌다. 바이든 승리는 전적으로 감염병 상황이 트럼프를 패배시키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트럼프는 패배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예견된 일이다. 트럼프는 선거 초반부터 자신은 분명히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바이든 측이 우편투표를 조작해 부정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반복해서 발언했다. 불복 소송 등은 트럼프의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가는 것이다. 당선자가 바뀌는 상황까지 오지 않겠지만 한동안 혼란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을 포함한 미국의 법률은 선거 결과에 무조건 승복하는, 그래서 평화적으로 정권이 이양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 미국 지식인들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바이든이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바이든 행정부와 한미 및 북미 관계를 예상해 달라=“워싱턴의 눈으로 한반도 문제는 바이든 새 정부의 어젠다 10순위 안에도 없을 것이다.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이번 미국 선거는 트럼프와 트럼프를 반대하는 선택의 선거다. 바이든 정부는 거의 모든 힘을 미국 내 문제를 바로잡는 일에 쏟을 것이다. 미국 외교 기조가 세계 국가들로부터 미국이 존중받도록 하는 오바마 때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국가 간 오랜 관계를 잘 유지하는 당사국 존중이 원칙이다. 바이든의 한반도 정책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재판으로 예상하는 것은 너무 근시안 적이다. '전략적 인내'는 당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입장이었지 오바마 정부의 주장이 아니었다. 1990년대 클린턴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생각해야 한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맞춰 클린턴 대통령은 연착륙 정책(Soft Landing)을 펼쳤다. 이때 그 연착륙 정책을 의회에서 추진한 사람이 조 바이든이었다. 바이든 정부의 한미 관계는 당분간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미중 관계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4년 전 트럼프가 러시아와 내통해 선거를 치른 것이 밝혀지면서 미국 선거판과 행정부에 다른 나라 정부가 개입하는지에 대해 FBI가 눈을 부라리는 상황이다. 미국 시민인 우리도 매우 조심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중국을 위해 조금이라도 활동한 중국계 미국시민들이 얼마나 많이 FBI에게 드러났는지를 봐야 한다. 현재 국무장관으로 수전 라이스가 거론되고 있다. 수전 라이스는 아주 강경하고 대중국 강경론자다. 덩샤오핑, 장쩌민 등과 친분이 있고 오랫동안 중국을 국제 규범에 맞춰 나오도록 노력한 바이든이 최근에는 시진핑에 배신당했다는 생각을 한다. 시진핑이 권위적이고 장기 독재권력을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하면 바이든 정부의 미중 관계는 트럼프 때와 마찬가지로 긴장 관계일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경제 문제는 협력 관계가 조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경기침체를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다.”
■바이든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지 궁금하다=“개인적인 관계는 없지만 바이든이 상원의원일 때 그의 보좌관들과 가까이 알고 지냈다. 당시 전문 보좌관들이 바이든 새 행정부에서 일하게 되니까 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팀들이 이번에도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부장
김동석 대표는
화천 출신으로 춘천고와 미국 뉴욕 헌터칼리지 졸업. 1996년 한인유권자센터를 설립해 뉴욕과 뉴저지, 워싱턴D.C. 일원에서 3만명 이상의 한인 유권자가 등록하는 성과를 거뒀고 이를 통해 1996년 5% 미만이던 한인 투표율을 평균 60%대로 높였다.
2010년 뉴저지에 서방 세계 최초의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세워 이 문제를 미국 사회 전역에서 공론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2012년 5월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미 연방의회가 이민자들 중 미국 사회 발전에 기여한 사람을 선정해 수여하는 '엘리스 아일랜드상(Ellis Island Medal of Honor)'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미국 내 한인들의 풀뿌리 시민참여운동과 민권운동을 비롯한 한인 정치력 향상을 위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