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전 대강연을 마치고 대전정토회에 들어와서 잤습니다.
새벽 5시, 대전정토회에서 오늘 첫 강연이 있는 진도로 향해 달렸습니다. 진도는 땅끝마을 해남보다도
더 남쪽에 있는 섬이었습니다. 아마 서울을 기준으로 했을 때, 300강연 중 가장 먼 곳이었을 것 같습니다.
가는 길에 스님께서 지도를 펴놓고 진도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진도는 전라 우수영이 있었던 곳이며
이 곳 울돌목이라는 곳은 물살이 빨라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그 물살을 이용해서 12척의 군선으로
133척의 일본수군을 물리친 명랑대첩이 있었던 곳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스님 설명을 듣고 진도로 들어가니, 스님께 먼저 들은 명랑대첩, 우수영, 울돌목 등의 지명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역사의 현장을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늘은 강연이 세 군데나 있어서
그냥 역사의 현장 옆으로 지나가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가는 도중 고속도로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강연 20분 전쯤에 오늘 강연이 있는 진도향토문화회관에
도착했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해서 보니 강연 참가자가 10명 남짓 앉아있었습니다. 구기자 수확철이라 사람이 적다며
300강연 중 최저 인원이 오면 어떻게 하냐며 담당자가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도 인구가 3만 3천명인데, 더군다나 오전 강의인데 700석이 넘는 강연장을 잡아놔서
더 썰렁한 느낌이었습니다. 행사를 준비한 사람의 초조한 마음이 전달되었습니다.
10분 전에 재능기부해 준 진도민족문화예술단의 공연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뒤를 돌아보니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27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강연에 참가했습니다. 담당자의 마음이 좀 놓였겠다 싶었습니다.
오늘은 사전에 질문하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하는데, 막상 강연이 시작되니까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인데요, 원래 이 자리에 오고 싶어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이 안 된다고 하셔서
땡땡이를 치고 여기 왔습니다. 사람들이 살면서 크고 작은 일에서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지만 판단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오늘 이 자리에 온 것도 옳은 지 그른지, 어떻게 판단하면 되나요?”
“4가지를 빼면 자기 판단대로 해도 돼요. 첫번째, 사람을 해치지 마라.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두번째, 남에게 손해 끼치지 마라.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뺏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 남을 괴롭히지 마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네 번째, 남을 속이지 마라.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네가지 빼고는 다 해도 됩니다.
그러나 3살짜리 아이라도 이 네 가지에 대해서는 질서를 잡아줘야 됩니다. 학교 폭력도 이 네 가지밖에 없어요.
인간은 가능하면 이 네 가지 빼고는 자유롭게 행동해도 됩니다. 이것은 종교와 관계 없어요.
이 네가지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줍니다.
또한 이 네가지를 하게 되면 그 과보가 반드시 다시 나에게 돌아옵니다.
오늘 강연 듣고 도움이 되었으면 결석 처리를 했다 하더라도 감수해야 해요. 결석 처리하는 손해를 봤지만,
여기서 강연을 듣고 이익이 남으면 괜찮아요. 듣고 이익이 아무것도 없으면
‘아, 내가 여기 온다고 한 판단이 잘못되었구나’ 할 수 있겠죠? 꼭 손해는 아니예요. 뭐든 해 봐야 알죠?
이렇게 몇 번 해 보면 이익이 될 때도 있고, 손해를 볼 때도 있어요. 경험이 쌓이면 판단이 생깁니다.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경험이 쌓이면 80-90% 맞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젊을 때는 이 네 가지 빼고는 해 보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서 경험이 쌓여 나가다 보면
제대로 된 판단을 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고등학생이 힘있게 대답을 했습니다.
진도는 귀농자를 비롯해 소위 지식인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남편이 술을 많이 마셔서 화를 억제할 수 없다는 아주머니의 질문 이후부터는 거의 사회적인 질문이었습니다.
통일운동을 하다가 8년 징역을 살고 나왔는데 비전향이라는 이유로 딱지가 붙어서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려워
귀향살이처럼 진도에 내려와서 산다는 남자분도 있었고, 폐비닐 처리 등에 문제 의식을 느끼며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아주머니, 왜 전라도 사람들이 홀대를 받는 지 묻는 남자분 등 사회적인 질문들이 많아서
개인의 어려움에 대해서 진솔하게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의 맛이 덜 살아나는 느낌이 있어서
약간은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분위기가 상당히 밝고 쾌활한 느낌이었습니다.
