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근의 STX조선해양 첫 비영업자산 매각은 2018년 9월에서야 성사됐다. 연구개발(R&D)센터를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센트랄에 매각했다.
매각의 물꼬가 트인 뒤로부터는 추가 매각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장윤근은 2018년 11월에 10만 톤급 플로팅도크(해상에서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물에 띄워놓는 도크)를 매각했고 12월에는 사원아파트와 행암공장을 매각해 비영업자산 매각을 모두 끝냈다.
2019년 3월21일에는 STX조선해양의 방산부문(특수선부문)을 삼강엠앤티에 매각하며 추가로 현금을 확보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장윤근은 STX조선해양의 유동비율을 2018년 1분기 94.3%에서 2019년 1분기 218.91%까지 높였다.
이 기간 부채비율은 605.4%에서 74.7%로 크게 낮췄고 2019년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도 모두 상환했다.
△STX조선해양 또 한 차례의 법정관리 위기
장윤근은 STX조선해양이 다시 법정관리체제에 들어갈 수 있는 위기를 맞았다.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인력 30% 감원을 조건으로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받은 뒤 2017년 11월27일부터 같은 해 12월1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신청자는 70명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STX조선해양은 2017년 영업손실 1173억 원을 내 그동안의 자구노력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여기에 정부가 2018년 2월 외부 컨설팅회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STX조선해양의 실사에서는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결과마저 나왔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을 중형 액체화물운반선, 소형 LNG운반선, 소형 LPG운반선에만 집중하는 중형 조선사로 재편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인력 40%를 감축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STX조선해양에 요구했다.
2018년 3월9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장윤근에게 이런 자구계획이 담긴 노사확약서를 2018년 4월9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하며 노사확약서를 내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근은 2018년 3월20일 재차 STX조선해양의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하루 전날인 2018년 3월19일 담화문을 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회사가 회생하기보다 청산될 것”이라며 “지금은 신속히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에 반발해 2018년 3월22일과 3월23일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어 같은 달 26일에는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정부가 오직 금융논리로 사람 자르기식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사측이 정부의 자구안 요청을 거부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장윤근은 노조 설득에 힘을 쏟아 인력 감원 대신 5년 동안 6개월씩 돌아가며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방법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데 뜻을 모았다. 통상임금 20%와 상여금 300%를 삭감에도 합의했다.
자구계획안에는 플로팅도크와 부동산 등 비영업자산 매각으로 현금 유동성을 끌어올림으로써 선수금 환급보증을 적시에 발급받을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추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지정한 기한을 하루 넘긴 2019년 4월10일 오후 5시55분경 자구계획안과 노사확약서를 제출했다.
산업은행이 이를 받아들여 STX조선해양은 2번째 법정관리의 위기를 벗어났다.
△여전히 힘든 STX조선해양 경영 정상화의 길
장윤근은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졸업을 이끌었지만 계속해서 STX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힘든 길을 걸었다.
STX조선해양은 2016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56척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정관리를 마친 뒤 2017년 7월 수주잔고에는 16척의 일감밖에 남지 않았다.
장윤근은 일감 확보를 위해 선박 수주에 매달렸다.
STX조선해양은 2017년 7월20일 삼봉해운과 우림해운으로부터 1만1200DWT(순수화물 적재톤수)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을 각각 1척, 2척씩 수주했다.
같은 달 21일에는 그리스 선사 오션골드로부터 MR탱커를 확정물량 2척, 옵션물량 2척의 형태로 수주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프랑스 선사 소카트라, 중국 진링조선과 MR탱커를 각각 4척씩 건조하는 건조의향서(LOI)를 맺었다. 그리스 선사 판테온과도 MR탱커를 확정물량 2척, 옵션물량 2척으로 수주하는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 수주들을 확정짓기 위한 선수금 환급보증이 제때 발급되지 않았다.
오션골드로부터 수주한 물량은 선수금 환금보증을 받기로 약속했던 시한이 2017년 10월31일까지였다. STX조선해양은 이를 11월23일로 연기해 한 차례 시간을 벌었다.
장윤근은 2017년 11월15일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을 경남도청 회의실에서 만나 선수금 환급보증을 받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2017년 11월17일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선수금 환급보증 발급의 조건으로 제시한 30%의 인력 감원요구도 받아들였다.
결국 STX조선해양은 2017년 11월20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선박 7척의 선수금 환급보증을 발급받았다.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졸업'
STX조선해양은 2016년 8월26일 1차 관계인집회를 열었다.
