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동문학의 어제, 오늘과 내일을 위한 과제
정 용 원
1. 여는 글
2018년 11월, 경주에서 열린 제4회 세계한글작가대회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민족혼의 요람’이란 주제로 열리는 대회라 한국문학 역사를 재조명하면서 한국의 미래를 대비하고 우리 한글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토론하고 준비를 하는 계기였다.
이번에 발표한 한글문학 장르 중에서 “아동문학의 정의, 역사, 문제점을 짚어본 후 내일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하여 문헌을 참고로 논술하고자 한다.
먼저 문학의 효용성은 교시적 기능과 심미적 기능으로 나눈다. 교시적 기능은 작품을 통하여 도덕적 삶의 척도, 즉, 교훈성으로서 뭔가 인간에게 바른 가치관을 내포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품을 통하여 즐거움과 미적 쾌락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문학도 일반 문학과 같이 모든 문학 장르에서 위 두 가지 문학의 효능은 함께 통용이 된다. 한 편의 문학작품이 인간에게 권선징악의 일깨움은 없고 인생 과정에 해악을 조장하거나 즐거움은 없고 상처와 슬픔만을 안겨준다면 결코 좋은 문학 작품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문학의 두 가지 기능은 모든 장르에 통용되지만 특히 아동문학에서는 반드시 갖춰야할 필요조건으로 교훈성을 앞세운다. 교훈성이 배제된 작품은 문학의 효용성과 거리가 멀다. 그것은 아동문학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아동문학의 어제, 오늘을 진단해보고 내일을 위한 과제를 찾아내어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문명이 급변하고 남북한이 화해무드를 타고 평화공존과 통일의 시대를 꿈꾸고 있다. 한국아동문학이 이 세기적 변화에 적응하고 그 역할을 다하는데 일조를 해야 할 것이다. 선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아동문학가들은 정신문화를 선도하는 시대적 소명의식을 가슴에 새겨두고 그 길에 동참하기를 바라며 본 과제를 펼쳐보고자 한다.
2. 아동문학의 정의(定義)
1963년 출간된 『아동문학』지와 1967년 출간된 『아동문학개론』에서 문인 5명이 다음과 같이 아동문학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아동을 위한다는 뚜렷한 지도성을 가지고 씌어진 아동을 상대로 한 문학이다.’
-강소천, 「아동문학」誌 4집 1963.4
‘동심적인 작가가 동심의 세계를 그려서 동심에 호소하는 것이다.’
-박목월,「아동문학」誌 1집 1963.1
‘아동문학은 아동이 지은, 아동을 위한, 아동의 문학이다.’
-조지훈,「아동문학」誌 5집 1963.6
‘성인의 작가가 써낸 아동세계의 작품을 아동문학이라고 보는 관념에 반대하며 아동 자신에 의한 작품이 순수한 아동문학이며 성인이 지은 것은 비순수아동문학이다.
성인 작가가 써낸 아동문학 작품일 때는 그것은 벌써 일반문학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고 본질적으로 일반문학의 일부에 속하는 것인데 다만 그 소재 때문에 외면상의 특수성을 띠게 될 뿐이다.‘
- 백철,「아동문학」誌 5집, 1963.6
‘아동문학은 그 주체를 아동과 동심에 두는 특수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되는 문학이다. 그 까닭은 작자와 독자 및 소재와 기능의 한계와 성격을 밝히면 분명해진다. 곧 아동문학은 그 생산면이나 수요면, 소재나 기능면에서 성인문학과 달리 언제나 아동을 주체로 하는 특수 관계를 가진 문학이다.’
-이재철,「아동문학개론」 1967
아동문학에 대한 정의는 이처럼 문인에 따라 비슷하거나 조금씩 해석의 차이가 있다.
백철이 아동 자신에 의한 작품을 아동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아동”이란 접두어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아동미술’이라 하면 ‘아동이 그린 그림과 같다’라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이재철은 ‘아동문학’이란 작가가 아동이나 동심을 가진 아동다운 성인에게 읽히기 위해 쓴 모든 저작으로 문학의 본질에 바탕을 두면서 어린이를 위해(목적 · 대상), 어린이가 함께 갖는(공유), 어린이가 골라 읽어 온 또는 골라 읽어갈(선택 · 계승) 특수문학으로서, 동요, 동시, 동화, 아동소설, 아동극 등의 장르를 통틀어 일컫는 명칭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결론적으로 아동문학이란 아동이나 성인에게 읽힐 것을 목적으로 한 동요 · 동시 · 동화 · 아동소설 · 아동극 등의 총칭이다. 따라서 아동문학이란 명칭은 성인문학과 구별하려는 편의적 용어에 불과한 것이다. 몰튼(Moulton, R. G.)의 형태적 분류에 따르면, 동요와 동시는 창조적 명상(冥想)인 시가(詩歌)에, 동화와 아동소설은 창조적 서술인 담창작(譚創作)에, 아동극은 창조적 표출인 희곡(戱曲)에 각각 대입시켜 구분할 수 있으므로 아동문학은 아동을 독자로 하는 문학으로 내용면이나 형식면에서 우선적으로 아동에게 읽히는 문학이요, 아동이 읽어야 할 특수 문학이다. 성인도 영원한 영혼의 고향인 동심의 세계를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아동만이 독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아동문학의 독자는 협의로는 아동이지만, 광의로는 동심을 지닌 성인도 포함된다.
3. 아동문학의 개념
아동문학이란 도대체 어떤 문학인가? 문인들조차 아직 그 어의(語義)부터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저 어린이나 어른들이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나 시를 쓰면 아동문학인 줄 착각하고 일반 성인문학과 구분하여 문학의 위상을 경시하는 경우를 자주 겪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체계적 학문으로 정립하고 연구하며 발전해 온 역사는 불과 반세기도 안 되기 때문에 일부 문인과 국민 중에는 아동문학을 문학 입문기 정도로 착각하고 경시하기도 한다.
아동문학은 일반 성인시, 시조, 소설, 수필 등 모든 문학의 원조이고 기원이라고 생각한다. 원시시대나 고조선 시대에도 아동문학은 존재했다. 다만 문자로 기록되어 전해지지 않았을 뿐, 입에서 입으로 구전된 전래동요, 전래동화, 설화, 신화, 전설, 민담이 있었다. 오늘날 아동문학의 원조이고 아동문학이란 이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간주하고 모든 문학의 뿌리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상고시대(삼국시대 이전)에 불려졌던 민요 ‘구지가’나 ‘강강술래’는 어린이나 부녀자들만 불렀던 노래가 아니고 모든 백성이 다 불렀다.
대밭에는 대도 총총 강강술래/하늘에는 별도 총총 강강술래/꽃밭에는 꽃이 총총 강강술래/
하늘에다 배를 놓고 강강술래/구름잡아 잉아 걸고 강강술래/둥둥 떠가는 구름경상 강강술래/
총총 하늘에 별도 밝다 강강술래
이 민요 ‘강강술레’는 아동과 충분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아동문학의 원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지랑대 끝에 앉은 / 빨간 고추잠자리 // 바늘로 콕 찍어 / 곤충채집 했으면....
농경시대 초등학교에서 방학숙제로 곤충채집을 하던 때 지은 아동시(어린이시)이다. 이 작품을 두고 P시인은 예리한 관찰력과 감성에서 우러나온 솔직한 표현으로 작품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시인은 생명경시의 내용으로 시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P시인은 예리한 감성과 심미성 쪽에 더 비중을 두었고 K시인은 ‘살생은 죄악’이라는 교육 쪽에 더 비중을 두고 평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어린이가 지었기 때문에 아동문학 범주 안의 동시로 보지 않고 아동시, 또는 어린이시라고 지칭하는 게 맞다.
