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장마가 끝나면 다음 주부터 여름 무더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한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무더위를 피해 갈 곳은 물놀이장 뿐이다. 하지만 상당수 물놀이장의 시설이 노후화돼 곳곳이 허점 투성이다. 여름 개장을 앞두고 적당히 도색만 다시 한곳이 한둘이 아니다. 이러다 아이들이 허술한 설비 탓에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건가. 당초부터 논란이 됐던 유해물질 설비도 그대로다. 유해 논란이 거셀 당시 각 지자체들이 당장이라도 개선할 것처럼 나섰는데 결국 유아무야 지금까지 왔다.
울산지역 어린이 물놀이장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현재 울산지역 5개 구군에 10여개가 설비돼 있다.하지만 숫자가 늘어난 만큼 시설의 안전도 강화됐는지는 의문이다. 몇 년 전 중구의 한 물놀이 장에서 어린 아이 한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경위를 살펴보면 아주 간단한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이 부모는 아이의 행동반경을 놓쳤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안전 요원들이 배치돼 있으니 그런 일이 발생하리라고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놀이장 운영업체 측은 부모들이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업체 측도, 안전 요원들도, 부모들도 겉으로만 빙빙 돌고 아이들의 안전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았다. 이렇듯 특히 아이들의 안전사고는 어디서 언제 어떻게 불거질지 예측할 수 없다.
안전사고란 게 반드시 `목숨을 잃는 일` 만은 아니다. 시설물 자체에 하자가 있어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고 설비물의 유독성으로 해(害)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사고가 발생하면 그쪽에만 집중하느라 엉뚱한 곳에서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울산지역 초ㆍ중ㆍ고교에 설치됐던 우레탄 트랙이 그 한 예다. 납 함유량이 기준치보다 수십배 이상 검출되자 이를 걷어 내느라 학교와 교육청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한때 최고의 품질로 설비됐다며 학교마다 서로 시설하려고 했던 우레탄 트랙이 유해물질 투성이 이었던 것이다..
정부가 안전을 강조하자 울산 지자체들이 물놀이장 곳곳에 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있다. 안전이라면 으레 인적 요소만 생각하는 게 문제다. 낡은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수질은 양호한지 살피는 것도 안전의 일부다. 물놀이장 안전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특히 눈앞의 안전뿐만 아니라 시설물에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는지, 노후시설에 위험성은 없는지 자세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