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아가기 (선우)
선우가 웃으며 탐구실로 왔습니다.
“선우! 기분 좋은 일 있나본데~”
“저 지금 기분 안 좋아요~”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그저께 꿈에 선생님 나왔어요~” 라며 꿈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꿈에서 제가 아이돌이 되어있었고, 옆에는 은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쉼터 생각을 많이 해서 꿈에 나왔나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선우가 여전히 깔깔 대고 웃습니다. 선우의 기분이 좋아보이니 저도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지난번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정하지 못해서, 선우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줬습니다. 오일 파스텔로 그리기. 아크릴 물감으로 그리기 중 어떤 것을 할 것이냐고 물어보니, 아크릴 물감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유튜브로 아크릴 물감으로 그리는 그림 영상을 틀었습니다. 선우에게 같이 따라 그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선우가 처음엔 파란색을 사용해서 영상과 같은 그림을 그리다가, “아 저 다른 그림 그릴래요.” 하더니 캔버스 전체에 파란색 물감을 칠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선우의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애써 마음을 감추고 저는 저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흰색 물감 짜주세요.”, “파란색 물감 짜주세요.”
선우가 필요한 물감을 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다 선우가 반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바르게 말하면 줄게.” 라고 하면 바로 “물감 짜주세요~” 라며 애교 섞어 말합니다. 선우와 이런 저런 농담 주고 받으며 이야기 나누니 시간이 금방 지났습니다.
“최은우랑 월요일에 안본지 3년은 된 것 같아요.”
최근 월요일에 빠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선우가 월요일 활동을 기억하고 은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이 많은 선우가 그동안 활동하며 은우에게도 정을 붙였나봅니다. 남은 시간도 잘 지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겠습니다.
선우가 파란색으로 잔뜩 물들인 캔버스에 붓칠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될 거예요.” 하얀색을 섞어가며 음영을 넣기도 하였습니다. 선우의 세심한 터치로 그저 파랗기만 했던 캔버스가 점점 입체감이 생겼습니다.
“아! 좋은 생각이 났어요. 고래 그릴래요.”
파란색을 보니 바다가 생각났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물고기를 그리다가 잘 안되어서 다시 파란색을 덧칠하더니, 고래 한 마리를 그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고래 그림을 한번 보여준 뒤, 끝날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고래를 그리는 선우 대신하여 뒷정리를 먼저 했습니다. 뒷정리를 하면서 선우의 모습을 틈틈이 봤습니다. 그림에 온전히 집중한 모습입니다. 뒷정리를 조금 마치고 돌아오니, 선우의 그림에 고래 한 마리가 뚝딱 생겼습니다.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감탄의 박수를 쳤습니다. 선우가 반달 웃음 지으며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선우야 언제 이렇게 뚝딱 완성했어? 너무 멋있다.”
“갑자기 고래를 그려야겠다 생각하고 그렸어요. 예술은 실수에서부터 시작된대요~”
선우가 얼른 쉼터 선생님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했습니다.
“담임 선생님한테도 보여줘야 하는데..”
“다음에 한 번에 초대해서 보여드리자!”
“저번에 쉼터 놀러오라고 말씀 드려놨어요.”
자랑하고 싶은 선우 마음 맘껏 뽐낼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다음엔 ‘선우존’을 꾸미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하지 않았지만, 번뜩이는 선우의 아이디어와 순발력으로 멋진 그림이 탄생했습니다. 쉼터에 그림을 가져가니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칭찬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희선이와 들희가 쉼터에 놀러와서 그림을 누가 그렸냐고 물어봤습니다.
“와 진짜 멋있다~” 희선이가 감탄했습니다. 들희는 오늘도 역시 선우가 그린 것이 맞냐고 의심합니다. 그만큼 멋있는 그림이라는 뜻이겠지요? 선우가 신나서 선생님들에게 그림이 탄생한 스토리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아이들과 짧게 수다 떨며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남은 시간동안 선우가 멋진 선우존을 완성할 수 있도록 잘 도와야겠습니다.
첫댓글 "예술은 실수에서부터 시작된대요."
선우의 말 속에서 이전에 없던 조금 더 여유로움이 느껴지네요. 마음의 그릇이 조금 더 자라날 걸까요.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