특히 아동문학의 주된 독자는 어린이므로 교훈성이 더 강조된다. 교훈성과 예술성이 융합된 작품을 어린이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특수한 문학적 효능과 기능을 강조한다. 융합이란 여럿이 녹아서 하나로 합쳐짐을 뜻한다. 마치 산소와 수소가 합쳐지면 물이 되는 것과 같다. 산소나 수소가 따로 놀면 물이 될 수 없듯 문학작품도 교훈성과 심미성이 융합되지 않으면 완전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그리고 어른도 동시, 동화를 읽고 잃어버린 동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2차적 효능을 강조하고 싶다.
4. 한국아동문학의 어제 · 오늘 · 내일
(1) 근대의 아동문학
한국아동문학의 태동을 1908년 육당 최남선이 「소년」지를 창간한 때라고 보면 한국아동문학의 역사는 약 110년 정도로 볼 수 있다. 그 이전에는 ‘아동문학’이란 명칭이 없었다.
우리 근대사에서 어린이에 대한 본격적인 독립적 인식은 소파 방정환선생이 1923년 5월 1일 서울에서 첫 어린이날을 거행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때 어린이에 대한 인식은 약 70여 년 전에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육당이 1913년 주재한 『붉은 저고리』와 『아이들보이』, 『새별』등의 잡지에 ‘바둑이’, ‘남잡이와 저잡이’와 같은 정형동시와 동화가 선을 보였다. 그 후, 방정환은 식민지 시대 아동문화운동을 지탱한 본격적인 아동지 「어린이」(1923〜1934)를 창간함으로써, 종래 어린이를 ‘애들. 아이놈’이란 호칭을 ‘어린이(어린 사람)로 바꾸고 아동 인권의 역사적 회복을 의미하는 운동을 ’어린이날‘제정과 함께 보편화 시켰다.
우리나라의 아동문학은 동요시로 부터 출발하였다. 동요시는 윤석중을 중심으로 동요동인회 ‘기쁨사’가 창립되고 윤극영을 중심으로 한 동아리 <다리아회>가 조직되어 활동했다.
일제강점기 아동문학의 주발표 무대는 <동아일보>, <소년조선일보> 신문과 <어린이>, <소년>, <아이생활>, <별나라>와 같은 잡지였다.
해방 전의 아동문학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통한 민족주의적 아동문화운동이요, 아동 감성 해방운동으로 그 주된 과제가 주권 상실하에서의 조국 광복의 염원에 불타는 문학 이전의 사회적 문화운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2) 해방후의 아동문학
광복 후의 아동문학은 본격 문학으로서의 성장과 지양을 위한 아동문학 운동이요, 해방운동으로 일제 강점기 치하의 여러 문제들이 해소된 후의 진정한 의미의 문학 운동이었다. 그리하여 1950년대의 아동문학은 비록 통속 팽창의 와중에 있었으나 어느 정도 현대적 아동문단을 형성하여 본격 아동문학 형성의 기반을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아동문학은 암울한 식민지 시대와 우리 민족에게 큰 상처를 남긴 한국 전쟁, 그 이후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한 눈물겨운 경제개발을 위한 노력, 현대화를 위해 박차를 가한 20세기, 세계화를 꿈꾸는 21세기에 이르는 동안 삶의 가치지향과 삶과 분리되지 않는 문학교육의 목적에 벗어남이 없이 제 역할을 해 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동문학이 이처럼 입지를 굳히게 된 것은 그동안 많은 아동문학가들에 의해 아동문학의 중요성이 인식되어 왔고 더불어 훌륭한 아동문학 작품의 발표와 아동문학에 대한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의 아동문학은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하여 본격적인 발돋움을 하게 되었다. 1950년대의 상업적인 통속물에 짓눌려있던 문예물이 60년대를 맞으면서 아동 잡지류 및 어린이신문들의 출간으로 뚜렷이 부각되었고 60년을 전후하여 역량 있는 신인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이와 함께 몇몇 작가들에 의해 유지되어 오던 아동문단은 비로소 현대적 문단을 형성하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아동문학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 문학으로서의 그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1962년 『아동문학』이 출간되면서 아동문학에 새로운 관심이 모아지게 되었고, 이원수의 『아동문학입문』이나 이재철의 『아동문학개론』(1967), 『한국현대아동문학사』(1978), 『세계아동문학사전』(1989)이 출간되어 아동문학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아이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아동문학의 실상을 파헤친 평론집 『시정신과 유희정신』(1990)을 펴낸 이오덕은 교육현장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글쓰기교육과 더불어 아동문학의 기교주의를 비판하였고 1979년, 유경환의 『한국현대동시론』(1979), 『어린이를 위한 문학』(1981), 김요섭의 『현대동화의 환상적 탐험』(1986), 최지훈의 『동시란 무엇인가?』(1992), 최명표의 『균향감각의 비평정신』(1996), 김용희의 『동심의 숲에서 길 찾기』(1999), 원종찬의 『아동문학과 비평정신』(2001), 선안나의 『천의 얼굴을 가진 아동문학』(2007), 이정석의 『생태주의 아동문학과 해학의 동심』(2009), 김관식의 『한국아동문학의 이해와 전망』 (2018)이 출간되어 아동문학 연구에 크게 공헌했다.
그리고 이재철이 계간 『아동문학평론』지를 창간하여 한국아동문학을 체계적인 학문으로 정립해 왔으며 이재철 사후에도 그 정신을 계승하여 현재 167호를 기록하고 있다.
1978년, 박종현의 『아동문예』가 출간되어 아동문학가들의 작품 발표 무대로 자리잡고 많은 고정 독자를 확보하였으며 현재 우리나라 아동문학가수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여 한국아동문단의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순수 아동문학지로 1984년 엄기원의 『아동문학연구』지로 출발, 『아동문학세상』으로 제호를 바꾸어서 동시, 동화, 수필 등의 발표무대로 2018년 현재 102호를 출간하면서 아동문학 애호가들의 발표 광장과 길잡이 역할을 알차게 하고 있다. 1990년 7월에 창간한 『소년문학』은 전주에서 어린이 상대의 월간잡지로 아동문학가의 작품과 어린이 문예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소년지이다. 1997년에 등록한 강정규의 『시와 동화』는 현재 통권83호까지 매호 500여쪽의 방대한 부피로 국내 작가의 우수 작품을 발표하고 어린이와 함께 읽는 문예잡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998년에 창간한 계간 『열린아동문학』은 유경환이 발행인이었으나 그의 사후 부산의 홍종관(배익천 편집인)으로 바뀐뒤 2018년 현재 78호까지 발행하면서 수준 높은 아동문학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2003년에 창간한 계간 『창비 어린이』는 신인문학상 제도를 운영하며 작가, 시인, 평론가를 배출하고 있다. 2003년에 박두순이 창간한 계간 『한국동시문학』은 동시문학 발전의 디딤돌을 놓겠다는 각오로 13년 동안 작품과 비평의 균형을 이루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문예지 발간의 열악한 환경으로 2017년 종간되었다. 『새싹문학』은 윤석중이 창간하여 펴내다가 그의 사후 신현득, 노원호 이사장이 이어왔으나 한국야쿠르트의 지원이 중단되었다. 현재는 정두리 회장이 『새싹문학』 136호를 기록하면서 아동문학가의 작품과 초등학생의 글짓기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여 아동문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어린이문화진흥회는 대우그룹의 후원으로 아동문학 작품 게재와 어린이들의 글짓기, 음악, 미술 등의 문화, 예술행사 개최나 회보를 발행해 오다가 지원이 중단되어 곤경에 처했다. 현재는 최균희 이사장이 어려운 살림 속에서 활동을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다. 그 밖에 한국아동문학학회를 비롯한 각종 아동문학단체와 문예지에서 펴내는 각종 무크지나 연간집도 펴내고 있으나 대부분 작가와 회원들이 출판비를 부담하는 출판 환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 한국의 주요 아동문학가
한국 아동문학의 터를 닦고 개척하고 일궈온 주요 아동문학가 1,000여명 중에서 일본 강점기부터 2000년 초반까지 등단한 작가를 선정해보았다.