이날 조사위원인 회계법인 EY한영은 STX조선해양의 계속기업가치가 1조2604억 원, 청산가지가 9185억 원으로 조사됐다고 보고했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채권자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장윤근은 STX조선해양이 지고 있는 회생담보권 8744억 원 가운데 40.91%, 회생채권 3조5936억 원 가운데 6.21%를 현금으로 변제한 뒤 나머지는 출자전환을 통해 갚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회생절차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안도 밝혔다. 2016년 5월 기준으로 2092명의 임직원을 65% 수준인 1350명으로 줄이기 위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한편 인건비를 직급별로 20~30% 수준 감액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과 함께 자산매각도 추진했다.
STX유럽을 통해 지분 66.6%를 보유하고 있는 크루즈선 등 특수선 조선소 STX프랑스(생나자르조선소)를 매각하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행암공장, 사원아파트, 연구개발센터 등도 매각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자회사 고성조선해양의 플로팅도크도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매각이 어렵다면 임대로 전환한다는 방안도 밝혔다.
장윤근은 2차와 3차 관계인집회를 거치며 대규모 주식병합을 통한 자본금 조절방안도 내놓았다.
기존 대주주들이 보유한 7억7385만여 주를 10대1로,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2대1로 각각 병합하고 특수관계인 주주의 보유지분은 전액 무상감자하기로 했다.
출자전환 이후 기존 주식 및 출자전환된 주식을 50대1로 다시 병합해 자본금의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맞춘다는 계획도 밝혔다.
2016년 11월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3부는 장윤근이 제출한 STX조선해양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장윤근은 이후 회생계획안을 따르는 데 주력했다.
선박 수주는 중형 액체화물운반선에 주력해 무분별한 수주를 지양했다. 2017년 4월에는 회생절차를 밟은 뒤 처음으로 1만1천 톤급 유조선 4척을 수주하기도 했다.
2017년 5월에는 STX프랑스를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에 매각했다.
장윤근의 이런 노력으로 STX조선해양은 2016년 예정돼 있었던 변제금액을 모두 변제했고 2017년 만기가 다가온 회생채권의 일부도 조기에 변제하는 데 성공했다.
장윤근은 2017년 6월22일 법원에 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했고 법원은 2017년 7월3일 STX조선해양의 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그는 2017년 7월3일 담화문을 내 “이런 결과는 사우 여러분 모두의 희생정신과 위기 대처 의식을 토대로 회생절차에 적극 임해준 덕분”이라며 “다시 한 번 회생절차 조기종결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준 분들의 희생과 인내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허성무 창원시장, 이장섭 전국금속노동조합 STX조선지회장,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20년 7월23일 열린 ‘STX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서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경남도청> |
△STX조선해양 법정관리인으로 임명
장윤근은 2016년 6월28일 이병모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겸 법정관리인의 뒤를 이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인에 선임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3부는 “이병모 관리인의 비위사실이 발견되거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신속하고 원활한 법정관리업무 진행을 위해 장윤근 전무로 관리인을 교체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근은 이날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의 기술관 대회의실에서 “법정관리를 빨리 탈피하고 빚도 빨리 갚아서 경영을 정상화하자”며 “여러분 마음에 자랑으로 남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취임사를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7월 경영악화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이후 정성립 대표이사, 이병모 대표이사 등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해외 계열사 및 비영업자산을 매각하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결국 2016년 5월27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냈다.
법원은 당시 STX조선해양의 수주물량 56척 가운데 저가 수주선박 14척을 제외한 42척을 예정대로 건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외 영업 이끌어
장윤근은 2009년 3월 대우조선해양에서 상무로 승진한 뒤 유럽영업그룹장, 영국 런던사무소장, 일본 도쿄지사장, 선박영업팀장 등 해외에서 다양한 직책을 거쳤다.
이 시기 장윤근은 대우조선해양의 굵직한 수주실적을 여럿 쌓았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12월20일 노르웨이 선사 사가(Saga Shipholding Norway AS)로부터 5만5천 DWT(순수화물 적재톤수)급 일반화물선 5척을 수주했다.
당시 선박 건조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선업계는 일반적 가격으로 미뤄 볼 때 3억 달러 안팎에 건조계약이 체결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수주로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 이후 2년 만에 100억 달러를 넘는 1년 누적 수주금액을 보이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12월17일 캐나다 선사 티케이(Teekay)로부터 17만3천 ㎥급 LNG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이 선박에는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엔진인 ME-GI엔진이 탑재됐다.
