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붓다에게서 온 새로운 거장: 라비 Vs 리아 (2부)
#9.
뉴욕 유엔본부 총회의당.
회당 연단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반갑수 유엔 대사:
세계의 빈곤과 기아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는 한, 그리고 천연자원 및 시장 확보를 위한 무자비한 투쟁이 계속되는 한,
진정한 인류의 행복과 희망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선진강국들의 성장 논리는 강자의 약자에 대한 힘의 논리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는 불가피하게 양자를 파멸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거대 복합기업들에 의한 세계시장의 지배는 제3세계의 빈곤을 끝없이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들의 힘에 반대할 어떠한 기회도 구조적으로 박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착취와 빈곤은 결국 전지구의 경제체계를 붕괴시키고 말 것입니다....우리는 국제연합개발기금이 이번에 제시한 3세계에 대한 원조 방식을 지지하며 또한 우리 선진국들이 그들 국가의 GNP의 0.7%까지 해외 원조를 증대하라는 국제연합의 권고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나의 조국 사우스 코리아도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리비아에 대한 군사 경제 제재 조치를 해제함은 물론 아프리카 제국들과 중동제국과의 관계 증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바입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10.
카다피의 집무실. 뒤에 커다란 아프리카 지도. 리비아 국기. 이슬람식 방이다.
카다피 이슬람식 복장에 훈장을 주렁주렁 걸고 있다. 허리춤엔 권총을 차고 있다. 선글라스에 구렛나루. 강인하고 독선적이며 패기만만한 젊은 혁명가의 모습.
옆에 심복1이 앉아 있다.
왼쪽 영사기 화면에 온갖 건설 장비들이 기갑 부대처럼 벌판을 가득 메운 사진.
차도르 차림의 아름다운 라니아(카다피의 딸)의 모습.
라니아 무언가를 그들에게 설득하고 있다.
그녀 앞에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이 놓여 있다.
심복: 대책 그룹은 이미 망해 버린 기업이다. 그들이 모은 모든 기업들과 인력이 동원된다 하더라도 이번 울트라 프로젝트,..
두 사람의 논쟁을 듣고 있던 카다피, 한 마디한다: 자마히리야 프로젝트.
심복, 카디피를 바라보며: 자마히리야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건 불가능해. 봐라.(영사기 화면을 가르킨다)
영사기 화면이 돌아가기 시작하며 드러나는 각종 건설장비의 위용 .이어 트랙터 캐터빌러, 살수기 등의 위용이 거대한 군대사열 행렬처럼 이어진다. 이어 거대한 수퍼 컴퓨터 앞에서 분주히 컴퓨터를 조작하는 연구원(라비의 직원들이다)들의 모습.
카다피:(황홀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며)호오! 정말 대단하군.
심복: <대책 그룹>에는 저만한 기술도 장비도, 돈도 없어. 그리고.
카다피를 바라보며:카다피 대통령 각하. 저것들의 반 가량도 대책 그룹은 부담하지 못할 겁니다.
#11.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라비, 야심만만한 얼굴로 리아와 함께 카다피의 관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접견장에 들어가는 두 사람.
자리에 앉았다가 두 사람을 향해 일어나 맞는 카다피.
두 사람 아랍식으로 합장을 하며 카다피를 향해 인사한다.
“인솨알라”카다피, 라비를 먼저 부둥켜 앉고,
리아에겐 가벼운 목례. 카다피 두 사람을 의자에 앉도록 권한다.
카다피의 환대에 흐뭇해진 라비, 리아를 약간 동정하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며 먼저 자리에 앉고,
리아는 의자에 앉기 전 카다피의 뒷편에 있는 커다란 사진을 바라본다. 리비아의 영웅, 국부인 오말 목타르의 초상이다.
리아, 그림에서 눈을 떼며 카다파에게:오말 목타르. 리비아의 위대한 영웅이지요.
카다피 반색을 하며:오우, 리비아의 국부를 당신이 알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때 라비가 슬쩍 끼어든다.
라비:<사막의 라이온>이란 영화의 모델이기도 했지요. 오말 목타르의 피를 이어받은 리비아인의 불굴의 정신에 존경을 표하는 바입니다.
기분이 엄청 좋아지는 카다피.
라비, 한결 가까와진 듯한 기분에 리아의 무표정한 얼굴과 벽면의 초상화를 번갈아 본다.
#12.
본격적인 회의 장면. 프로젝트 수주전
그들의 앞쪽에는 스크린 화면.
