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와 자물쇠
열쇠는 자물쇠를 사랑한다. 열쇠는 개봉이다. 아이를 출산하거나 가축이 난산할 때 집안의 대문·장롱문 등 모든 문을 열어둔다. 아이가 아랫문을 잘 열고 나오라는 기원이다. 개·돼지 등 맨 먼저 나온 새끼를 무녀리라 한다. 문열이로 고생하여 몸집은 작으나 맏이로서 열쇠 노릇을 했다는 뜻이다. 자물쇠는 방어·보관·수비이다.
가정의 대문과 장승·솟대도 귀신를 막는 자물쇠이다. 열쇠는 자물쇠 구멍에 꽂는다.
남녀의 결합이다. 그래서 신부가 신방에 들어가면 문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음양의 상징으로 나오면 못산다. 또한 열쇠는 행운의 부작으로 머리 부분에 초화문·수복강녕·부귀다남 등의 상서로운 글귀를 새겨 넣었다.
유교는 인륜의 상징으로 자물쇠의 몸판에 복(福)· 희(囍)·화초 무늬나 효제충신을 새겼다. 자물쇠는 재물을 보관하고 늘 사용하기에 열쇠로 열 때 마다 유교의 인륜덕목을 상기하게 했다. 조선시대의 자물통은 붕어·용·박쥐 등을 닮았다.
대부분 길상·벽사의 의미이다. 붕어는 남아 생산과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출세, 박쥐는 구복(求福)·벽사를 상징한다.
불교는 깨달음의 상징으로 탑에 문짝모양의 자물쇠가 새겨져 있다. 자물쇠는 사리·불경·진리 등을 소중하게 보관하는 장소를 뜻한다. 고리는 열쇠 기능을 하므로 잡아당겨 열라는 뜻이다. 누가 이 진리를 열 것인가.
그래서 조선시대엔 별전(別錢)으로 열쇠패를 만들어 이용했다. 열쇠패란 작은 별전을 매달아 열쇠처럼 조형한 민속장식품이면서 애완품이었다. 별전에는 부귀다남·효제충신·자손창성·수복강녕 등 충효사상이 담겨있다. 열쇠는 오복의 상징이다.
열쇠는 주부의 경제권이다.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가출하는 로라가 몸에 지녔던 열쇠꾸러미를 내던지고 나갔듯이…. 기독교에서 열쇠는 행운의 기회이다.
그리스·로마의 행운의 의미를 빌려온 것이다.
아무튼 서양에선 열쇠, 동양에선 자물쇠에 강한 상징을 부여한다. 그점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