* 해방전 등단<동시인> 최남선 윤석중 한정동 정지용 윤동주 윤극영 이원수 김영일 강소천 윤복진 목일신 김성도 신고송 박영종 박경종 조풍연 장수철 박화목 한인현 최승렬 등
<동화,소년소설가> 방정환 현덕 마해송 김요섭 이주홍 주요섭 이주훈 이응창 권태응 이태준 이구조 노양근 현덕 장수철 등
* 해방후부터 1970년까지 등단한 <동시인,평론가> 박홍근 최계락 어효선 이종택 손동인 김일로 석용원 유경환 윤부현 윤사섭 박경용 조유로 박용열 신현득 김종상 김원기 엄기원 송명호 김동극 김사림 이준구 강윤제 이희철 이종기 정완영 이근배 이상현 김완기 차보현 박종현 문삼석 최일환 최춘해 허동인 김향 이수정 김삼진 오순택 김녹촌 박종해 박형구 강준영 이진호 오규원 이무일 이천규 유성윤 박돈목 이동식 이해인 고계영 강정삼 김종한 이재철(평론) 제해만 진복희 김소운 이서인 등
<동화,소년소설,동극작가> 유영희 최태호 서석규 이영희 조흔파 심경석 오영민 한낙원 장욱순 권정생 주평(동극) 최인학 이준연 조대현 정휘창 차원재 이관 김영순 이휘성 최효섭 남미영 유여촌 신송민 이구조 신지식 김영자 이현주 권용철 김한규 권태문 손춘익 이영호 박승일 이영준 임신행 김현우 윤일숙 이윤자 권기환 등
* 1971년 이후부터 1979년까지 등단한 <동시인> 하청호 이준관 노원호 김종영 박지현 박유석 유한근(평론) 김재수 이문석 이상교 전원범 권오훈 이연승 방원조 권오삼 김원석 윤수천 이봉춘 윤이현 김재원 박두순 박근칠 공재동 정용원 서향숙 경철 남진원 정혜진 최만조 최영재 서오근 조무근 정하나 김종완 이창규 손광세 손동연 허형만 허호석 홍판식 김재용 윤갑철 이동태 박봄심 강현호 김관식(평론) 박 일 임복근 조규영 민홍우 이국재 심윤섭 이원구 등
<동화, 소년소설가> 이오덕 임교순 정진채 서재균 정채봉 곽영석(동극) 김선주 강순아 윤수천 윤갑철 권순하 선용 배익천 최균희 이동태 김목 김상남 한윤이 박춘희 김문홍 김용재 오영환 유영선 손수복 최지훈(평론) 남궁경숙 김병규 박성배 이규희 이동렬 송재찬 김옥애 김상삼 강준영 조평규 신충행 강휘생 김여울 윤옥자 강숙인 이슬기 장문식 원유순 이금옥 최영희 등
* 1980년부터 1989년까지 등단한 <동시인> 이준섭 김진광 신언련 권영세 전병호 심인섭 박봄심 옥미조 허지숙 권영상 조명제 이화주 신현배 윤삼현 이정석 윤일광 정두리 허호석 오두섭 강영희 김상남 김재용 김영수 신형건 정춘자 김동억 김경중 강만영 김숙분 도리천 이성관 이성자 이선영 양계향 유희윤 박재형 한명순 박방희 백시억 서재환 박형철 이상문 이봉춘 임복근 이혜영 이호성 이원구 김영훈 심인섭 등
<동화, 소년소설가> 강정훈 강추애 김학선 정대연 박상재 안재식 이영두 김용희 소중애 김재원 김율희 손수자 손연자 이무 이상배 신갑철 심후섭 이붕 이영 손기원 김영훈 박덕은 류근원 곽종분 조현술 강원희 신동일 정현수 박명희 권석순 장경호 김향이 백승자 문선희 임옥순 김일광 이대호 이지원 김서정 이상기 박숙희 양점열 심상우 김태두 이미애 이금이 이선희 옥순원 이희갑 임나라 최자영 등.
*1990년부터 2000년 초까지 등단한 <동시인> 강순예 강지인 고영미 고은별 고향심 구경분 권대자 권영욱 권영주 김규학 김귀자 김금래 김남형 김마리아 김미희 김바다 김경내 김동섭 김봉석 김성구 김이삭 김 영 김재순 김제남 김정옥 김춘남 김용섭 김용재 김철민 김효안 노남진 노여심 류재하 문성란 민현숙 박선미 박소명 양동선 이주남 이형숙 박영식 박예자 박정식 박진용 배정숙 백두현 백우선 서금복 서지희 성환희 소민호 송덕빈 송명숙 송순임 송재진 신새별 신정아 신지영 심재기 안효선 양동선 양봉선 오경수 오은영 오하영 우점임 유현상 윤미라 윤보영 윤사월 윤한식 이갑창 이경덕 이문희 이명중 이복자 이수경 이승민 이시향 이오자 이유정 이임영 이재순 이주영 이창수 이혜복 이형숙 이호성 이희선 임종호 장승련 정갑숙 정공량 정선혜 정영웅 정은미 정진아 조두현 조영수 조준환 조철규 진호섭 차경숙 차영미 채정순 천선옥 최명란 최미숙 최명표(평론) 최정수 최진 민현숙 최복형 최신영 최영환 최정심 최진 추필숙 하빈 권오봉 류재하 이경애
<동화 소년소설가> 고수산화 구용 김경옥 김경우 김경자 김고은 김단이 김미애 김반달 김영 김우임 김윤수 김자연 김진 김학산 김혜리 목온균 문선이 문정옥 박남희 박마루 박병길 박신식 박정숙희 박혜원 선안나 신건자 심광일 안선모 안순혜 원유순 위정현 윤미경 은이정 이경순 이림 이수애 이시구 이연수 이영희 이은 이은경 이은하 이지현 장성유 장영주 정경자 정명숙 정영애, 정진 정진숙 조소정 조태봉 조희양 최경희 최규순 최은영 최정희 표시정 함영연 홍성훈 홍종의 홍희숙
* 위 명단은 각종 선행연구논문, 세계아동문학사전, 각종 문학지 신문 등에 수록, 발표된 작가를 등단 시기별로 필자가 임의 선정하였으므로 수정, 보완이 필요함.
5. ‘아동문학’ 명칭에 대한 고찰
‘아동문학’이란 명칭은 약 100년 동안 동양 3국(일본 한국 중국)에서 고착화 되었다. 따라서 그 이름이 적당하고 당연한 것처럼 고정관념화 되었다. 동양 3국 이외의 나라엔 문학 장르에서 ‘아동문학’이란 장르가 따로 없다고 한다. 일본이 맨 처음 정한 ‘아동문학’이란 명칭을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지만 그 명칭으로 인한 오해와 경시를 감수하면서 일제 잔재 그대로 거리낌 없이 애용하고 있다.