아프리카의 지도에 나일강, 자이르강, 니제르강, 차드호를 연결하는 장대한 중심 수로와 그를 통해 각 지역에 이어진 지수로의 설계면이 나타나 있다.
라비, 카다피를 향해 설명한다: 아다시피 사하라 사막은 동서 5600Km,남북 1700Km.아프리카 총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사막이지요.
반면 관개 농업에 있어 하이테크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수자원도 풍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면을 가르키며)바로 저 나일강, 자이르 강, 니제르 강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의 관개 기술을 보유한 네덜랜드와 나아가 유태계 전문가들까지 확보해 놓았습니다. 저 세 강과 차드호를 연결하는 대 수로 공사가 이루어진다면 이 사막지대는 반대로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자아내는 카다피.
이어 대수로 공사에 동원될 각종 첨단 건설장비들의 모습.
가히 장관을 이룬다.
라비의 일차 설명이 끝났다..
리아는 아무 자료도 내놓지 않은 채: 각하.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의아한 표정의 카다피, 라비를 한번 쳐다 본다.
리아:수레바퀴가 지나가며 파인 조그만 웅덩이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다고 하지요.
웅덩이에 고인 얼마 안 되는 빗물마저 거의 말라버려 그 물고기는 당장 말라 죽을 지경입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고기가 제발 자기에게 물을 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행인이, 좋다 내가 천만리 밖에 있는 커다란 강까지 운하를 파서 그 물을 네게 끌어다 주마! 이렇게 말한다면 그 물고기가 뭐라고 할까요?
카다피:그야, 운하가 다 완성되기도 전에 물고기는 말라죽을 텐데.
리아: 바로 그 점입니다. 당장 고사 직전의 물고기에겐 운하의 커다란 물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필요한 한 양동이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때문에 저의 계획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우선 리비아 남부의 사막지대에 묻혀 있는 지하수를 파내 북부로 끌어올리는 수로 공사가 먼저 선행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카다피(저으기 구미가 당긴다는 얼굴):뭐라고? 그게 가능하다는 얘깁니까?
리아: 저희가 지질 조사를 한 결과 그곳 지역은 예전에는 초원과 정글 지대였습니다. 의외로 풍부한 물이 사막지대 밑에 묻혀 있다는 뜻이죠. 그것도 리비아의 사막지대를 전부 녹지대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점점 놀라는 카다피. 역시 또 다른 의미로 당황한 표정의 라비.
리아:각하, “자마히리야”란 ‘인민공동체’란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카다피: 첫인상과는 달리 당신도 상당히 용의주도한 사람 같군. 맞소.
리아:인민 공동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누군가 먼저 첫 삽을 뜨고 성공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이 사업을 끝까지 관철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대다수 절대 빈국인 사하라 국가들이 이 거대한 사업에 동참하겠습니까?
카다피:일리 있는 얘기요.
리아:때문에 리비아에서 먼저 가장 빨리 성공의 모델을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카다피: 구상은 좋은데 아무래도 그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 시설은...(라비쪽을 바라본다)
라비, 껄껄 웃으며: 각하.그리 감명 받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정도의 계획은
저희도 벌써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단위 사업과 소단위 사업을 구분해야겠기에.
카다피:아,그랬었군. 하긴 <초절정그룹> 같은 기술공학 대기업이 그 정도를 몰랐을 리가 없었겠지.
라비, 다시 영사기 화면을 가동시킨다.
화면, 복잡한 지하철 노선표처럼 송수 파이프라인이 얽킨 가운데 곳곳에 댐과 발전소,
그리고 인공호수, 천공캠프, 인공 우물 등의 표시가 기재되어 있다.
라비:보십시오. 우리는 크게는 운하 공사 이외에 지역별로 관개 농업화에 대한 계획을 진작에 해 놓았던 터입니다. 작게는 인공 우물, 천공캠프, 인공 호수와 호안지대. 회전 살수기, 그리고 전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댐.
(설명대로 우물, 천공 캠프에서 댐의 모습까지. 그로 인해 푸른 녹지대로 변한 사막지대의 모습까지 화면으로 제시된다)
라비의 설명에 감탄을 연발하는 카다피:굉장하군. 어떻소? 미스터 리아.
리아:문제는 댐이나 인공호수의 조성만으론 치수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아한 얼굴로 리아를 바라보는 카다피.
라비:호오? 그런 이론은 처음 들어보는데. 그것은 도대체 어떤 논리지? 사막지대를 녹화시키는데 댐이나 인공호수의 조성이 필요 없다니?
