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새롭게깊게>5월23일(나무날) 도서관일기
비행기타고 온 탐라수국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어요. 배움터로 오기 전 눈인사가 경쾌합니다.
오늘은 <관옥나무.잇다>가 있는 날, 특별할 것도 없는 날인 줄 알지만 마음이 몸보다 앞서가려고 할테니 마음을 다잡습니다. 저녁에 오실 길벗들이 앉을 자리를 위해 청소를 하고 의자와 탁자, 꽃들을 준비합니다.
점심밥모심을 하고 오니 도동들이 여기 저기 보입니다. 몇은 '어른놀이?'를 합니다. 아마도 멋진 까페에 앉아 있는 모양입니다.
"민유씨, ~~~" 어쩌고 저쩌고,
"그래요? 혜민씨,~~"
그러다가
"민유야,~~"
"아, 왜 반발해요?"
하하하
권정생선생님의 책들을 모았습니다.
“난 감나무 잎이야.”
“감나무 잎이 왜 땅바닥에 굴러다니니?”
그제야 강아지똥은 눈을 뜨고 감나무 가랑잎을 바라보았습니다.
“지금 겨울이잖니, 우리 모두 엄마 나무에서 떨어져 흩어졌단다.”
“겨울이면 엄마 나무에서 떨어지니?”
“그럼, 우리가 모두 떨어져 죽어야만 엄마는 내년 봄 아기 이파리를 키우거든.”
“엄마야! 불쌍해라.”
“불쌍해도 어쩌지 못하는걸. 이 세상엔 누구나 한번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단다.”
“하지만, 아까 낮에 있었던 흙덩이는 죽지 않고 살아서 도로 밭으로 가는 걸 봤는데.”
강아지똥은 낮에 있었던 흙덩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감나무 가랑잎이랑 얘기를 하다 보니 춥던 것도 무섭던 것도 많이 가시어졌습니다.
“그래, 하지만 흙덩이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었나 봐, 세상엔 우리보다
아주 오래오래 사는 애들도 많거든.”
감나무 가랑잎이 잠깐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럼 빨리 죽는 것하고 오래 사는 것하고 다르니?”
강아지똥이 물었습니다.
-강아지똥 중에서-
우리한테는 무위당선생님도 계시고, 권정생선생님도 살아계시다는 것이 고맙습니다. 길을 물으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시게요.
오후에는 아직 연필잡는 법이 다무지지 못한 어린 동무들이 한권씩, 세권씩 들고 와서 줄을 섭니다. 동무의 삐뚤빼둘거리는 손놀림을 경건하게(?) 재촉하는 말한마디 하지 않고 바라봅니다. 대출기록장에 이름자하나 쓰는 일인데, 이게 뭐라고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다가 피식 혼자 웃습니다.
저녁 일곱시.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들었습니다.
<관옥나무. 잇다>
예언하는 젊은이와 꿈꾸는 늙은이
손하빈 이야기스승을 모시고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랑어린마을배움터의 소소한 일상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고,이 시대 젊은이의 밝고 맑은 기운을 느끼기도 하고,함께 꿈꾸는 한.사람을 만나는 반가움이 가득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행복한 시간을 함께 했던 분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