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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긴 윈터 브레이크가 없는 세리아이긴 하지만 로마가 일단 전반기를 모두 마친 17라운드 종료 현재 중간 순위 1위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남은 후반기에 돌입할 수 있게 되었다. 로마는 홈에서 삼프도리아를 맞아 후반 토티의 연속골이 터지며 3 : 1로 승리 전반기 내내 이어오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로마와 삼프도리아, 브레시아와 AC 밀란 그리고 우디네세와 파르마의 경기를 중심으로 17라운드에 벌어진 경기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사진: 17라운드 삼프도리아 전에서 50여 미터 단독 드리블로 그림같은 골을 터뜨린 프란체스코 토티. (게티이미지/유로포토)]
1. AS 로마 vs. 삼프도리아(3 : 1)
삼프도리아는 지난 시즌 2부리그인 세리아 B에서 승격한 팀이다. 현재 다른 승격팀인 시에나, 레체, 안코나 등이 중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삼프도리아는 16라운드까지 UEFA컵 진출 가능권인 6위에 불과 승점 4점 차이만이 뒤쳐진 채 8위를 달리고 있는 일명 '깜짝팀'이다. 이러한 삼프도리아의 선전에는 원정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홈에서는 16라운드까지 4승 1무 3패로 그럭저럭 현상 유지를 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원정에서는 2승 5무 1패를 기록할 정도로 쉽게지지 않는 저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원정에서의 월등한 전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는 전력을 가진 팀으로서 쉽게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승점 1점이라도 챙겨왔다는 점은 높이 살만한 대목인 것이다.
로마와의 원정 경기에 나선 이날 17라운드에서도 삼프도리아의 초반 분전은 놀라웠다. 불과 6분만에 파비오 바자니가 중앙선에서의 플라키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파누치를 비롯한 2명의 수비수가 바자니를 방어했지만 파누치가 잠시 공의 위치를 놓친 사이 바자니가 파누치의 뒤쪽에서 가볍게 공을 밀어 넣어 선취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로마 역시 전반 초반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왼쪽에서 코너킥을 얻은 로마는 카사노가 토티에게 짧게 연결했고 이를 다시 되돌려 받은 카사노가 문전으로 길게 크로스 해 주었고 이를 카루가 헤딩으로 연결, 동점(10분)을 만든 것이다. 이후 엇비슷한 공방전을 벌이던 양팀은 결정적인 기회를 잡지 만들어내지 못하며 전반을 동점으로 마쳤다.
후반 초반 들어서도 삼프도리아는 전반과 마찬가지로 공격의 주도권을 쥐며 로마를 압박했다. 하지만 올 시즌 처음 출장한 21세의 신예 조티 골키퍼가 선방을 해주며 역전의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터질 듯 터질 듯 터지지 않던 로마의 공격은 역시 토티에게서 나왔다. 수비진영에서 공을 가로채 역습을 진행하던 로마는 오른쪽 터치라인 쪽을 돌파하던 만치니가 반대편 골 포스트 쪽을 향해 달려들던 토티를 향해 장거리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토티는 이를 골문 쪽으로 쇄도하면서 그대로 다이빙 헤딩슛으로 마무리해 마침내 역전골(60분)을 성공시켰다. 토티는 자신이 직접 역전골을 성공시킨 이후 불과 7분만에 쐐기골을 작렬시키며 팀의 3 : 1 완승을 이끌었다.
토티의 마지막 골은 마치 86년 월드컵에서의 마라도나의 '솔로'와도 같았다. 준준결승 잉글랜드 전에서 중앙선 부근부터 수비수들을 달고 뛰며 끝내 골을 터뜨렸던 바로 그 장면이 토티에 의해서 재연된 것이었다. 정확히 중앙선에서 볼을 넘겨받은 토티는 한 두 번의 모션으로 수비수 2~3명을 따돌렸고 계속 골문 쪽을 향하며 패스를 넘겨줄 듯 말 듯한 제스쳐를 쓰며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진입했다. 마침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은 토티는 골키퍼를 살짝 넘기며 반대쪽 골포스트로 차 넣어 오히려 피니쉬면에서는 마라도나의 그것을 능가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단지 차이라면 마라도나는 예의 다부진 체구로 발에 자석이 붙어있는 듯한 트래핑을 연출했다는 점과 토티는 선이 큰 제스쳐로 수비진을 혼란시켰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었다.