‘아동문학’이란 명칭은 1900년대 초 군국주의 주종자인 동화작가 이오니아 사자나미가 제정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지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는 별다른 이의 없이 일본 작가가 지은 ‘아동문학’이란 명칭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가) 우리 집에는 / 닭도 없단다. // 다만 / 애기가 젖 달라 울어서 / 새벽이 된다.//
우리 집에는 / 시계도 없단다. // 다만 / 애기가 젖 달라 보채어 / 새벽이 된다.
(나) 넣을 것 없어 / 걱정이던 / 호주머니는 // 겨울만 되면 / 주먹 두 개 갑북갑북
글 (가)는 윤동주 시인이 지은 ‘애기의 새벽’이란 동시다. .
글 (나)는 윤동주 시인이 지은 ‘호주머니’란 동시다.
윤동주는 125편의 시를 남겼는데 그 중에 35% 가량인 40여편이 동시다. 동심적 발상으로 쓴 시이다. 윤동주를 저항시인, 민족시인, 순수 서정시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를 아동문학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前略) 담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해바라기 씨를 심자. //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 (중략) 해바라기는 첫 시약시인데 /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 고개를 아니 든다. //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 소리를 꽥! 지르고 간놈이- /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 청개구리 고놈이다.
정지용 시인의 ‘해바라기’ 시다. 어른이 동심으로 보고 느낀 감성을 재미있게 표출한 동시다. 정지용은 ‘산 너머 저쪽’, ‘종달새’ ‘산에서 온 새’ 등 어린이가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동시를 많이 썼다. 그러나 정지용 시인을 아동문학가라고 칭하지 않고 그냥 시인이라고 부른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김소월 시인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시다. 얼마나 아름다운 동요인가! 김소월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시인이다. 많은 동요와 동시를 남겼지만 그를 아동문학가로 호칭하지 않는다.
박목월 시인은 ‘산새알 물새알’ ‘송아지’ ‘아기의 대답’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 등 여러 편의 동시를 썼다. 그러나 박목월 시인을 굳이 아동문학가라고 호칭하지 않는다.
순이가 달아나면 / 기인 담장 위로 / 달님이 따라오고,//분이가 달아나면 / 기인 담장 밑으로 / 달님이 따라가고, 하늘에 달이야 하나인데 / 순이는 달님을 데리고 / 집으로 가고,//분이도 달님을 데리고 / 집으로 가고.
조지훈 시인의 ‘달밤’이란 시다. 우리는 청록파 시인 조지훈이라고 하지 동시인 또는 아동문학가 조지훈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워즈워드는 ‘무지개’란 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Man)’라고 표현했다. 국어문법상 모호한 문장으로 혼선을 주는 은유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동심을 간직하고 있어서 호기심, 독창성 같은 내면의 천성을 버리지 못한다. 자연에 대한 경이 또는 경건함을 잃지 않고 간직하려는 어른의 감성을 동심으로 나타내었다. 시의 세계에서는 어린이는 어른보다 천심을 더 많이 소유하고 있을 것이므로 어린이가 어른보다 더 높고 순수한 위치라는 이미지를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여기서 워즈워드는 영국의 시인이라고 지칭할 뿐 아동문학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인어공주’를 쓴 덴마크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아동문학가로 부르지 않고 소설가라고 부른다. ‘백설공주’를 쓴 독일의 그림형제, ‘어린 왕자’를 쓴 프랑스의 생텍쥐페리는 소설가이며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 역시 스페인의 소설가이다. 아동문학가라고 호칭하지 않는다. 서양에선 ‘로빈슨크르소’ ‘해저 2만리’ ‘15소년 표류기’ ‘엄마 찾아 3만리’ ‘꿀벌 마야의 모험’ ‘왕자와 제비’ ‘소공자’ ‘신데렐라’ ‘수호전’ ‘걸리버 여행기’ ‘빨간 머리 앤’ 등을 쓴 작가를 굳이 아동문학가로 구별하지 않고 그냥 시인, 소설가, 극작가로 통한다.
아동문학이란 장르가 일반문학과 가장 확연하게 나뉘어져 있고 작품 수록을 별도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아동문학이란 명칭이 일본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에 정해진 이후, 오늘날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위상과 명칭을 고민하던 중에 윤동주 시를 깊이 연구한 학자로 널리 알려진 일본 와세다대학 오무라 마스오 명예교수를 한국PEN 주최 제3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서 만났다. 그는 윤동주의 시 분석 논문 발표를 했는데 윤동주 자신이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를 골라서 고치고 삭제한 부분을 소개했다. 그 ‘시 아닌 시’는 동시도 포함되어 있다. 그가 남긴 시 중에는 35편이 아름다운 동시다. 그런데 오무라 씨는 윤동주 시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동시를 초기의 부류들이라고 취급하고 그냥 일반 시만 소개하였다. 따라서 그는 논문 속에서 동시(童詩)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윤동주의 동시, 동요를 별개 아동문학 장르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오무라 마스오 교수에게 또 한 가지 물어보았다.
“아동문학이란 명칭을 처음 명명한 일본에서는 지금 아동문학의 활동상황은 어떤가?”
그는 “일본에서는 아동문학을 한국처럼 일반 문학과 엄격하게 구별하지 않고 있으며 아동문학이 타 장르에 비해서 경시 당하거나 차별대우를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동문학이란 명칭을 처음 제정한 일본은 동시, 동화가 비교적 발전한 나라이지만 일본 아동문학의 주류가 되진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나고 있다.
중국은 연변을 중심으로 조선족 문인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아동문학 창작활동을 할 뿐, 그 이외의 중국 문인 중에 아동문학을 전공하는 문인은 전체의 극히 일부분이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만은 우리나라 다음으로 비교적 많은 아동문학가가 활동을 하고 있다. 동양 3국 중에 유독 우리나라가 가장 아동문학가의 숫자가 많으며 장르 의식이 강하고 매우 활동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은 우리나라처럼 아동문학의 명칭과 위상을 두고 크게 문제 삼지 않으며 우리나라만큼 아동문학지 발행과 아동문학 단체 활동 실적이 많지 않은 편이고 한국만큼 우수한 작품도 양산되지 않는다.
미주를 비롯하여, 유럽, 아프리카, 호주 등 동양 3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문학에서 ‘아동문학’이란 장르를 따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인과 동시인, 소설가와 동화작가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동시나 동화만을 전공하는 문인이 많지 않다고 한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거나 동심이 담겨서 문학적 효능을 인정하는 시나 소설이면 편의에 따라 동시, 동화라고 이름을 붙일 뿐 억지로 장르라는 고정 관념에 젖어있거나 구분을 제한 받지 않는다고 한다.
문학이란 용어 앞에 아동이란 접두어를 붙임으로써 일부 문인이나 독자는 아직도 어린애 취급을 하거나 경시하고 있다. 심지어 아동이 쓴 글도 아동문학인양 착각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보면서 ‘그 흔한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지 않고 하필 아동문학을 선택해서 이런 오해와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가’하고 반문해 보다가 일반문학인 시, 소설 등으로 재등단을 하는 아동문학가도 많다. 이런 차별은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차별을 받아오다가 근래부터 아동문학의 문학성과 예술성을 인식하고 일반 문학보다 작품이 난해하지 않으면서 독서의 흥미를 끌어내어 독자들의 관심과 접근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동시, 동화책의 수요, 공급이 크게 늘어난 효과 덕분에 그 위상이 차츰 상승되고 있다.
