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산업단지개발에 있어서 제조업 중심의 공업단지가 산업단지의 대명사로 쓰였다.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땅값이 싸고 환경과 관련한 민원이 가급적 적은 도심외곽에 공업단지가 집중 건설됐다. 외환위기로 국정운영까지 간섭하던 IMF가 도심외곽으로만 공업단지가 조성되는 점을 문제 삼고 늘어졌다. 한국 정부가 국내 기업들에게 건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도심외곽으로 공장을 짓도록 유도함으로써 한국기업들이 외국기업들보다 경쟁우위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자체가 국제무역 질서를 해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심 안에도 공단을 짓을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여 탄생한 것이 지금의 도시첨단산업단지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설치된 대통령 직속의 규제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이때 법률에 정식으로 명문화됐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산업단지라는 용어도 그 이전까지 공업단지로 불리어졌다. 이렇게 시작한 규제개혁은 이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제인 정부까지 쭉 이어져 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 내 산업도로 전붓대가 선박을 나르는 대형트럭 운행에 지장을 준다"고 지적했음에도 몇 달이 지나도 그 전붓대가 그대로 있자 이 대통령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공무원들이 안 움직이면 소용이 없다"고 나무란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거창한 정책보다 손톱 밑에 박힌 가시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하지만 모든 정권이 그렇듯이 집권 초기 규제개혁의 고삐를 죄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규제가 늘어나면서 나중에는 결국 용두사미로 전락하곤 했다.
울산시가 규제개혁을 위한 칼을 빼 들었다. 우선 기업들과 시민들 생활에 큰 불편을 끼치고 있는 9가지를 도마에 올렸다. 기업부설 주차장 설치완화, 하늘공원 추모의 집 사용기간 연장허가 신청기간 완화, 노동자종합복지관 사용료 반환 불가 규정 삭제, 농수산물 도매시장법인 내용 변경 신고 기간 완화, 농수산물 도매시장 중도매업 허가 신청 때 첨부 서류 간소화, 농수산물 도매시장 중도매인 내용 변경 시 기간 완화, 환경미화원 채용 기준 완화, 환경미화원 복무 결격사유 완화, 택시부제 변경 신고 및 적용 시간 삭제 등이다. 실제 이번 규제개혁 내용에는 서민 생활과 관련된 규제개혁 내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위한 규제개혁 역시 부설 주차장 설치기준 완화를 빼곤 이렇다 할 내용이 없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찾아내다 보면 큰 들보 하나쯤은 무조건 찾아내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처럼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간 여러 정부에서 규제개혁을 수없이 외쳤지만 큰 성과를 거둔 사례가 드물다. 하지만 김두겸 시장이 이끄는 울산시의 규제개혁만큼은 성공하리라 믿는다. 뚝심 하나만큼 누구에게도 뒤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