리아: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홍수라든가 가뭄 같은 것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고 뜻입니다.
리아의 단호한 모습에 흠칫 입을 다물고 마는 라비.
리아:(준비한 자료 화면을 제시한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황무지 지대의 토양의 모습. 작은 돌들과 자그만 풀이 자라고 있다)저것은 사하라의 레그 지대.(카다피를 바라보며)이곳 말로는 테네레 혹은 세라르.
카다피. 고개를 끄덕인다:오우, 맞소.
리아:그곳 지역과 비슷한 텍사스 주 동부의 토양입니다. 저러한 토양은 100파운드의 양이라도 비가 내리면 (그 속에 비가 내려 스며드는 모습)30파운드의 양밖에는 비를 저장하지 못하죠. 반면(다시 화면이 바뀌면 검은 빛깔의 부드러운 부식토양 지대 모습)저러한 토양에서는 무려 195파운드가량의 물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여 저장할 수 있습니다.
카다피:호오,대관절 저 흙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리아:부식토라는 것이지요.
오만한 얼굴로 리아의 설명을 듣고 있는 라비.
리아: 결론적으로 홍수가 나더라도 물을 충분히 흡수 저장하여 농작물이 심어지는 표토가 물에 씻겨 떠내려 가지 않고, 또 가뭄이 몰아 닥쳐도 물을 끌어 쓸 수 있는 토질을 가꾸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러한 토질, 참으로 비옥한 토질을 잃어버린 민족은 역사상 멸망을 면치 못했지요. 미국도 몇 년 사이에 경작할 수 있는 표토의 3분의 1 가량을 빗물에 씻겨 바다 속으로 흘려 보내고 말았습니다.
카다피, 감탄한 얼굴: 정말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굉장한 기술과 시설이 필요할 것 같은데,
라비, 비웃음을 흘리며: 각하, 저것은 그야말로 환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시 라비에게 집중되는 카다피의 시선
라비:오래 전에 화학 경제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레이 박사는 1980년경까지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에 약 3000만톤의 화학 비료를 쓰지 않았다가는 심각한 기근에 허덕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지요.(라비, 레이 박사의 논문을 내밀며) 이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그리고 그 예측은 이미 얼마 전 사헤르 지역의 대한발로도 이미 입증된 바 있습니다.
카다피:(레이 박사의 논문을 바라보며)그,그렇군요..
라비:지금 레이 박사는 이번 자마히리야 프로젝트를 위해 자기의 연구팀을 이끌고
우리 <초절정 그룹> 연구소에 들어와 있습니다.
카다피:호오,잘 하셨습니다. 기대가 가는군요.
라비: 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는 저러한 레그 지대에 1평방 야드당 70그램의 황산 칼륨 비료와 45그램의 화학 질소 비료, 그리고 26그램의 인 분말을 투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대단위 비료 공장을 건설해야 합니다.(다시 화면)이것이 저희의 계획입니다. 시설, 규모, 비용, 공기일자. 이러한 대단위 플랜트 건설은 이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지극히 바람직스러운 일이지요.
황홀해 하는 카다피.
라비:각하께서는 바로 저기서 현재 22.000종의 상품명으로 생산되는 농약들, 디알드린,알드린, 헵타클로스, 시노벡스(화면 각종 농약품들이 일관라인에 따라 생산되는 모습. 굉장히 대량 첨단 공정체제다) 그 밖에 생산한 농산물을 오래 저장할 수 잇는 BHT(산화 방지제), 살충제와 제초제 ,말하자면 서구 산업국가가 200년 동안에 이루어 놓은 농업 실적을 이십 배나 짧은 기간 내에 누리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초절정그룹>은 이를 위해 이미 만반의 준비와 자금력을 갖춰 놓고 있습니다.
카다피, 마지막 말에 더더욱 띠용! 가는 모습.
라비:현재 리비아 경제의 근간이 되는 각하의 원유와 아프리카 제일의 농업 왕국, 선진기술국-각하께선 한번에 이 모든 것을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카다피, 정말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모양. 비서를 불러 음료수를 가져오게 한다.
리아, 잠시 카다피가 진정되길 기다린다.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 모양을 지켜 보는 라비. 라비의 승리가 점점 확실시되어가고 있다.
과연 세계 최우량 기업의 최대의 두뇌답게 치밀한 준비를 갖춘 것이 분명하다.
라비의 자료 화면에 보이는 모습들은 리아가 보기에도 반할 만할 정도로 환상적이다. 하물며 사막과 원유 뿐이 모르는 카다피에게야 오죽 하랴.