‘아동문학’이란 이름을 동심에 바탕을 둔 문학이므로 ‘아동’이란 명칭을 바꾸어 ‘동심문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래서 ‘아동문학’을 동심문학‘ 또는 다른 더 좋은 이름으로 고쳐 부르기 위한 공론의 장을 열고 싶다. 그러나 100여 년 동안 고착화된 이름이라 그리 간단하진 않을 것 같다.
6. 한국아동문학의 반성과 앞으로의 과제
노벨상 수상작가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악(惡)은 자기가 타인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뿌리 내린다.”고 했다. 문학계에서 자기가 가장 뛰어난 문학가라고 자만하고 타인을 업신여기는 문인을 볼 때마다 하루속히 그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남의 작품을 빈약한 논리로 헐뜯거나 작가의 인격을 모독하는 작태는 자신의 악덕(惡德)만 쌓을 뿐이다. 가치혼돈의 시대를 겪는 요즘 세상에 우리 문단은 그런 흉내를 내어선 안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아동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재정립하고 해결해야할 과제를 짚어본다.
인터넷 시대에 아동문학이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무겁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앞장서서 위상을 높여 가려면 아동문학가들이 문단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노력과 창조적인 작품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아동문학의 현실을 돌아보고 다음 당면 문제에 대한 방향과 과제 해결책을 토론해보고자 한다.
(1) 일반문학을 능가하는 아동문학 수준
아동문학 작품이 어린이들에게 많이 읽혀지려면 문학성과 재미성이 뛰어나야 할 것이다. 다른 문학 작품은 서점에서 별 인기가 없어도 동시, 동화책은 불티나게 팔려나가야 아동문학의 위상이 높아지고 아동문학 장르가 제일 앞자리에 모셔질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이 어린이와 함께 아동문학 작품을 읽는 풍토가 되어야 명실공히 국민문학으로 승화 될 것이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박목월의 ‘산새알 물새알’, 김영일의 ‘다람쥐’ 이원수의 ‘고향의 봄’ 박화목의 ‘과수원길’ 박경종의 ‘초록바다’ 등은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 애창하는 동요가 아닌가.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동시이면서 한국현대시의 효시가 되었다.
황선미 작가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안데르센상 후보, 2012 ‘폴란드 최고의 책’, 2014 ‘런던 도서전 올해의 작가’, 2015 ‘서울 국제도서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고 미국, 중국, 일본 등 22개 국어로 번역되어 보급되었다.
아동문학이 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동심으로 빚어낸 문학성 높은 동시, 동화, 동극 작품이 집집마다 서가에 꽂혀서 애독할 때 위상 제고는 가능할 것이다.
문학 작품 속에 인생의 본성을 깨우치는 가르침과 정신적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 참다운 문학이다. 일반 시, 시조, 소설, 수필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 아동문학은 특히 교훈성이란 배제할 수 없는 필요조건을 갖춰야 한다. 악(惡)을 미화하거나 조종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교훈성이 작품의 표면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훈계조의 글과 같이 된다. 그리고 예술성이 결여된 작품은 시적인 감흥이 일어나지 않고 재미없는 작품이 되어버린다. 사물을 사진처럼 묘사하지 않고 그 사물에다 시인의 사상, 감정을 상징기법을 활용하여 독창적인 묘사를 하고 예술적이고 교육적인 형상화가 필요하다.
엄기원은 아동문학은 예술성이 생명이어야 하고 수준 향상책으로 독자의 체험과 상상을 위하여 예술적 인식방법을 살려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아동문학이 전국 각 대학과 문예창작 지원학생들로부터 관심이 높아진 문학 장르가 되어 기쁘다고 하면서 아동문학의 조건으로 문학성(예술성), 교육성(윤리성), 흥미성, 생활성, 단계성을 그의 저서 『아동문학 이론과 창작』에서 제시하였다. 아동문학의 수준과 위상제고에 유념할 내용이다.
(2) 세계화를 위한 번역 출판 해외보급
아동문학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서는 번역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작품을 번역하려면 우수한 번역가 확보와 인쇄, 출판 경비, 그리고 해외 보급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우수한 인력과 많은 시간과 경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번역원을 통해 우리 문학을 번역하여 해외에 보급하고 있지만 일반 문학 위주의 작가로 제한적이다. 그리고 번역원에서는 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한 번역 작업을 하고 세계 각국에 보급하기 때문에 문학은 그 중의 일부분이므로 제한적이다.
국제펜한국본부는 올해 문학 전문 번역원을 설치하고 10여개 국가의 언어로 우리 문학을 번역, 출판하여 한국주재 세계 각국 대사관과 세계 PEN대회장에서 나눠주고 노벨문학상운영위원회에도 보내려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 아동문학상 제정과 정부, 기업, 문화단체 지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아동문학상으로는 국제안데르센상, 린드그렌상, 뉴베리상(미국), 칼데콧상(미국), 카네기상(영국)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이탈리아의 리가치상 등이 있다. 그 밖에도 국제그림책상, 라이프찌히 국제그림책상, 일본 노마 그림책 콩쿨 등이 국제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뉴베리상은 미국 아동문학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그런데 그 상은 상금 대신 메달을 수여하고 있는데, 미국의 퓰리처상처럼 권위를 자랑하는 명예로운 상이다. 상금이 없어도 가장 부러워하는 아동문학상이다. 아마 이 상을 수상하면 그 작가의 명성 덕에 수상작품이 많이 판매되어 상금 보다 더 큰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문학상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온갖 문학단체와 문학지에서 별별 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그 상의 성격이나 수준을 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내용도 많다.
우리나라의 일반문학상 중에 동인문학상, 한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과 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상으로 월탄(박종화), 이상, 윤동주, 소월, 팔봉, 백석, 신동엽, 정지용, 전숙희, 미당(서정주), 공초(오상순), 황순원, 김달진, 김유정, 만해(한용운), 천강(곽재우), 수주(변영로), 김수영, 혼불(최명희), 효당(배석권) 등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상이 있다.
아동문학상은 작가의 이름으로 시상하는 한정동아동문학상을 비롯, 방정환, 강소천, 이원수, 마해송, 박경종, 김영일, 이주홍, 박홍근, 박화목, 이재철(평론상), 남명, 천등문학상 등이 있고 기관 단체이름으로 시상하는 새싹회 윤석중문학상, 부산아동문학상, 창원문학상, 대교눈높이상, 황금펜상, 열린아동문학상, 영남아동문학상 등이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상중에는 순수성이 부족한 상이 많다. 상업성을 띈 상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아동문학상도 예외는 아니다. 작품성을 떠나 모호한 기준으로 인맥에 따라 상을 주거나 문학단체나 문학지 발간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상을 남발하여 문단의 풍토를 흐리게 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상행위로 그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
우리나라 아동문학상 중에 윤석중문학상이 상금도 많고 윤석중 선생의 명성만큼 선망의 대상으로 6회까지 이어져왔었는데, 후원 기업체에서 상금 지원을 중단하는 바람에 새싹회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아동문학을 국민문학으로 승화하고 세계화로 나아가게 하려면 국제적인 아동문학상을 제정하고 중단 없이 시상을 하도록 정부와 뜻있는 기업인, 희사자의 지원이 절실하다.