비록 경기는 로마의 3 : 1 완승으로 끝났지만 이날 경기의 주심을 맡은 아이롤디는 양팀이 각각 얻어낸 명백한 페널티킥 상황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등 미숙한 경기 운영을 보여 1 : 1 상황에서 역전을 이끌 수 있었던 삼프도리아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뒤이어 후반에는 마치 전반전의 오심을 봐주기라도 하듯 삼프도리아의 반칙을 일부러 불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며 로마의 페널티킥을 인정하지 않아 박진감 넘치던 경기의 양상을 반감시켰다.
2. 브레시아 vs. AC 밀란(0 : 1)
최근 5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밀란을 홈으로 불러들인 브레시아는 밀란의 파상 공세를 비교적 잘 막아내며 승점 1점을 챙길 듯 보였지만 끝내 마지막 10분여를 버티지 못하며 6경기 무패 행진 기록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전반전은 밀란의 우세속에 간간이 브레시아가 역습을 시도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셰브첸코와 카카의 공격이 아쉽게 골문을 지나쳐 갔으며 이날 유난히 골 욕심이 있어 보였던 루이 코스타의 중거리 슛 두 방도 조금씩 골문을 지나쳐 가며 0의 행진이 이어졌다.
후반전 들어 브레시아는 로베르토 바죠가 멋진 뒷발로 엇갈려 차기(오른발을 왼발 뒤로 돌려서 30여 미터 전방으로 정확하게 크로스를 올려줌) 크로스를 선보이는 등 2만여 관중에게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정작 골과는 연결을 시키지 못했다. 더군다나 스테파노 마우리가 골문 바로 앞에서 디다와 맞은 일대일 찬스를 어이없이 허공으로 차내며 골을 기록하기는 더욱 거리가 멀어 보였다.
밀란은 앞서 로마에서 끝난 경기가 로마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더욱 승점 3점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결국 78분경 루이 코스타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토마손을 투입해 승점 3점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안첼로티 감독의 토마손 투입은 비록 토마손이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셈이 되었다. 토마손 투입 이후 불과 5분만에 선제골이자 결승골이 된 이날의 유일한 골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공격 진영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얻은 밀란은 피를로가 이를 중앙으로 올려주었고 이를 짧은 쪽 포스트 쪽에 서있던 주세페 판카로가 헤딩으로 연결 결국 득점에 성공했다. 판카로로서는 올 시즌 첫 득점이 결정적인 순간에 터진 셈이었다.
판카로의 득점으로 밀란은 로마와 승점 3점 차이(밀란이 한 경기 적게 치름)를 유지하며 여전히 로마의 뒤를 바짝 쫒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득실에서 로마보다 9점이 뒤져있어 전반기 1위 자리는 사실상 로마에 밀려 2위로 마친 셈이다.
3. 우디네세 vs. 파르마(1 : 1)
경기 전 37세의 우디네세의 노장 센시니는 자신의 이전 클럽이었던 파르마의 선수들과 하나씩 포옹을 하며 관중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3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경기장을 누비는 센시니(아르헨티나)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참여했던 얼마 안 남은 현역 선수들 중의 하나이며 90년 월드컵 출전 멤버들 중 최고령 3인방 현역 선수이기도 하다. 66년 10월 12일 생인 그의 뒤를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슈테판 로이터('66. 10. 16)가 잇고 있으며, 3인방들 중 가장 맏형에는 역시 독일 출신의 미드필더인 토마스 해슬러('66. 5. 30,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소속)가 위치하고 있다.