리아, 뭐라 입을 여는 순간.
카다피 손을 흔들어 만류한다:됐습니다. 미스터 리아. 나는 이미 마음을 결정했습니다.
라비의 얼굴에 번져 가는 득의의 미소.
카다피:더 이상 입을 열지 마시오. 당신의 얘기는 충분히 알아 들었습니다.
리아, 잠시 카다피를 응시한다. 얼마 후:저는 감히 각하께서 오말 목타르의 후예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겠습니다.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카다피:뭐라고?
카다피 분노한 얼굴로:이, 건방진 놈, 감히...
리아, 지지 않고:오말 목타르는 사막의 라이온으로 알려졌지만 각하께선 행여 사막의 들쥐로 불려지지 않을까 우려스럽군요.
리아의 극언에 카다피는 물론 옆의 라비마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어이없는 얼굴.
허리춤의 권총을 빼어드는 카다피:이,이....
리아: 방아쇠를 얼마든지 당겨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총을 장난감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모래밭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뒤바뀌어 놓기도 어려울 테니까요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카다피.
리아:(화면을 켜며) 잘 보아 두십시오. 저곳이 바로 앞으로 각하가 묻히실 땅이니까요.
카다피, 무의식중에 그쪽으로 시선이 향해진다.
화면:135마력의 거대한 트랙터 수십 대가 거대한 폐농지를 누비며 20킬로 가량 벽돌처럼 뭉친 땅을 기를 쓰고 갈아엎고 있다,
리아:겉으로 봐서는 장관이지요. 하지만 저것이 화학비료에 의지한 관개 농업의 최후라는 것이지요.
전의 비옥하고 광활한 농경지에 화학비료가 살포되고 관개수로를 통해 물이 공급되는 토지, 점차 수확량이 줄어 들다가 마침내 황무지로 변하는 모습, 리아의 설명과 함께 흐른다.
리아:화학비료는 토양 속의 온갖 유익한 유기물질을 태워 버리고 식물과 인간에게 필수적인 미네랄의 미묘한 균형을 깨면서 지열를 발산시키죠. 거기에 관개수를 아무리 퍼부어도 흙은 저렇게 20키로 가량의 딱딱한 벽돌 덩어리로 변하죠. 그러면 저러한 대규모 트랙터가 필요할 테고 저것도 우리가 기술농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실은 화학비료의 투여에 의한 관개농업의 종말이라는 것입니다..그리고 저곳에 각하도 묻히게 되는 것이죠.
카다피. 긴장한 표정으로:저게 사실이란 말인가?
리아:뿐더러 화학 농법을 실시하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은 그곳이 어디이건 간에 예외없이 질병에 걸립니다 .미국인들의 사망 첫 번째 이유인 심장병, 50년 전만 해도 거의 없었던 관상동맥혈전증, 암, 당뇨병, 관절염, 카리에스 등등. 화학비료의 대량 사용은 국민들의 대사성 질환의 증가를 가지고 오는 겁니다. 소위 선진국형 질병이라는 것이지요.
라비(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완전한 거짓말! 현대의 선진국들이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도 잘 먹고, 건강하다는 것은 미국의 과학자문위원회의 식품첨가물에 대한 증거로도 입증된 사실입니다. 기술 공학, 농업과학, 화학의 통합과 발전 덕분에 그들은 영양가가 높고 오염되지 않은 식품을 양산, 신체 건강에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리아: 화학 농법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그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뿐입니다.
니콜스란 의사가 1600구의 시체를 검시한 결과 세살 이상의 환자들은 대동맥에 이상이 나타났고, 스무 살 이상의 모든 환자들에게는 관상동맥에 질병이 발견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지요.
라비:질병이 없었던 시대는 없었습니다! 선진국들의 평균 연령은 후진국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미국 흑인들과 아프리카 흑인의 신체가 그토록 차이가 나는 이유는 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군요. 이것은 그야말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자립의지를 원천봉쇄하려는 해괴한 주장에 불과할 뿐입니다. 각하. 도대체 저 사람이 노리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것은 단지 황금에 눈이 어두워 기술과 노우 하우, 자금과 시설 면에서의 역부족을 과학의 탈을 쓴 협잡으로 대신하려는 국제적 사기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야말로 나치의 유태인 학살보다도 더한 미증유의 인간범죄인 것입니다!
점점 라비의 언변에 말려 들어가는 카다피.