(4) 노벨상에 도전하는 자세와 노력
우리나라가 노벨문학상을 한 명도 타지 못한 이유는 작품 수준도 문제려니와 우리문학작품이 번역 되어 전 세계 각국에 보급되지 않은 데 큰 원인이 있다. 미국의 밥 딜런은 가수인데도 노벨상을 받았다. 그의 노래 가사가 시의 높은 경지라고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의 가사가 전 세계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문학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밥 딜런의 수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아동문학도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우수 동시, 동화를 번역하여 전 세계에 보급한다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해마다 노벨상 후보로 올라갔던 우리나라 노시인은 미투 추문에 걸려 명예가 매장되기도 하여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추천을 국제펜한국본부가 관여하고 있다. 노벨상에 도전하는 뛰어난 작품을 우리 한국PEN에서 추천할 수 있도록 문인들의 관심과 창작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문학이 인간 삶의 건전한 가치관을 세워주고 작품 속에서 즐거움을 얻게 될 때 우리의 정신문화는 꽃 피고 열매를 거들 것이며 나아가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접을 받을 것이다. 문인은 좌우 편향적 이념이나 사상에 얽매이지 않고 PEN헌장 정신에 따라 문학본연의 자세로 뭉쳐서 세계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위정자와 경제인들의 문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변화와 지원, 그리고 문인들의 순수한 문학정신과 창작 노력이 융합되어야 정신문화의 꽃을 피울 것이며 노벨문학상도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5) 아동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시야 확대
이재철이 한국아동문학학회를 창립하고 2년 주기로 아시아아동문학대회를 개최하면서 한국아동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현재 중국, 일본과 번갈아가며 대회를 열고 세계아동문학대회도 개최했다.
한국 창원에서 제12차 아시아 아동문학대회 겸 제3차 세계 아동문학대회가 있었다. 이 두 행사는 모두 한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한 번도 동시창작을 대회의 주제로 넣지 못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아동문학 = 동화>라는 생각으로 아동문학을 창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창원 대회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문학>이라는 대 주제를 내세우고 세부주제에 <동시 세계를 살펴보자>는 논제를 넣었다.
그리고 세계가 동시문학을 어떻게 전개하고 있는가를 여러 면으로 조사했지만 역시 우리가 여태까지 연구한 그대로였다. 동시 장르가 건재한 나라가 몇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의 동시문학이 제일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회 중에 한국, 중국, 중화민국(대만) 일본 네 나라 작품을 모아서 시화전을 열고 <번역 아시아 대표 시인 동시화집> 『별이 반짝 꿈도 활짝』(도서출판 아평)을 내었다. 작품을 검토한 결과 한국의 시들이 유독 뛰어나고 다음은 중국 연변 조선족과 대만의 작품이었다. 이런 일련의 활동을 통하여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세계적인 안목을 확대해 나가야 하겠다.
외국에 사는 교포들이 아동문학 단체를 만들어서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한다. 미주 한국아동문학가협회는 해마다 연간집을 펴내고 있다. 중국 연변을 중심으로 조선족 동포들의 아동문학 활동은 놀랄 정도로 활발하게 책을 펴내고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독일, 캐나다, 호주 등에서도 교포문학 단체가 한글판 문집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한국의 아동문학가도 교포 문인들과 연대하여 세계로 나아가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6) 인터넷 시대에 부응하는 작품 개발
컴퓨터 시대가 열리면서 세상이 급변해가고 있다. 교육 현장은 인성지도가 실종되다시피 되었고 지식 전달도 인터넷이 대신하는 바람에 교사의 권위도 추락하고 있다. 문학 역시 인터넷 영향으로 서점이 문을 닫고 컴퓨터나 PC방 핸드폰을 통한 단편적인 오락 위주의 게임에 빠져 정신을 흐리고 있다. 교육의 위기이면서 문학의 위기이기도 하다.
전원범은 앞으로의 아동문학이 해결해야할 과제중 하나로 인터넷 시대의 대응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전환(Culture Turn)은 아동문학에도 안주할 수 없는 대응을 강요하고 있다.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대중매체들은 아동문학이 누렸던 자리를 빼앗고 있으며, 그래서 아동문학으로 하여금 새 시대, 새 세대에 대한 대응적 새 패러다임을 강렬하게 요구하고 있다. 언어 현상의 변화, 각종 사회적 역기능, 동심 천사주의의 무기력함 등 뿐만 아니라 종이에 표기 되었던 정통적 아동문학의 본질에까지 그 변화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아동의 연령과 독서능력, 발달 수준, 시대상황에 맞게 다양한 전문 동시, 동화, 동극 작품의 출현이 요구된다.
(7) 참신한 작품 기법과 소재의 확대
이재철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이 봉착하고 있는 당면과제로 아동문학의 수준 향상이란 명제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아동을 위한 문학이란 특수성을 망각해버린 채 자신의 문학의식에만 집착해버린 것이 가장 큰 과오라고 했다. 이는 일제의 아동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지나친 교화 계몽주의적 경향에서 이뤄졌던 해방 전 아동문학과 양극적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 때의 아동문학은 그 본령인 문학을 잃었고 지금은 그 존재 근거인 아동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예술지향적인 태도만으로 창작하는 현대의 난해작가들은 아동에의 주관적 애정이 결여돼있는 작가들이다.
전원범은 아동문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참신한 기법과 문학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작가 자신의 무기력함과 안이한 창작태도는 날로 새로워지는 아동의 취향과 감각에 맞추기가 힘들다. 과거지향적 자세에 안주하여 자기만족에 그치는 작품을 쓰는 일은 스스로 독자의 외면을 초래할 뿐이다. 아동문학도 하나의 엄연한 예술인 이상 예술적 인식의 방법을 살려 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곧 문학적 표현이 되어야 한다.
동시는 아동생활에 대한 밀착성과 아동 실정에 대한 적합한 미적 충족, 그리고 보다 알찬 시적 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앞으로의 동시는 첫째, 어른 취향을 벗어나 아동의 정서와 체험에 근거한 새로운 시각에서 씌어져야 한다. 둘째, 소재의 폭을 과감하게 확대하여 아동의 세계, 아동의 관심을 갖는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셋째, 보다 서정적이어야 한다. 감동적인 작품은 소재도 새롭고 흥미로워야 하고 표현 기법도 새롭고 참신한 문체의 개발이 중요하다. 그리고 동시와 동화는 쉬운 우리말글로 표현해야 한다.
공재동은 ‘80년대의 동시를 정리하며 『동심의 시를 찾아서』를 펴내었는데 글 속에서 60년대가 동시의 문학성 추구를 위한 실험의 연대였다면 70년대는 동시의 소재나 주제에 있어 그 영역의 확장을 위해 애쓴 연대였다. 동시의 문학성 획득이나 소재와 주제의 다양화에 대한 노력은 ‘노래로서의 동시’라는 낡은 껍질을 벗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에 다른 문제로 ‘동시의 난해성’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 80년대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애쓴 의미 있는 연대였다.‘라고 평했다. 동시, 동화 작품을 읽고 쉽게 이해하고 감동을 받으려면 난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최춘해는 작가가 감동이 안 되는 작품은 독자도 감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시, 또는 동화라고 발표한 작품이 초등학교 어린이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언어의 유희처럼 말장난하듯 쓰거나 비유가 부자연스런 시를 쓰거나 기교 위주로 쓴 작품은 길거리의 돌멩이와 같이 흔하고 값어치 없는 글에 지나지 않는다.
(8) 형식과 내용의 다양화
글로벌시대, 첨단 과학시대,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아동문학가들의 의식과 창작관도 변해야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1960년 이후 본격 아동문학의 특징은 다양한 실험정신을 통하여 문학 본질을 추구하고 영역을 확대시켜 나갔다. 그동안 양적 팽창에 비하여 질적인 면은 아직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작가들의 반성과 함께 극복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에 적응하는 문제로 광범위한 독자층을 확보하도록 흥미 있고 유익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전문적인 노력을 한층 가속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애독자가 많은 아동문학 작품은 국민으로부터 환영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그런 작품이 서점가를 석권한다면 아동문학이 국민문학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고 문학 장르에서 최상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아동문학 작품의 소재 발굴 확대와 문장의 형식과 내용을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써서 꿈을 주도록 연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동시·동화의 소재를 가족, 친구, 학교 주변에서만 찾지 말고 스케일이 큰 대자연, 우주, 미래 세계로의 꿈을 그리는 소재의 다양화와 확대를 해야 한다.
