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딩의 코펠 감독은 후반까지 설기현에게 힘을주며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믿음속에서 설기현은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었다.(Photo by Chris Coleman/Manchester United via Getty Images) ⓒGettyImages/Multibits/나비뉴스 |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맨유와 이번 시즌 최고의 돌풍으로 주목 받으며 리그 6위를 달리고 있는 레딩의 멋진 한판 승부가 기대되기도 했지만 필자는 한국 축구팬들과 마찬가지로 박지성과 설기현의 그라운드 맞대결이 더욱 흥미로웠다.
맨유와의 경기를 앞둔 이틀 전, 레딩의 연습 경기장에서 설기현을 만났다. 최근 몇 경기에서 설기현은 출전 명단에 조차 오르지 못했다. 자연스레 설기현에 대한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었지만 설기현은 그저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을 뿐이었다.
설기현은 이미 맨유와의 원정팀에 합류해 다음 날 팀 동료들과 함께 이동하도록 일정이 잡혔다고 밝혔다. 드디어 그에게 그의 실력을 모처럼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의미였다. 그래서였는지 설기현은 연습 구장에서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고 자신감 넘치는 얼굴이었다.
경기 당일, 양팀의 출전 선수 명단이 구단 관계자의 의해 필자에 손에 쥐어졌고 명단을 받자마자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먼저 찾게 되었다. 설기현의 선발 출전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최근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박지성은 후반 교체로 투입되지 않을까 전망했지만 퍼거슨 감독은 또다시 예상을 뒤엎으며 박지성을 선발출전 시켰다.
이 날 박지성과 설기현의 FA컵 만남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시즌 설기현의 당시 소속팀이었던 울버햄튼과 맨유의 FA컵 경기가 울버햄튼의 홈구장에서 치러지면서 이미 박지성과의 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당시 챔피언쉽리그의 울버햄튼은 프리미어리그 소속의 맨유를 맞아 이렇다 할 반격조차 해 보지 못한 채 3대 0으로 크게 패하며 맨유에게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넘겼다. 당시 설기현과 박지성은 선발 출전해 팀 공격을 이끌었지만 설기현은 전반 직후 교체 되어 그라운드를 내려와야만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박지성은 같은 소속팀으로, 설기현은 챔피언쉽리그 팀이 아닌 프리미어리그의 레딩 소속으로 또다시 서로를 만나게 됐다.
뒤늦게 불붙은 설기현
맨유와 레딩의 FA컵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돋보였다. 전반 박지성의 움직임은 최근 경기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에서 또다시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과감한 돌파와 날카로운 패스는 수준급으로 성장한 박지성의 현재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경기 직후 영국 언론을 통해서도 ‘호날두’보다도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딩의 설기현은 박지성에 비해 뒤늦게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비록 시간이 더디기는 했지만 스티브 코펠 감독이나 레딩 팀 동료들에게 설기현의 진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전반 내내 수비에 치중하던 레딩이 후반들어 적극적인 공격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측면 공격을 이끄는 설기현의 측면 돌파가 여러 차례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동점골의 시발점이 된 것 역시 설기현이었다.
이날 설기현은 스티브 코펠 감독과 동료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Photo by Chris Coleman/Manchester United via Getty Images)ⓒGettyImages/Multibits/나비뉴스 |
레딩은 전반 종료를 앞두고 캐릭의 선제골이 먼저 터지면서 맨유에게 뒤쳐지기 시작했지만 후반 들어 설기현이 에인세를 어렵게 만들며 측면 돌파를 여러 차례 이어갔고 결국 설기현은 레딩의 코너킥 기회를 만들었다. 그 코너킥은 군나르손의 동점골을 뽑아내는 동시에 레딩과 맨유가 재경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만든 아주 큰 의미의 코너킥이 되었다.
코펠 감독은 설기현을 믿는다
설기현이 후반 들어 보여준 활약은 대번 코펠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설기현이 후반 들어 레딩의 측면 공격을 이끌 때, 웬만해서는 감독석에서 나오지 않는 스티브 코펠 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라운드 가까이에서 선수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손짓으로는 설기현의 측면 공격을 받쳐주라며 중앙에 있는 선수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사실 이 날 설기현의 플레이는 전반전만 보자면 충분히 교체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코펠 감독은 설기현에게 힘을 주며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믿음 속에서 설기현은 그의 진가를 보여줬다. 실전 그라운드에서 한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던 설기현이기에 이 날 큰 활약을 기대하기는 힘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펠 감독은 설기현의 몸이 풀리는 그 순간까지 그를 기다렸다. 지난 시즌 울버햄튼의 글렌 호들 감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바로 팀 선수를 향한 감독의 확고한 믿음이었다.
코펠 감독은 평상시 훈련할 때도 그리 말이 많은 감독이 아니다. 그렇지만 선수들의 심리 상태까지 하나 하나 모두 파악하고 있으며 그런 선수들의 내면까지도 깊이 내다보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날 코펠 감독이 보여준 믿음은 설기현에게 큰 힘이 된다.
맨유와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를 2분 앞두고 설기현은 글렌 리틀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내려왔다. 그라운드를 내려오는 설기현에게 코펠 감독이 수고했다는 의미로 어깨를 두드려 주는 모습은 무척이나 따뜻해 보였다.
첫댓글 설기현 선수 부활하길..
참 코펠은 정말 좋은 감독같음 솔직히 리틀이요즘에 내가보기에도 정말 잘하는것 같아서 설이 선발이 아니더라도 할말이없음.. 설견 화이팅~
제 카페로 좀 퍼갈께요~~
코펠 감독은, 설기현 선수가 슬로우 스타터란걸 알고 있던게지..ㄲㄲ
현대축구의 반역자.... 그가 몸이 풀리면..ㅎㄷㄷ
리틀이 너무잘함
설기현이 못하는게 아니라 리틀이 진짜 상승세임....
진짜 리틀 예상외로 너무 잘함, 그런 좋은 선수가 부상이었는지 몰랐음
코펠 퍼거슨 후임으로 했으면@@@@@@!@
ㅠㅠ 레딩에 코펠이 없다면...상상하기 싫어요
요즘 돈도 좀 버는데 울버햄튼에 돈 좀 주고 설기현 간간이 써주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