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17. 타일 바닥
처음 이사를 왔을 때부터 아래 층 타일 바닥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주로 2 층에서 생활을 하니까 그리 불편하진 않고 대부분 잊고 지낸다.
그러나 아래 층에서 식사를 하게 되고 손님이 오면 주로 아래 층의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게 된다. 가끔이라도 왔다 갔다 하려면 바닥의 타일이 몇 개씩 들먹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럭 저럭 3년이 다 되도록 그냥 지냈는데 요즘 들어 그게 더 심해지고 신경이 쓰인다.
타일을 붙일 때 돈을 좀 아끼느라고 타일 시멘트를 쓰는 대신 일반 시멘트를 더 많이 써서 그리 되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큰 맘 먹고 보수 공사를 하기로 했다. 조금씩 쿨렁거리는 타일만 떼어서 다시 붙이는 것이다.
처음엔 30 여장만 떼어 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공사를 하다 보니 부실한 곳이 점점 늘어난다.
거실이 워낙 넓다 보니 가로 세로가 각각 60cm가 넘는 큰 타일을 68장이나 떼어냈다. 거실의 거의 절반 가까운 넓이다.
아침 6시부터 인부들이 온다.
타일을 걷어낸 곳의 시멘트를 일일이 뾰족한 끌을 대고 망치를 두두려 하나하나 쪼아서 떼어낸다.
첫 날은 인부 두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하루 종일 두드려 파내었는데 너무나 진척이 없자 다음 날부터는 네 명이 온다.
우리는 주로 2층에 있는데도 죽을 지경이다.
딱딱 거리는 그 시끄러운 소음과 시멘트 가루의 분진. 괜히 공사를 시작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필리피노들은 마스크도 안 한 채 오후 다섯 시까지 하루 종일 분진 속에서 그 일을 한다. 그들의 건강이 염려된다.
밀라를 시켜 빵과 음료수를 두 차례 그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한다.
우리의 밥솥도 2층으로 가져다 놓고 밀라가 쟁반으로 음식을 날라다가 2층에서 식사를 한다. 2층에도 뽀얀 먼지가 눈에 보일만큼 날아온다.
다음 날부터 우리는 밖으로 나가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모든 것은 지나간다. 닷새가 지나니 일은 마무리 된다.
이젠 단단한 타일 바닥이라 좋다. 그러나 구석구석 곳곳의 먼지들은 참 오래도록 걸릴 지도 모른다.
냉장고며 가전제품들에도 그 먼지들이 들어와 고장이나 안 날지 걱정이 된다.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며칠이 지난 것 같다.
첫댓글 대 공사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