라비:이 사람은 지금 이 황량한 사막의 땅을 단번에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원시상태의 비옥한 땅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각하께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것은 마치 아프리카 대지의 역사를 기원전 100만년 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자는 얘기나 매한가지인 것입니다. 설사 그게 가능하더라도 그때쯤이면 전 아프리카인들은 기아로 사망해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게 되어 있을 것입니다. 더더군다나 지금 각하를 사막의 들쥐로 비유하고 있는 사람의 정체를 제대로 알고 계신지 모르겠군요.
카다피, 리아에게 의혹의 눈길을 던진다.
라비,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유감스럽게도 한국 경제사상 최대의 부도를 내고 파산 일보 직전에 있는 대박 그룹의 족보 없는 기획통이지요. 그것도 출세에 눈이 어두워 온갖 계략으로 회사를 궁지로 몰아 넣은 뒤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각하, 이처럼 젊은 사람이 과연 한국 유수의 그룹의 총책임자 자리에 오르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가능했을까요? 그것도 최고 오너의 친족 후계자들이 멀쩡히 건재하고 있는 마당에.
더군다나, 이자는 영적 테러리스트를 자처하며 프리 섹스 교주에 헐리우드식 신흥 종교의 창시자인 오쇼에게 존경을 표하는 최쓰레기 자유주의자입니다. 이들은 모든 사회와 조직과 청소년의 성장에 파멸적인 타격을 줄뿐더러 검증되지 않고 정체가 모호한 명상이란 신종 정신적 독극물에 중독되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있지요.
카다피: 명상? 그게 뭡니까? 라마단이나 메카 순례와 비슷한 게 아닌가요?
라비; 새로운 정신적 육체적 중독 독극물입니다. 그것에 빠지면 가정도 국가도 종교도 다 버리지요. 가장 무서운 인류의 독극물. 이 사람은 그 중에서도 이미 십 몇 년 동안 그것을 연구해온 일급 전문가라 할 수 있지요.
카다피, 갑자기 험악한 얼굴. 들고 있던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며 리아의 가슴에 겨눈다:그랬었군.
라비, 씨익, 웃음을 흘리며 리아를 바라보고.
카다피:(리아를 향해 살벌한 표정으로)본인의 말에 책임을 져 주기 바라오. 그렇지 않을 경우 당신을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 묻어버릴 것이오.
힐끔 자기 가슴에 겨누어진 총구를 바라보는 리아:
뭐 그것도 매력적인 일이긴 하군요. 하지만 후세의 아프리카 인민들이 두고두고 저를 두고 애석해 할지 몰라 그것이 걱정스럽습니다, 각하.
으익, 안색이 일그러지는 카다피와 리아의 태연자약한 자세에 흠칫 놀라마지 않는 라비. 그런 그를 한 번 일별한 뒤,
리아:그리고 제가 독극물 전문가란 것은 사실이지요. 그것이 어떤 것인가는 얼마 전에 숀 코네리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더 록>이라는 영화를 보신다면 대단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는 군요. 권총한번 잡아본 일 없는 공부벌레지만 몇 개의 중요한 화학분자식과 전자회로에 대한 지식으로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사람을 독극물전문가라고 하지요. 라비, 혹시 그 영화를 보셨나요. 우리 한국에선 150만명 정도가 봤다는데?.......
카다피, 어리둥절하여 심복을 향해 숀 코네리와 <더록>에 대해 물어보고, 갑작스런 상황 반전에 당황하는 라비.
#13.
카다피를 향해 설명하고 있는 리아:
건강한 토양에서 건강하게 자란 식물은 자연적으로 질병에도 강하게 되어있습니다. 특히 일교차가 심한 사막의 기후와 냉해에도 말입니다.
(화면을 가르키며)그를 위해 우리는 특수 처리된 천연거름을 생산합니다.
(화면에 그 공정장면)우리 연구진은 화씨 140도의 상태에서 건조, 시간당 6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훌륭한 토양재료 생산기술을 이미 확보했지요.
-(화면을 가르키며)그리고 저것은 생물역학 퇴비 생산 시스템입니다.1에이커당 이분지 일톤씩 47밀리리터의 관개수와 함께 쏟아넣습니다. 그렇게 해서 화학 비료를 투여한 토지 수확량의 두 배에 가까운 1725부셀의 농산품을 수확해 낼 수 있지요.
-(리아의 설명)부식토 제조공장, 그리고 토지에 유용한 미생물을 번식시키고 토질의 구성요소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 있는 원소변환용 미생물 배양기술과 효소 증식 시스템.