이 수주로 대우조선해양은 일반화물선, 액체화물운반선, 가스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모든 선박 종류에 천연가스 엔진을 적용해 건조하는 실적을 쌓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12월16일 유럽 선사 조디악(Zodiac)으로부터 1만 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급 컨테이너선 6척을 5억4천만 달러에 수주했다.
이 수주로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들어 130억 달러치 선박을 수주해 수주목표를 100% 달성했다. 1년 누적 수주금액은 2010년부터 4년 연속 100억 달러를 넘겼다.
유럽과 북미 수주전선에서 공적을 쌓은 장윤근은 전무로 승진한 뒤 대우조선해양의 루마니아 자회사인 망갈리아조선소로 옮겨 조선소장을 지냈다.
망갈리아조선소는 2014년 5월16일 노르웨이 선사 오션일드(Ocean Yield)로부터 수주한 자동차운반선(PCTC) 2척을 인도했다.
당시까지 망갈리아조선소는 일반화물선(벌커), 중형 컨테이너선 등을 주로 건조하는 조선소였는데 자동차운반선을 인도하며 선박 건조 난이도가 높은 대신 건조가격이 비싼 특수선류의 선박까지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로 도약했다.
장윤근은 “유럽 소재 상선 전문 건조 조선소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박 종류의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점이 망갈리아조선소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영업능력을 입증한 장윤근은 2015년 6월 한국으로 돌아와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사업부문장을 역임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STX조선해양으로 옮겨 영업담당 전무가 됐다.
△케이조선이 걸어온 길
케이조선은 1967년 4월 설립된 동양조선공업을 모태로 한다.
동양조선공업은 1973년 회사이름을 대동조선으로 변경했고 1994년 진해조선소 건설에 착수했다. 하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로 타격을 입고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1년 10월 STX그룹에 인수돼 STX조선으로 회사이름이 바뀌게 된다. 그 뒤 해양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히면서 2009년 STX조선해양으로 다시 한번 회사이름이 변경됐다.
당시 한국 조선업의 전반적 수주 호황세에 힘입어 한때 수주잔량이 세계 4위로 올라서고 40억 달러 수출탑도 받으면서 조선업계 ‘빅4’로까지 불렸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수주 취소가 연달아 발생했고 파생상품 거래손실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채권단 자율협약(2013년), 상장폐지(2014년), 법정관리(2016~2017년) 등을 받게 됐다.
STX조선해양은 2020년 유암코-KHI 컨소시엄으로부터 2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새로운 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
유암코는 산업·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 등 8개 국내 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다. 전략적투자자(SI)로 인수에 참여한 KHI인베스트먼트는 김광호 전 모나리자 회장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STX조선해양은 2021년 7월27일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종료했다고 밝혔고 이로써 8년에 걸쳐 진행된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게 됐다. 아울러 회사이름을 케이조선으로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비전과 과제
▲ 2019년 9월4일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창원시청을 찾아 허성무 창원시장과 조선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창원시> |
장윤근은 유암코-KHI컨소시엄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했던 STX조선해양 지분 대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유임돼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석유운반선과 가스선 등 케이조선의 주력 선종 수주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케이조선은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8척과 11만5천톤급 원유운반선 4척(옵션 2척 포함)을 비롯해 2021년 상반기에만 18척(옵션포함 24척)을 수주했다.
장윤근은 2021년 하반기에 조선시황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좋은 조건의 수주를 위해 주력제품인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6년 처음 법정관리인 겸 대표이사에 오른 뒤 줄곧 STX조선해양을 이끌어 오면서 한해 수주목표로 20척가량을 꼽아왔지만 2020년까지 이를 달성한 적이 없었다.
케이조선은 2021년 상반기에만 1년치 수주목표를 달성했고 그 여세를 몰아 하반기에도 1년치 일감을 더 수주하는 일까지 바라보게 됐다.
장윤근은 2000년대 초 슈퍼사이클로 발주됐던 선박들이 환경규제로 선령(선박연령)에 비해 빠른 교체수요가 나타나고 있어 수주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제해사기구는 2050년까지 2008년과 비교해 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줄인다는 환경규제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강화되는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에 따라 전체 선박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는 선령 15~20년의 노후 선박 교체수요가 늘어나 당분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