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구절이 나를 / 수류 채남식
강경자
곧은 심지로 박힌 철근에 살이 오르고
어둠을 삭히는 불빛 아래
비로소 곰삭은 내가 날 때
권명숙
얇고 부드러운 쪽에서 바람은 시작되니까
말허리를 잘라 씹는 일
그 빛 내 몸속으로 들어와 번진다
권운영
한솔가지 휘감아 뿜어나는 떨림
시실에 반짝이는 수정은
눈물로 키운 사랑이니 건듯 불고 간 바람
김경옥
그리운 건 찌르듯 망울진다
비탈을 내려오는 바람
늘 쫓아갈 수밖에 없는 세월
김연화
언덕 너머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끝내 잡히지 않는
시린 바람 한 줄기 귀뿌리를 스친다
버겁던 짐들 분수처럼 내 뿜으며
김윤정
얽히고설킨 인정의 어느 한마디를 끊지 못할 테니
줍기조차 남루한 꿈들 사이
햇빛조차 정이 알팍 하다
김은수
심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는 자존심
정과 사랑을 햇빛에 녹여 먹었다
고향 같아 또 오고 싶단 말 앞마당에 떨궈놓고
김인숙
아직은 팔월 스무날 한 홉 남은 달
시방도 줄지어 뚝방 길섶 헤치고 간다
가지런히 씨줄 날줄 엮어가는
김홍순
살랑이는 바람에도 흔들려보고 싶고
풋가슴을 달구기도 했는데
두 눈 감고 조용히 불러본 이름 석 자
김희순
가을비는 삭신 파듯 쌉쏘롬하다
긴 하품 늘어지게 가을볕에
걸어 놓는다
문동호
사랑이 뭐길래 흘려보내도 고이는 것인가
속이 비어 옹이만 커져 있는 너
자취를 감추면 더 쏘아대는 침
박종순
가슴 시리도록 그리운 사랑 꽃
인연이란 게 굴레라 해도
갈잎 애태우는 냄새가 메마르다
방인자
새들의 곡선에서 허공의 깊이를 살피거나
시루 밑둥 같은 젊은 날을 보내고
아삭거리는 날들을 베어먹다 무른 마음
송지현
씹을수록 깊은 산자락의 향기
강촌 집 채마밭 끝자락에
아직도 저녁놀은 타고 있겠지
신미영
눈으로 찍어 마음에 심은
빛고운 삶을 그림으로 그리듯
어머니 등 푸른 사랑, 풋풋한 바늘에 버무러져 있다
심재희
눈먼 도시의 냉기가 순식간에 감겨드는 젖은 4월
언제나 서 있던 자리는 사선이었다
머리보다 가슴으로 맺을 수 있는 비린내 가신 여자
이영숙
눈 아리게 밝히는 등불
머언 바다 건너 달빛이 다가와 속삭이고
엉겅퀴처럼 가시 돋친 기억 사라진다
이진원
한 송이 하얀 꽃으로 살고 싶다
누구에게도 마음 붙일 수 없어
산으로 날아온 새
주정자
콩나물이 자라듯 도전은 아름다운 열매
스스로 지워져 가는 낮 달처럼
그리움을 뒤로 한 채 저 멀리 떠나가네
최 윤
접었던 날개에 바람 칠 하더니
사랑 그 자락의 끝을 잡은 난 아내가 되었고
그 아내였던 난 엄마가 되었다
허복조
정이 묻어나는 공간 만들어
함께 울고 웃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되고 싶다
비울 줄 알아야 더 아름답다는 것
홍춘녀
옥색 치마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바다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 삶의 파편 같은 것
삭정이 된 몸에 저승 꽃만 피어 있다
황해경
내 안에 있으나 내 것이 아닌 것들이
내가 당신에게 잠긴 동안
하늘과 바다는 온통 별 밭입니다
첫댓글 김은수 글이라 한것이 김인숙 시 이옵니다 바로잡아 주세요 "아직은 파월 스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