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햇빛은 따갑지만 유래 없이 괴롭히던 찜통더위도 8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바람의 기운과 냄새가 달라졌습니다. 자연의 순리는 변함이 없음을 느끼면서 인위적인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촌역에서 박점열, 김준기, 정일환 선생과 기다리지만 온다던 그님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를 않고 다이얼을 돌려보지만 약속어음은 부도가 납니다. 역시 그밥에 그나물들이 모여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입장합니다.
입구 편의점에서 준기형이 2주일전 댈라스 사위가 미국에서 처가에 방문하면서 선물한 명품 라이방을 받은 기념으로 미국숭늉 아메리카노 아이스커피를 한잔씩 돌립니다. 딸과 사위가 번갈아 선물을 해 일주일에 빤쓰 갈아입듯이 선글래스를 갈아 낍니다. 거기다가 공책보다도 큰 I-pad까지 선물 받아서 사용법을 물어봅니다. 옆에서는 며칠 전 내외가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정선생이 아들한테 선물 받은 최신형 스마트폰을 꺼내 봅니다. 이러니 강남사람보다 강북사람들이 흡연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열 받아서 편의점 아가씨한테 부탁해 다 떨어진 아이스커피에 눈치를 보면서 찬물을 리필합니다. 쫄면 한 그릇이 커피 한잔에 날라 갑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건물 앞에 서니 건물 한가운데가 뻥 뚫린 그곳에 남산타워와 남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70mm 시네마코프 대형화면의 영상처럼 그림이 환상적입니다.
웅장한 규모, 깨끗한 시설, 빵빵한 냉방이 워싱턴광장의 스미소니언박물관 못지않습니다.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1층 전시실의 유물을 방학을 맞아 단체관람 온 초등학생 아이들과 뒤섞여 돌아봅니다.
구석기 시대의 토기유물, 발해 가야의 고대 문물, 신라 백제시대의 찬란히 꽃피운 문명, 근세 조선시대의 문화를 정신없이 돌아봅니다. 진품명품과 복제품이 뒤섞여 있습니다. 하나하나 빼놓을 수 없이 관심을 끄는 문물이지만 2부 맛집기행 프로그램의 유혹에 이끌려 건성으로 훑어보며 지나치게 됩니다. 2층에 올라가 서화관을 둘러봅니다. 여우꼬리로 만든 붓과 문방사우가 어우러집니다. 선조의 유려한 붓글씨의 서예와 팔첩병풍의 산수화 화폭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로비에 안방 사랑방 대청마루 툇마루가 있는 초가가 막걸리와 함께 화투패 돌아가는 환상을 만듭니다. 3층의 불교조각, 고려청자, 이조백자 등의 도자공예와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의 문화재 관람코스가 있지만 생략하고 1층 로비로 내려섭니다. 1층 로비의 역사의 거리에 세워진 고려시대 경천사 십층 석탑이 하늘을 찌릅니다.
다음에 혼자서 두바퀴 굴리고 성산대교까지 갔다가 오는 길에 들려서 구애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실컷 구경할 작정입니다.
전시관을 나오면서 안내원에게 전시관 옆 나무숲 가족공원에서 자리 펼치고 잔을 돌려도 괜찮으냐고 확인하니 니 마음대로 하라고 합니다. 공원 호수 가운데의 팔각정 정자도 패 돌리면서 막걸리 한잔의 정취에 그만일 것 같습니다. 염불은 뒷전이고 젯밥에만 눈이 돌아갑니다.
2부 맛집 탐방을 위해 이촌역에서 을지로3가역으로 점프합니다. 좁은 골목길에 숨겨진 코다리찜 전문 우화식당을 찾으며 공구상점 주인한테 물으니 그것도 모르냐며 손가락으로 알려줍니다. 둘째 손가락 꺽은대로 들어가니 코딱지 만한 식당이 나타납니다. 식당내부가 썰렁합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점심시간이 끝나서 쉬어야 하니까 귀찮게 굴지 말고 빨리 옆집으로 가라고 합니다. 점심은 11시 반부터 1시까지 보리밥만 하고 코다리찜하고 생굴보쌈하고 소고기전하고 막걸리 걸치려면 4시 반까지 기다리라고 합니다. 여기도 혼자서 세운상가에 물건 사러 올 일이 있으면 쇠고기전에 소주 한잔 실컷 걸치고 갈 작정입니다.
꿩 대신 닭으로 바로 옆집 전주식당에 들어가 삼겹살에서 한단계 올려 오리로스로 잔을 돌립니다. 기대했던 우화식당의 메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오는 음식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고추 하나는 된장에 찍어 먹을 만합니다. 양도 풍족치 않아 삼겹살을 추가하는데 이건 영 비계 덩어리만 내옵니다. 서울토백이 3명에다가 월남 역전의 용사인줄을 모르고 연변아주메가 우릴 흑사리 껍떼기로 본 것 같습니다. 미식가 준기형이 사장 나오라고 하니까 퇴근하고 없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팔리지 않는 것 가지고 부수입 잡으려고 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부수입으로 잡은 새로나온 생삼겹살을 뒤집으며 을지로 골목길의 맛집 기행을 마칩니다. 어제 밤늦게 비 그친 뒤 오후의 청계천이 햇빛을 받아 물결에 산란해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호응도가 낮아지는 것 같아 프로그램이 이어질지는 회의를 느끼지만 이제부터는 고품격의 문화탐방과 맛집기행으로 코스를 정하면 어떨까 하는 내 마음대로의 생각을 해 봅니다.
음식솜씨가 없어 밥상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능력 있는 셰프가 필요합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결정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사실 매주 목요두리산행, 불특정일의 번개산행과 번개팅 등으로 모임이 잦아 매니저를 둬서 스케줄을 조절해야 되지 않을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외대두리회 하계수련회는 대천수련원으로 정하고 백수도 일요일과 공휴일은 쉬어야 하니까 8월 27일(월) 1박하면서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을 대천해변가에서 보내고 다음날 돌아 올 예정입니다. 두리회 회원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원룸 숙소 2개실(10 여명 정도 수용)과 교통편으로 승용차 2대 마련되어 있습니다.
「8월 번개팅 결과」
1. 일시 : 2012. 8. 14(화) 11:00 ~ 15:20
2.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용산), 오찬(을지로3가 전주식당)
3. 참가인원 : 박점열, 김준기, 정일환, 이병학
4. 일정
- 11:00 ~ 12:50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관 관람
- 13:30 ~ 15:20 오찬(을지로3가 전주식당)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입구
남산 전경을 마치 화면을 통해 보는 것 같다.
전시관 중앙 로비
고대유물 전시관
신라 금관이 찬란한 빛을 발한다.
깨진 병조각을 정교하게 조립해 붙여 놓았다.
1층 역사의 거리에 세워진 고려시대 경천사 10층 석탑
2층 서화관
2층 휴게공간에서 본 남산 전경
전시관 옆의 용산가족공원 - 나무숲의 녹지공원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전시관 앞의 호수공원
을지로3가의 우화식당은 막을 내렸다.
오찬을 마치고 난 후의 청계천
첫댓글 처음가본 박물관에서 우리나라 긍지를 느낍니다.
우화 식당 영업 안하는지요 표정들 묘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