아동문학이 독자들에게 환영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지나친 교육성 표출은 무미간조하고 도식적인 작품이 되기 쉽다.
(9) 상업주의의 배격
대중문화의 만연과 대량생산에 따른 대량소비, 획일화, 규격화는 상업화현상을 가져왔다.
문학도 상품이 되어 우수한 작품보다는 대중들의 오락적 취향과 영합한 작품이 잘 팔리고 있다. 순수성, 예술성을 갖춘 작품은 재미가 없다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하지만 대중적, 통속적인 작품은 어린이나 어른들의 구미를 돋궈준다.
상업적 이득을 우선하는 출판계의 행태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화려한 그림 장식으로 알맹이도 없는 이야기책이 더 잘 팔리고 있다. 아동문학의 주변 상황이 순수창작문학의 발전을 저해하거나 차단하고 있으며 독자들의 정서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업주의를 경계하고 독서풍토를 바르게 세워주려면 학교, 가정, 사회 지도층이 나서서 풍토를 개선하고 솔선수범을 보여줘야 한다.
(10)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평 풍토
1962년 아동문학 잡지 『아동문학』이 출간되면서 아동문학의 평론이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그 후, 아동문학의 평론은 차츰 그 위치를 확대해 나가면서 작품의 질적 향상에 기여했다.
우리나라 문단은 문학이론 정립이 된 비평가로서 대접을 받는 문인과 자격 미달 문인이 서로 존재한다. 작가와 비평가끼리 자신의 비평의 옳고 그름을 놓고 시비를 벌이고 있다. 작품 비평을 받은 작가는 무관심하거나 만족과 불만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능력 있고 논리 정연한 비평가들이 많이 나와서 독자에게 좋은 작품을 골라주고 해설하고 방향을 제시해 줘야한다. 평론가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건전한 교량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기 주관의 눈으로 타인의 작품을 지나치게 극찬하거나 혹평을 하는 것은 평론의 정도가 아니다. 개관적이고 합리적인 잣대로 비평을 한다면 독자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작가는 그 비평을 존중하고 수긍 할 것이다.
IT시대로 바뀌면서 모든 삶의 가치관과 방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문학으로 인생의 가치관을 세우고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문인들은 이제 다시 문제를 재검토할 때가 된 듯하다. 일부 평론가 중에는 이기주의 보다 더 무서운 독선주의(獨善主義Self-righteousness)에 함몰되어 아동문학을 자기중심적 편의주의로 해석을 하고 주장하는 경우를 발견하기도 한다.
어른들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회복하고 어린이들에게 천심을 지키라고 동시, 동화를 지어내는 아동문학가들은 시대 변화를 인식하고 교만과 아집이나 돈키호테식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아동문학의 역사를 알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통일시대의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동시, 동화, 동극 작품을 창작하고 비평을 해야 할 것이다.
이론 정립이 덜 된 지식 바탕에서 편견과 개인적 주장만 내세우고 작품에 대한 본질을 떠나 근거 없이 고의적으로 인신공격성 자기 감정 표현식 비평을 한다면 아동문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 밖에 더 되지 않을 것이다.
(11) 남북통일시대를 대비하는 문학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예언대로 21세기 초에 남북통일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아동문학도 역사적 대변혁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독재국가로 유일체제인 사회주의아래서 살아오며 수령의 만수무강 찬가와 남한 자유민주주의 비판 글만 지어 가르치고 북한이 지상천국이라고 배워온 그들과 어떻게 문학을 논하고 감상하며 통일된 영토에서 평화를 공존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남북이 분단 이후 서로 다른 정치체제로 살아오면서 문학에도 이질성이 극심했다. 북한 1인 독재자의 신격화, 종교화된 공산 사회주의 맹신과 반미 증오심, 최악의 인권탄압국인 북한과 남한의 물질만능 사고, 이기주의와 남남갈등으로 갈라진 불신 사상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문학이 이념분쟁을 그치고 나아가 문화충돌을 막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정 부분의 과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지구촌 시대에 한국은 다민족국가로 진입하는 중이다. 한 핏줄이니까 한 나라를 이뤄야 한다면서 아직도 ‘우리 민족끼리’라는 편협한 고립주의를 주장하며 혈연적 민족주의를 앞세우는 것은 위험하고 퇴행적인 사고방식이다. 민족의 유혹은 매력적이지만 거기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 이런 ‘우리 민족끼리’란 담론에서 탈피해 나가는 일에 시인, 작가들도 함께 참여해야 할 것이다.
북한 노동당 최고위급 비서이며 김일성대학 총장을 지낸 황장엽은 북한을 탈북한 후 자유 대한민국의 안가에서 매일같이 동화책을 읽으며 지냈다고 생전에 술회를 했다. 명작 동화 속에는 인권이 말살된 공산주의 세상에서 찾기 어려운 삶의 진실과 인간애가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철 저 『남북 아동문학 연구』서에서 평양의 『현대조선문학선집』 목차 일부를 보아도 북한 아동문학의 흐름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제1장 o부르죠아 민족운동시기의 아동문학 o초기 공산주의운동을 반영한 아동문학
제2장 o조직영도하신 항일혁명투쟁시기 아동문학예술 o항일혁명아동문학예술에 대한 지도 방침, 혁명 아동문학예술의 발전 o항일혁명투쟁시기에 창조공연된 아동혁명 가요, 아동 유희극 o몸소 들려주신 이야기, 혁명적 동화와 우화
제3장 o영도 밑에 개화발전 된 해방 후 아동문학 o아동문학 발전을 위하여 들려주신 지도와 배려
o전면적 개화기애 들어선 천리마시대의 아동문학
목차만 봐도 북한식 아동문학의 발전역사는 북한식 사회주의 문예관에 의해서 집체적 작업으로 집필된 것으로 김일성 및 그 일가의 개인 가문에 의존 집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유일체제하의 공산주의 사상을 신앙처럼 절대 신념으로 받들고 살아온 북한의 아동문학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대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인 남한의 아동문학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통일이 된 후, 남북이 함께 삶의 건전한 가치관을 세워주고 작품 속에서 즐거움을 얻게 될 때 우리의 자유와 정의의 정신문화가 꽃 피고 열매를 거둘 것이며 나아가 명실상부한 통일 조국으로 재탄생 될 것이다. 남북의 두 체제가 화해와 공동 번영을 추구한다고 할 때, 다른 여러 점에서도 근본적 차이에 대한 새로운 조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문학이 조정 역할을 하는데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통일은 남과 북이 손잡는 것보다 먼저 남한 안에서의 국론 통일로 화해하고 협치하는 게 더 우선이다. 진보와 보수가 극한대결 상태인 남한엔 진보 세력이 보수를 무시한 채 북한과 손잡고 밀어붙이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남한 내 문인들도 마찬가지로 문학적 합의를 다져나가기 위해서 상시적인 공론화를 통해 통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문인은 좌우 편향적, 극단적 정치이념이나 사상에 얽매이지 않고 국제PEN헌장 정신에 따라 인류애 본연의 자세로 뭉쳐서 세계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남북의 화해와 공동 번영에 대한 소망이 기초가 되어 더욱 밝은 삶의 미래, 오래 참고 기다리는 가운데 밝은 미래가 열리기를 동심으로 글을 쓰는 문인들은 기대해 본다.