진도는 종교간의 갈등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강연 홍보를 할 때 기독교, 천주교인도 홍보를 많이 도와 주었다고 합니다.
지역 분위기가 스님 강연을 반기는 분위기라 포스터를 붙여주는 은행, 가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오늘 강연에도 비구니스님들과 수녀님이 오셔서 사인회 후 스님과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진도는 전체 분위가 좋아서 인상에 남는 지역이었습니다.
진도 강연을 마치자마자 바로 다음 강연이 있는 함평으로 향했습니다.
다음 강연이 바로 붙어 있어서 휴게소에 갈 시간도 없이 이동을 했습니다. 점심은 미리 준비해 주신 김밥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진도를 벗어나 함평으로 가는 길 양 옆으로 파란 배추와 대파 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암을 지나갈 때는 무화과 과수원이 펼쳐져 있어서 이 곳이 남도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강연장인 함평엑스포공원에 20여분 전에 도착해서 함평군수님과 유마사 주지스님과 강연전
간단한 차담을 했습니다. 군청 총무과장님이 스님께 함평을 방문한 기념으로 글 한 줄을 남겨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나비 축제로 유명한 함평에 맞게 스님께서 한 줄 글을 써 주셨습니다.
강연이 낮 2시라 사람들이 오기가 쉽지 않은 시간인데도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대선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대선이 가까이 다가오고 단일화 문제가
연일 신문에 오르내리다보니, 강연장에서도 꼭 대선에 대한 질문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41살인데 장가를 아직 못가서 걱정이라는 아주머니도 있었고, 시골에서 시부모, 시고모, 친정부모까지
가까이에서 모시고 산다는 젊은 여자분은 도시에 나가면 도시에 살고 싶고,
시골에 있으면 시골에 계속 살아야 할 것 같아 왔다갔다 하는 이 마음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지 물었습니다.
중 3 아들을 둔 아주머니는 이 아이가 사회에 나가는 15년-20년 후에는 어떤 일이 각광을 받을지 궁금하다며
진로 상담을 했습니다. 45세 자영업자인 남자분은 계속 경제가 안 좋은데, 앞으로 경제는 어떨 것 같은지,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지까지 스님께 물어서 사람들이 많이 웃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모든 것을 다 스님께 묻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하신 아주머니는 결혼 23년차인데 돈도 벌지 않으면서 라이온스 클럽 회장 등
외부에서 인정받는 남편에 대한 원망이 쌓여 이제는 먹을 수도 없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과 남편과의 갈등도 심해져 이제는 혼자 감당할 수가 없어서 스님께 질문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정말 절박하고 힘들어 보였습니다.
스님을 만나 이렇게 질문을 하고 답을 얻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며칠 전 국향대전이 끝났다는 함평엑스코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습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jungto.org%2Fupfile%2Fimage%2F____copy171.jpg)
다음 강연은 오후 7시 군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있었습니다.
군산시장님과 사전 차담을 나누면서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던 수경스님과 수녀님들, 3보 1배를 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스님께서 자연이 인간에게 재앙을 주는 요소를 막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사람들의 레져를 위해서 억지로
무리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 하지 않겠냐, 자연은 10년, 20년 후가 아니라
적어도 100년 후를 바라보고 사업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셨습니다.
군산시청 대회의실은 560석이었는데 600여명이 참가해서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강연을 들었습니다.
질문자와 깊이있게 문답이 오가다보니, 2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갔습니다.
대선에서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폭언을 하는 형님과의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는 것이 좋은지,
대기업을 그만 두고 귀농해서 좋아하는 남편이 얄미운데 계속 남편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지,
이혼한 아버지와 엄마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 지 등 많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강연에는 비구니 스님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군산 흥천사에는 스님께서 몇 번 법문을 한 인연도 있어서
큰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이 다 오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 사인과 사진촬영을 마치자 오늘이 전북지역 300강 마지막 강연이라며 자원봉사자 한 분이
스님께 꽃다발을 안겨 드렸습니다. 케익의 촛불을 스님께서 후-불어서 끄자 자원봉사자들이 손뼉을 치며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내일은 대전정토회에서 마지막 가을강좌가 있어서 군산강연을 마치고, 대전정토회로 와서 잠을 청합니다.
오늘 하루 정말 바쁘게 다녔지만 각 지역마다 분위기와 특색이 달라서 재미있었던 하루였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