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작품 있으면 언제든 출연"
인터뷰를 위해 지난 5일 오전 서울 정동에 있는 스타식스 정동극장 커피숍에서 그녀를 만났을때 진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비오는 날 마시는 커피향이랄까, 아니면 함박눈이 내리는 날 피우는 파이프 담배맛이라고 할까.아무튼 그녀에게선 진하고 그윽한 삶의 냄새가 묻어났다.
영화배우 윤정희씨(尹靜姬ㆍ58)가 바로 그녀다.
오래전의 일이다.유신정권의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1976년 어느날, 그녀는 영화팬들을 몹시 놀라게 했다.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였던 윤정희가 천재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을 한 것이다.
당시 윤정희는 한국영화계를 이끌던 톱스타였으니 그녀의 결혼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건 당연한 일. 정상의 여배우와 천재 피아니스트의 결혼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됐다.
이들이 어떻게 만났을까, 연애는 어떻게 했을까 등등. 이들 부부는 1972년 뮌헨올림픽때 처음 만났고, 74년에 두번째 만남을 가진뒤 2년 후인 76년 3월14일 부부가 됐다.
그리고 26년 세월이 흘렀다.
이따금씩 남편 백건우씨 소식에 편승하여 그녀의 근황이 조금씩 전해지긴 했으나 올드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모자랐다.
심사위원장은 벅찬 감동, 날 불러준 조국에 감사
그녀는 그동안 남편 백건우씨의 활동 무대인 프랑스 파리에 주로 거주하면서 외동딸 진희를 25살 처녀로 키우는 사이 본인도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주위로부터 가장 행복한 예술인 커플이란 부러움을 사고있는 윤정희씨의 영화에 대한 애착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윤씨는 최근엔 국제영화계에서 각종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이번엔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제23회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98년과 2000년, 2001년에 이은 네번째 중책이다. 윤정희씨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뽑은 올 최고의 영화와 배우는 오는 12일 오후 8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서 열리는 청룡영화상 시상식장서 공개된다. 청룡영화상 심사를 위해 일시귀국한 윤정희씨를 만나 그동안의 삶과 영화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주로 파리에서 생활했다. 남편 연주회 준비를 도와주면서 세계곳곳을 둘러볼 기회도 많았다. 딸 진희도 어느새 25살이 됐다. 일이 있을땐 서울도 오가며 바쁘게 살았다. 파리 3대학에서 영화학 석사를 한 덕택에 그곳에도 친구들이 많아 외롭게 지내지는 않았다.
-파리에서의 생활은.
▲결혼전 난 미국유학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파리를 다녀온 후 마음이 바뀌었다. '바로 여기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결혼후 파리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하다. 나뿐만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파리란 도시는 예술적인 흡인력이 강한 도시라고 말한다. 나역시 그곳에 살면서 정서적으로 참으로 기름진 곳에서 살고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영화, 음악, 미술,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세계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단지 파리는 주 근거지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런 셈이다. 일년의 절반쯤은 파리에 있고 나머지 절반은 남편일정에 따라 세계곳곳을 돌아다니는 편이다. 결혼초기 딸 진희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기를 제외하곤 늘 남편과 함께 다니는 편이다. 가족이 함께 아빠연주회를 따라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최근엔 진희도 자신의 일이 있어서 힘든 편이다.
-영화인으로서 파리에서의 생활은.
▲솔직히 초기엔 영화배우란 사실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한국의 영화배우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예전엔 아시아 영화하면 일본이나 중국, 대만영화를 연상할 정도였으나 이제 한국도 아시아 영화의 한축을 이룰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 세계영화계에서도 한국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인데, 나이를 인정하는지.
▲(웃으며) 난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산다.
-요즘 한국영화를 보는 느낌은.
▲정말 많이 발전했다. 특히 연출, 촬영, 연기부분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다만 음악이나 조명은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한국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선 영화음악과 조명분야가 더욱 발전해야 한다.
파리에서도 한국의 몇몇 감독들에 대해서는 다음 작품을 기대할 만큼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히 영화음악에 대한 전문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남자 배우는 많은데 여자 배우는 없다는 느낌이다. 작품이 지나치게 남자 위주로 흘러간다는 느낌이다. 여배우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들도 나와야 한다.
-한국영화가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은.
▲고전적인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서편제와 같이 한국적인 영화도 필요하지만 여기에 국제적인 것도 가미해야 세계시장 공략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 지구촌 영화팬 모두가 공감하는 영화이어야 한다. 충분히 그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이런 문제는 우선은 영화인들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정부차원의 배려도 있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국제영화제를 많이 개최하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부산 영화제의 경우 세계적인 관심이 크다. 조직, 운영,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등 모두가 국제수준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매년 조금씩 달라지고 있고 그 변화가 모두 긍정적이란 점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영화제가 양적인 팽창만할게 아니라 내실있는 영화제로 가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각 지방자치 단체가 앞다퉈 영화제를 개최하는 문제는 고려해 볼 문제다.
-팬들과 스크린에서 만난것이 너무 오래된 것 같은데.
▲그렇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지 출연할 것이다. 외국에는 80이 넘은 배우들이 많다. 거듭얘기하지만 난 배우다.
-최근 한국영화의 주 관객이 20, 30대다.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은.
▲제작자나 감독이 겁먹은게 아닌가 싶다. 중년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과감하게 중년관객을 위한 작품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 이런 시도에 위축돼선 안된다는 느낌이다.
-올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장을 맡았는데.
▲정말 행운이다. 한국최고의 영화와 배우를 뽑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 한국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장이란 자리는 내게 언제나 벅찬 감동을 준다. 심사위원들 모두 눈을 부릅뜨고 즐기면서 심사에 임하고 있다. 불러주는 조국이 좋고 그것이 영화계라 더욱 기쁘다.
-청룡영화상이 한단계 성숙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우선은 주최측이 요구하는 조건이 없어서 좋다. 그러나 4살짜리 꼬마가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경우가 있다. 모든 부분에 성, 연령의 제한을 두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문제는 비단 청룡영화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내 영화상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첫댓글60년대말 남정임,고은아, 문희씨와 동시대를 함께 걸었지만 아직까지 배우로 혼자 남아서 좋은 작품이 올날을 기다리며..배우생활을 하시는 모습이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서 넘 자랑스럽네요*^^* 윤정희,남정임,고은아,문희씨같은 배우들이다시 환생해서 나오는날이 왔으면 좋겠는데...
첫댓글 60년대말 남정임,고은아, 문희씨와 동시대를 함께 걸었지만 아직까지 배우로 혼자 남아서 좋은 작품이 올날을 기다리며..배우생활을 하시는 모습이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서 넘 자랑스럽네요*^^* 윤정희,남정임,고은아,문희씨같은 배우들이다시 환생해서 나오는날이 왔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