그리고 문인뿐만 아니라 위정자와 경제인들의 자유세계의 문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정립과 통일에 대한 대비 노력이 융합되어야 역사적인 통일문학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12) 단체간의 단합과 연합세미나 공동개최로 동질성 추구
현재 국내 아동문학 단체의 활동에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창작활동에 도움을 주고 작품의 질적 향상을 위한 순수한 단체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사정은 단체의 성격, 지향점, 이념보다 인맥적 친소관계로 결성되어 서로 다른 단체와 합동 세미나, 화합행사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문학이 갖는 특수성이나 사명의식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려면 아동문학가 스스로가 힘써 노력하여 해결점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해마다 아동문학 단체마다 문학 발전을 위한 각종 연수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연수 주제와 범위를 더 폭넓게 잡아서 아동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확산 해나가야 한다.
한국아동문학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아동문학연구회, 한국동시문학회 등 각종문학단체가 해마다 세미나를 열고 작품발표집을 만들어서 회원들의 자질을 높이고 있지만 각 단체끼리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아동문학의 진로를 공유하고 화합 단결을 도모해야 하는 정성과 노력은 부족하다. 그리하여 일반문학과 겨루어서 당당히 그 지위를 확보하고 독자적 문학으로서나 상보적인 문학으로서 발전하고 권익을 확보하기 위해서 아동문학단체가 통합되어야 바람직하다.
만약 통합이 어려우면 세미나, 연구 발표 등의 행사라도 공동 연합으로 개최하여 아동문학의 동질성을 공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3) 아동문학에 대한 경시와 편견 해소
2016년 7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회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한국아동문학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하고 패널 토론이 있었는데 도종환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아동문학회, 한국동시문학회, 한국아동문학학회, 어린이문화협의회 회원과 아동문학 관련 단체 및 문예지 발간인 등 200여명이 참석하였다. 그리고 국회에서 한국문학관 건립예산을 확보하고 한국문학관을 설치하고자 관계 법령 조례를 제정하는데 아동문학이들의 토론과 건의의 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학관 설치 장르에서 아동문학이 제외된데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당시 도종환 국회의원은 관계 조례에 아동문학을 별도로 표기하도록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아동문학을 경시하는 정치 사회 풍토가 개탄스러운 자리였다.
아동문학이 그동안 푸대접을 받으면서 꾸준히 잘못된 풍토를 개척한 동시인, 동화작가들의 노력으로 놀랄 만큼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만족할 만큼 위상이 정립되진 않았다는 게 대부분의 인식이다. 그런 인식의 바탕 위에서 나는 우리 ‘PEN문학’지에 작품을 수록할 때 그 위치를 시와 동시, 시조와 동시조는 병렬 위치에 나란히 싣고 소설과 동화도 역시 한 장르로 묶어서 실어보고 싶다.
그리고 일제 잔재인 ‘아동문학’이란 이름을 ‘동심문학’ 또는 더 좋은 다른 고유명사로 고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니면 아예 ‘시문학’ ‘시조문학’ ‘민조시문학’ ‘수필문학’ ‘평론문학’처럼 ‘동시문학’ ‘동화문학’을 별개의 독립된 장르로 구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신현득은 세계에서 아동문학이 가장 발달하고 앞서 가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했다.
아동문학의 위상이 정립되어 차별 없는 국민문학으로 승화하고 세계화로 나아가서 워즈워드의 ‘무지개’ 시처럼 세계인이 애송하고 더 나아가 번역 작품을 세계 각국에 전파하여 노벨상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7. 맺는 글
어린이들이 독서를 잘 하지 않는다. 동시 · 동요 · 동화 · 동극을 멀리하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전자게임에 빠져서 책을 손에 들지 않는다. 부모나 교사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방관하고 있다. 어른들이 책이나 신문을 멀리하고 있으니 어린이들이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골목서점은 아예 사라졌고 교보나 영풍 같은 대형 서점에서도 책이 팔리지 않아서 서점 구석진 곳에 몇 사람의 아동 서적만 비치해 놓은 실정이다.
김종상은 ‘초등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서술·논술형 시험의 예시를 보면 국어 실력이 수학, 과학, 사회 등 전 과목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기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아이들의 사고력과 학습 능력에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 역시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논리적인 글쓰기 연습’을 강조하고 있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서, 보고, 듣고, 배운 것에 주관을 담아 순서와 주제에 맞게 써 가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아동문학이 글쓰기 교육의 바탕이 되고 글쓰기를 쉽게 할 수 있는 방편이라는 걸 암시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아동문학가들은 돈을 벌 목적으로 동시집이나 동화책을 지어내지 않는다. 어린이의 정서 발달에 도움을 주고 한편으로는 독서와 글쓰기 지도의 바탕이 되기 위하여 동시 동화를 지어내고 책을 출판하고 있다. 그런데, 그 보다는 자신의 명예나 자기 과시의 방편으로 책을 펴내고 문우나 친지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마는 경우를 본다.
일부 사려 깊지 않은 출판업자들은 유아와 초등생들에게 자격 없는 작가의 이름으로 교육성이 모자라는 이야기를 화려한 그림과 장정으로 책을 펴내어 판매하고 있다. 학부모는 아동문학가의 책은 외면한 채,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지않는 인기영합류의 책을 양서로 착각하고 비싼 가격으로 사주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가요무대나 노래자랑 시간에 동요 대신 유행가를 자랑스럽게 부르는 어린이를 가수인양 칭찬하는 이상한 광경을 흔히 보지만 동요 동시를 애송하고 노래하는 어린이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학교 경영자와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유익한 책을 선정하고 구입해서 도서실에 비치하여 독서지도를 해야 하는데 양서 구분 능력과 관심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이상한 현실 속에서 우리 아동문학가들은 과연 누구를 위하여 동시 · 동화를 지어내어 책을 펴내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인간의 양심을 맑고 밝게하기 위해서 지어내는가? 어린이들의 꿈을 길러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서 지어내는가? 남들이 하니까 군중심리로 따라가는 것은 아닌가?
일부 아동문학가들은 입으로는 어린이들의 영혼을 밝혀주고 어른들의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아주기 위하여 책을 펴내고 더 나은 동시를 짓기 위해서 연구, 단체 활동을 한다고 한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맑은 영혼 구제나 양심 찾기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해선 안 된다. 허영심이나 공명심으로 행세를 해서도 안 된다. 말장난(언어의 유희, 기교)식 글을 참 좋은 동시·동화라고 추켜세우고 상을 주고받아서도 안 된다. 단체 연구활동을 통해서 참 동시 창작의 길을 찾아내고 회원들의 화합 단결에 앞장서야 한다. 단체소속 회원의 임무나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비난하고 자기 얼굴에 침 뱉기로 남을 헐뜯고 훼방을 논다면 아동문학가의 품위와 자격이 모자란다고 할 수 있다. 동심으로 돌아가서 창작을 하고 아동문학 성장 발전과 위상 제고를 위해선 이해와 양보와 희생정신으로 단체활동에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동문학가들 스스로 일반문학에 대한 열등의식에 젖거나 비하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문학 중에서 가장 고귀한 가치를 지닌 존대 받을 수 있는 아동문학이다. 일반적인 이론도 중요하지만 문학성이 높은 작품 창작으로 다른 문학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아동문학은 한국문단에서 그 품격과 위상이 높이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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