우디네세와 파르마는 사실상 UEFA컵 진출권을 놓고 경합을 벌이는 관계라 할 만한 전력을 가진 팀들이다. 5~7위권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양팀이기에 맞대결에서의 승리는 리그 후반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들의 맞대결에서 먼저 승기를 잡은 쪽은 홈팀인 우디네세였다. 우디네세는 24분경 상대 수비수인 마테오 페라리의 자책골로 선취골을 잡았다. 공격 진영 오른쪽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땅볼로 강하게 문전으로 공을 밀어준 알베르토의 패스를 그만 페라리가 자기편의 골문 안으로 밀어 넣고 만 것이었다. 사실상 프레이 골키퍼의 뒤쪽으로 공이 흐른 뒤였고 페라리 뒤에도 공격수가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에 자책골을 넣지 않았다 하더라도 실점을 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역동작에 걸려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바깥쪽으로 공을 차내기는 더욱 곤란한 상황이기도 했다.
역습에 나선 파르마는 바로네가 동점골을 터뜨리는데 성공하지만 이전에 센시니가 노련한 파울 유도를 해내 끝내 전반전에 동점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센시니는 바로네가 골을 터뜨리기 직전 다른 상대 공격수와 엉키면서 쓰러졌는데 필요 이상(?)으로 강한 액션을 쓰며 떨어져 나감으로써 반칙을 유도해내 바로네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후반전에는 10주간의 부상을 뒤로하고 경기에 출장한 아드리아노에게로 초점이 모아졌다. 아드리아노는 오랜 부상에서 회복되었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자로 잰 듯한 패스를 연결해 주며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거기다가 그는 후반 중반 무렵 우디네세 진영 골문 뒤에 서 있는 이동 카메라를 강하게 때리는 위력적인(?) 중거리 슛을 날려 하마터면 6만 유로짜리 카메라를 박살낼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아드리아노는 경기 막판 무렵인 80분경 헤딩슛을 성공시키며 화려하게 복귀전을 장식했다. 브레시아노의 왼쪽에서의 코너킥을 상대 수비 2명과 동시에 떠오르며 골로 연결한 것이었다. 아드리아노의 타점 높은 헤딩을 칭찬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우디네세 골키퍼인 데 상티스 골키퍼의 어이없는 판단 미스가 헌납한 골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우디네세로서는 다 잡은 경기를 놓친 셈이었다. 뒤늦게 골문을 비워두고 뛰쳐나오는 바람에 골문이 비게 되었음은 물론 그로 인해 충돌을 두려워 한 수비수들이 아드리아노에게 최적의 위치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었다.
우디네세는 비록 승점 1점 추가에 그쳤지만 6위였던 라치오가 모데나와의 원정에서 역시 승점을 1점만 챙기는 바람에 여전히 6위권에 승점 3점 차이를 유지하며 후반기 도약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4. 그 밖의 경기 결과
모데나 vs. 라치오(1 : 1) : 득점 - 24분(0 : 1, 클라우디오 로페스), 61분(1 : 1, 니콜라 캄페델리)
인터 vs. 엠폴리(0 : 1) : 득점 - 89분(0 : 1, 토마소 로키)
유벤투스 vs. 시에나(4 : 2) : 득점 - 15분(1 : 0, 델 피에로, PK), 37분(2 : 0, 다비드 트레제게), 58분(3 : 0, 델 피에로, PK), 64분(4 : 0, 델 피에로), 74분(4 : 1, 니콜라 벤톨라, PK), 80분(4 : 2, 니콜라 벤톨라)
레지나 vs. 레체(1 : 3) : 득점 - 3분(0 : 1, 발레리 보지노프), 4분(0 : 2, 하비에르 에르네스토 체반톤), 26분(1 : 2, 프란체스코 코짜), 56분(1 : 3, 발레리 보지노프)
안코나 vs. 페루자(0 : 0)
볼로냐 vs. 키에보 베로나(3 : 1) : 득점 - 2분(1 : 0, 주세페 시뇨리), 17분(2 : 0, 이글리 타레), 33분(2 : 1, 마리오 알베르토 산타나), 44분(3 : 1, 카를로 네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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