(화면에 설명에 상응하는 복잡 정교한 시스템 라인의 모습이 흘러가고)
-우리의 계획에는 500여 가지의 화학 약품 같은 것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토지에 대해 독극물을 마구잡이로 퍼붓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저희는 진드기 같은 해충을 박멸하는 데는 살충제 대신 그 천적인 무당벌레를 이용합니다. 제초제도 필요치 않습니다. 벼와 개량 바하이아풀을 윤작하면 어떤 화학비료 논보다도 우수한 산출을 거둘 수가 있지요. 그렇게 되면 독극물에 불과한 비료 공장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엄청난 자금도 절약할 수 있구요.
-우리는 또한 콩과 오이를 같이 심으면 굉장한 수확을 거둘 수 있지만 콩과 회향풀을 한데 심으면 수확량이 엄청나게 줄어든다는 것도 연구했지요. 그리고 저장방법 역시도 별도의 시설비용이 들지 않고 가장 효과적인 길을 찾아 드릴 것입니다. 가령 사과와 감자를 같이 저장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란 얘기이지요.
-그리고 천연 거름이 모자란다면 우리는 바닷말 가루와 바닷말즙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이것은 구하기도 쉽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어떠한 비료보다도 훌륭한 토지의 양분이 되니까요. 당장 시설이 없더라도 우리 한국과 노르웨이에서 수입을 하면 됩니다.가격도 저렴하고.
-그리고 우리는 곤충떼의 기습에 대비해 방사공학을 이용한 방사선 해충처리기기와 전자 해충제어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병리 분쇄기와 동조 방사선의 치명적인 효력을 이용한 최첨단 기술입니다.
라비:잠깐만!
라비에게 돌아가는 시선.
라비(그야말로 결정적인 승리를 나꿔 챈 승리자의 오만하고 확신에 가득 찬 표정):이제야말로 이 자의 진정한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카다피, 긴장한 얼굴로 라비를 주시하고.
라비:이 자의 말을 확인하자면 식물재배학, 세균학, 곤충학, 미생물학, 농화학, 실용농학, 식물 육종학..등등 분야의 최첨단의 연구결과와 시설,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책그룹> 아니, 한국 어디에도 그러한 분야의 전문가나 연구시설이 없다는데 그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갑자기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요?(카다피, 흠칫하는 얼굴이고)그리고 더욱 중요한 문제는.
카다피:더욱 중요한 문제는?
라비:동조 방사선 연구는 미 정보부에서도 최고 최대의 극비 연구기밀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카다피, 극도의 긴장상태) 주로 미국에 장애가 되는 정부요인을 암살하기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 최고급 정보 기밀. 그것은 이를테면 수백 킬로 밖에서도 목표가 되는 인물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대량으로 죽음으로 몰아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그런 기술이 실용화될 수 있었다면 왜 미국이나 일본, 아니 한국에서 농업분야에 사용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실은 대통령 자신도 알고 싶어지지 않을 정도의 무서운 기술. 단지 요인 암살용으로만 개발되어온, 핵폭탄보다도 가공할 치명적인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을 민간인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정부는 어디에도 없겠지요.
그런데 미국이 왜 갑자기 정책을 돌변 각하께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왔을까요?
왜? 도대체 왜? 그것도 하루 아침에 갑자기?
카다피의 얼굴이 점점 심상치가 않다.
라비: 그리고 이 사람이 독극물전문가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 자는 미국의 외교적 술책을 등에 업고 각하 곁에 찾아온, 이를테면 최첨단의 비밀 테러장비와 함께 최고도로 훈련된 암살 기술자.....
#카다피의 관저. 라비, 리아, 카다피가 마주 하고 있을 접견장의 건물모습이 보인다.
황금빛 석양의 햇살이 이슬람식 돔 건물 천정에 강렬하게 작렬하고 있다.
와일드 짚차 한대가 멎으며 선글라스를 쓴 미모의 한국 여인이 안에서 내린다.
김 태리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이글거리는 태양.
이윽고 접견장 주변에서 타앙- 들려오는 한 발의 총성.
잠시 후 타앙-탕- 타앙- 탕- 몇 발의 총성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다.
끝없는 사막에 내려앉는 황혼 저 너머에서
누군가의 죽음과 함께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The END)
첫댓글 벌써 끝나?
영화 주인공되더니 맛이 좋은 모양이당! 스타의 대열에 드뎌 들어 가셨구려!박상!
에잉~~그래봐야 조연급이던데...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있겠지요.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